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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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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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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교향곡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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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6. Louis-Hector Berlioz(베를리오즈) - Symphonie Fantastique "Episode De La Vie D'une Artiste" Op.14 Ⅳ. Marche au supplice (환상교향곡 제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


세 사람이 모인 자리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을 가로지르는 것은 차가운 칼날 같은 바람뿐이었다. 그 바람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예빈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우현은 그런 예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외국인 청년을 바라봤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우현과 다니엘은 서로가 서로에게 거북한 존재임을 확신했다.

예빈은 온 몸이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은 한기 속에서, 오직 우현이 감싸 안은 곳만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 품으로 더욱 파고들고 싶게 만드는 그 온기에 예빈은 정신을 잃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서있는 것도 힘겨울 정도였다. 요새 계속 온 몸을 지배하며 경고음을 보내던 그 예감이 정체가 눈앞에 있었다.

“[너와 내가 다시 마주 해야 할 이유 따위 존재하지 않아, 다니엘 하인리히.]”

겨우 정신을 붙들고, 예빈은 다니엘을 바라봤다. 못 본 사이에 정말 멋있게 성장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더구나 언제나 예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던 상냥한 눈동자도 여전했다. 전보다 더욱 무게감 있게 바뀐 목소리까지도, 예빈은 그의 존재를 느끼고 싶지 않았다.

예빈은 완벽한 독일어로 말했고, 그 말에 다니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사벨, 나는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그 때 난…….]”

“[듣고 싶지 않아!]”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우현은 예빈의 날카로운 외침 속에 담긴 필사적인 마음만은 알아들었다. 우현 역시 이 대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섰다.

“한국어도 할 줄 안다고 들었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서우현!”

다니엘을 안으로 들이려 하는 우현을 보며 예빈이 경악을 했다. 누구 마음대로 그를 집 안에 들여보낸다는 말인가. 더구나 예빈 자신이 그와 마주하길 원치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주머니께 들었어요. 당신이 찾아오거든, 누나랑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달라고.”

“……!”

우현의 발언에 예빈의 눈동자가 커졌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그 동안 우현의 신경을 날카롭게 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그가 도착할 때가 되었다 싶었다. 가능하면 예빈과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현 역시 예빈이 다니엘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우현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예빈과 다니엘은 연인이었다 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였다고. 그런 과거를 모두 받아들이기엔 사실 우현의 속은 좁았다. 어쩐지 그에게 예빈을 빼앗기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우현은 당장이라도 예빈을 들쳐 엎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것이 예빈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피를 토하는 심정이지만 예빈을 위해서는, 도망가고 싶어 하는 예빈의 등을 밀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누나, 도망치지 말아요. 누나 곁에 계속 있을 테니까, 혼자라고 생각하지도 말아요.”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를 주고받은 우현과 어머니에게 배신감이 몰려왔다. 왜 자신에게 이리 잔인한 짓을 한단 말인가, 대체 왜!

“[나는 너에게 죄인이야, 이사벨. 염치없지만 나는 너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 너의 넓은 마음에 기대기만 했던 철없는 내 자신을 나도 용서할 수가 없으니까.]”

다시 들려오는 다니엘의 목소리에 예빈은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여전히 다니엘을 떼어놓을 생각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말을 들어주라는 반응을 보이는 우현이 야속하기만 했다.

“[들어와.]”

예빈은 울고 싶은 기분으로 말했다. 그저 지금 상황이 꿈이라고, 누군가가 이 악몽에서 깨워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예빈은 한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끊임없이 몸이 떨려오는 기분. 스스로도 그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지만, 지금 무너지는 것만은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었다.

“[사실은 계속 널 만나고 싶었어, 이사벨라.]”

예빈이 소파에 앉는 것과 동시에 다니엘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지만, 눈썹이 치켜떠지는 예빈을 바라보며 우현은 그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나는 널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 그리고 이 자리의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

우현을 의식한 예빈이 차갑게 말했고, 다니엘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예빈의 눈을 마주했다.

“너의 분노는 합당하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를 거야. 안 그래도 상처 받았던 너를 그렇게 보내고, 나도 지옥이었어.”

“그래서?”

다니엘은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했다. 긴 시간을 참회의 시간으로 지냈다. 그녀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던 그 자신을 탓하며, 예빈의 몫까지도 해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서 앞만 보고 달렸다.

틈틈이 그녀에게 편지도 보내고, 예빈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기만 수를 셀 수 없이 반복하고 말았다.

다니엘의 기억 속에는 아직 밝게 웃던 소녀의 모습이 남아있는데,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상처에 울부짖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인만이 있었다. 그것이 마치 모두 그의 탓인 것만 같아서, 안타깝기만 했다. 그 여린 소녀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저주를 퍼붓고 싶었다.

“나를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난 너에게 속죄하고 싶어. 네가 다시 바이올린을 잡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

꿈틀.

예빈의 눈동자가 불쾌함으로 물들었다.

“네가 걷는 길을 도와주고 싶어.”

“……!”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우현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은 그 자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게다가 다니엘 하인리히라는 이름 앞에 그 자신은 너무나 초라해지는 느낌에 입 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하핫.”

메마른 웃음소리가 허공을 수놓았다. 얇은 옷으로 긴 시간 한기에 노출되어 몸이 떨리던 예빈은 이제 다른 이유, 분노로 몸을 떨면서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핫, 네가? 나를? 지금 와서 네가 나의 길을 함께 걷겠다고?”

예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있던 다니엘에게 다가갔다.

“다니엘 하인리히, 빛나는 명예 위에 서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너의 자리로 돌아가. 내가 서있는 이곳은 네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또한 너의 도움 따위 바라지도 않으니까.”

차가운 예빈의 손이 다니엘의 볼을 감쌌다. 냉기가 감도는 손 때문인지, 아니면 그 눈동자 때문인지, 다니엘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과거의 나는 널 사랑했어. 너에게 아낌없이 주어도 아깝지 않았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네가 필요하지 않아. 오히려 널 망가뜨리려 들지도 모르지. 빛나는 무대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거야. 나를 선택하는 순간, 난 너를 진짜 지옥으로 끌어당겨 줄 테니까.”

예빈의 시선이 다니엘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피식 웃으며 그 손을 잡은 예빈의 시선에 순간 광기가 감돌았다.

“날 도와주겠다고? 그럼 어디 너도 나와 똑같은 조건에서 성공해보시지 그래? 어때? 이 손가락이 부러지고도, 날 도와주겠다는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볼까?”

“……!”

다니엘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리는 순간, 보다 못해 우현이 끼어들었다.

예빈의 손을 잡아당겨 다니엘의 손을 놓게 만들고, 그에게서 예빈을 떨어트렸다. 그러자 잔뜩 경직되어있던 예빈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고, 예빈이 우현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예빈의 말에 넋이 나가있던 다니엘의 눈동자에서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상황에 참견을 할 수 없었지만, 우현은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예빈의 모습이 가장 중요했다.

“일단은 돌아가시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미동조차 없이 눈물을 흘리던 다니엘의 눈동자가 굳게 닫혔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니엘은 예빈과 우현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칼날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밤의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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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습니다(...)

이미지가 끊겨버린 데다가,

요새 하도 정신이 분산되다 보니.. ㅠ_ㅠ


직장도 옮기게 될 지 모르겠고,

집도 독립을 하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

이래저래 제정신이 아닙니다(...)


적어도 12월 중순 전까진 이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

다음 달까진 이런 상황의 연속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이미지마저 끊겨 버린 미완성교향곡은 연재주기를 장담할 수가;;

이미지 음악을 추려놓은 것은 있는데,

내용에 대한 이미지가 사라졌.... [덜덜덜;]


늦어지더라도 넓은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ㅠ_ㅠ [울먹]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카이리시스님, 질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방긋]

저도 몸치에, 시간도 빡빡하고, 가능할까 싶었는데..

하려고 하니 되더군요(...)

여전히 수업 시간에 헤매곤 하지만..

그래도 꽤 즐겁습니다. ^^*


앤드류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하구요;ㅁ;ㅁ;


silverwolf님, 흔적 감사합니다~ ^^

감기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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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미완성교향곡 - (27) +3 12.06.02 615 9 12쪽
26 미완성교향곡 - (26) +3 12.05.27 518 8 12쪽
25 미완성교향곡 - (25) +3 12.01.23 567 9 13쪽
24 미완성교향곡 - (24) +3 12.01.08 560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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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완성교향곡 - (22) +4 11.06.25 774 10 10쪽
21 미완성교향곡 - (21) +6 11.04.04 717 10 19쪽
20 미완성교향곡 - (20) +5 11.03.29 795 8 10쪽
19 미완성교향곡 - (19) +3 11.02.02 806 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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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완성교향곡 - (14) +4 10.10.03 802 7 18쪽
13 미완성교향곡 - (13) +5 10.09.23 879 11 19쪽
12 미완성교향곡 - (12) +6 10.09.19 873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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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완성교향곡 - (10) +4 10.09.05 920 7 12쪽
9 미완성교향곡 - (9) +6 10.09.01 1,094 8 16쪽
8 미완성교향곡 - (8) +4 10.08.31 1,07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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