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붉은 눈물의 잔상

미완성교향곡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홍라온
작품등록일 :
2012.07.25 14:05
최근연재일 :
2012.07.25 14:0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2,349
추천수 :
277
글자수 :
193,464

작성
10.10.03 00:08
조회
802
추천
7
글자
18쪽

미완성교향곡 - (14)

Attached Image




DUMMY

#14. Georges Alexandre Leopold Bizet(조르쥬 비제) - ‘L'amour Est Un Oiseau Rebelle(Habanera)' from Carmen(카르멘 모음곡 중 ’하바네라‘)


예빈의 어머니인 장미희는 미국에서 음악 관련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을 듣는 귀와 좋은 음악을 선별하는 능력은 탁월했지만, 직접 음악을 할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던 그녀에게는 천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녀는 이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을 오가는 일이 많다보니 언제나 예빈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예빈 본인은 괜찮다고 말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친딸처럼 예빈을 챙겨주는 우현의 부모님 덕에 조금은 걱정을 덜었다. 처음부터 인상이 좋았던 우현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우현 덕에 예빈이 점점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놀라움과 차오르는 고마움.

무엇보다 우현의 끈질긴 권유 덕에 예빈이 결국 바이올린을 다시 쥐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덕분에 주책 맞게도 우현과 예빈을 동시에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더랬다.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미소 지을 때였다.

“[미시즈 장, 손님이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고 말았다.

검은 머리. 하지만 서양인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비취색 눈동자를 지닌 훤칠한 청년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처음 보았을 때의 개구쟁이 소년 같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미청년이 시선의 끝에 서있었다.

장미희는 심장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오오라를 발산하는 유명인사의 등장에, 사무실의 여직원들과 남직원들까지도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이 ‘음악 관련 부서’이기에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이 청년은 귀빈 중에서도 특급에 속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오랜만이에요, 아주머니.”

서양인 청년에게서 흠잡을 데가 없는 깔끔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장미희를 보며, 청년은 예상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계속 연락을 드렸는데, 대답이 없으셔서요. 실례인 줄은 알지만 이렇게 불쑥 찾아왔습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좋겠네요.”

마치 한국인인 것처럼 막힘없는 한국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외국어이지만, 장미희가 한국 출신임을 생각할 때 한국어라 판단한 사람들은, 세간에 알려진 청년의 태생을 떠올리며 더욱 소란을 떨었다.

그 웅성거림 속에서도 그 청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장미희에게로 다가왔다.

“대니(Danny).”

지금의 우현과도 같은 위치, 혹은 그보다 더 가족 같이 지내던 아이였다. 지금은 아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그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기에, 이렇게 갑작스러운 만남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가 곧 한국을 방문한다던 이야기를 들었음을 깨닫고, 지금의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안일함을 탓했다. 어쨌든 비즈니스 상으로도 그와 척을 질 수는 없었기에 일단 어색하게 이름을 입에 담아 보았다.

그 시절, 아들과도 같았던 그를 부르던 이름을.

“네, 그동안 잘 지내셨죠?”

그 호칭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반대로 서미희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마주하는 것이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정확하게는 그가 몰고 올 파장이 두려웠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이사벨, 아니, 예빈을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유롭던 얼굴이었지만, 사실 처음부터 여유 따위 없었던 모양이었다.

필사적으로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청년을 보며, 미희는 난감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힘겨워하다, 그 괴로움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이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이제 예빈이 흔들릴 일은 없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이 ‘폭탄’을 빼고는.

이제 겨우 안정을 찾고 있는 딸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사과…… 하고 싶어요. 안 그래도 힘들던 그녀에게 더욱 상처를 주고 말았으니까요. 아주머니, 부탁드릴게요. 그녀를 만나게 해주세요.”

긴 시간, 눈앞의 청년도 힘들었을 테지. 오랜 세월 괴로워 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그 간절함에 미희는 괴롭게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자신의 딸도 그 때는 아직 어렸다. 그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아픔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어른으로서, 미희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한 어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도 알 수 가 없는 부족함에 미희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재활치료와 레슨을 함께 맡아주시고 계신 선생님의 레슨실을 방문한 예빈. 자유롭지 못한 새끼손가락과 오랜 공백기 덕에 예전 같은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성실하게 쌓아올렸던 공든 탑이 헛수고는 아니었다.

“음악과 다시 마주보는 것은 이미 훌륭하게 성공을 한 것 같아요.”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한 선생님은 예빈을 바라보며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레슨이 끝나며 바이올린을 어깨에서 내린 예빈도 마주 웃었다. 이만큼 올 수 있을 때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었다. 부상을 입은 연주자들을 위한 전문 강사로 활동하시는 이 분의 존재가 많은 힘이 되었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예빈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레슨이 정리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닫혀있던 레슨실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바로 우현이었다. 예빈과 선생님의 시선이 그쪽으로 옮겨가자, 우현은 생글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슬슬 정리되는 건가 싶어서.”

“굳이 올 필요 없다니까.”

그런 우현을 보며 슬며시 얼굴을 찌푸린 예빈의 반응. 그러나 우현은 꿋꿋하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예요.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면 얼마나 위험한 줄 알아요? 게다가 바이올린까지 들고 다닐 거예요?”

“하아,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

“아, 정말. 이럴 땐 그냥 고맙다, 라고 하면 되는 거라니까요.”

항상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예빈과 우현의 실랑이를 듣고 있던 선생님이 작게 키득거렸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린 예빈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건넸다.

“죄송해요, 소란스럽게 굴어서.”

“아뇨, 아뇨. 마침 우현군도 같이 듣는 것이 나을 이야기인데 잘 되었네요.”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멈춘 선생님의 말에 우현과 예빈이 뭔가 하는 얼굴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느낀 선생님도 자세를 바로하며 입을 열었다.

“예빈 양에게 궁금한 게 있어요. 음악을 마주보는 것은 성공했죠. 이제 문제는 다음 스테이지로 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예요.”

예빈은 바이올린을 쥔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는 예빈을 보며, 우현이 그 불안을 느낀 듯 예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따스한 손에 긴장하던 어깨의 힘을 풀며, 예빈은 선생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직 예전만큼의 기량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바이올린을 하고 싶다면. 이건 좋은 기회일 거예요. 바이올린 콩쿠르가 있어요. 선택은 예빈 양에게 맡기겠지만.”

바이올린을 다시 붙잡는 것에만 필사적이라, 그 이후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이 정도까지 달려온 것만도 스스로를 장하다고 생각할 정도니까.

“그리고 우현군은 예빈 양이 콩쿠르에 참여한다면, 반주를 부탁할 수 있을까 해서요. 아무래도 예빈 양에게 우현 군만큼 호흡이 맞을 상대는 없을 것 같고.”

혼란스러워하는 예빈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왼팔을 향했다. 바이올린을 다시 품에 끌어안은 뒤에도, 경련은 이어졌다. 물론 그 빈도가 눈에 띄게 줄긴 했지만, 언제 경련이 일어날지 모르는 팔로 콩쿠르라니.

신경정신과 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예빈은 애써 무시했다. 바이올린은 우현이 등을 떠민 덕에 다시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아직 마주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심장이 그것을 거부했다.

아직은 마주 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뭐, 반드시 입상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참가를 하라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한 번 생각을 해봐요.”

안 그래도 하얀 예빈의 피부가 핏기마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가볍게 마무리를 지었다.


“밖에 추워요.”

무슨 정신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 다음 레슨 학생이 들어오자, 예빈은 서둘러 악기를 정리해서 나왔다. 그리고 멍하니 코트를 챙겨 입고도 생각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예빈을 보며, 우현은 예빈의 목에 목도리를 둘렀다. 이어서 손에 장갑도 끼워주고, 예빈 대신 바이올린까지 짊어들고 예빈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현은 예빈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우현이 이끄는 대로 얌전히 따라가면서, 생각은 계속 딴 곳에 있었다. 밖으로 나온 우현이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카페로 들어가는 것도 그저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우현이 예빈을 위한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테이블로 가져오고도, 예빈은 멍했다.

“생각은 거기까지.”

우현은 보다 못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예빈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 자신과 마주하게 하면서 말했다. 그제야 우현이 인식되기 시작하고, 주위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한 예빈의 눈동자를 보며 우현은 말을 이었다.

“지나치게 생각만 많아봐야 머리만 아파요, 누나.”

“…….”

우현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음악, 좋아요, 싫어요?”

“좋아.”

“바이올린, 좋아요, 싫어요?”

“……좋아.”

“그럼 답은 나왔네요?”

“…….”

우현이 예빈의 얼굴에서 다시 손을 뗐다. 그리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온 핫초코를 마시는 모습에 예빈은 맥이 빠지는 것과 동시에 안심이 되었다.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가 우현에게 넘어가면 이렇게 간단하게 답이 나오곤 한다.

생각이 많은 예빈의 곁에 단순명료한-그러나 배려심이 깊은- 우현의 존재 덕에 균형이 유지되는 느낌을 받곤 하니까.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의 우현이 곁에 있어준 덕분에 예빈의 비관적인 생각도 그의 영향을 받아 조금쯤 마음이 가벼워지곤 했다.

“난 내 인생에서 바이올린을 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당연하게 내가 품에 안고 갈 내 삶이었지. 팔을 다치면서 더 이상 꿈꾸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만 있었으니까.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랄까.”

예빈은 자신의 앞에도 놓인 아메리카노 컵을 손으로 감싸며, 그 온기를 느꼈다. 불안을 느끼며 떨리는 몸이 조금 진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불안.

지금은 외면하는 것 말고는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걱정 마요. 정 못하겠다 싶으면 내가 누나 안고 도망칠 테니까. 제가 그거 잘하는 것 알죠? 안고 달리기. 하지만 처음부터 도망치진 마요. 내가 곁에서 모든 준비도 함께 할 거고, 무대에도 누나 혼자 오르게 하지 않으니까. 나랑 같이 올라가는 거예요.”

“…….”

밝게 웃는 우현의 목소리에 예빈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카페에 흐르는 경쾌한 배경음악에 신이 난 듯 리듬을 타며 고개를 살짝살짝 움직이는 우현을 바라보던 예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이 작은 인연이 이렇게까지 소중해 질 줄은 몰랐다.

부담스럽지 않게 곁에서 예빈의 중심을 잡아주는 우현의 존재가 없었다면, 예빈은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다시는 바이올린을 쥘 수 없을 거라 생각하던 예빈이 어느 새 콩쿠르 출전을 생각하는 곳까지 오게 되다니.

“고마워.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네 덕분이야, 모두.”

예빈의 미소에 우현도 따라 웃었다.

“나, 누나 팬인데 몰랐어요?”

“팬?”

“나 누나 바이올린 좋아요. 그러니까 그 바이올린을 앞으로도 가장 가까이서 듣는 특권만 허락해주시면 되요.”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을 참 적절한 타이밍에 잘 건넨다. 예빈은 우현의 대사에 짐짓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인심 쓴다. 허락해줄게.”

“무르기 없기? 좋아요, 그럼 이제부터 누나 바이올린은 제가 가장 가까이서 들어야 해요? 나중에 콘서트를 하면 가장 좋은 좌석이어야 하고, 연습도 구경시켜줘야 하고, 사인도 가장 먼저 해줘야 하고…….”

신나게 손가락을 꼽으며 이야기하는 우현을 보며, 예빈은 중간에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기왕이면 팬보다는 파트너가 어때?”

“……네?”

“혹시라도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너도 같이 무대에 오르는 거야. 연습은 구경이 아니라 함께 연습하는 거고. 나는 네가 내 팬보다 파트너가 되었으면 하는데.”

“……아.”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우현은 정확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았다. 전보다 더 성실하게 임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진로에 대해서 아직 스스로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빈은 우현이 수험생이 되면서, 진로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예빈에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그가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눈치 채고 있던 것이다.

“나도 네 피아노가 좋아. 앞으로 내가 바이올린을…… 어렵겠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면, 난 네가 나의 파트너로 있었으면 좋겠어. 네 피아노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특권과 함께.”

“……하하핫, 그게 참 뭐랄까…….”

“생각해봐. 아니, 생각해 보자. 우리 앞에 있는 미래에서 도망칠 수는 없으니, 마주봐야 하잖아?”

“그렇죠, 하하핫.”

어색하게 웃는 우현을 보며 예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그의 뒤쪽으로 달콤한 와플과 머핀, 쿠키가 있는 것을 발견하자 씨익 웃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커피 잔을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사줬으니 저건 내가 쏠게. 쿠키지? 난 머핀. 잠깐 기다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함께 걸으며, 우현은 예빈의 집 앞까지 함께 걸었다. 예빈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집 안에 놓고 우현도 귀가를 하는 것이 항상 반복된 패턴이었기에, 우현은 문을 여는 예빈 대신 우편물을 손에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빈에게 바이올린 케이스를 넘기고, 예빈이 바이올린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우편물을 살피던 우현은 음악회 초대권이라고 찍힌 봉투를 발견하고 예빈에게 물었다.

“누나, 무슨 음악회 초대권 온 것 같은데 열어봐도 되요?”

그리고 예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맘대로 해.”

예빈의 허락에 우현은 괜찮은 음악회면 예빈과 같이 가자고 할 생각을 하며 봉투를 열었다.

음악회 일자는 3개월 후. 세계적인 거장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방한 공연 티켓.

우현은 생각보다 좋은 걸 건졌다 싶어, 환한 얼굴로 부엌에 물을 마시러 들어간 예빈에게 소리쳤다.

“누나! 이거 3월 초에 있는 공연이고, 막시밀리안 라인하트 지휘에 솔리스트 다니엘 하인리히의 협연이라는데 이거 보러 안 갈래요?”

쨍그랑-

가볍게 던진 질문에 이어진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깜짝 놀란 우현이 부엌으로 달려갔을 때,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린 얼굴의 예빈이 덜덜덜 떨며 서있었고, 그녀의 발아래 방금 깨진 것이 분명한 유리컵이 산산조각 나있었다.

“누나? 괜찮아요? 잠깐 움직이지 말아 봐요, 다칠 지도 모르니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우현은 예빈이 다칠 것은 염려해서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유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호흡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지독스러운 팔의 경련이 이윽고 왼팔이 뒤틀리게 만들고, 발을 딛고 선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누나? 왜 그래요, 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


이번 편은 배경음악 정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orz

몇 번이 바뀐 건지;; [쿨럭]


박지윤의 성인식에 인용되었던 하바네라입니다~

오페라이다 보니 성악이 들어간 곡이 많았는데..

음악만 있는 걸 찾아내서 링크로 걸어두었습니다^^


곡당 600원이나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미지 음악을 깔끔하게 걸 수 있으니까요, 뭐 -_-!


덧1. 연재주기는 일주일에 한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덧2. 부모님이 올라오셨습니다.

어째서인지 피자 내기 화투판(...)이 벌어졌습니다.

생전 처음 해 본 화투에서 5명 중 2등을 했습니다, 하핫!


※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을 언제나 격하게 애정합니다 *-_-*


카이리시스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니 흔적을 자주 남겨주세요 ㅠ_ㅠ [굽신굽신]

흔적을 먹고 삽니다 -_- [응?]


앤드류님, 잘 보내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한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다, 막판에는 죽어라 놀러다닌? ^^;

간만의 휴일이 끝나서 아쉽네요 ㅠ_ㅠ


silverwolf님, 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ㅁ/

전 연휴 동안 명절 음식을 먹은 건 아닌데..

먹고 뒹굴거리고가 길었더니 살이 불은 느낌이.. [덜덜덜;]

공포스러워서 체중계에 올라갈 수가 없...;;


철LovE님, 그렇죠? ^^*

저럴 확률이 참 희박하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예빈과 우현은 행운아인 겁니다 -_);;




▶작가모임 로맨스화원 바로가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완성교향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미완성교향곡 - (32完) +5 12.07.25 824 12 14쪽
31 미완성교향곡 - (31) +6 12.06.18 679 11 13쪽
30 미완성교향곡 - (30) +4 12.06.16 506 10 9쪽
29 미완성교향곡 - (29) +4 12.06.11 519 8 14쪽
28 미완성교향곡 - (28) +2 12.06.07 576 11 14쪽
27 미완성교향곡 - (27) +3 12.06.02 615 9 12쪽
26 미완성교향곡 - (26) +3 12.05.27 518 8 12쪽
25 미완성교향곡 - (25) +3 12.01.23 567 9 13쪽
24 미완성교향곡 - (24) +3 12.01.08 560 12 11쪽
23 미완성교향곡 - (23) +5 11.09.11 665 11 19쪽
22 미완성교향곡 - (22) +4 11.06.25 775 10 10쪽
21 미완성교향곡 - (21) +6 11.04.04 717 10 19쪽
20 미완성교향곡 - (20) +5 11.03.29 795 8 10쪽
19 미완성교향곡 - (19) +3 11.02.02 807 8 20쪽
18 미완성교향곡 - (18) +6 10.12.11 776 8 11쪽
17 미완성교향곡 - (17) +6 10.10.24 901 8 11쪽
16 미완성교향곡 - (16) +4 10.10.20 872 5 10쪽
15 미완성교향곡 - (15) +4 10.10.10 922 7 17쪽
» 미완성교향곡 - (14) +4 10.10.03 803 7 18쪽
13 미완성교향곡 - (13) +5 10.09.23 879 11 19쪽
12 미완성교향곡 - (12) +6 10.09.19 874 8 18쪽
11 미완성교향곡 - (11) +7 10.09.12 910 9 16쪽
10 미완성교향곡 - (10) +4 10.09.05 920 7 12쪽
9 미완성교향곡 - (9) +6 10.09.01 1,095 8 16쪽
8 미완성교향곡 - (8) +4 10.08.31 1,075 9 13쪽
7 미완성교향곡 - (7) +4 10.08.29 1,043 5 13쪽
6 미완성교향곡 - (6) +5 10.08.26 1,121 7 13쪽
5 미완성교향곡 - (5) +4 10.08.25 1,146 6 9쪽
4 미완성교향곡 - (4) +6 10.08.24 1,298 6 11쪽
3 미완성교향곡 - (3) +6 10.08.23 1,461 9 7쪽
2 미완성교향곡 - (2) +6 10.08.20 1,858 5 14쪽
1 미완성교향곡 - (1) +4 10.08.20 5,275 15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