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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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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93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8.20 23:55
조회
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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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글자
12쪽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DUMMY

잠시 멈칫했던 이은호는 마음을 가다듬고 계단을 올라갔다.

성인 남자 둘이 올라가도 좁지 않은 계단이었지만, 윤해인이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탓에 벽 쪽으로 바짝 붙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다.


해인이 그냥 스쳐지나가자 쫄렸던 긴장이 풀어졌다.

그런데 해인이 은호를 불렀다.


“저기요.”


은호는 자신의 왼쪽 어깨 위로 느껴지는 묵직함에 움찔했다.


‘무슨 손이 이렇게 묵직해.’


가까이에서 보니 보드랍기만 할 것 같았던 해인의 손은 제법 까칠하고 단단해보였다.


“네. 손님.”

“화장실이 어디죠?”


긴장했던 것이 뻘줌하게 화장실을 묻는 질문이라니.

이은호는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화장실은 1층으로 내려가셔서 왼쪽으로 도시면 복도가 나오는데 그 복도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계단을 내려가는 윤해인이다.

은호는 잠시 서서 ‘내가 괜히 민감하게 반응한 건가?’싶었고, 이내 음료를 서빙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


화장실 위치는 이미 에디터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사장에게 다시 물은 것은 그저 그와 접촉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워낙 짧은 순간이었기에 많은 것을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눈을 통해 염탐한 기억 속에서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서교동 연금술사라...”


초인대전 메이킹 영상에 남긴 댓글의 아이디였다.

그가 왜 자신을 보고 긴장했는지에 대한 이유였다.


‘깜찍하게도 이 몸의 정체를 까발리려고 하다니.’


확실한 것은 악의가 없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거리낌 없이 댓글을 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보고도 믿지를 않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믿을 걸 알아서 달았다고는 하지만 연금술사란 녀석이 경솔하기는.’


조금 전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직접 코앞에서 보니 배꼽 쪽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정도 크기의 마력이 응집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처음 보는, 스스로를 연금술사라 칭하는 마나사용자였다.


‘대한민국의 연금술사라.’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는 루드비히는 은호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옴므스타일과 진행한 인터뷰는 다른 인터뷰들과 다르게 조금 색다르게 진행됐다.

확실히 패션 잡지다 보니 루드비히는 화보촬영처럼 인터뷰 중간 중간 몇 차례 옷을 갈아입으며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해인 배우님은 어떤 색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음... 딱히 좋아하는 색은 없지만 굳이 고르자면.... 초록색?”

“이유가 있을까요?”

“초록색을 보면 생명이 약동하는 느낌이랄까? 뭔가 활기차고 좋잖아요.”


즉석에서 지어내는 대답치고 훌륭했다.

에디터 한새롬은 해인에 대해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평소에 즐겨 입는 옷 스타일은 어떻게 되세요?”

“저는 무난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 편입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새롬은 난관에 부딪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무난한 스타일을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요즘 같은 날씨엔 그냥 반팔에 청바지를 자주 입는 것 같아요.”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 사람 패션에 정말 관심이 1도 없구나.’라고.


“따로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으시고요?”

“제가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들은 전부 매니저 형이 사다준 거 그대로 입는 편이거든요. 아니면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아예 정해줘요. 오늘은 뭐 입어라 내일은 뭐 입어라 이렇게요.”


관심사가 다르니 이해는 하지만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가 챙겨주는 옷만 입는다는 건 정말이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드라마나 평소에 입고 다니는 스타일은 매니저분과 스타일리스분의 작품이라는 말씀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하마터면 ‘그럼 속옷까지 요일별로 정해주겠네요?’라고 질문할 뻔했다.

하지만 이성은 끝까지 그녀의 정신머리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윤해인과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무려 한 달 전부터 스케줄을 잡아놓아 겨우겨우 진행하는 황금같은 기회다.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릴 순 없었다.


그녀가 잠시 질문을 멈추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 보이자 루드비히는 극약처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루드비히는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패션에 관심은 있는데 요즘은 작품에 전념해야 해서요.”


하지만 그 이면에선 그의 마력이 꿈틀거렸고, 순식간에 완성된 마법은 그녀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무의식에 대고 속삭였다.

‘질문의 방향을 틀어라’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역할 생각하기에도 정신이 없어서 매니저 형이랑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챙겨주는 거죠. 어떤 날은 양말도 짝째기로 신고 나간 날도 있다니까요.”


그녀는 점점 자신도 인지 못하는 사이 준비했던 질문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작품 활동을 왕성하고 계시는데요. 초인대전2에선 활약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루드비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즌1보단 확실히 분량이 많아졌으니까요.”

“그 밖에 요즘 웹드라마도 인기가 심상치가 않으세요. 예상했던 반응이신가요?”

“아니요.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무의식과 이성이 충돌하며 질문의 방향이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초인대전 스틸컷을 보면 웹드라마와 스타일이 완전 다른데요. 초인대전에선 주로 수트를 많이 입으셨어요. 평소에도 수트를 자주 입는 편이신가요?”

“아니요. 에디터님이 제 옷 방을 보시면 아주 깜짝 놀라실 거예요.”

“왜?”

“소름끼치게도 수트가 단 한 벌도 없거든요.”

“에이. 거짓말.”

“진짠데.”


루드비히의 대답이 정말로 의외였는지, 한새롬이 재훈을 쳐다봤다.

정말이냐는 눈빛이다.

재훈은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와우... 팬들이 알면 정말 속상하겠네요.”

“왜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가 수트 한 벌이 없다는 걸 알면 어떻겠어요.”

“음... 글쎄요.”

“내 배우가 수트가 없어? 그럼 나라도 한 벌 사줘야겠다. 아마 이런 생각일 걸요?”

“혹시 오늘 인터뷰 언제 올라가죠?”

“다음 달 삼 일입니다. 갑자기 날짜는 왜요?”

“인별그램에 올리게요. ‘저 수트 안 보내주셔도 되요.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라고 게시물 올리게요.”


루드비히의 깜찍한 대답에 한새롬은 빵 터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수한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결국 한새롬은 그에게서 패션에 대해 더 캐묻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역시 배우는 배우네요.”

“배우가 배우죠.”

“연기를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배우님께 패션을 물어봤으니 흥미로운 대답이 나올 리가 없죠. 오늘 배우님을 만나면 정말 많이 물어보려고 정말 많은 질문을 준비해왔는데요.”

“왔는데요.”


자신의 마지막 말을 따라하는 모습조차 귀엽게 느껴졌다.

그것이 마법의 영향때문인 것도 모르고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다며 미소를 머금은 한새롬이다.


“이번만큼은 패션보단 해인 배우님의 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글을 써보고 싶어졌네요.”

“그래도 되요?”

“물론이죠. 제가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편집장님이?”

“노노. 절대 그럴 일 없을 걸요?”

“왜요?”

“편집장님 해인 배우님 광팬이거든요.”

“대신 감사하다고 전해주실 거죠?”

“물론이죠. 그럼 패션은 이만 접고 우리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좋아요. 그쪽은 저도 빠삭하니 최선을 다해 답해드릴게요.”


사진은 매거진에 쓸 만큼 이미 충분히 찍었다.

새롬은 ‘비록 기획을 수정해야겠지만 상관이 없다고, 차라리 작품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묻자’며 루드비히의 마법에 완전히 사로잡힌 것도 모른 채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스케줄로 이동하는 차 안.


“오늘 인터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재훈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경아도 마찬가지였다.


“해인 오빠 대답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 조렸는지. 그 에디터분이 그래도 꽉막힌 사람이 아니라 망정이지.”

“맞아. 해인아 넌 왜 그렇게 짧게 대답 한 거야.”

“내가 패션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그러지 않느냐.”

“뭐 그건 맞는 말이지만.”

“그리고 이 몸이 거짓말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에디터가 꾹 참았던 그 질문까지 했다면 아마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긴 하죠. 제가 요일별 준비해주는 게 맞기는 하죠.”


실제로 해인은 오늘은 뭐 입을까 고민하는 것이 귀찮아 요일별 스타일링은 경아에게 부탁해두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중엔 연기 활동 쪽으로 주제를 틀어서 다행이었지.”

“패션 에디턴데 그 정도 센스는 있어야죠.”


루드비히의 마법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두 사람은 어쨌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며 안심했다.

여러모로 인터뷰를 무사히(?) 마친 루드비히는 너튜브에 들어가 메이킹 영상의 댓글을 확인했다.

이은호의 발칙한 댓글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서교동 마법사. 서교동 마법사가 어디 있나~.’


한참을 내려서야 서교동 연금술사란 아이디를 찾을 수 있었다.


[서교동 연금술사 : 너희들 눈엔 저게 평범한 아바라 같지? 사실 저거 찐 포션임, 제작 과정 보니까 보통 실력이 아님. 윤해인 실은 마법사 아니고 찐연금술사가 확실함. 어떻게 아냐고? 궁금하면 내 아이디 봐라.]


황당한 내용의 댓글 때문일까?

좋아요도 0. 싫어요도 0.

황당무계한 내용에 아무도 그의 댓글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루드비히의 관심은 확실하게 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방을 차려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잘 됐네.’


마력은 보잘 것 없어도 나름 실력 있는 연금술사일지도 모른다.

그걸 알아내려면 좀 제대로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한 번 가봐야겠어.’


생각을 마친 루드비히가 재훈에게 말했다.


“형 아까 그 카페 말이다.”

“응. 거긴 왜?”

“커피 맛이 참 좋더구나.”


요즘 따라 다른 건 몰라도 커피 맛을 좀 따지는 해인 때문에, 카페 맛집을 동네 별로 조사를 하던 차였다.


“그래? 그럼 상암 쪽에 촬영 갈 때 한 번 들리지 뭐.”


루드비히의 말에 척이면 척이다.

눈치는 타고난 재훈은 카페 나른한 오후를 기억했고, 다음에 꼭 들려야겠다 생각했다.


*


계속되는 강행군에 모처럼 오전 스케줄이 없어 점심때까지 늦잠을 잔 혜성은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형!”

“어! 일어났어?”


혜성의 외침에 거실에 있던 강우진이 대답했다.

거실로 나온 혜성이 소파에 쓰러지며 말했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완전 배고프다. 우리 뭐 좀 먹자.”

“뭐 먹을까? 샐러드에 닭 가슴살?”

“나 완전 볼살 쏙 들어간 거 안 보여?”

“그러게. 요새 촬영이 빡세긴 했지.”


우진의 눈에도 혜성이 요 며칠 사이에 살이 더 빠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몸무게를 재보니 몸무게는 그대로.


“이상하네.”

“그러게. 일단 씻고 나와. 기가 허한 걸 수도 있으니까 오늘 몸보신 좀 하자.”


혜성에게 씻고 나오라며 말한 우진은 배달앱을 틀어 몸보신 할 만한 메뉴를 찾기 시작했다.

혜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으아악!”


욕실 안에서 혜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뭐야! 무슨 일인데!”


화들짝 놀란 우진이 폰을 집어던지며 욕실로 뛰어 들어갔고, 바닥에 주저앉은 혜성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거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어떤 나..남자가 내 뒤에 서있었어.”


작가의말

드디어 주말이네요.

늦잠 잘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네요.


오늘도 제 글을 봐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전 내일 연재시간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 한 번 눌러주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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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주도에서(4) +7 21.09.02 3,070 84 12쪽
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0 87 11쪽
29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4 85 12쪽
28 일성기획(3) +5 21.08.28 3,293 88 12쪽
27 일성기획(2) +7 21.08.26 3,322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299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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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첫 리딩(1) +4 21.08.21 3,714 113 13쪽
»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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