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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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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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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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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주도에서(1)

DUMMY

해인은 김오영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언젠간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 날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 PPL을 그런 방식으로 도입할 생각을 하신 거예요?”

“사실 정말 많은 작가나 피디들이 PPL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잖아요. 빼기엔 제작비 때문에 그럴 상황도 못 되고.”

“네. 저도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작가님들이 참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의 긍정일기 같은 경우는 아예 대놓고 일성전자의 가전제품들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용 웹드라마였지만, 초인대전 같은 경우는 PPL제품을 삽입하는 것이 여간 힘든 문제가 아니었다.

주인공들이 초인이라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한 탓이 컸다.

주먹으로 강철도 찌그러트리는 신체의 소유자한테 홍삼스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PL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장면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어찌됐던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대사에 집어넣어야하기도 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럴 바에야 아예 대놓고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봤죠.”

“와... 제가 많은 드라마를 봐온 건 아니지만 정말 충격적이더라고요.”


멜로가 알러지는 당시 대놓고 PPL을 설명하는 최초의 드라마였다.

김오영 작가의 파격적인 시도에 방송가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방송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것이 시청자의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오히려 흥미를 자극시켰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대사들이 어찌나 하나같이 주옥같던지. 정말 연기가 아니라 배우들의 일상을 담은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더 놀랐어요.”

“사실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만큼 재밌는 상황들은 없거든요. 특히나 방송가에서 일하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을 많이 겪고요. 그 중에서 이건 재밌겠다 싶은 사건들이나 상황들을 좀 녹여내니까 배우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실감나게 잘 하더라고요. 물론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지만요.”


김오영의 말처럼 멜로가 알러지가 호평 받는 이유는 단순히 PPL의 신박한 접목뿐만이 아니었다.

사이다가 난무하는 대신 일상에서 고구마 구간을 걷어낸 깔끔한 스토리.

특히나 인물 간의 톡톡 튀는 대사가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산 것이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손꼽았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차고 넘쳐서 저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 재밌게 봤었어요. 존경합니다. 작가님.”

“어머. 해인 씨 너무 훅 치고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그런 바람직한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심장이 너무 아프잖아요.”


해인의 적극적은 모습에 김오영 작가는 직업적 만족감은 최고를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황 대표와 재훈은 끼어들 틈을 기다리고 있는 그 때, 황 대표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김오영이 알아서 운을 떼줬다.


“그래서 그런데 해인 씨.”

“네. 작가님.”

“이거 한 번 봐줄 수 있어요?”


김오영이 가방에서 대본하나를 꺼내 건넸다.


<로맨스 패키지에 당첨됐어요>란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4부짜리 단막극이에요. 제주도 로케 촬영이라 시간 오래 잡아먹지도 않을 예정이라 마봉수 감독님 작품에도 지장 없을 거고요. 다른 배역들은 이미 캐스팅이 끝난 상태인데.”


김오영 작가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이야기일까 싶어 해인이 먼저 물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요, 작가님.”

“그게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원래 남주 역할에 캐스팅 되어 있던 배우가 있었는데, 촬영이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하차하겠다고 통보를 해버려서요. 다른 남자 배우들하고 컨택을 해봤는데 다들 스케줄이 힘들다고 해서 엄청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황 대표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셔가지고 이렇게 해인 씨랑 자리까지 만들게 되었네요. 미안해요. 기분 많이 상했죠?”


어렵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김오영의 표정엔 미안함이 한껏 배어 있었다.

한 마디로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이 깐 작품이 돌고 돌아 결국 해인에게 왔다는 것이다.

배우에게 캐스팅 순서란 생명과도 같은 자존심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매우 민감한 사안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해인이 여느 배우들과 같을까.

해인은 ‘그게 뭔 대수로운 일이라고’ 말하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대본을 펼쳤다.

그에겐 캐스팅 순서보다 대본의 내용이 더 중요했다.


‘어떤 이야기일까?’


해인은 빠르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대본 하나를 보는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을 만큼 1부의 내용은 흡입력이 강했다.


네 커플이 응모했던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되는 이야기.

각자의 사정을 안고 제주도로 떠나면서 여러 일들이 펼쳐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순식간에 대본을 다 읽은 해인이 눈을 반짝이며 황만복 대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저 이거 할래요.”


해인의 대답에 황만복 대표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김오영 작가는 살았다는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김 피디님! 하겠대요. 해인 씨가 승낙했다고요!”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김 피디라고 추정되는 여성의 환호성이 스피커를 뚫고 나왔다.


-해인 씨한테 사랑한다고 전해줘요!


격한 반응에 해인이 다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문득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를 찬 배우가 누군지 궁금해진 해인이 물었고.


“그런데 작가님. 이거 원래 누가 하기로 되어 있던 거였어요?”


예상치 못한 배우의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박해준이요.”


아무래도 박해준과는 지독하고 질긴 인연으로 엮인 듯했다.


*


김오영과 만남부터 옥빈관에서의 만족스런 식사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

해인은 오영으로부터 받은 네 권의 대본 중에서 벌써 3부를 읽는 중이었다.


언젠가는 로맨틱 코미디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박해준이 깐 작품으로 말이다.

운전을 하던 재훈이 물었다.


“해인아. 그런데 괜찮겠어?”

“뭐가?”

“영화 크랭크인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저승차사의 비밀>의 크랭크인까지 3주가 남은 상태에서 단막극까지 들어가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일정 조율을 해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인은 격하고 고개를 저으며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니. 너무 괜찮아. 마 감독님과는 황 대표님이 잘 해결해 주신다고 했잖아. 그리고 김오영 작가님도 마 감독님이랑 친분이 있어서 말씀 잘 드려보겠다고 했으니 잘 풀리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해준이 투입 될 배역의 장면부터 몰아서 찍으면 스케줄을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정은 어떻게든 조율하면 될 일인 거 잘 아는데 내가 걱정되는 건 너라고 이것아.”

“형이 누누이 말했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그건 맞는 말이지만. 그리고 박해준도 걸리고.”


하필이면 찝찝하게 박해준이 깐 배역을 맡았다는 것이 재훈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박해준의 영향력도 무시 못했지만, 그가 소속된 MJ엔터의 공민재 대표의 파워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박해준이 밥그릇을 뺏겼다고 샵에서 시비를 걸었는데. 이젠 그가 깐 배역까지 하겠다는 기사가 나오면 박해준 본인보다는 공민재 대표가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대표님 생각을 모르겠네.”

“에이. MJ엔터에 박해준만 있는 것도 아닌데 겨우 이런 일로 날을 세울까.”

“뭐. 대표님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정 안되면 내가 나서지 뭐.”


해인이 자신 있게 얘기하자 재훈이 그만 ‘풉’하고 터져버렸다.


“네가 뭐라고 나서. 우리 귀하신 배우님께선 연기에만 전념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뭘 몰라요. 내가 나서서 말 한마디만 딱 하면!”

“하면.”

“바로 상황 종료라는 걸 알아야지.”

“예예. 알겠으니까 우리 배우님께선 캐릭터 어떻게 잡을 지부터 고민해보시죠.”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서야. 속고만 사셨나.”


해인의 진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재훈이었지만, 박해준과 계속해서 엮이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해준아, 잠깐만. 해준아!”


매니저의 말을 무시하며 박해준은 MJ엔터 대표실 문을 노크도 없이 거칠게 열어 젖혔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공민재 대표는 갑작스런 해준의 방문에도 당황은커녕.


“네. 대표님 그럼 조만간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공민재는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얼굴로 박해준을 맞아주었다.


“어. 해준이 왔어?”

“대표님!”

“일단 진정하고 앉자.”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소식을 들은 듯하다.


“대표님. 아니 민재 형! 소식 들었지?”


평소엔 깍듯이 대표님이라며 호칭을 붙이던 해준도 이번만큼은 화가 잔뜩 오른 모양이다.

공민재 대표를 형이라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눈엣가시 같은 녀석 때문에 김화영 대표와도 한바탕 크게 말다툼을 한 뒤에 들은 소식이라 타격감은 더 했다.


“윤해인 김오영 작가 작품 땜빵 들어간 거?”

“그래. 그거. 어떻게 내가 깐 배역을 그 녀석이 맡은 거냐고.”

“해준아 우선 진정하고.”

“형,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진정하게 생겼어?”


공민재 대표는 속으로 참을 인을 새겼다.

이게 다 누가 상의도 없이 작품을 캔슬놔서 생긴 일인지 자각을 안 하려는 모양이다.


“알아보니까 그쪽에서도 너 다음으로 바로 윤해인을 찾아 간 게 아니더라고. 지금 쉬고 있다는 남자 배우들한테 전부 연락 돌리고 대본 돌리고. 돌리고 돌리다가 정 안 되서 맨 마지막에 윤해인한테 간 모양이더라. 그쪽 제작진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윤해인한테 갔겠어.”

“그래?”


자세한 속사정까진 못 들었는지 해준의 표정이 살짝 풀린 기색이 엿보였다.

누그러지려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다니까 그러네. 네가 자존심 상해할 부분이 전혀 없어. 오히려 다들 하는 소리가 윤해인이 땅에 떨어진 거 주워 먹은 상황이라고까지 한다니까.”

“벌써 그렇게 소문이 도는 거야?”


그런 소문이 돌기는 무슨.

대신 스케줄이 꽉 차서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윤해인을 어떻게 잡았냐며 ‘차라리 지는 별보단 뜨는 해가 나은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박해준은 그것도 모르고 비아냥거렸다.


“뭐. 사실 처음부터 별로였어. 나랑 캐릭터도 별로 안 어울리고. 그나마 형이 하자고 하도 졸라서 하려던 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박해준 급이 있지. 내가 단막극할 짬이야? 아무리 GBS꺼라고 해도. 단막극은 아니지. 안 그래?”


한동안 김화영 대표 그 여자한테 푹 빠져서는 한동안 작품 활동이 뜸했던 해준이다.

그런 그에게 화려한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작품이었다.

국장까지 만나가면서 밥상까지 다 차려놓았건만, 이런 공민재 대표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본인이라는 사실은 자각하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활동 시작하기에는 워밍업하기 딱 좋은 작품이었는데. 많이 아쉽네.”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까길 잘한 것 같아.”


단막극 하나 깠다고 박해준이란 배우의 생명에 데미지가 크게 오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가 머리가 아픈 이유는 오랫동안 탑에 올라 솟을 데로 솟아버린 해준의 기고만장함 때문이었다.


‘아이고, 두(頭)야.’


공민재는 기분이 풀린 해준을 보며, 그의 콧대를 어떻게 눌러줘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공민재 대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무리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자신과 소속 배우에게 여러모로 물을 먹인 해인과 GM엔터에 어떤 방법으로 경고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말

토요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알차게 집콕했습니다. ㅎㅎ

오늘도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 부탁드리고요.

저는 월욜일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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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저승차사의 비밀(1) +7 21.09.05 3,197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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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주도에서(4) +7 21.09.02 3,070 84 12쪽
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1 87 11쪽
»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5 85 12쪽
28 일성기획(3) +5 21.08.28 3,293 88 12쪽
27 일성기획(2) +7 21.08.26 3,322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299 87 12쪽
24 서교동 연금술사(1) +5 21.08.23 3,447 94 13쪽
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21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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