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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96,898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9.05 00:15
조회
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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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
12쪽

저승차사의 비밀(1)

DUMMY

“아니. 이 형은 또 뭘 찍어 올린 거야?”


혜성은 투덜거리면서도 우진이 시키는 건 다했다.

초인대전2의 모든 촬영이 끝나고 벌써 이틀이 지났다.

자체 휴식으로 이틀간 집에서 쉬고 있던 혜성이 해인의 이상한 짤을 보게 된 것은 전날의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점심이 좀 지나서는 우진이 해인의 인별그램에 올라온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고, 어쩌다보니 집에서 풀세팅 한 채였다.


“그만 투정부리고. 들어간다. 3, 2, 1. 큐!”


구도는 해인의 영상과 같은 혜성의 뒷모습으로 시작했다.


“초인대전2의 모든 촬영이 끝나고 강혜성은 어떻게 지낼까?”


우진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처럼 깔리자 혜성이 걸음을 옮겼다.

거실에서 베란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 그는 굳게 닫혀있는 베란다 문을 열고 난간에 다가갔다.

난간 밖으로는 서울의 전경이 펼쳐졌고 혜성은 말없이 빌딩숲 너머 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그리워하는 듯 애절한 눈빛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 같았다.

우진이 혜성의 옆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자 본능적으로 타이밍임을 직감한 혜성이 양손을 입가에 대며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묵은 체증을 담아 크게 외쳤다.


“저 다시 초인대전 촬영장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돌아가게 해주세요!

-가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혜성의 우렁찬 외침은 높은 빌딩들에 부딪혀 메아리쳤고, 더 이상 메아리가 들리지 않았을 때 혜성의 고개가 렌즈 쪽으로 돌아갔다.

연기에 대한 애절함이 렌즈를 뚫고 전해질만큼 간절한 눈빛으로.


한 박자 텀을 준 혜성은 미리 준비했던 멘트를 적은 A4용지를 들어 올렸다.

그 안엔 ‘Let me 챌린지 파이팅!’이란 문구를 중심으로 ‘초인대전2 대박 기원!’,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배우 강혜성이 되겠습니다.’, ‘이원 사람들 놀라게 어디 가서 마법 남발하지 마라.’ 등의 문구가 네 모서리 쪽에 적혀있었다.

이어서 혜성이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여러분. 초인대전2 많이 기대해주세요.”


끝으로 오른쪽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컷!”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우진의 컷 사인과 함께 혜성이 렌즈를 향해 상체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것도 마치 촬영이었다는 듯, 집 안쪽을 향해서도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렌즈가 집안을 비췄고, 거실은 텅 비어있었다.

촬영이 없고 집에서 쉬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은 혜성이 힘없이 축 어깨를 늘어트렸다.

실망한 얼굴로 소파 쪽으로 걸어간 혜성이 그대로 소파 위로 쓰러졌고, 쓸쓸하기까지 한 그 모습을 줌으로 땡기며 우진의 묵직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조용히 울려 퍼졌다.


“부디 언제나 연기에 목말라 있는 저 아이에게 휴식을 주지 마세요.”


*


혜성의 렛미 챌린지 영상을 본 해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 혜성이 왜 이래. 이렇게 진지하게 웃길 일이야?”

“강혜성이 완전 감동인데?”

“그러니까. 나중에 밥 한번 사야겠다.”

“이 정도면 옥빈관은 가야지. 그리고 혜성 씨 말고도 지우 씨, 은진 씨부터 해서 많이 동참해주고 있는데?”


시작은 강혜성, 전지우, 김은진 등 그와 함께 촬영을 했던 배우들이 해인의 렛미 챌린지에 동참하면서부터였다.

그렇게 시작된 렛미 챌린지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인플루언서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이를 본 일반인들까지 하나 둘 영상을 찍어 올리며 렛미 챌린지 붐을 일으켰다.

모든 일들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 기자들의 몫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 기사 써주신 분 저번에 인터뷰 했던 분 맞지?”

“그리고 이 분은 항상 내 기사 잘 써주시던 분이고.”

“이 분도 내 기사 긍정적으로 써주셨네.”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렛미 챌린지에 대한 기사들을 쓴 기자들 이름 모두 낯이 익었다.

재훈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재훈이 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런 건 속도전이지. 동료 배우들이 기름을 부어주는 데 옆에서 부채질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경아가 혀를 내두르며 고생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냈다.


“와... 이럴 때보면 오빠들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


불과 반나절도 안 되어 벌어진 쾌거였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해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대중들과 광고주들에게 증명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거봐. 내가 잘 될 거라고 했지?”


정말 예상한 흐름대로 이어지자, 의기양양한 해인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돌파구 없는 위기는 없는 법이지.”

“그래도 다행이다. 일이 이런 식으로 잘 풀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네.”

“이제 한시름 덜었으니 대표님한테 연락해봐.”

“알았어. 회사는 아마 축제 분위기일 거다.”


대표와 통화를 끝내고 돌아온 재훈은 한껏 밝아진 표정이었다.

해인의 예상대로였다.

재훈이 황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땐, 소속사는 수많은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광고를 비롯한 응원한다는 내용의 전화가 주를 이뤘다.

마음이 한껏 가벼워진 재훈이 말했다.


“이제 슬슬 촬영가야지?”


덩달아 미소를 머금은 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발 연기하게 해주세요. 고래고래 소리를 쳤으니 그 간절한 외침 지키러 가볼까?”


숙소를 나서는 해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


쾅!


“그러니까 대표님은 그런 쓸데없는 일을 벌여가지고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어요!”


씩씩 거리며 탁자를 내려친 박해준이 맞은편에 앉은 공민재를 향해 소리쳤다.

불과 라디오 스케줄이 끝날 때까진 완벽한 하루였다.

즐겁게 일하던 해준의 기분이 산산조각 난 것은 화보 촬영 쉬는 시간에 우연히 듣게 된 스태프의 대화때문이었다.


“윤해인 챌린지? 이게 뭐야?”

“렛미 챌린지라고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 뭐 그런 챌린지라던데.”

“그래?”


‘렛미 챌린지?’


그 얘기를 들은 해준은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할 필요도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떡하니 윤해인 챌린지가 올라가 있었다.

그것을 클릭해 들어가 보니 내용이 가관이었다.


‘뭘 하게 해달라고? 이 새끼 이거 완전 또라이네. 진짜.’


코믹한데 진지했다.

그 상반된 분위기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웃기 싫은데 실없는 웃음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젠장.’


영상은 윤해인 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이미 강혜성, 김은진, 채송아, 채중엽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부터 중견들까지 챌린지에 동참하며 좋은 취지를 전파하고 있었고, SNS상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영상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분명 자신도 찍어서 올릴 정도로 챌린지의 파급력이 상당했다.

윤해인 그 빌어먹을 놈이 시작한 것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실시간 검색어 대표님 작품이란 거 제가 모를 줄 아셨어요?”


공민재 대표의 일처리 스타일을 알고 있었던 해준은 곧 재계약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그가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어떤 액션을 취할까 기대하는 차에 갑작스럽게 생성되는 짤들의 홍수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실시간 검색어 차트의 상위권을 유지하는 검색어를 보며 단박에 공민재 대표의 작품이란 걸 알아차렸다.


뛸 듯이 기뻤던 감정이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곤두박질 쳐버리니 공민재 대표의 능력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건가?’


분명한 건 꽤 오랜 시간 이 바닥에 군림해온 그의 입김은 이제 예전만 못한단 사실이다.

약육강식 같은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

본인의 능력과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소속사.

오랜 시간 함께하다보니 훌쩍 커버린 해준의 눈에 울타리가 높은지 낮은지, 튼튼한지 허술한지 익숙함에 미처 보이지 않던 것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해준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대표님이 그냥 내버려뒀으면 윤해인이 챌린지다 뭐다 일 벌일 일은 없었을 거 아니에요.”


윤해인 이미지 좀 깎아내려다 도리어 올려준 우스운 꼴이 되었다.

공민재 대표도 해준만큼이나 짜증이 치밀었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 줄은 그 역시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계약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


역시나.

능구렁이 같은 해준이 계약 얘기를 기어코 꺼내고 말았다.

아직까진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그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을 만회할 한 방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 우리 해준이 기분 상하게 만든 녀석을 가만히 둘 수는 없지.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다 알아서 해결 할 게.”


해준 역시 한 번의 실수로 관계를 정리하기에 함께한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알았어요. 대표님께서 어떻게 하시는지 보고 그 때가서 다시 재계약 문제를 논의해보죠.”

“그래. 그 때 가서 차분하게 다시 얘기해보자.”


공민재 대표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생각했다.


‘네 놈 대체할 녀석만 빨리 키우면 그 땐 내 손으로 직접 버려줄게. 그리고 윤해인.... 황 대표.... 그래. 차라리 황 대표를 손대는 게 낫겠어.’


공민재 대표의 악의가 윤해인에게서 GM엔터로 타깃이 변경된 순간이었다.


*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꽤나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낸 해인은 덕분에 <로맨스 패키지에 당첨됐습니다>의 촬영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3주간의 짧지만 굵었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해인을 기다리고 있는 건 기대하고 고대하던 마봉수 감독의 <저승차사의 비밀>의 크랭크인이었다.


여느 작품들처럼 저승차사의 비밀 또한 첫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성공을 기원하는 의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작품입니다. 천만은 도둑놈 심보라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소박하게 구백구십만 관객만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봉수 감독이 복스런 미소를 머금은 돼지머리를 향해 절을 올렸다.

그러자 프로듀서 김지훈가 슬쩍 해인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우스갯소리로 한 마디 했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시면 마 감독님께서도 우리 윤해인 배우님처럼 렛미 챌린지 동참하는 건 어떠세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여기서도 렛미 챌린지 얘기라니.

10일 가까이 지났지만, 렛미 챌린지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어느새 유행처럼 전국으로 번진 것도 모자라 해외로까지 옮겨 붙어버렸다.

게다가 여러 패러디 버전도 나오며 챌린지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었다.

김지훈 프로듀서가 말을 이어나갔다.


“관객수 구백구십만만 넘어가게 해주세요! 하고 간절히 외쳐주십쇼. 영상은 우리 카메라감독님께서 제대로 뽑아주실 테니까. 그렇죠, 카메라 감독님?”

“하하. 감독님만 찍겠다고 하시면 우리 막내가 드론까지 써서 찍어줄 겁니다. 하하하.”


지훈과 카메라 감독이 농담을 농담으로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없던 마봉수 감독이 진지한 얼굴로 카메라 감독에게 말했다.


“여긴 실내니까 드론은 위험하고 차라리 지미집 어때?”


농담을 진담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마봉수 감독이었다.

마 감독의 예상 밖의 반응에 모두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가 웃고 있는 그 때, 한 사람만이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챌린지도 좋고 다 좋은데... 저승차사는 언제 보여줄까?’


초인대전2에서 도깨비로 재미를 쏠쏠하게 본 해인은 오늘도 조용히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마법으로 저승사자의 환영을 보여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작가의말

토요일 잘 보내셨나요.

오늘도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그럼 전 내일 저녁에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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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저승차사의 비밀(4) +4 21.09.09 2,770 85 12쪽
36 저승차사의 비밀(3) +6 21.09.08 2,832 76 13쪽
35 저승차사의 비밀(2) +7 21.09.07 2,916 80 13쪽
» 저승차사의 비밀(1) +7 21.09.05 3,197 85 12쪽
33 제주도에서(5) +8 21.09.04 3,063 91 14쪽
32 제주도에서(4) +7 21.09.02 3,070 84 12쪽
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0 87 11쪽
29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4 85 12쪽
28 일성기획(3) +5 21.08.28 3,293 88 12쪽
27 일성기획(2) +7 21.08.26 3,322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299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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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21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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