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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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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87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9.2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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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2쪽

영양제라도 탄 거야?

DUMMY

“어때요?”


김오영 작가는 못 참겠는지 긴장한 눈빛으로 대본을 보고 있는 해인에게 물었다.

해인은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쉽게 대답하지 않고 대본에 집중했다.

잠시 후, 2부 대본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해인이 대본을 덮으며 표지의 제목을 봤다.


<사랑이 올까요?>


여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여느 로코물과 비교해서 특별히 차별점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김오영 작가 특유의 감성과 톡톡 튀는 대사들만으로도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기엔 충분했다.

특히 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선은 활자를 통해서도 표현되고 있었으니, 그만큼 캐릭터들의 완성도가 탄탄하다는 뜻이었다.

이제 관건은 이를 연기로 옮기는 배우에게 달렸다는 것.


해인이 대본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김오영 작가와 눈을 마주쳤다.

긴장한 낯빛을 보니 어지간히도 똥줄이 타는 모양이다.

그녀의 눈빛은 당장 대본을 본 소감을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듯 했다.


“좋은데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후우... 엄청 쫄았잖아요. 해인 씨.”


해인의 긍정적인 대답에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는 김오영 작가다.

한시름 던 그녀는 조금 편안해진 얼굴로 물었다.


“어때요? 할래요? 아니다. 그냥 나랑 이거 해요. 네?”


오영의 질문에 옆에 있던 재훈과 황만복 대표의 시선도 해인에게 향했다.

두 사람은 해인이 오영 작가의 작품을 하던 안 하던 상관없었지만, 가급적 하길 원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비교적 장르물에 치우쳐진 그의 커리어에 제대로 된 로코물 하나 추가될 적기라 판단한 것이다.

대중성은 이미 단막극 <로맨스 패키지에 당첨됐습니다>로 증명되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저승차사의 후시녹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영향을 줄 정도의 스케줄은 아니었다.

해인이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님. 오히려 제가 하고 싶다고 부탁드리고 싶은 데요?”

“하아.... 해인 씨도 진짜. 왜 이렇게 뜸 들여요.”

“저 정도면 거의 바로 대답한 거 아니에요?”

“그래도요! 난 또 안 한다고 할까봐 얼마나 마음 졸였다고요.”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해인의 입에서 하겠다는 대답이 나오자 재훈과 황만복 대표도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다.

김오영 작가는 엔터 업계에서도 눈 여겨 보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나희정과 같은 거목이 될 만한 걸출한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그녀와 제대로 된 인연을 맺어두려는 엔터 관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황 대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케이, 됐어!’


일전에 그녀에게 지웠던 빚은 이걸로 되돌려 받았다.

이제 <사랑이 올까요?>로 굳히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해인은 물론 GM엔터는 ‘김오영’이란 컨텐츠 제조기의 든든한 우군을 얻는 셈.

이쯤에서 황만복 대표가 나설 차례였다.


“그럼 김 작가님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저와 나누실까요?”


GM엔터엔 윤해인 외에도 미래가 기대되는 파릇파릇한 새싹은 많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해인이 낙점되었으니, 그 외의 비중 있는 조연을 따내는 건 온전히 황 대표의 능력에 달렸다.


오영이 황 대표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해인이 물었다.


“그런데 작가님.”

“네?”

“혹시 나희정 작가님이랑 친분이 있으신가요?”


해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오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얼마 전에 작가 모임에 갔다가 희정 누나랑 친해졌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희정 누나랑 친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누나가 말해준 거예요?”


해인이 고개를 저었다.

근래에 저승차사의 촬영으로 정신이 없어 나 작가와 연락을 하지 못했다.

다만.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그냥 감이랄까?”


어째서인지 저번에 보지 못한, 하지만 낯이 익은 어떤 존재가 김오영 작가의 어깨 위에 앉아있었다.


‘나 작가의 도깨비가 친구를 불러들인 건가?’


나희정 작가의 도깨비와 비슷한 외견에 검지 손가락만한 사이즈였다.

이야기보따리의 축복이 이젠 김오영 작가와도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그녀가 스스로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는 한, 손가락 끝에서 펼쳐질 이야기는 고갈 될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나중에 희정 누나랑 셋이서 밥 한 번 먹어요. 누나도 해인 씨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저야 좋죠.”


그때 둘의 대화에 황 대표가 눈치껏 끼어들었다.


“하하. 해인아 나 작가님이랑 김 작가님이랑 밥 먹을 때 내가 준 법카로 가격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대접해드려. 알았지?”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잡는 황만복 대표였다.


*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았던 이가 없습니다. 그 모두를 지키고 싶었던 못난 나를 어리석다 하지 마세요. 그것이 나 백운의 선택입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하세요.”


해인의 담담한 독백이 마이크를 통해 스튜디오 안에 울려 퍼졌다.

<저승차사의 비밀>의 후시녹음 중이었다.


“감독님 어때요?”

-좋아. 한 번 들어볼래?

“네.”


헤드폰을 통해 해인은 자신의 독백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번이고 읽고 직접 녹음해 들었던 내용이지만, 오늘 따라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모두를 지켰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배신을 당해 죽음을 맞이한 루드비히와 다르게, 백운은 지키고자 했던 모두를 지키며 본인 스스로가 결정한 엔딩을 맞이했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다른 결말에 도달한 두 인물.


‘부럽군.’


해인은 과거 백운과 같은 뜻깊은 죽음을 바랬다.


‘그래도 배은망덕한 황제만 빼면 나름 의미 있는 삶이었지.’


그렇다고 하여 지금의 삶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늘도 그의 노고를 알고 치하하는 의미로 윤해인이란 새 삶을 부여한 것이리라.

불만보다는 만족스런 삶이다.


-그럼 다음 생은 부디 우리 모두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


백운과 달리 웃는 얼굴로 만날 놈들이 없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건 그거고 녹음은 녹음이다.


‘이도 저도 아닌 맹탕 같네.’


잡생각이 많으니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이를 모를 마 감독이 아닐 터.

그는 해인이 준비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해인이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감독님 다시 한 번 갈까요?”


해인이 제 페이스를 찾은 것 같자 마 감독도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영화 촬영 등 중요한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약간의 여유가 생긴 해인은 응원차 혜성을 보러가는 길이었다.


“커피차 보냈다고 했지?”

“응. 아침부터 고생하고 계실 걸?”

“가서 인증샷 남기면 되겠다.”


응원에 필수가 된 커피차다.

하지만 오늘 해인이 부른 커피차는 좀 특별했다.


잠시 후, 혜성이 주인공으로 들어간 영화 <알콩달콩>의 촬영장에 도착한 해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커피차로 걸음을 옮겼다.

커피차 앞엔 꽤 많은 사람들이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주문하신 아바라입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음료를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사장님!”

“오. 해인 씨.”


카페 나른한 오후의 주인 이은호였다.

해인의 부탁으로 하루

느닷없는 해인의 등장에 주변의 스태프들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몇몇 스태프는 세트장 안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해인이 은호에게 물었다.


“많이 바쁘세요?”

“보시다시피 정신이 없네요.”

“그럼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야 감사하죠.”


기다렸다는 듯 해인은 두 팔을 걷고 커피차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재훈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오히려 해인이 정말 안으로 들어올지 몰랐던 은호가 당황한 눈치.


“정말 도와주시려고요?”


하지만 그의 손은 해인에게 앞치마를 건네고 있었다.

은호에게 앞치마를 건네받은 해인이 대답했다.


“어차피 혜성이 응원도 할 겸 사장님 도와주러 온 거였어요.”


재료들의 위치를 파악한 해인이 조용히 물었다.


“물약은요?”

“아직요. 아무래도 혼자서는 불안해서 해인 씨 오면 시작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죠.”


해인이 은호에게 커피차를 부탁했던 이유는 그가 만든 주홍 물약을 음료에 섞어 성능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

은호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해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 하셨어요. 그럼 시작하죠. 물약은... 여기 있네요.”

“바로 알아보시네요.”


주홍물약은 시럽들 사이에 비치되어 일반인들 눈에는 영락없는 시럽이었다.

준비를 마친 해인이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떤 음료로 드릴까요?”


곧, 해인의 등장 소식에 세트장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그 무리 안에는 혜성도 끼어있었다.


“형!”

“어. 왔어?”

“여기서 뭐해?”

“뭐하긴 커피 뽑지. 뭐 마실래?”

“난 얼죽아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부탁드립니다.”

“네. 손님 바로 뽑아 드리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해인은 능숙한 솜씨로 샷을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성은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는지 폰을 꺼내 해인이 나오게 셀카를 찍으며 물었다.


“이거 인별그램에 올려도 돼?”


해인이 재훈을 슬쩍 쳐다보자 ‘괜찮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막 나갈 거 같이 하면서도 이럴 때 재훈의 눈치를 보는 해인이 웃긴 혜성이다.

음료를 건네받은 혜성이 재훈에게 말했다.


“재훈이 형 나 해인이 형이랑 사진 찍은 거 좀 올릴 게!”

“그래. 알았다. 대신 이상하게 나온 건 안 된다.”

“저 얼굴로 어떻게 이상하게 나와!”


그렇게 말하곤 바로 인별그램에 해인과 함께 나온 사진을 올렸고,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해인 형과 형이 직접 내려준 아아.

형 잘 마실게.

#영화#알콩달콩#촬영#커피차#윤해인#응원#고마워#얼죽아#빛깔죽이고#오늘따라유독맛있다#고마워#이원


혜성의 인별그램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해인의 모습에 팬들은 좋아요로 화답했다.

사진은 업로드 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천단 위를 찍는가 싶더니 일분이 채 넘기 전에 만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오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별스타다운 면모였다.

그러나 해인은 사진이 좋아요가 만을 넘는 것보다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어때?”

“아아맛이 그냥 아아맛이지.”

“그거 말고. 마시고 나니까 막 기운이 솟아난다거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던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해인의 말을 듣고 보니, 촬영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쌓였던 피로 왠지 풀리는 느낌이다.


“형.”

“응. 어때?”

“여기다 뭐 영양제라도 따로 탄 거야?”

“왜? 뭔가 반응이 오는 거 같아?”


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웠던 몸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고, 뻑뻑했던 눈도 촉촉해졌다.

무엇보다 몽롱했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것이 전반적으로 쳐졌던 컨디션이 개선되는 기분이다.

그간 각성 효과 때문에 커피를 마셨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랄까.


“정신 좀 차리라고 비타민 좀 넣었지.”

“어쩐지. 정신이 번쩍 나더라니.”


혜성이 느낌은 정확했다.

마력안으로 혜성의 몸을 살핀 해인은 주홍물약이 소량으로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성공이에요.”


해인의 입에서 결과가 나오자 은호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방방 뛸 뻔했지만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성공의 축배는 카페에 돌아가서 터트려도 늦지 않았다.

물약의 무궁무진한 활용도의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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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예능 출연(2) +4 21.09.14 2,436 67 13쪽
40 예능 출연(1) +5 21.09.12 2,670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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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저승차사의 비밀(5) +5 21.09.11 2,654 7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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