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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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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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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8.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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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글자
12쪽

일성기획(2)

DUMMY

대한민국 최고의 광고회사라고 하면 단연 일성기획을 떠올린다.

셀 수 없이 많은 마케팅 회사가 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단 하나의 회사.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대부분의 광고가 일성기획의 작품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성그룹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성장할 수 있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꼽자면 바로 김화영 대표이사였다.


날카로운 눈매에 숏컷이 인상 깊은 그녀의 등장에 촬영장은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간혹 손수 챙겨야 할 만큼 중요한 브랜드의 촬영이라면 모를까, 오늘 진행하는 화보촬영은 그녀가 신경 쓸 만큼 대단한 패션브랜드는 아니었다.

일성모직이 인수한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촬영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이번 코모스 F/W 디자인이 잘 빠진 것도 있지만 모델이 워낙 훌륭하게 의상을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코모스는 일성모직에서 올 하반기 주력으로 삼은 브랜드라 신경을 써야 해요. 빈틈없이 진행해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일성모직이 속해있는 일성물산은 일성가의 장남 이재웅이 대표로 있는 곳이다.

차기 부회장 자리를 두고 형제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작은 흠도 용납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풍기는 아우라에 담당 팀장부터 포토그래퍼까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사실 그녀가 방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윤해인때문이었다.


‘분장실 안에 있는 건가? 안되겠군. 다음 스케줄을 살짝 미루더라도 어떤 사람인지 좀 봐둬야겠어.’


근래 일성과 관계된 광고에서 해인의 얼굴이 자주 보였다.

게다가 귀여운 조카가 고른 남자라고 하니,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촬영장을 스윽- 둘러보니 보고자 하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조카님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실까.’


비서에게 시켜 의자까지 대령시킨 그녀는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


해인이 밖으로 나오자 역시나 촬영장의 공기가 달라져있었다.

다들 아닌 척 웃고는 있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해인은 제 발로 김화영에게 다가갔다.


‘어느 세상이건 귀족들은 먼저 굽히는 걸 좋아하지.’


그 역시 콧대 높은 귀족이었기에 계급의 생리를 꿰뚫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윤해인입니다.”


도도하게 앉아있던 김화영이 그제야 해인을 쳐다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해인의 예상대로였다.

해인이 숙이고 들어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화영도 해인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그녀는 눈에 보이진 않으나 확실히 존재하는 서열을 즐기는 부류였다.


“반가워요. 일성기획의 김화영이라고 해요. 요즘 가장 핫한 배우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소문이 실물보다 못하는 거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대단하게 핫 하지도 않습니다.”

“겸손도 있으시고. 그 아이의 눈에 띈 데엔 이유가 있겠죠.”

“그 아이라면?”

“아아. 혼잣말이랍니다.”


해인은 그 아이가 김우리 팀장을 지칭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젠 나도 모르게 기억 읽는 게 습관이 돼 버렸네.’


타인과의 접촉으로 기억을 하도 읽으니 이젠 습관적으로 기억을 읽게 되는 해인이다.

실보단 득이 많았던 탓에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엿보는 게 아닌가 싶다.

화영의 기억을 읽은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김우리 팀장을 보았다.


‘나랑 김우리 팀장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김화영이 가진 의문과 호기심, 오해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방문목적이 자신이었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김화영이 김우리조차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


‘하여튼 이쪽 세상이나 저쪽 세상이나 있는 것들이 더 호들갑이라니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조카일지라도 절대로 봐 줄 생각이 없는 김화영의 승부욕에 해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렇게 얼굴이라도 봤으니 전 이만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화보 기대할 게요.”

“네. 열심히 찍어보겠습니다.”


목적을 달성한 김화영은 다음을 기약하며 비서와 함께 촬영장을 떠났다.

차가 출발한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모두가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녀의 존재감에 다들 짓눌렸던 모양이다.

촬영에 방해물이 사라졌으니, 파이팅 있게 촬영 재개를 제안한 해인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에 텐션을 다시 다운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럼 쉴 만큼 쉬었으니 촬영 시작할까요?”

“해인 씨 미안. 우리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십분 만 쉬면 안 될까? 진이 다 빠져서.”


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이 기가 빨린 표정이다.


“하하. 네. 저야 더 쉬면 좋죠.”


어떻게 같은 핏줄인데 사람이 이렇게나 다를까 싶다.

얽히면 피곤한 스타일 같으니 되도록 피해가는 게 상책일 듯싶다.

우연으로라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면.


‘최면이라도 걸지 뭐.’


해인에겐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의 권력보다 더 위대한 마법이 있었다.


*


늦게까지 야근을 한 김우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집보단 공원 같은 느낌이 강했다.

입구부터 차를 타고 10분 정도 더 들어가야 도착하는 저택이 이럴 땐 참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 시간이면 이미 욕탕에 지지고 있을 텐데.’


그런 배부른 푸념을 늘어놓으며 집안으로 들어서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그녀를 반겼다.


“우리 조카 왔니?”

“고모?”

“우리 손녀는 오늘도 퇴근이 늦구나.”

“일하다 보면 뭐 그렇죠.”


김화영이 김건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다.

김우리가 자연스럽게 김화영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고모. 이 시간엔 어쩐 일이세요?”

“호호. 우리 아빠 보고 싶어서 왔지.”

“이 녀석은 그 나이 먹고 아빠가 뭐냐. 아버지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에이. 난 백발노인이 되도 아빠한테 아빠라고 할 건데?”


밖에선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카리스마 대표라고 불려도 김건의 앞에선 애교 많은 둘째 딸에 불과했다.


“겸사겸사 오랜만에 우리 조카 얼굴도 보고.”

“잘 오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매일 늦어서 할아버지께서 적적해하셨거든요.”

“어머 얘는. 아빠가 설마 너 없다고 적적해 하시겠니. 집에만 계셔도 아마 우리보다 바쁘면 바빴지 덜하진 않으실 거다.”


그가 내리는 수많은 결정에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의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더 나아가 그 직원들의 가족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일성그룹을 운영하는 것은 가히 하나의 왕국을 통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아빠 걱정 말고, 너 스스로나 신경 쓰라는 뜻이었다.

김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랑 이야기 더 나누다 가세요. 전 올라가 볼게요.”

“우리 조카 늦게까지 일하느라 피곤하겠다. 얼른 가서 쉬어.”

“우리야. 또 일하지 말고 쉬려무나.”

“네. 할아버지. 그럼 창립기념일에 봬요.”


방에 올라가기 전 주방에 들른 우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조금 전 마주쳤던 화영의 눈빛 때문이었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언제 봐도 그녀의 살벌한 눈빛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적당히 빠지라는 무언의 신호까지.


“으...”


그때 화영이 주방에 들어왔다.


“우리 조카 춥니? 왜 몸을 부르르 떨어.”

“순간 오싹해서. 그런데 할아버지랑 이야기 더 안 나누세요?”

“오랜만에 아빠랑 분위기 있게 와인 한잔 하려고.”


그러더니 화영은 와인냉장고 앞에서 유심히 와인을 고르기 시작했다.

둘만 있는 주방이 어색해서 자리를 비키려는데 화영이 우리를 불렀다.


“그런데 우리야.”

“네. 고모.”

“네 취향이 윤해인 같은 스타일이었니?”

“네? 설마 고모가 말한 윤해인이 배우 윤해인은 아니죠?”

“우리나라에 이름만 대서 알만한 윤해인이 그 윤해인 밖에 더 있겠니?”


우리는 화영의 입에서 뜬금없이 윤해인 세 글자가 나오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 이름은 언급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취향이라니.


“고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내가 박해준 앉힌 그 자리에 네가 떡하니 윤해인을 앉히길래. 윤해인 같은 스타일 좋아하는 건가 싶었지. 아니면 이미 둘이 비밀 연애라도 하는 건가?”

“아니에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우리끼리 있는데 내숭은. 숨기지 않아도 돼. 내가 고작 그런 일로 너한테 화내겠니?”


소유욕이 강한 그녀의 성격상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했다고 느꼈을 수도.

우리의 머리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동안 화영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네가 왜 윤해인을 골랐는지 알겠더라.”


김우리의 미간이 굳었다.


“너랑 아빠가 하도 관심을 보이길래 나도 실물 궁금해서.”


윤해인 실물 한번 보겠다고, 브랜드 화보 모델로 계약했다는 소리에 김우리는 속으로 기함을 내질렀다.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만약 자신이 윤해인에게 이 이상 관심을 보인다면, 아마 여기서 뭔가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아보였다.

그런 불상사만은 피해야만 했다.


“고모도 아시잖아요. 요즘 가장 핫한 배우라는 거.”

“진짜 그 이유 때문이야?”


김우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짜로 고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저랑 해인 씨는 정말 일적인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호호. 그래?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 하는 얘긴데. 이제부터 내가 관심을 좀 가져도 되겠지?”

“네? 그게 무슨?”

“그 남자. 다른 녀석들이랑 다르게 내 눈을 전혀 피하지 않더라고.”


김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이야기가 다른 식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


늦은 오후.

해인은 급하게 잡힌 저녁 스케줄 때문에 헤어메이크업 샵에 들렀다.

매일 새벽같이 들렀던 것과 다르게 대낮에 들르자 또 느낌이 색달랐다

특히나 이미 예약이 풀로 잡혀있던 실장들을 기다리는 묘미란.


“어머. 윤해인이다.”

“이 샵 다닌다고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와... 실물이 훨씬 낫다.”

“이렇게 보니까 카메라가 실물을 못 담는 거였네.”


마치 동물원의 동물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조용히 잡지를 보고 있던 해인의 옆으로 재훈이 미안하단 표정으로 서있었다.


“해인아. 미안. 금방 자리 난다고 하니까. 좀만 기다려.”

“괜찮아. 어차피 우리가 예약 중간 틈에 끼어든 거니까. 난 맨날 텅텅 비었을 때만 봤지. 지금처럼 풀로 찬 거 처음 봤는데. 와.. 우리 샵 잘나가는 곳이었네.”

“여기 다니는 연예인들이 좀 많냐. 게다가 우리 실장님들이 실력이 하도 좋아서 여기 왔다가 결국 다들 여기로 아예 옮겨버리잖아.”

“나처럼?”

“그래. 그런데 나도 솔직히 너랑 새벽에만 와봐서 몰랐는데. 낮엔 진짜 손님 많구나.”


예전에나 헤어 메이크업이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지, 요즘 같은 시대엔 일반인들이 헤어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전문적인 케어를 받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풍경이 아니었다.

그렇게 샵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그 때.

스탭 한 명이 다가와 드디어 ‘자리가 났다’며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


“여깁니다.”

“고맙습니다.”


스탭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룸은 1인실이 아닌 2인실이었다.

그리고 이미 누군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해인과 재훈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처음 뵙겠습니다. 윤해인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그가 눈을 떴다.

그가 거울로 해인의 얼굴을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이렇게 보게 되네요. 반가워요. 박해준이에요.”


일성전자의 전(前) 광고 모델과 현(現) 모델의 불편한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 부탁드려요.

그럼 전 내일 이 시간에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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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1 87 11쪽
29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5 85 12쪽
28 일성기획(3) +5 21.08.28 3,293 88 12쪽
» 일성기획(2) +7 21.08.26 3,323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299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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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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