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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96,905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8.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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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
12쪽

서교동 연금술사(2)

DUMMY

‘걸려들었군.’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카페 사장은 한 눈에 보아도 어리숙해보였다.

커피와 음료에 대한 질문으로 혼을 쏙 빼놓은 후, 자연스럽게 던진 유도질문에 아니나 다를까 걸려든 것이다.

동공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사정없이 흔들렸고,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는 마치 들켜선 안 될 비밀을 들킨 것처럼 보였다.


“반가워요. 서교동 연금술사님.”

“도대체 원하는 게 무엇이죠?”

“댓글을 먼저 다신 분이 사장님 아니셨어요?”

“그건 맞지만. 절 만나고 싶어 하셨던 것도 사장님이셨잖아요. 일단은 보는 눈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행동하시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그들 주위로 방음막을 친 후였다.

일종의 눈 가리고 아웅이랄까.

이은호는 루드비히가 친 방음막의 존재를 모르는 듯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그것으로 견적은 이미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초짜 중에서도 초짜군.’


이 세계의 연금술사를 만날 생각에 들떴는데, 대화도 수준이 맞아야 통하는 법이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것 같다.

아니면 이 세계의 능력자들의 수준이 그와 비슷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루드비히가 그를 도와주는 척하며 물었다.


“절 왜 만나고 싶어 하셨죠?”

“당신이 진짜로 저와 같은 연금술사인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걸 왜 알고 싶으셨는데요?”

“그 전에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연금술을 쓸 수 있으신가요?”


그의 눈빛에서 의미모를 간절함을 본 루드비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적인 연금술사는 아니었지만, 연금술을 일정 수준 다룰 줄 알았으니 거짓말은 한 것을 아니었다.

게다가 눈앞의 이은호보단 조예가 깊었으면 깊었지, 결코 그보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루드비히의 대답에 은호가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누구로부터 사사 받았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그건 실례가 되는 질문인 것 같네요.”

“역시 그렇겠죠?”


루드비히는 계속해서 딴 소리만 하는 은호가 지겨워질 참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무엇 때문에 절 찾으신 거죠?”


웃으며 말했지만, 의지가 담긴 언령은 은호를 사방에서 짓눌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위압감에 은호는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요?”

“혹시 잠시 시간 괜찮을까요?”


시간은 보니 이벤트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장소를 옮겨야 하는 건가요?”


은호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바로 이 밑입니다.”

“그럼 말하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루드비히는 바로 재훈에게 다가가 잠시 지하실 구경 좀 하고 오겠다고 하였다.

재훈은 무슨 지하실 구경이냐면서 뭐라고 했지만, 구구절절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루드비히는 다소 거친 방법을 택했다.


-오래 안 걸려. 금방 다녀올 게.

“어. 알았어.”


최면에 걸린 재훈은 그대로 승낙했고 루드비히는 바로 은호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


고목으로 만든 문을 통과하자 오래된 연구실이 나타났다.

남아있는 흔적은 한눈에 보기에도 꽤나 연식이 깊어보였다.


“여긴?”


루드비히의 물음에 은호가 답했다.


“과거 제 선조들께서 연금술을 수련하셨던 곳입니다.”

“역시.”


판테아 시절 루드비히의 연구실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오래된 서책냄새, 포션을 연구하던 도구들을 보니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루드비히는 연구실 차분하게 연구실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한쪽 벽면이 통째로 서랍장이 있는 것이 특이해 열어보니, 각각의 서랍 안에는 포션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앞에 있는 탁자 위에는 그로써도 처음 보는 도구들로 다양했다.

그 도구들은 루드비히의 호기심을 깨우는데 충분했고, 은호에게 각각 어떤 용도인지, 이름은 무엇이지 등등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다행히 은호의 지식수준은 그의 호기심을 채워줄 정도로 충분했다.

어떤 용도이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재료와 어떤 재료가 만나면 어떤 효력을 볼 수 있는지 등등 맛보기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은호가 그를 요청한 이유는 따로 있는 듯 보였다.

그가 도구만 만지고 있자,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발을 동동 구르던 은호가 말했다.


“해인 씨.”

“네?”

“혹시 책에는 관심 없으신가요?”

“책이요?”


마지막으로 루드비히의 시선을 강탈한 곳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책장이었다.

서랍장들과 마찬가지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서책들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도구들도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책만 한 것이 없었다.

루드비히가 무슨 소리하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당연히 관심있죠.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


루드비히는 습관적으로 책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서책들의 내용이 궁금했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한가득 기대감을 안고 아무거나 하나 꺼내 펼쳤다.


“!?”


안에 내용을 본 루드비히의 동공이 커졌다.

그의 옆에 선 은호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인 씨도 모르겠죠? 혹시나 해인 씨가 그 글씨를 읽을 수 있나 해서 만나고 싶었던 거예요. 선조 때부터 가보로 물려받은 책들인데 안에 담긴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도통 해석할 길이 없더라고요. 아주 오랜 예전에 선조께서 쓰시던 문자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은호의 생각과 달리 루드비히는 서책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쓰여 있는 글자의 정체까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이건 판테아 대륙의 공용어잖아?’


해인으로 눈을 뜨기 전 한평생 사용해왔던 판테아 대륙의 공용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문자가 ‘왜 이곳에서 발견되었느냐’였다.

루드비히의 눈이 빨라졌다.

서책의 내용을 훑어보니, 기초연금술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루드비히는 곧바로 다른 책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중급연금술에 관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다른 책의 내용은?

역시나 연금술에 관한 내용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판테아 대륙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재료를 이곳의 것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설마... 판테아 대륙의 연금술사가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것인가? 누구지? 혹시 이름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서책을 아무리 뒤져도 저자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럼 환생인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환생이란 가능성도 있었다.

자신만 보더라도 죽었는데 윤해인의 몸으로 다시 눈을 뜨지 않았는가.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안의 내용을 보니 당시 집필을 한 연금술사의 수준이 예사수준이 아니었다.

고급 연금술서를 보면 마법진까지 더해져 웬만큼 조예가 깊지 않으면 알아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정교하며 동시에 복잡했다.

마치 미로처럼 말이다.

루드비히가 물었다.


“혹시 가족 중에 연금술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또 없나요?”

“네. 지금은 저 혼자입니다.”

“어째서요?”

“아시다시피 연금술은 특별한 체질을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선조 때부터 전해지고는 있지만 지금은 제가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형편이랍니다. 다들 재능을 물려받지 못했거든요.”

“사장님만 재능을 물려받은 거군요.”


지금은 이들 가족한테도 연금술은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어렸을 적 우연히 찾은 이곳 지하에서 연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은호 또한 여전히 그저 전설로만 알고 있을 터다.


“누구한테 연금술을 배운 거죠?”

“전 누구한테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인 씨의 스승이 누군지 물어봤던 거구요.”

“그럼 어떻게 터득 한 거죠?”

“책장의 책들이 전부 알 수 없는 문자로 되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알아보기 쉽게 한글로 된 것도 있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나자 은호를 바라보는 루드비히의 눈빛이 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형편없는 수준이 이해가 되었다.

눈부신 재능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탐구하려는 의지를 높게 사고 싶었다.


“사장님 끈기가 대단하시네요.”

“원래 손으로 뭘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제 적성에 맞았던 거죠. 덕분에 간단한 회복물약 정도는 눈감고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읽고 수련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마스터 했는데 더 이상 보고 공부할 것이 없어 시간이 흐르기만 했어요. 그런데 너튜브에서 해인 씨를 보게 된 거예요. 해인 씨가 아바라를 만들면서 보여주었던 신기에 가까운 연금술을 보면서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 같았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게 원하는 것이 가르침인가요?”


은호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가능한 일이 아닌 걸 알아서 물어보지도 못하겠네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연예인 아니십니까.”

“만약 여기 내용만 읽을 줄 알면 혼자도서 알아서 잘 수련을 하겠네요?”

“물론이죠.”


자신 있게 대답하는 그의 눈빛은 간절함이 절절하게 흐르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부류인 타고난 학자의 눈빛이었다.


“알겠습니다.”

“설마?”


루드비히가 고개를 끄덕이며 폰을 건넸다.


“번호 찍으세요. 제가 직접 알려 줄 시간은 없겠지만 어떻게 읽는지 정도는 알려드리죠.”


은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폰을 낚아채 자신의 번호를 눌렀다.


“맙소사. 정말 읽을 줄 아시는 겁니까?”

“네. 제가 아주 잘 아는 글자네요.”

“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죠?”

“음... 그건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죠.”


뜻하지 않게 개인과외를 해주게 생겼지만, 분명한 건 잘 가르쳐두면 언제고 써먹을 일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


팬미팅은 생각했던 것보다 값진 시간이었다.

이벤트에 뽑혀 참석한 팬들은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해인과 함께하면서 뜻깊은 추억을 만들었으리라.

동시에 일성전자에서 준비한 경품이 무려 이번 시즌에 새로 출시한 인피니티 워치인데 어찌 안 좋을 수가 있을까?


“끝으로 오늘 팬분들과 함께한 해인 배우님의 소감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다들 듣고 싶으신가요?”

““네!””


사회자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해인에게 향했다.


“저도 여러분들과 이런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팬분들과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 맞대면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아져서 여러분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기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팬과 소통을 하는 건 색달랐다.

전에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행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의 말한 소감처럼 회사에 말해서 이런 자리를 종종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오늘 <이 시대의 하루를 만나자>의 진행을 맡은 MC전원무였구요. 그럼 여기서 마지막 인사를 할까요?”


MC전원무의 손짓에 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팬들 앞에 나섰다.


“다들 이 자리를 빛내주신 이 시대의 하루와 웹드라마 하루의 긍정일기의 주인공 윤해인님의 밝은 미래를 위해 다함께 박수를 치며 끝을 내겠습니다. 다들 앞으로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화이팅!”

““화이팅!!””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미니 팬미팅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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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저승차사의 비밀(4) +4 21.09.09 2,770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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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저승차사의 비밀(1) +7 21.09.05 3,197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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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주도에서(4) +7 21.09.02 3,070 84 12쪽
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1 87 11쪽
29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5 85 12쪽
28 일성기획(3) +5 21.08.28 3,294 88 12쪽
27 일성기획(2) +7 21.08.26 3,323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300 87 12쪽
24 서교동 연금술사(1) +5 21.08.23 3,447 94 13쪽
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21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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