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서오세요.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96,910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9.09 03:41
조회
2,770
추천
85
글자
12쪽

저승차사의 비밀(4)

DUMMY

화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해인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죠? 그동안 잘 지냈어요?”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며 해인과 가볍게 포옹하려고 하였다.

해인은 그녀와 포옹할 의사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오랜만이네요.”


이미 그녀의 꿍꿍이를 간파한 해인이 슬쩍 한 걸음 물러나 그녀를 피하며 자리에 가 앉았다.

화영이 ‘이 놈 봐라?’하는 눈빛으로 해인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다른 놈들은 일부러라도 먼저 다가와 접촉을 유도할 텐데, 그렇지 않은 해인이 오히려 그녀의 정복욕을 자극했다.

쉬운 건 그녀도 사절이었다.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은 화영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흑심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 얕잡아 보고 있군.’


요즘 오십 대가 예전 오십 대가 아니란 말처럼 김화영은 과장 조금 보태서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관리를 대단히 잘 한 편이었다.

게다가 태생이 노블레스인지라 가만히 있어도 특유의 부티가 흘러넘쳤다.


‘박해준이 왜 목을 매는지 알 것도 같네.’


수많은 톱스타들이 그녀를 거쳐 간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일부러 내고 싶다고 해서 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해인의 눈에 화영은 나이 지긋한 귀부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해인 씨가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제가 먼저 주문했는데 괜찮죠?”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모르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문하면 되는 거 아닌가?

화영의 눈에 비친 해인은 회사 직원들같이 아랫사람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아니면 적당히 가지고 놀다 버릴 장난감정도일지도.

해인은 이런 부류를 잘 알고 있었다.

우월감에 젖어있는 특권 계층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까지도 말이다.


“음식은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좋네요. 요즘 해인 씨 작품 활동하는 거 아주 잘 보고 있어요. 초인대전이 난리라죠?”

“제가 요새 작품운이 좋아서요.”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죠.”


달리 들으면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해인의 대답에도 화영의 말투는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이렇게 공적인 이유를 들먹여 사적인 만남을 만든 것 자체가 공을 들이려 마음먹은 것일 터.

그녀의 마음속에서 해준은 팽 당한 것이 분명했다.

형식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음식이 하나 둘 나왔다.

그녀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해인이 무슨 얘기만하면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 ‘오늘 날이 좋았네요’라고 해도 웃을 판이다.


“해인 씨는 쉬는 날에 주로 뭐해요?”

“아직까지 쉬는 날이 없어 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쉴 때 저는 주로 뭐를 할까요?”


생각해보니 해인의 몸으로 눈을 뜬 후 그는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짧든 길든 스케줄이 매일같이 잡혀있었고, 집에서 해본 거라곤 가끔 재훈과 맥주를 마시거나, 편하게 잠을 잔 것이 전부였다.

해인의 대답에 화영이 눈이 반짝였다.


“어머. 그럼 지금까지 줄곧 일만 했던 거예요? 어떻게 많이 지쳐있겠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하지만 보기보다 제가 체력이 좋습니다.”

“오~. 그래요? 체력이 좋아요?”

“아직 팔팔한 나이잖아요. 대표님.”


해인이 대답을 할 때마다 화영의 눈빛엔 흑심이 짙어졌다.

노골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는 저 자신감이 그녀 본인의 매력이라 여길 터.

해인은 계속해서 그녀의 기대감을 은근히 자극하는 대답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한 말투와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는 시선에 있었다.

나는 결코 순종적이지 않으며, 나를 길들이려면 쉽지 않을 거란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려는 것이었다.


“대표님이란 호칭은 너무 딱딱하지 않아요?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인데 호칭보단 이름이 더 편할 것 같은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이다.


등받이에 기댄 해인이 팔짱을 끼며 그런 화영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호호호. 그래요. 이름으로 부르니까 얼마나 편해.”

“혹시 와인은 좋아해요? 프랑스 출장 갔을 때 낙찰 받은 귀한 와인이 있는데 그거 같이 마실래요?”

“해인 씨는 와인에도 조예가 있는 편이었구나. 은근히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네요?”


화영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연신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언제가 좋을까요? 지금은 영화촬영으로 바쁠 테니까.... 그럼 영화 촬영 끝나면?”

“그래요. 그럼 그때 보는 게 좋겠네요.”


화영은 분명 해인을 보며 대화하고 있었지만, 해인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천천히 미슐랭 쓰리스타 셰프의 음식을 음미하며, 한번 씩 화영을 구경했다.

마치 혼자서 모노드라마를 연기하는 듯한 모양새가 꼭 소극장을 빌려 그만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해인이 물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하지만 그녀는 방금 해인의 말이 들리지 않은 듯, 엉뚱한 대답을 내뱉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쩜. 영화 보는 취향도 나랑 딱 맞아.”


그 모습을 보고 해인은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어버렸다.

하지만 해인의 비웃음을 보고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 화영은 여전히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었다.


“아주 혼자서 영화를 찍네 찍어.”


그랬다.

화영은 해인이 프라이빗룸에 들어선 순간부터 해인의 환영 마법에 걸려든 상태였다.

그녀는 그때부터 쭉 해인이 보여주는 환영 속에서 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다.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본 해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그녀의 핸드폰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화면에 불이 들어오며 잠금 화면이 풀린 핸드폰은 해인의 눈짓 한 번에 날아와 손바닥 위에 안착했다.


“나를 이렇게 귀찮게 군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겠지?”


그녀의 핸드폰 안에는 지금까지 그녀와 연락을 하며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모든 남자 배우들과 나눈 은밀한 대화가 저장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진과 더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영상까지.


“얼씨구. 이 여자 보기보다 많이 해먹었네.”


그녀의 대화 목록에는 박해준을 비롯한 연예계 쪽 거물들을 시작해 신인 아이돌까지 다양한 포지션의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 이것이 권력의 힘인 듯 했다.

슥- 훑어본 해인은 그녀의 핸드폰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영은 핸드폰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잃어버린 것으로 기억할 것이며, 해인이 나가고도 한동안 환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실제는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실컷 웃고 떠드시길.”


어차피 꿈은 잠에서 깨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법.

의도는 불순하나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것이 없었기에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대신 불순한 의도는 완전히 걷어내고 오늘의 느낀 호감이란 감각으로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조작했다.


왜?

광고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해인이 밖으로 나서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공손한 말투로 감사인사를 했다.


“덕분에 잘 먹고 갑니다. 대표님.”


여전히 즐거운 대화중인 화영을 두고 미련 없이 룸의 문을 열어젖혔다.


*



저승차사의 촬영은 순항 중이었다.

중협도 인협이란 캐릭터에 점점 동화되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게 되었다.

오늘은 송아, 중협과 함께 파주 세트장에서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누나!”

“어. 해인아. 일찍 왔네?”

“일찍이 아니라 아직 못 간 건데.”

“대박. 언제부터?”


그 때 중협이 어디선가 나타나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제 밤부터요.”

“깜짝이야. 중협아! 누나 놀랐잖아.”

“누나 안녕하세요.”

“그런데 너 몰골은 또 왜 그래.”


파주 세트장은 백운과 인협이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가 있었기 때문에 스케줄이 파주로 잡히는 날엔 대부분 중협도 함께 촬영이 있었다.

중간 중간 쪽잠을 자기는 했지만 그거로는 턱밑까지 내려오는 다크써클을 붙잡을 수 없었다.


“어제 밤부터 촬영하느라 죽겠어요.”

“와... 지금 밤 열시잖아. 꼬박 하루를 촬영장에서 보내고 있는 거야?”


중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근처에 숙소 잡아서 좀 전에 왔어요.”

“해인이 넌?”

“난 그냥 소파에서 잤지.”

“와... 그런데 어쩜. 이렇게 차이가 나?”


송아가 장난친다고 중협과 해인을 번갈아봤다.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하단 걸 알았지만 반격할 만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사실대로 인정하는 수밖에.


“형은 진짜 촬영 때문에 대기실 소파에서 잤는데 저렇게 뽀송뽀송하다니까요.”


잠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은 해인은 두세 시간만 자도 최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거의 매 촬영 때마다 최상의 카메라빨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본격적인 쵤영에 들어가기에 압서 분장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중협이 주변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형 누나들. 그 얘기 들었어요?”


송아가 대답했다.


“무슨 얘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분위기가 잡혔다고 판단한 중협이 한껏 목소리를 깔고서 말했다.


“어젯밤에 세트장에서 저승사자 봤대요.”

“저승사자? 처녀귀신도 아니고 저승사자? 배우가 분장한 거겠지.”


중협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래요. 어제 그런 분장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리고 우리 의상 중에 삿갓이 없잖아요.”

“아... 그러네. 시대 흐름에 맞추자고 삿갓을 페도라로 바꾼 거지.”

“어제 밤에 여자 스태프가 거기 어디냐. 그 계단 세트 뒤로 텅 비어 있잖아요?”

“알지. 거기서 봤대?”


송아의 물음에 중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단 뒤에 반은 숨고 반만 나와서 지켜보고 있더래.”

“으... 소름 돋아. 이거 레아일야 아님 구라야.”

“누나 이거 레알이라니까요.”

“몰라. 몰라. 무서우니까 그만 얘기해.”


중협의 저승사자 얘기에 분장실 안의 사람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특히 여자들의 반응이 더했다.

그 때 해인과 중협의 시선이 거울을 통해 마주쳤다.

전날 같이 촬영을 한 해인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슬쩍 윙크를 보내는 것을 보니 중협이 장난을 친 것이다.


“나도 현장 많이 나가면서 다양한 귀신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본적은 없어. 넌 있어?”


중협이 고개를 젓자 시선은 자연스레 해인에게로 향했다.


“난 초인대전 고사 때 도깨비도 나타났는데? 제대로 본 건 아니고 그냥 실루엣 정도?”

“나도 그 얘기 들었었는데. 진짜였어?”


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여기저기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으. 소름끼쳐. 도깨비가 웬 말이야.”

“와. 형 도깨비는 좀 신박하다. 뭐 어찌 됐던 우리 세트장에서도 귀신 나오는 거 보면 우리 영화 대박 나겠다. 그쵸?”

“현장에서 귀신 보면 대박 친다고들 하는데. 난 실제로 아직까지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도 쭉 안 봤으면 좋겠고.”


중협의 말에 송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전 한번 보고 싶은데요?”


중협이 재밌겠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해인이 물었다.


“정말 한번 보고 싶어?”

“네. 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거든요.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완전 궁금해요.”

“그렇단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해인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사 때 놓친 기회. 언제고 한 번은 장난 좀 쳐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날이 오늘인 듯싶다.

해인의 눈이 장난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연재 공지. 21.07.30 3,906 0 -
49 정말 아름다운 밤입니다 - <시즌1 끝> +14 21.09.25 1,763 73 15쪽
48 연말 시상식 +7 21.09.25 1,691 67 13쪽
47 영양제라도 탄 거야? +6 21.09.23 1,823 69 12쪽
46 다음에 다시 만나자 +7 21.09.21 2,017 75 13쪽
45 까메오(3) +7 21.09.20 2,036 74 13쪽
44 까메오(2) +7 21.09.19 2,242 80 13쪽
43 까메오(1) +5 21.09.16 2,445 66 12쪽
42 예능 출연(3) +5 21.09.15 2,455 70 11쪽
41 예능 출연(2) +4 21.09.14 2,437 67 13쪽
40 예능 출연(1) +5 21.09.12 2,671 72 12쪽
39 저승차사의 비밀(6) +5 21.09.12 2,648 81 14쪽
38 저승차사의 비밀(5) +5 21.09.11 2,655 76 14쪽
» 저승차사의 비밀(4) +4 21.09.09 2,771 85 12쪽
36 저승차사의 비밀(3) +6 21.09.08 2,832 76 13쪽
35 저승차사의 비밀(2) +7 21.09.07 2,916 80 13쪽
34 저승차사의 비밀(1) +7 21.09.05 3,197 85 12쪽
33 제주도에서(5) +8 21.09.04 3,063 91 14쪽
32 제주도에서(4) +7 21.09.02 3,070 84 12쪽
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1 87 11쪽
29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5 85 12쪽
28 일성기획(3) +5 21.08.28 3,294 88 12쪽
27 일성기획(2) +7 21.08.26 3,323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9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300 87 12쪽
24 서교동 연금술사(1) +5 21.08.23 3,448 94 13쪽
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21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