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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96,900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8.31 01:45
조회
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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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
11쪽

제주도에서(2)

DUMMY

제주공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공항을 찾은 사람들과 출구 게이트를 나온 여행객들은 몰려있는 인파에 당황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윤해인이란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윤해인이 제주도에 오는 모양.

한 커플은 몰려있는 인파를 보며.


“오빠, 윤해인 오늘 제주도 오나봐?”

“그러게. 그렇다고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나 몰려있냐.”

“우리도 좀 기다렸다가 윤해인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갈까?”

“윤해인이 언제 올 줄 알고 기다려. 우리 일정 타이트하게 잡은 거 까먹었어? 당장 렌트카 픽업해서 이동해서 시간 빠듯해.”

“그렇긴 하지만.... 연예인 얼굴 한 번 보나 했더니. 아쉽.”


아쉬움을 토로하던 여자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꺅! 오빠!”

“해인 오빠!”

“해인아!”

“오빠!!!”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일제히 그의 이름을 소리치자 공항 내부는 윤해인으로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깜짝 놀란 그 커플이 뒤를 돌아보자 순간 그의 옆으로 멀대 같이 큰 남자가 스쳐지나갔다.


184센티미터의 장신에 백설기 같은 뽀얀 피부와 주먹만 한 얼굴에는 눈, 코, 입이 오밀조밀 조화롭게 들어가 있는 그는 누가 봐도 ‘저 연예인입니다’란 포스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와... 오빠. 윤해인 개잘생겼네.”

“그러게. 윤해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싶었는데 실물로 보니까 헉 소리밖에 안 나온다.”


해인을 바로 코앞에서 본 커플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저래서 공항 밖이나 제대로 나갈 수 있으려나.”


팬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금방이라도 해인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 해인이 그들을 향해 손을 들고는 말했다.


“자자. 여러분 모두 진정하시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스톱!”


역시 배우라 발성부터가 다른 것인지 그렇게 크게 말한 것 같지도 않은데 바로 옆에서 말한 것처럼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의 말에 거짓말처럼 모두가 멈춰 서서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비단 팬뿐만 아니라 일대의 모든 사람들도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서있었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줘서 기분이 좋았는지 해인이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와 계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감동받았어요. 덕분에 기운 내서 촬영 잘 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다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고 다음에 또 봐요. 안녕~.”


그 말을 끝으로 환한 미소를 머금은 해인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여유롭게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해인이 사라진 출구만 바라보던 팬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자연스럽게 뿔뿔이 흩어졌다.

특이한 점은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커플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빠 우리는 왜 아직까지 여기 서있는 걸까?”

“그러게. 그냥 윤해인 말 듣고 나서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할 것 같았다고나 할까.”

“오빠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느긋해지는 게 뭐한다고 그렇게 여행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나 싶어.”

“너도? 나도.”

“오빠 우리 그냥 여유롭게 다닐까? 뭐 우리가 힐링하러 왔지 여기저기 빡세게 돌아다니려고 온 건 아니잖아. 안 그래?”


여자의 말에 남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바쁜 건 서울로 족하지. 네 말대로 느긋하게 다니자.”

“그럼 우리도 슬슬 출발해볼까?”

“콜.”


커플은 천천히 출구로 걸음을 옮겼고, 그 후 느긋하게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


공항 밖으로 나온 해인은 온몸으로 제주도의 맑은 날씨를 만끽했다.

파란 하늘에 유유히 흐르는 새하얀 구름과 바다 냄새가 섞인 선선한 바람이 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해인의 기분 좋음에 감응한 퓨어도 신이 나는지 해인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야. 좀 진정해. 제주도 처음 온 사람처럼 촌스럽게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사람들이 사진 찍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게 뭐가 촌스러워. 제주도 보고 제주도라고 하는 게 촌스러운가. 그리고 사진은 방금 많이 찍혔잖아. 안 그래? 그 걸로도 충분하다고.”

“그건 그렇다만.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팬들 말이야.”

“팬들이 왜?”

“신기할 정도로 조용해서. 난 그래도 우리 따라서 나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서운하게 한 명도 안 나오냐?”

“오빠 내 말이요. 진짜 우리 해인 오빠 팬들 말 너무 잘 듣는다.”


경아도 재훈의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팬들의 행동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 둘에게 해인이 한 마디 했다.


“내가 누누이 말하잖아. 내가 말 한 마디면 상황 클리어라고.”

“네네. 알겠으니까 주차장으로 가자.”

“오빠 촬영 내일부터라고 들었는데 오늘은 어떡할 거예요?

“어떡할래? 숙소에서 쉴래?”


재훈이 해인에게 물었다.


“어떡하긴. 제주도에 왔으면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카페 가서 인증샷 남기로 해야지. 안 그래?”

“그래. 가자. 모처럼 휴가 아닌 휴간데. 우리 배우님이 하자는 데로 해야지. 경아도 콜?”

“당연히 콜이죠!”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


전날 제주도에서의 첫날을 만족스럽게 보낸 해인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지만 바다가 보이는 풀빌라에선 여느 촬영현장과 마찬가지로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지나가는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김 피디와 김 작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해인 씨 왔어요?”

“우리의 구세주가 드디어 왔구나.”

“피디님 작가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격하게 반기는 피디와 작가의 곁에는 함께 촬영한 배우들도 있었다.

촉박한 일정 탓에 리딩에 참여하지 못했던 해인으로썬 함께 촬영할 배우들과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배우 윤해인입니다.”

“반가워요. 임수련이에요.”

“오광훈입니다.”

“전지우에요.”

“이주혁이에요.”

“미나입니다.”

“조수현입니다.”

“이준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로맨스 패키지에 당첨됐습니다>의 네 커플이 완전체를 이룬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짧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각 커플은 풀빌라 곳곳으로 흩어져 곧 찍을 씬의 리허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자. 다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움직이자! 조명감독님 카메라감독님들 부탁드릴게요!”


일정이 촉박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이는 해인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이었고, 다행스럽게도 그의 여자 친구 역을 맡은 전지우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촬영하는 동안 잘 부탁해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음... 우리 그냥 편하게 말부터 놓을래요? 어차피 데뷔도 몇 개월 차이 안 나고 동갑인데 편하게 그게 연기하는데 편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빨리 친해지고 커플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 나올 거 같은데.”

“그래. 지우야.”

“시원시원해서 좋네. 그럼 해인아 시간 없으니까 우리도 대사부터 맞춰보자.”


해인은 바로 대본을 꺼내 잠시 뒤 지우와 함께 리허설에 들어갔고, 순식간에 촬영장 분위기에 적응한 해인과 지우 커플은 일출 시간에 맞춰 본격적으로 촬영에 돌입했다.


*


촬영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돌아갔다.

각 커플은 풀빌라에서 촬영이 끝나자 곧바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였고, 해인과 지우도 마찬가지로 그 장소에서의 분량을 모두 촬영하고 나면 다른 곳으로 바로 이동하여 촬영을 진행했다.

새벽부터 이어진 촬영이었고, 게다가 해인은 지우와 한 대의 차량으로 함께 이동하다보니 많은 대화를 나누며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친구 같은 연애란 컨셉에 맞게 둘의 연기는 점점 케미가 살아났다.


“나머지 커플들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맞아. 워낙에 일정이 촉박하니까. 다들 정신없을 거야 아마.”

“원래는 우리만 바쁜 거 아니었어?”

“아직 못 들었구나? 지금 방영되고 있는 <봄별>이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하기로 했대.”

“도대체 몇 프론데 그래?”

“아마 1.5프로?”

“아....”

“그래서 지금 우리 드라마 방영 일정 자체가 앞당겨졌어.”


해인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공중파 주말 황금시간대에 시청률 1.5프로가 나올 수 있는 숫자인가 순간 진지하게 생각해볼 정도였다.

게다가.


“어지간하면 그 정도 캐스팅으로 망하기도 쉽지 않은데. 준이 오빠랑 희지 언니는 무슨 죄야.”


지우는 작가를 잘못만난 주연 배우들을 안타까워했다.

봄별은 탑배우 문준과 이희지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시작된 고구마가 예상치 못하게 발목을 잡고 말았다.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에선 크고 작은 사이다를 정신없이 터트려댔던 것이다.

순한맛 고구마와 매운맛 불냉면의 대결에 결국 멘탈이 탈탈 털린 작가가 그만 뇌절의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드라마는 중후반에까지 사이다 한번 제대로 터트리지 못하고 조기종영 맞이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데.”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 드라마도 애피타이저 느낌이라 괜찮아.”


전지우는 첫 인상만큼 말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자신이 촬영하는 드라마를 두고 애피타이저라고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뒤에 오는 드라마가 초대형 블록버스터 급이라.”

“우리 뒤가 뭔데?”

“봉신연의라고. 중국 자본이라 투자도 빵빵하고 주연도 탑 오브 탑이고.”

“누군데?”

“전지상 오빠라고 알아?”

“전지상?”

“응. 나도 그 오빠가 어떻게 연기했을지 이렇게 기대되는데 시청자들을 얼마나 기대하겠어.”


예상치 못한 이름에 해인의 기분이 묘해졌다.


‘퓨어가 없는 지금의 그는 어떨까?’


연기의 신이라 불리던 그의 연기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러게. 그 선배는 나도 좀 궁금해지네.”

“안 봐도 대박이지. 난 30프로 예상한다. 지상 오빠면 기본 25프로는 깔고 가는 거니까.”

“너무 기대하는 거 아냐?”

“왜?”

“그냥. 그러다 망하면 어쩌나 해서.”

“에이. 연기의 신이? 망해? 만에 하나라도 망하면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겠지.”


믿음이 너무 강하면, 그 믿음을 저버렸을 때 오는 배신감도 큰 법이다.

대중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뭐. 어찌됐던 우리 드라마가 애피타이저든 아니든 최선을 다해서 찍자고.”

“알고 있거든. 원래 어떤 맛집이던 본식 전 애피타이저가 인상을 좌우하는 법이니까.”


전지우 그녀는 말만 거침없는 것이 아니라, 승부욕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말은 애피타이저라고 했지만 그녀는 결코 <로맨스 패키지에 당첨됐습니다>를 GBS가 버리는 카드로 두게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은 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작가의말

오늘 늦어서 죄송해요.

지각은 있어도 휴재는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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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299 87 12쪽
24 서교동 연금술사(1) +5 21.08.23 3,447 94 13쪽
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21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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