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서오세요.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케요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30 20:36
최근연재일 :
2021.09.25 23:57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96,904
추천수 :
5,010
글자수 :
288,281

작성
21.08.28 02:07
조회
3,293
추천
88
글자
12쪽

일성기획(3)

DUMMY

“아.”

“어디 불편해요?”

“쌤 터치가 오늘따라 좀 쎈 거 같은데. 조심 좀 해줘요.”

“미안해요. 내가 아까 홍삼을 먹었더니 힘 조절이 안 되네. 최대한 조심해서 할 게요.”

“이게 얼마짜리 얼굴인데.”


해준의 예민한 반응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홍대와 어시스트는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해준이 윤해인한테 밀려 일성그룹의 광고 모델 자리를 내줬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진 상태.

해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메이크업을 하는데 결국 한 소리 듣고만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최대한 신경 거스르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런데 그 때.


“여깁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참 어시스트 뒤로 해인이 들어왔다.

박홍대와 어시스트는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X발. X됐다.’하며 박해준을 보니 다행히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는 상황.

그는 박해준이 눈을 감고 있는 지금이 이 위기를 피할 최고의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처음 뵙겠습니다. 윤해인입니다.”


해인이 먼저 담담하게 인사를 건네고 만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해준이 눈을 뜨며 해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반가워요. 박해준이에요.”


일성전자의 전(前) 광고 모델과 현(現) 모델의 불편한 만남 속에서.


‘어쩐지 꿈자리가 사납더라니. 이러려고 그랬나보네.’


홍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해준과 인사를 나눈 해인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해준은 아무 말 없이 눈은 감은 채였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살기를 풀풀 풍기는지 도저히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무렴. 속이 많이 쓰리겠지.’


해인은 해준이 어째서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탑급 배우인 그가 이제 막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는 자신에게 밥그릇을 빼앗겼으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해인도 그와 말을 섞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해 입을 꾹 다문 채였다.

그런데 돌연 마음이 바뀌었는지 눈을 뜬 해준이 먼저 해인에게 말을 걸었다.


“연기 잘 봤어요.”


해인은 하루의 긍정일기를 말하는 건 줄 알고.


“감사합니다. 웹드라마인데 보셨나 봐요.”

“아... 웹드라마도 찍었어요?”

“네. 일성전자에서 찍은 건데...”

“그것도 찾아봐야겠네요. 제가 말한 건 초인대전 말한 거였어요.”


초인대전2는 아직 촬영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봤다는 건 초인대전 시즌1일 터.

해인이 등장한 장면은 단 한 씬에 불과했다.


해인은 해준의 도발에 미소를 머금었다.

연기라고 할 만한 게 없는데 굳이 ‘연기’라고 콕 찝어 말하는 걸 보니.


‘오. 요것 봐라?’


가늘어진 눈매 사이에 보인 눈동자에 비친 감정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해준의 의도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해인의 입에서 의외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선배님 정말 감동이에요.”


듣고 있던 사람들은 ‘으잉? 이건 또 뭔데?’하는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은 볼 때마다 벼락 얘기만 하고 연기에 관한 건 얘기 안했었거든요. 제 연기를 알아봐준 사람은 선배님이 처음이에요. 사실 그 등장 씬 찍을 때 혼신을 다해서 한 연기였거든요. 탑 배우라 그런지 그 짧은 순간에 펼친 연기를 알아봐주시네요. 역시 괜히 탑배우가 아니셨어.”


해맑음엔 해맑음으로.

해인이 해맑게 미소를 머금으며 해준을 바라봤다.

그의 도발을 가볍게 쳐내는 해인의 내공에 지켜보던 스탭들은 속을 쓸어내렸다.


‘몰랐는데 해인이도 보통내기가 아니네.’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해준이었지만, 눈동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이죠. 그 짧은 순간에도 배우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벼락만 아니었어도 화제가 됐을 텐데 많이 아쉽겠어요.”

“괜찮아요. 초인대전2에도 합류하고 영화도 들어가고 덕분에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더라고.”

“후배님이 참 긍정적이어서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벼락스타란 얘기 들어도 너무 상처 받지 말고요. 열심히 활동하면 벼락스타란 말도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질 거예요.”


도발이 안 먹히자 해준은 ‘벼락스타’란 단어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해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해인이 받는 타격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은근히 깐죽거리는 말투나 표정이 짜증이 날 뿐이었다.

해인도 한 방 먹여줘야겠다고 판단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아. 선배님 혹시 김화영 대표님이라고 아세요?”


그 앞에서 누구도 해준의 앞에서 꺼내지 않았던 그 이름이 해인의 입에서 나오자, 메이크업 룸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적이 흘렀다.

해인을 담당해주는 박 실장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속으로 경악했다.


‘미친. 건드려도 적당한 걸로 건드려야지, 해인아.’


한편, 해인의 입에서 김화영이란 이름이 나오자 해준도 표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이 새끼가 지금 누구 이름을 들먹이는 거야?’


그런데 이어지는 얘기가 더 가관이다.


“며칠 전에 화보 촬영하는데 김 대표님께서 직접 보러 오셨더라고요. 그런데 확실히 엄청 큰 회사를 운영하시는 대표이시다보니 뿜어지는 포스도 장난 아니더라고요. 선배님도 김 대표님 보신 적 있으시죠?”


해준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는 해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그보다 김화영 그 여자가 해인의 화보촬영장을 찾아갔다는 말이 더욱 신경을 거슬린 까닭이다.

자신이 그녀의 회사 일로 촬영을 할 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화영이다.

매번 주위의 시선 때문이라는 말만 하며 대외적인 자리에서의 만남은 피했던 그녀가 해인으로 바뀌자마자 찾아갔다는 사실에 충격 아닌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 여자가 설마 날 버리고 이런 병아리 새끼한테 갈아타려는 속셈인가? 에이. 그건 아니겠지. 내가 그동안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


간이고 쓸개고 다 줬던 해준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 바닥에서 이미 파다하게 소문이 날만큼 오래되기도 했다.

설마 자신한테 실증이라도 난 것일까?

해인의 별 거 아닌 한 마디에 다급해진 쪽은 오히려 해준이었다.

아무래도 이런 영양가 없는 도발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메이크업은 이미 진작 끝난 걸 알고 있던 해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인 씨 미안. 뒤에 스케줄 때문에 먼저 일어나야할 것 같아요. 우리 다음에 또 기회 되면 봐요.”


그 말을 하고는 해인의 대답을 들을 세도 없이 해준은 메이크업 룸을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해인의 입가엔 승자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경솔한 녀석.’


해인은 이미 화영의 기억에서 해준과 은밀한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 그와 눈을 마주치며 본 기억에서 오늘 밤 그녀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단 사실을 알아챈 상태였다.

그리고 해준이 그녀에게 푹 빠져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남녀 사이란 이런 작은 균열이 결국 화를 자초하는 법이지.’


모태쏠로라도 대현자란 칭호에 걸맞게 연애이론만큼은 카사노바 저리가라 할 만큼 해박하기 그지없는 해인이었다.


*


해인이 헤어 메이크업까지 받아가며 갑작스레 생긴 스케줄은 다름 아닌.


“어서 오십시오. 옥빈관입니다.”


해인의 방문에 역시나 옥빈관의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부터 한창 씹고 즐기고 맛보던 손님들의 시선이 온통 그에게로 쏠렸다.


“와... 윤해인 뭐냐.”

“실물 미쳤다.”

“윤해인 단골이라더니. 진짜였네.”


실로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그동안 드라마 촬영이다, 화보 촬영이다, 인터뷰다 바쁜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해인은 자고로 트리플 A급 한우 영접은 경건해야한다면서 샵까지 가서 꽃단장을 했던 것이다.


“완전 풀 세팅한 거 보니까 촬영 끝나고 왔나 봐.”


헤메의 속사정을 모르는 어떤 손님의 말을 들을 재훈이 조용히 속삭였다.


“너 설마 노린 거냐.”

“내가 말했지 다 깊은 뜻이 있다고.”

“와.. 우리 해인이 이제 진짜 연예인 다 됐네.”


진짜 남들 시선까지 신경 쓰는 연예인다운 치밀한 모습에 재훈이 혀를 내둘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룸에선 오랜만에 보는 황만복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해인이 왔어?”


황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얼굴로 그를 반겼다.


“대표님 오랜만에 봬요.”

“그러니까. 우리 해인이 얼굴 까먹는 줄 알았다. 서 있지 말고 얼른 앉아. 재훈이도 앉고.”


해인과 재훈이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를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세 사람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근황 토크를 이어나갔다.


“우리 해인이 스케줄은 재훈이 통해서 잘 듣고 있지만. 그래도 요즘 어떤지 많이 궁금하네.”

“저야 뭐. 재훈이 형이 데려다주는 데 가서 잘 하는 거죠.”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잡아도 체력이 남아도는 해인이었기에 언제나 열정적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요즘 힘든 건 없고?”

“다 좋아요. 얼마 전에 드라마 촬영 끝나서 더 널럴해진 기분이랄까.”

“그래도 곧 영화 들어가니까 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거야. 그나마 쉴 수 있을 때 체력 비축해 두는 게 좋아.”

“지금처럼 대표님이 적극적으로 체력 보충 해주시면 되죠.”

“나야 언제든지 콜이지. 그건 그렇고 해인이 초인대전 촬영 끝났다고 말투 원래대로 돌아왔네?”

“이원이도 보냈으니 빠져나올 때도 됐죠.”


그럴 듯한 변명이지만 사실 루드비히가 아니, 해인이 이곳에 완전히 적응한 것이다.

영혼이 루드비히라고 할지언정 지금의 그는 윤해인으로 살고 있다.

비록 이름을 버리는 것은 아니나 현재에 적응해야 한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곳 지구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윤해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리라 마음을 먹은 것이다.

판테아에선 계급에 따른 말투가 일반적이었지만, 대한민국은 다르기에 가장먼저 고쳐야 할 점이 바로 말투였다.


“물론 곧 당분간은 백원으로 살아야하겠지만 말이에요.”

“부디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그런 말은 나한텐 하지 말아줘.”

“생각해 보고요.”


그 때 재훈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그건 그렇고 대표님 오늘 다른 분도 오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다른 분이 온다고?”


그러자 황 대표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하는 말이.


“곧 오실 때가 됐는데. 그렇지 않아도 너희 오기 전에 연락했었거든. 거의 다 도착하셨다고.”

“누가 또 오세요?”


재훈도 그렇고 황 대표도 그렇고 누가 오는지 얘기를 해주지 않자 해인은 두 사람이 뭔가 또 꿍꿍이가 있구나 싶었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는 거 보면 분명 서프라이즈를 위한 밑밥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떡해요 대표님. 대표님이 누구를 데려와도 놀래줄 자신이 없는데.”

“과연 해인이 네가 그럴 수 있을까?”


해인의 말에 재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아니. 도대체 누군데 형이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거야?”

“그건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고.”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김오영님 도착하셨습니다.”


‘김오영?’


익숙한 이름에 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김오영은 한 명 뿐이었다.

황 대표와 재훈의 눈치를 살피자 득의양양한 모습이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문이 열리며 어떤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해인에게 돌진하더니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해인 씨. <멜로가 알러지>를 쓴 김오영 작가라고 해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그녀의 정체를 들은 해인은 짧고 굵게, 그가 느끼는 모든 느낌을 함축해 단 한글자로 내뱉었다.


“헐.”


작가의말

오늘 제 시간에 연재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보니, 손이 한없이 느려지더라고요.

내일부터는 제시간에 연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한 말씀 올리며, 전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가 마법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연재 공지. 21.07.30 3,905 0 -
49 정말 아름다운 밤입니다 - <시즌1 끝> +14 21.09.25 1,763 73 15쪽
48 연말 시상식 +7 21.09.25 1,691 67 13쪽
47 영양제라도 탄 거야? +6 21.09.23 1,823 69 12쪽
46 다음에 다시 만나자 +7 21.09.21 2,016 75 13쪽
45 까메오(3) +7 21.09.20 2,036 74 13쪽
44 까메오(2) +7 21.09.19 2,242 80 13쪽
43 까메오(1) +5 21.09.16 2,444 66 12쪽
42 예능 출연(3) +5 21.09.15 2,455 70 11쪽
41 예능 출연(2) +4 21.09.14 2,437 67 13쪽
40 예능 출연(1) +5 21.09.12 2,671 72 12쪽
39 저승차사의 비밀(6) +5 21.09.12 2,648 81 14쪽
38 저승차사의 비밀(5) +5 21.09.11 2,655 76 14쪽
37 저승차사의 비밀(4) +4 21.09.09 2,770 85 12쪽
36 저승차사의 비밀(3) +6 21.09.08 2,832 76 13쪽
35 저승차사의 비밀(2) +7 21.09.07 2,916 80 13쪽
34 저승차사의 비밀(1) +7 21.09.05 3,197 85 12쪽
33 제주도에서(5) +8 21.09.04 3,063 91 14쪽
32 제주도에서(4) +7 21.09.02 3,070 84 12쪽
31 제주도에서(3) +6 21.09.01 3,054 91 12쪽
30 제주도에서(2) +6 21.08.31 3,171 87 11쪽
29 제주도에서(1) +8 21.08.28 3,395 85 12쪽
» 일성기획(3) +5 21.08.28 3,294 88 12쪽
27 일성기획(2) +7 21.08.26 3,323 91 12쪽
26 일성기획(1) +6 21.08.24 3,538 94 12쪽
25 서교동 연금술사(2) +6 21.08.24 3,299 87 12쪽
24 서교동 연금술사(1) +5 21.08.23 3,447 94 13쪽
23 첫 리딩(2) +6 21.08.22 3,538 102 13쪽
22 첫 리딩(1) +4 21.08.21 3,715 113 13쪽
21 나른한 오후에서의 만남(2) +5 21.08.20 3,790 10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