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브라잇 동맹 1권 딥언더니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6.05.31 17:26
최근연재일 :
2017.07.07 15:32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0,978
추천수 :
60
글자수 :
145,374

작성
17.01.19 16:08
조회
227
추천
1
글자
9쪽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2

DUMMY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보름달이 두둥실 모습을 드러낸 저녁이 되어서야 이안은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미 텐트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다. 소시지 꼬챙이들이 불 옆에 세워져 있고, 모닥불 위에 스스로 떠 있는 솥에서는 조금 남은 호박 수프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런데 그새 손님들이 와 있었다. 세 명의 낯선 동양인들이 일행과 함께 앉아 저녁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의아한 눈빛으로 그들을 주시하며 수진 곁으로 다가와 앉은 이안이, 수프를 떠먹는 그녀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누구야?”


“저분들도 장막을 넘으려고 기다리고 있대. 조금 전에 텐트 앞을 지나가는데 지원 아저씨가 저녁식사에 초대했어.”


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며시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 있었어? 목소리가 왜 그래?”


그녀는 그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식욕이 떨어졌는지 수프를 다 끝내지 못하고 소시지도 먹다 말았다. 그녀에게 무슨 큰 고민이 있는 듯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그가 큰 목소리로 묻자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지원이 재빨리 그를 소개하였다. 그런데 그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신분과 이름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제 아들... 아니 농부 친구 아들인 안드레아입니다. 안드레아, ‘오나시아식’으로 인사드리렴.”


이안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지원은 능청스레 윙크를 했다. 히든벅은 그의 초반 말실수가 영 못마땅한지 잠시 그를 노골적으로 째려보았다. 여기서 솔직히 해두자면, 지원은 전형적인 검은 눈의 동양인인 반면 이안은 전형적인 파란 눈의 서양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자관계란 설명은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저 인간이랑 같이 다니다간 왕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겠어. 저런 멍청이 같으니라고.’


히든벅은 인상을 찌푸려졌지만 침을 꼴깍하여 겨우 불만을 집어삼켰다. 이안이 마지못해 오나시아 관습대로 상체를 앞으로 구부려 인사했다. 손님들도 똑같이 인사를 한 후 각자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람의 이름은 ‘이장’이고, 한국 서울에서 왔단다. 한국이란 말에 수진과 지원의 눈이 번쩍 떠지더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40대 중후반 나이에 180센티가 넘는 키, 호리호리한 몸, 동그란 안경을 썼고 커다란 눈과 높은 코, 하얀 피부는 귀공자 같은 이미지를 물씬 풍기었다. 게다가 값비싸 보이는 검은색 정장에 고동색 뾰족구두를 신은 멋쟁이였다.


자신은 ‘산신령전자’회사의 회장 아들인데, 아버지의 거부할 수 없는 명령 때문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단다. 수진이 손뼉을 치며 그녀의 엄마와 할머니의 스마트폰 모두 산신령 제품이라고 전하자 그는 싱글벙글하며 기뻐하였다.


그의 아버지가 내린 명령은 다음과 같은 사연을 지니었다.


‘이장’의 할아버지는 ‘오나시아’ 출신으로,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무작정 길을 떠나라고 명령을 내렸단다. 그래서 그는 발길 닫는 대로 끝없이 걷고 걷다가 어느 날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보니, 한국의 수도 서울에 도착해 있었다. 전자제품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예상하고 회사를 설립하였으니 바로 ‘산신령전자’였다. 지금 회장, 즉 이장의 아버지가 그 아비의 뜻을 이어받아 열심히 경영을 한 결과, 산신령전자는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회장실 창문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투명하게 닦여진 유리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몇십 층 아래로 추락하였다. 깜짝 놀란 회장이 비서를 시켜 이미 목숨이 끊긴 비둘기를 그의 앞에 대령시켰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의 다리에 돌돌 말린 종이가 묶여 있었다.

그가 직접 펼쳐보니 바로 오나시아에 산다던 아버지 친척이 보낸 안부편지였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서 고향에 대해 듣긴 했어도 이렇게 친척이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전혀 뜻밖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의 기분이 갑자기 울적해졌는데 바로 눈앞에 놓인 비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회사가 만든 반도체, 스마트폰과 드론, 한창 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인공지능(AI), 로봇,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다양한 기기들을 전 세계에 선보였고 앞으로 선보일 예정으로 인류의 생활을 한층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려는 과정에서, 아직도 아버지 고향인 오나시아에서는 비둘기를 연락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날로 회장은 아들이자 사장으로 앉아있는 ‘이장’을 불러 회사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여 오나시아인을 위한 통신수단을 개발하라는 임무를 조용히 지시하였다. 그것은 오직 아버지와 아들만 아는 극비 프로젝트였고, 회사의 신제품 개발팀 누구도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서울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온 이장에게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당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것이었다. 며칠 밤을 새워 가며 고민한 끝에 결국, 직접 그곳을 방문하여 제품 아이디어를 얻어 보리라 결정을 내렸다며 자기소개를 마쳤다.



두 번째 사람은 아까부터 세상일에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고 옆으로 쭉 찢어진 눈을 가졌지만 그 안에 든 눈동자는 매우 반짝거렸다. 그는 히든벅이 신기한지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는데, 일부러 시선을 피하던 히든벅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확 째려보고 나서야 겨우 시선을 거두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쳐다보며 그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이름은 ‘제이’, 현재 30살이란다. '오나시아'에서 태어나 중국, 미국, 영국, 한국 등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6년 만에 홀어머니의 생일에 맞춰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는 집안 내력에 따라 화가가 되어야만 했단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써도 써도 닳지 않는 마법 물감 때문이었는데, 그것으로 그리고 주문을 외우면 그림이 살아서 튀어나온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었다. 화가가 된 집안 조상들은 그것으로 하루에 수십 장씩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아무 그림이나 다 살아 나오는 것은 아니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법 물감이 원하는 정도의 실력과 혼을 지녀야 하는데, 그런 훌륭한 실력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화가였던 그의 할아버지도 한평생 해봐도 안 되다가 노환으로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혼신을 다해 벽에 그린 참새 한 마리가 벽에서 튀어나와 창문 밖으로 날아갔단다.


이번 어머니 생일을 맞이하여 좋아하시는 떡을 그것으로 그려볼 예정이란다. 그는 엄청 빠르고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말을 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가 ‘떡’이라고 발음했을 때 모두 ‘똥’으로 알아듣고 크게 경악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있는 것이니까 다들 예의상 그러려니 했다. 별무늬 티셔츠와 반짝거리는 소재의 헐렁한 바지를 입은 그의 패션이 유난히 튀었다.



마지막 손님은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남자로, 옷 테두리를 따라 금실로 물방울무늬를 촘촘히 박은 파란 비단 원피스와 주황 쫄바지를 입고 있었다. 색상 때문인지 그의 다리가 매우 얇아 보였다. 그의 목에는 원피스보다 크기가 작은 금실 물방울무늬로 테두리를 박은 파란 비단 목도리를 걸쳤는데, 그 끝이 바닥에 내려앉은 길이로 보아 일어서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올 듯했다. 그가 몸을 움직이자 비단옷과 목도리의 물방울무늬가 모닥불 빛에 받아 반짝거렸다.


긴 머리카락을 하나로 올려 묶고 그 위에 검은 갓을 쓴 그의 이름은 ‘마네킴’.


나이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충 5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오나시아 왕국의 외교사신으로 중국 북경에서 지내다가 오나시아 왕의 급한 부름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란다. 자신에게 내려질 비밀임무가 무엇인지 말해줄 순 없지만 다른 사신이 맡은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다급한 일이라며 스스로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한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 그 자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브라잇 동맹 1권 딥언더니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브라잇 동맹 2권 곧 개시 17.07.20 99 0 -
49 12. 딥언더니아 - 5 [THE END] 17.07.07 121 1 12쪽
48 12. 딥언더니아 - 4 17.06.30 125 1 6쪽
47 12. 딥언더니아 - 3 17.06.23 84 1 5쪽
46 12. 딥언더니아 - 2 17.06.16 131 1 7쪽
45 12. 딥언더니아 - 1 17.06.09 153 1 7쪽
44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5 17.06.02 127 1 5쪽
43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4 17.05.25 151 1 6쪽
42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3 17.05.19 131 1 7쪽
41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2 17.05.12 122 1 7쪽
40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1 17.05.04 129 1 5쪽
39 10. 화이트캐슬 - 5 17.04.28 129 1 5쪽
38 10. 화이트캐슬 - 4 17.04.20 132 1 7쪽
37 10. 화이트캐슬 - 3 17.04.13 117 1 6쪽
36 10. 화이트캐슬 - 2 17.04.06 136 1 6쪽
35 10. 화이트캐슬 - 1 17.03.30 102 1 7쪽
34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8 17.03.23 121 1 4쪽
33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7 17.03.16 146 1 6쪽
32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6 17.03.09 136 1 7쪽
31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5 17.03.02 106 1 8쪽
30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4 17.02.23 164 1 7쪽
29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3 17.02.16 111 1 7쪽
28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2 17.02.09 145 1 9쪽
27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1 17.02.02 666 1 5쪽
26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3 17.01.26 214 1 8쪽
»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2 17.01.19 228 1 9쪽
24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1 17.01.12 228 1 8쪽
23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3 17.01.05 612 1 7쪽
22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2 16.12.22 151 1 11쪽
21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1 16.12.09 170 1 13쪽
20 6. 제임스 왕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 2 16.12.01 134 1 5쪽
19 6. 제임스 왕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 1 16.11.24 223 1 6쪽
18 5. 브라잇 동맹 - 3 16.11.17 175 1 6쪽
17 5. 브라잇 동맹 - 2 16.11.03 175 2 11쪽
16 5. 브라잇 동맹 - 1 16.10.27 414 2 12쪽
15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3 16.10.14 162 2 5쪽
14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2 16.10.07 276 2 8쪽
13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1 16.09.22 158 1 5쪽
12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4 16.08.18 182 2 9쪽
11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3 16.08.12 173 2 6쪽
10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2 16.08.05 203 2 6쪽
9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1 16.07.28 169 2 5쪽
8 2. 이안 일룸니아 - 3 16.07.14 195 1 7쪽
7 2. 이안 일룸니아 - 2 16.07.07 200 1 6쪽
6 2. 이안 일룸니아 - 1 16.06.30 209 1 6쪽
5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3 16.06.23 1,104 1 6쪽
4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2 16.06.16 254 1 7쪽
3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1 16.06.09 439 1 7쪽
2 차례 16.06.02 508 1 1쪽
1 프롤로그 16.06.02 532 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