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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브라잇 동맹 1권 딥언더니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6.05.31 17:26
최근연재일 :
2017.07.07 15:32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0,963
추천수 :
60
글자수 :
145,374

작성
17.06.30 16:40
조회
124
추천
1
글자
6쪽

12. 딥언더니아 - 4

DUMMY

딥언더니아인들은 광장을 걷고 있는 키가 큰 외국인들에게 호기심이 생기는지 흘끔흘끔 그들을 쳐다보며 지나갔다. 어린아이들은 아예 가던 길을 멈추어 동물원 사자를 보듯 그들을 뚫어져라 관찰하기까지 했다. 수진이 먼저 말을 걸고 손을 흔들어주자 그들은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순식간에 도망쳐 버렸다.


‘이상한 아이들이야.’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란히 걷고 있는 이안은 아무 말 없이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혼자 깊은 사색에 잠겨있었다. 고대 룬문자를 새겨놓은 웅장한 기둥을 지나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때늦은 후회가 물씬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룬문자를 좀 배워둘걸. 공부할 때 괜히 게으름을 피웠어.’


“앗!”


옆에서 수진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주춤하더니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한 충격으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녀의 온몸이 부르르 떨리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는 물으면서 그녀가 바라보던 기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만 흠칫 놀라 세 번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이내 다시 앞으로 걸어 나오며 그가 흥분한 어조로 떠들었다.


“저건, 그냥 기둥 조각이야, 수진. 진짜 전사들이 아니라고. 근데 진짜 같잖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정말 신기하네.”


문제의 기둥에는 갑옷을 갖춰 입고 도끼를 쳐든 딥언더니아 전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용맹하게 뛰어나가는 모습이 위아래로 생생히 조각되어있었다. 그런데 그 위로 횃불의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흡사 그것들이 기둥에서 튀어나와 그들을 향해 돌진해올 것만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도 온전히 믿을 수가 없어 몇 초간 더 관찰하고 나서야 겨우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광장의 중간쯤 왔을 때였다. 이안의 귀에 익숙한, 그러나 너무나도 증오하는 목소리가 불현듯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그의 가슴은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올랐다. 그는 벗어나려고 온몸으로 저항했지만 결국 실패하여 오래 전의 회상으로 빠져들었다.


“왕자님, ‘딥언더니아 왕국’ 역시 삼천 년 전에 ‘블랙수트’와의 전쟁에서 우리와 함께 피를 흘린 동맹이자 친구입니다. 이 세상의 어느 나라도 그들이 가진 건축술과 금속 공예, 석공 기술을 따라잡을 수는 없답니다. 그러니 그들도 브라잇 동맹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그에 합당한 존경과 존중을 받아야 하고, 그들 역시 그것을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권리가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우리와 외모 면에서 다를 뿐, 그 안에 든 내면은 다 똑같은 것입니다.


이안 왕자님, ‘다름’은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 말을 잘 기억해주십시오. 앞으로 누구를 만나시든 어디를 가시든, 외양이 아닌 내면으로, 즉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드러나는 겉모습이 다는 아니니까요.”


오래전 그날도 이안은 일룸니아 궁전의 도서관 서재에서 어느 때처럼 와이즈맨에게 직접 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실내를 밝히는 수백 개의 초가 꽂혀있고 스스로 공중 부양하는 샹들리에 바로 밑으로 그가 앉은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평상시처럼 낮고 엄숙한 어조로 말을 마친 와이즈맨이 그의 의자 옆에 서 있었다.


부슬비가 창을 때렸다. 서재는 낡고 칙칙한 책 냄새로 가득하여 아늑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로 실내를 가라앉혔다.


그날의 주제는 ‘딥언더니아’였고, 이안의 앞에는 두껍고 묵직한 책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와이즈맨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척 까불거리는 태도로 앉아있었다. 그러다 한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뜸 반격을 시도했다.


“그래도 난쟁이는 난쟁이야. 당신만 빼고 다들 그냥 난쟁이, 난쟁이 왕국이라고 부른다고. 이 사진 좀 봐봐! 어쩜 이리 못생기고 험상궂어 보일까? 단순 무식하고 아마 고집도 보통이 아닐 거야. 앞으로 삼천 년이 더 흐른다 해도 그들에게 손톱만큼의 존경심 같은 건 절대 생기지 않을 것 같다고.”


“잘 보셨습니다. 그들은 고집이 아주 셉니다. 성격도 거칠고 남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지요. 황금에 대한 욕심 또한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그들이 가진 많은 장점을 다 가리지는 못할 겁니다. 그들은 한번 약속을 하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지킵니다. 전쟁에 나가면 죽음을 무릅쓸지언정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지요. 왕자님도 잘 아시다시피 그들의 용맹함이 결국 거인들까지 무너뜨렸지 않았었습니까?


그리고 한번 우정을 맹세하면 평생 친구가 되어줍니다. 뭐, 먼저 배신을 하면 최악의 경우 피의 복수를 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지하에 건설한 ‘딥언더니아 왕국’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매우 훌륭하고 웅장하답니다. 한마디로 굉장히 신비스러운 장소이지요.”


“마치 자네가 직접 갔다 온 것처럼 말하네?”


“네, 맞습니다.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꼭 그곳을 방문해보십시오. 직접 보시면 왕자님도 그들은 그저 난쟁이라 부르지 못하실 테니까요.”



몸을 부르르 떨며 회상에서 깨어난 이안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었다. 여전히 붐비는 광장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회를 이용해 마음껏 그들과 왕국을 관찰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오게 된 것도 일룸니아의 왕자로서의 숙명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 이상 독선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서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리라.’


그는 굳게 다짐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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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2. 딥언더니아 - 5 [THE END] 17.07.07 121 1 12쪽
» 12. 딥언더니아 - 4 17.06.30 125 1 6쪽
47 12. 딥언더니아 - 3 17.06.23 84 1 5쪽
46 12. 딥언더니아 - 2 17.06.16 131 1 7쪽
45 12. 딥언더니아 - 1 17.06.09 152 1 7쪽
44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5 17.06.02 127 1 5쪽
43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4 17.05.25 151 1 6쪽
42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3 17.05.19 131 1 7쪽
41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2 17.05.12 122 1 7쪽
40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1 17.05.04 128 1 5쪽
39 10. 화이트캐슬 - 5 17.04.28 128 1 5쪽
38 10. 화이트캐슬 - 4 17.04.20 132 1 7쪽
37 10. 화이트캐슬 - 3 17.04.13 117 1 6쪽
36 10. 화이트캐슬 - 2 17.04.06 136 1 6쪽
35 10. 화이트캐슬 - 1 17.03.30 102 1 7쪽
34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8 17.03.23 121 1 4쪽
33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7 17.03.16 146 1 6쪽
32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6 17.03.09 136 1 7쪽
31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5 17.03.02 105 1 8쪽
30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4 17.02.23 163 1 7쪽
29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3 17.02.16 110 1 7쪽
28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2 17.02.09 145 1 9쪽
27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1 17.02.02 666 1 5쪽
26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3 17.01.26 213 1 8쪽
25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2 17.01.19 227 1 9쪽
24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1 17.01.12 228 1 8쪽
23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3 17.01.05 612 1 7쪽
22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2 16.12.22 150 1 11쪽
21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1 16.12.09 170 1 13쪽
20 6. 제임스 왕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 2 16.12.01 134 1 5쪽
19 6. 제임스 왕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 1 16.11.24 222 1 6쪽
18 5. 브라잇 동맹 - 3 16.11.17 174 1 6쪽
17 5. 브라잇 동맹 - 2 16.11.03 175 2 11쪽
16 5. 브라잇 동맹 - 1 16.10.27 413 2 12쪽
15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3 16.10.14 161 2 5쪽
14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2 16.10.07 276 2 8쪽
13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1 16.09.22 158 1 5쪽
12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4 16.08.18 181 2 9쪽
11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3 16.08.12 173 2 6쪽
10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2 16.08.05 203 2 6쪽
9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1 16.07.28 169 2 5쪽
8 2. 이안 일룸니아 - 3 16.07.14 194 1 7쪽
7 2. 이안 일룸니아 - 2 16.07.07 200 1 6쪽
6 2. 이안 일룸니아 - 1 16.06.30 209 1 6쪽
5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3 16.06.23 1,104 1 6쪽
4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2 16.06.16 254 1 7쪽
3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1 16.06.09 439 1 7쪽
2 차례 16.06.02 508 1 1쪽
1 프롤로그 16.06.02 532 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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