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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브라잇 동맹 1권 딥언더니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16.05.31 17:26
최근연재일 :
2017.07.07 15:32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0,970
추천수 :
60
글자수 :
145,374

작성
17.03.02 16:48
조회
105
추천
1
글자
8쪽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5

DUMMY

“여기야!”


이안의 부름에 그녀의 고개가 돌려졌다. 5번 석문 앞에 그와 히든벅이 서 있었다. 그런데 번호판이 이전과 좀 달랐다. 숫자 아래로 물결모양의 파란선이 세 줄 그어있었다. 그리로 향하던 지원이 손목시계를 쓱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음,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석문이 안에서 열리더니, 초록색 비늘 피부를 가진 남자 두 명이 허리에서 무릎까지 내려온 하얀 치마만 입은 채 어정쩡하게 걸어 나왔다.


다음으로 하얀 원피스를 입은 초록색 피부의 여자가 나왔다. 그들은 모두 맨발에, 물속에 빠졌었는지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물이 그들의 다리를 타고 바닥으로 새어 나왔다. 히든벅이 마지막으로 나온 여인에게 공손히 물었다.


“혹시 쿠룸도 같이 오지 않았나요? 이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요.”


“왔어요. 지금 안에서 옷을 짜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뿐이에요. 곧 나올 거예요.”


풍성하고 붉은색의 긴 머리를 가진 예쁘장한 그녀의 입에서 쇠가 유리를 긁는 듯 소름이 짝짝 끼치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초록 피부의 남자들을 쫓아갔다.


일행은 문밖에서 20분을 더 기다렸고, 드디어 쿠룸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커다란 덩치에 하얀 피부와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희한한 점은 바로 그의 옷차림이었다. 검은 파마머리에 검은 양복, 검은 망토를 두르고 검은 구두까지 신은, 꼭 장례식장을 찾아온 조문객처럼 보였다. 그 역시 머리끝부터 발까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히든벅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갔다.


“쿠룸, 오랜만이오. 근데 왜 아쿠아니아인이 사용하는 문으로 나온 것이오?”


“빨리 오려고 그랬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가 마침 북극해를 향하던 배 갑판 위였거든요. 인어들이 이용하는 게이트 중 하나가 바로 북극점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지요. 이런, 지금 제 모습이 말도 못하게 엉망이죠? 깊은 바닷속을 걸어왔더니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그나마 말동무가 되어준 인어 친구들 덕분에 마음만큼은 즐거웠답니다.”


쿠룸은 기분 좋게 껄껄 웃다가 이안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이안의 얼굴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듯 반짝거렸다.


“아, 그분이군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저는 ‘쿠룸 드보르자’라고 합니다.”


그는 오른손을 배 위에 얹고 왼손과 왼쪽 다리를 뒤로 내빼어 상체를 숙이는, 일룸니아식 궁정 인사를 정중히 선보였다. 이안은 어쩔 줄 모르다가 예전에 하던 식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 답례했다.


“그래, 내가 부탁한 것은 가지고 왔소?”


히든벅이 쿠룸의 옷을 훑어보며 묻자 그는 급히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더니 지원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지원이 고개를 두세 번 끄덕이자 그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더니, 엄청 빠른 속도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의 손에 그것을 건네주고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정말 글자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지원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은 비닐로 둘둘 말린 것이었다. 그는 얼른 그것을 자신의 배낭 안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다시 군중 속으로 흡수되어 나아갔다. 수진은 옆으로 지나치는 석문들의 번호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4번, 3번, 2번 숫자 밑으로도 파란 물결선들이 그어져 있었다. 인어왕국의 아쿠아니아인이 사용하는 문들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곁에서 걷고 있는 이안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쿠룸이란 분은 물속을 걸어왔다니까 옷에 산소호흡기라도 달고 있었나 봐?”


“아까 보고도 몰랐어? 그는 뱀파이어야. 뱀파이어는 숨을 쉬지 않으니까 물속에서 익사할 염려가 없지.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니 컴컴한 물속도 문제가 되지 않는 거야.”


그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가 뱀파이어였다고? 뱀파이어라고 다 미남미녀는 아니구나.’


“근데 이안, 그가 지원 아저씨에게 건네준 것이 뭔지 혹시 알아?”


“모르겠어. 그렇지만 꽤나 비밀스러운 것임이 분명해.”



1번 석문에 못 미치는 어두컴컴한 지점에서, 지원이 이안과 수진을 구석으로 불러들였다. 히든벅이 아이들 등 뒤로 병풍처럼 서주니,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그들만의 조그만 은신처가 마련되었다.


지원은 아까 쿠룸에게 받았던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 들고 비닐을 벗기기 시작했다. 몇 겹을 벗겨내자 드디어 안의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다름 아닌 조그만 수첩 두 개였다. 하나는 검은색 커버였고 나머지는 빨간색 커버였다. 이안이 보자마자 흠칫 놀라서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건 여권이야. 위조 여권.”


지원은 그것들을 가지고 벽의 크리스털 담쟁이 위에 놓인 촛불 옆으로 다가갔다. 꼼꼼히 살펴보던 그의 입에서 웃음이 빵 터져 나왔다. 초를 한 손에 집어 들고 히든벅에게 다가가 직접 그것들을 비춰주자,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감탄했다.


“잘 나왔군. 아주 좋아. 역시 이 솜씨는 그를 따라갈 자가 없다니까.”


검은색 수첩은 이안에게, 빨간색 수첩은 수진에게 건네졌다. 이안은 재빨리 수첩의 첫 장을 펼치더니 “헉”하는 소리와 함께 인상을 쓰고 손을 덜덜 떨며 툴툴거렸다.


“이건 뱀파니아 여권이네. 이안 드보르자? 아까 쿠룸의 성도 드보르자 아니야?”


“맞습니다. 이제 당신은 그의 조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여권 사진이 정말 예술로 나왔어요. 모자란 부분은 그가 손봐주긴 했지만요.”


수진 역시 여권을 훑어보다가 첫 장에서 그만 손이 딱 멈춰버렸다. 그녀의 이름은 똑같이 ‘황수진’이었고, 오나시아 출신으로 되어있었다.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사진이, 여권 사진이...


‘아니, 어떻게 이런 사진을 여권에다 붙일 수 있는 거지?’


사과처럼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지원 곁으로 다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여기 사진 말이에요.”


“응, 그거? 네가 잠들었을 때 내가 몰래 들어가서 분장을 시키고 얼른 찍었단다. 어때? 아주 잘 나왔지? 너는 분장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게 나오더구나. 그래서 아주 편했지. 쿠룸도 그 사진은 거의 건드리지 않고 사용한 것 같아. 초록갓 아이스크림 가게에 걸린 전주인들 여권 사진을 걸고 확신하건대, 너는 곧바로 무사통과야. 확실해.”


이안이 재빠르게 그녀의 손에서 여권을 낚아채 갔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보더니 배꼽 빠지게 웃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너 침 잘 흘린다. 정말로 잘 나왔는데?”


창피해진 그녀가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그것을 낚아채어 핸드백 안에 쑤셔 넣었다. 그들이 침이 마르게 칭찬한 그녀의 여권 사진은 다음과 같았다.


감고 있던 그녀의 눈꺼풀 위로 눈을 그려 넣었는데 왼쪽 눈동자는 왼쪽으로 몰려있고, 오른쪽 눈동자는 오른쪽으로 몰려있었다. 그녀의 입이 벌어지면서 입가 옆으로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코 밑으로 검은 콩이 딱 달라붙어 있고, 콧구멍이 유난히 벌름거렸다. 만약 바보 얼뜨기 사진 콘테스트가 지금 열린다면 1등, 아니 적어도 2등까지는 뽑힐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 대한 호기심과 사진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일행을 졸졸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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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2. 딥언더니아 - 5 [THE END] 17.07.07 121 1 12쪽
48 12. 딥언더니아 - 4 17.06.30 125 1 6쪽
47 12. 딥언더니아 - 3 17.06.23 84 1 5쪽
46 12. 딥언더니아 - 2 17.06.16 131 1 7쪽
45 12. 딥언더니아 - 1 17.06.09 152 1 7쪽
44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5 17.06.02 127 1 5쪽
43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4 17.05.25 151 1 6쪽
42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3 17.05.19 131 1 7쪽
41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2 17.05.12 122 1 7쪽
40 11. 정체불명의 군사들 - 1 17.05.04 129 1 5쪽
39 10. 화이트캐슬 - 5 17.04.28 129 1 5쪽
38 10. 화이트캐슬 - 4 17.04.20 132 1 7쪽
37 10. 화이트캐슬 - 3 17.04.13 117 1 6쪽
36 10. 화이트캐슬 - 2 17.04.06 136 1 6쪽
35 10. 화이트캐슬 - 1 17.03.30 102 1 7쪽
34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8 17.03.23 121 1 4쪽
33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7 17.03.16 146 1 6쪽
32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6 17.03.09 136 1 7쪽
»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5 17.03.02 106 1 8쪽
30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4 17.02.23 163 1 7쪽
29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3 17.02.16 111 1 7쪽
28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2 17.02.09 145 1 9쪽
27 9. 키릴장막 아케이드 - 1 17.02.02 666 1 5쪽
26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3 17.01.26 214 1 8쪽
25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2 17.01.19 227 1 9쪽
24 8. 오나시아 손님들, 가상현실(VR), 드론, 인공지능(AI) - 1 17.01.12 228 1 8쪽
23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3 17.01.05 612 1 7쪽
22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2 16.12.22 150 1 11쪽
21 7. 한밤중의 사냥꾼들 - 1 16.12.09 170 1 13쪽
20 6. 제임스 왕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 2 16.12.01 134 1 5쪽
19 6. 제임스 왕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 1 16.11.24 223 1 6쪽
18 5. 브라잇 동맹 - 3 16.11.17 174 1 6쪽
17 5. 브라잇 동맹 - 2 16.11.03 175 2 11쪽
16 5. 브라잇 동맹 - 1 16.10.27 414 2 12쪽
15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3 16.10.14 161 2 5쪽
14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2 16.10.07 276 2 8쪽
13 4. 프렐리야의 흰사슴 '히든벅' - 1 16.09.22 158 1 5쪽
12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4 16.08.18 181 2 9쪽
11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3 16.08.12 173 2 6쪽
10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2 16.08.05 203 2 6쪽
9 3. 번개 맞은 자작나무 말뚝과 황금잎블루베리 - 1 16.07.28 169 2 5쪽
8 2. 이안 일룸니아 - 3 16.07.14 194 1 7쪽
7 2. 이안 일룸니아 - 2 16.07.07 200 1 6쪽
6 2. 이안 일룸니아 - 1 16.06.30 209 1 6쪽
5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3 16.06.23 1,104 1 6쪽
4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2 16.06.16 254 1 7쪽
3 1. 초록갓 아이스크림 - 1 16.06.09 439 1 7쪽
2 차례 16.06.02 508 1 1쪽
1 프롤로그 16.06.02 532 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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