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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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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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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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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692

작성
15.04.20 06:07
조회
2,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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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9쪽

가몰(家歿)

DUMMY

種瓜得瓜요 種豆得豆니 天網이 恢恢하여 疎而不漏니라.

(종과/득과요/ 종두/득두니/ 천망이/ 회회하여/ 소이/불루니라.)

오이씨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을 것이니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서 성기지만 새지는 않는다. (명심보감; 천명편)



**


"짐(朕)이 권좌에 올라 황제의 의무에 대해 성찰한 일이 드물었다. 짐은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신하들이 올린 상소문을 읽었다. 짐은 필요한 곳에 관리들을 배치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늘에 와서야 짐은 다방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음을 깨닫는다. 짐은 닥치는 대로 세금을 거두어 들였고 제국의 안녕에 무관심하였다. 만성들의 혼란과 신료들의 분열은 그로 인한 것이다. 이제 짐은 밤낮없이 이 모든 것을 생각한다.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선(善)을 지향하기 시작하는 내 영혼의 고통을 견뎌내기가 힘들다. 짐을 괴롭히는 병마가 나날이 깊어가니 죽을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기지가 넘치고 선의를 타고난 후계자는 이를 명심하라. 태자는 효심, 복종심, 그 외에도 많은 덕성을 갖추었으니 용기를 내도록 하라. 중원제국의 유산(遺産)은 이제 태자(太子)의 것이니라."


만력 48년(서기 1620년) 명나라의 만력제(萬曆帝)는 거의 반세기를 지배한 후 임종의 순간을 맞아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 서기 1600 년 =


**


고원(高元)은 어느 날과도 다름없이 거의 뛰듯이 대문을 들어서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호봉팔현, 가급천병 (戶封八縣, 家給千兵)”


눈이 녹아가는 양지 막에 엎드려서 무료해하던 복점이라는 개가 먼저 뛰어나와 고원을 반겼다. 아마도 고원이는 서당에서 공부가 끝난 후 집에 돌아오던 내내 8 글자를 조그만 목소리로 외우고 왔을 터였다. 이것은 천자문을 하루에 8 글자씩 배우기 시작한 첫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습관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이 오늘 가르쳐준 8 글자는 고원이 배우고 있는 천자문의 딱 중간이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고원은 무려 일 다경이나 걸려서 천자문의 처음부터 오늘 배운 곳까지 스승님 앞에서 소리 내어 외었고, 오백 네 글자 중 다행히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아서 스승님으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았었다.


“고원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주 큰 인물이 될 것 같구나. 생김새도 훤칠하지만 머리도 뛰어나고, 글 공부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니 말이다. 오늘 배운 호봉팔현 가급천병, 이 두 구절은 옛날 한나라 고조께서 천하를 평정하시고, 한나라를 세우신 후에, 공신을 책봉하였는데, 공(功)이 아주 무거운 자는 여덟 현의 민호(民戶)에서 바치는 세금을 받아서 제후국이 되었단다. 또 제후국에 1천 명의 군병을 두어 그 집을 호위하도록 허락하였단다. 이러한 옛날 일을 천자문에서 가르쳐주고 있음이란다. 고원이도 공부 열심히 하여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어, 나라에 큰 공을 쌓고, 제후가 되도록 하거라. 열심히 하면 틀림없이 그리 될 게다. 알았느냐?”


“예, 스승님 열심히 공부해서 꼭 제후국이 되어볼게요.”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서, 대문을 들어서니, 월선이가 고원의 목소리를 듣고서, 종종 걸음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도련님 어서 오셔요. 지금 마님께서 내당에서 기다리세요. 어서 가보셔요.”


그런데 좀 월선의 안색이 이상해 보이는 것이 수상쩍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뛰어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가운데 의자에 어머니가 앉아계시고, 형은 굳은 표정으로 서서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고, 옆에는 일선이와 봉팔이가 서있었다.


“원이 너도 어서 이리 오거라.”


“예, ······”


조금 있으니 월선이도 뒤따라 들어왔다.


“모두 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한마디라도 허투루 들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 집안의 원수가 근처에 왔구나. 어제 해질 무렵에 아버님께서 봉구를 데리고 선착장에 나가셨는데, 나가시면서 일러주시는 말씀이 - 오늘 못 돌아오게 되면 내일 아침에 올 것이요. 내일 아침에 까지 못 온다면 아마 내가 이미 죽었을 것이요. 그러니 그 대비를 좀 해주셔야겠소. 부인. - 이렇게 말씀하시고 어찌해야 할지 가르쳐주고 가셨는데, 기어코 문제나 생겼나 보다.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분명 무슨 사고가 일어난 것이야.”


옆에서 듣고 있던 고원의 형, 고룡(高龍)이 말을 했다.


“우리 집안에 원수가 있었다고요?”


“그래 너네 들이 아직 어려서 아버지께서 말하지 못하신 것이다. 그 원수들은 아주 지독한 놈 들이어서, 아마도 피할 길이 이미 다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만, 이대로 죽기를 기다릴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도망을 가봐야 한다. 룡이나 원이나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꼭 살아 남아야 한다. 꼭 살아남아라. 그리고 살아남으면 원수를 갚아야만 한다.”


“.......”


“룡이는 봉팔이와 같이 제남으로 가거라, 거기 부성 안에 왕씨 비단 가게가 있는데, 거기에 큰아버지가 살고 계실 게다. 봉팔이는 몇 차례 심부름하려 들렸을 테니 알 게다. 거기에 가서 큰 아버지를 뵙고 말씀 드리면 알아서 해주실 것이다. 여기에서 거기까지 관도를 따라 걸으면 열흘은 걸릴 게다만, 어쩌면 길 없는 산이나 들로 가야 될지, 어찌 될지? 봉팔이가 제남까지의 길은 잘 알고 있겠지만. 아무튼 조심해서 찾아가거라.”


일선이는 조그만 보따리를 봉팔에게 전해주었다.


“여기 두 사람이 이틀 먹을 주먹밥을 열두 개를 쌌어요. 받으세요.“


그리고 어머니는 전궤(錢櫃)를 열고, 고룡에게 은자 열 냥을 꺼내주었고, 봉팔에게도 은자 다섯 량과 동전 세관(1관=1000문)을 꺼내주었다.


“봉팔이는 룡이를 제남 부성에 데려다 주고, 너도 네 갈 길로 알아서 가면 되겠다.”


“원이는 룡이와는 반대로 동쪽으로 가거라. 혹시 룡이가 가는 서쪽 길목을 원수들이 막고 있다면 원이라도 살아남아야 할테니...... 지금 마을 앞 반점에 동쪽으로 가는 연대 군병들이 군수물품 마차를 끌고 가는데 밥 먹느라 멈춰있으니, 그 마차에 몰래 기어들어가서 타고 가면 원수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이도 은자 열 량을 줄테니 조심하고, 알아서 하거라.”


일선이는 고원에게도 주먹밥이 열 개 싸인 조그만 보따리를 하나 쥐어주었다.


“룡이와 원이는 이리 오거라.”


어머니를 따라 간 곳은 조상들의 위패가 놓여있는 뒷방이었다. 원이는 천자문을 배우면서부터 근래에야 위패에 쓰여있는 글자들 중에 몇 개씩 아는 글자가 있어서, 가끔 이곳에 와서 위패들을 바라보기도 했던 곳이며. 어쩌다 제사 지내는 날에나 오던 곳인데 오늘은 뜻밖에 어머니가 데려 온 것이었다.


“어서 조상님들에게 두 번씩 절을 하거라. 조상님들이시여, 우리 룡이와 원이를 보우하여 주시오소서.”


고원은 형이 하는 것을 눈치 보면서 따라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에 어머니의 말이 들려왔다.


“나중에 혹 살아남거든, 이 위패들 아랫부분을 석 자 정도 파 내려가면 우리 집안에 내력과 일들이 적혀있는 책자가 나올 것이다. 혹 여기에 아무 것도 없으면 제남에 백부님 댁에 가서 위패 자리를 파보면 나올 것이다. 너네 둘이서만 알고 있거라. 알겠느냐?”


다시 내당으로 들어와서 고룡과 고원 그리고 봉팔은 어머니에게 작별의 절을 하였다. 고룡은 말하였다.


“어머니 꼭 살아서 돌아올테니 기다려주세요.”


고룡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나 보았다. 잠시 전에 봉팔에게 은자를 주며 어머니가 했던 말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같은, 터무니없이 날벼락을 맞은 날에야 누군들 제정신이겠는가? 형 고룡이 먼저 떠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어머니가 어서 가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고원이도 대문을 나섰다. 개 복점이란 놈이 뭣 모르고 자꾸 따라 나서니, 고원이가 쫓으면 돌아가듯 하다 다시 쫓아 나오고, 또 쫓으면 집으로 들어가다가 다시 쫓아 나오고 하여, 고원이는 개 복점을 떼어놓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명대지도1.jpg


작가의말

명나라 말을 시대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잘 될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네요. 한 분이라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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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나만봄
    작성일
    15.04.29 02:25
    No. 1

    잘볼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2 金舶
    작성일
    15.04.29 07:21
    No. 2

    반갑습니다. 끝에 실린 명나라 지도에서 황하가 잘못 그려져 있습니다. 명대에 황하는 산동성 아래쪽으로 흘러서 동해에 들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金舶
    작성일
    15.05.08 20:28
    No. 3

    글 말미에 첨부된 그림(이미지) 자료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건져온 것입니다. 출처가 분명한 것도 있고, 불명한 것도 있고요. 꼭 필요한데 구할 수 없는 것은 필자가 직접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지재권에서 어떤 문제의 소지도 있으나 다른 방도가 없어서 강행하였습니다. 혹시 지재권과 연결이 되신 분께서는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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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6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7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60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30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9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9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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