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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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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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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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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4
글자수 :
584,692

작성
15.06.20 15:27
조회
1,228
추천
17
글자
10쪽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DUMMY

진원성은 누명을 벗겨지기 전까지는 흑돈끌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그 때부터 제남의 산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공부와 수련만을 하기로 하였으며, 초무량 이하 흑응회 식구들에게도 그리 알도록 말해주었다. 진원성은 산 속에 이미 한 겨울을 잘 지낼 만큼의 식량을 저장해 두어서 먹을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걱정이라고는 한 6 개월 공친, 공부를 따라잡는 것이며, 열심히 호흡하면서 산을 누비고 뛰어다니게 되었다. 전에는 천불산과 역산 이 두 곳을 주로 뛰었지만, 시간이 남게되니 점점 범위가 넓어졌고, 그에 따라 거의 매일 장원에 돌아가던 것이 이제는 산 속에서 굴들을 찾아내고, 굴에서 밤을 보내며 흑응장원에 돌아가는 날도 뜸해지게 되었다.


제남부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천불산과 역산 그리고 그 인근에 있는 산들에 대해 진원성만큼 세밀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진원성은 이미 몇 년을 이 산들에서 뒹굴며 살았기 때문에, 그리고 근처의 만성들이 산짐승 잡을 요량으로 쳐놓은 각종 덫과 올무나 함정들은, 그것은 진원성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에 진원성의 눈에 띄는 대로 바로 철거되고 무용화되었고 이제는 만성들도 덫이나 올무나 함정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진원성은 산에 대해 어떤 애정을 품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이 산의 주인인 것처럼 자인(自認)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줍잖게 사냥이라도 하겠다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공연히 심사가 뒤틀려서, 위에서 돌덩이를 굴려서 겁을 주던가, 직접 만나서 얼마 전에 어떤 사냥꾼이 늑대에게 찢겨 죽었다는 등 거짓말까지 해가며 쫓아보내던가, 끝까지 내려가지 않고 버티는 패들은 직접 손맛을 조금 보여주고 다른 산으로 가보라는 조언을 해서 내려보내기도 하였다.


10 월 중순이 넘어서자 진원성은 하나의 알 수 없는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제남부의 천불산과 역산 사이에 있는 작은 산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천불산이나 역산에 비하여 너무 낮고 작아서 산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언덕이었다. 이 일 이후로 진원성은 이 작은 산의 남쪽에 있어서 저 멀리 태산으로 맥을 이어주는 산을 거산(巨山)이라 부르고, 이 작은 산을 소산(小山)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있었다.


처음에 진원성은 이 산 같지도 않은 언덕을 비켜서 거산으로 가려고 하였다. 평소에는 이 작은 산의 남쪽 산자락을 무심코 스쳐서 거산으로 갔었는데, 그날은 왠지 구릉으로 보여지는 소산에게 어떤 끌림이 느껴졌었나 보다. 너무나 볼 품이 없어서 평소에 없는 것처럼 생각해오던 소산이 그날은 왠지 좀 달리 보였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없이 이 옆으로 지나갔었지만, 이쪽으로 올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신적으로 진원성은 이 주변 산의 사실상 주인은 바로 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왜 이 쪽으로는 가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참 알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진원성은 소산의 동남쪽 산자락에서, 남쪽이 아닌 서쪽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길없는 산 속이라 칼질을 하여 나뭇가지들을 쳐내 길을 내면서, 한 마장 정도를 걸어가자, 묘하게도 눈 앞에 소나무들이 무성하게 서 있어서 건너편의 산자락이 전혀 보이지 않고, 방향을 짐작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 소나무들은 진원성의 길을 안내하듯이 계속 길을 두르고 있는 모양으로 계속 되었다. 진원성은 길을 따라가듯 대충의 방향 감각으로 서북으로 방향을 잡아서 이동하였고, 다시 울퉁불퉁 지세를 따라 역산 쪽으로 너무 갔었나 하고, 다시 북동쪽으로 방향을 고쳐서 나아가고, 다시 남서쪽으로 얼마간 가자 결국 이 때 쯤이면, 소산을 한바퀴 돌아서 다시 처음의 출발했던 동남쪽 산자락까지 왔으리라 짐작을 해보았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과연 처음의 출발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길을 내면서 칼질로 나무 가지들을 쳐내왔던 것과 진원성이 이미 배웠던 산의 얼굴을 읽는 그런 능력으로 자세하게 살펴보니 비슷하지만 아니었던 것이다. 만일에 나무가지에 칼자국을 놓지 않았고, 산의 얼굴을 읽는 그런 능력이 없다면, 분명히 처음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진원성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말 어떤 착각이 일어나는 지를 시험하여 보았고, 그 착각이 정말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원성은 다시는 이 길에서 칼질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알기 전에는 훼손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진원성은 이런 수수께끼를 만나서, 결국 그 날은 거산에 가보지도 못하고, 소산을 계속 살펴보는 데에 하루를 다 보내었다. 이로써 진원성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산 중에서 생활하면서 호흡공부를 하다가 소산에서 만난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하며,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진원성은 소산을 여러 날 살펴본 후에 결국 소산은 누군가가 인공적으로 만든 어떤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소산은 산자락의 둘레가 약 삼 리도 못되는 작은 언덕이지만, 사람이 어디선가 흙을 가져와서 만들었다면 엄청난 노역일 것이 분명하였다. 언덕 전체가 아니고 원래의 어떤 모습에 약간의 손질을 가해서 만들었다해도 이것은 참 대단한 일일 것이다. 이 산은 길이 달팽이 미로 처럼 점점 안으로 빙빙 돌아서 산 정상까지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길은 밖에서는 높아서 안을 볼 수 없었으며, 또 안쪽에서는 바깥 쪽 길을 볼 수 없도록 높게 자란 나무들로 잘 가려 놓았다. 또 길은 수레가 지날 수 있을만큼 평평하였고, 무너진 길도 있었지만 작은 나무들과 잡초들을 제거한다면 당장이라도 흑돈을 끌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라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수레나 마차를 위한 길은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곳까지 수레나 마차가 들어올 수는 없을 테니까, 갑자기 수레가 다니는 길이 나타날 수는 없는 거니까.


문제는 누가 왜 이런 인공산을 만들었을까, 아니 산에다 이런 쓸모없는 수레가 다닐 길을 만들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진원성은 이런 길이 도대체 어떤 용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원성이 내린 결론은 이 길이 전투에서 사용된다면, 한 사람이 많은 적을 상대할 때에 이용한다면, 그리고 이 길의 비밀을 그 한 사람이 알고 있다면 그리고 쫓기면서 이 길로 적을 유인하여, 한 명씩 처리해 나간다면, 혼자서 열 명, 아니 삼십 명, 어쩌면 백 명 까지도 각개격파로 죽일 수가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산을 만든 사람이 정말 그런 용도를 위해 이것을 만들었을까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런 거대한 공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원성은 다시 처음 출발 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자세하게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어떻게 올라가고 내려가며, 어떻게 방향을 움직여서 달팽이처럼 빙빙 돌아서 정상까지 연결이 되는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얼른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하여 스쳐지나가게 만들었던가 보았다. (진원성이 보고 짐작하였던 소산의 모습을 그린 그림 1,2,3 은 아래 그림을 참고 하세요.) 이 둘레 길을 수 십 차례나 살펴보았고, 이미 머리 속에는 그 길의 자세한 것들이 모두 사진처럼 다 기록 되어졌지만 그 어떤 비밀을 알 수는 없었다.


결국 모든 정황 중에서 진원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은 어떻게 하여 이렇게 처음 자리로 되돌아온 것 같은 착각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이와같은 길을 다른 장소에다가 만들어서 역시 그런 착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되는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어쩌면 삼국지 이야기처럼 제갈공명이 팔진도(八陣圖)라고 하는 돌무더기로 수많은 적군들을 대적하였다는 그 진법(陣法)도 이런 종류의 착각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것과 비슷한 아니면 어떤 관련이 있는 그런 방법으로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처음에 진원성은 삼국지 이야기에서 팔진도를 들었을 때에는 그것이 이야기이니까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재미있게만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 자기로써는 여기가 한계라고 생각하였다. 이 이상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의 힘을 빌어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진원성은 아무래도 이 문제는 어떤 엄청난 일의 일부분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였고, 언젠가는 이 비밀을 풀어낼 마음을 먹었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회의에 참가하기로 하였던 1 일이 다가왔음을 알았다. 진원성은 11 월 1 일 새벽에 흑응장원에 도둑고양이가 담을 넘듯이 슬그머니 담을 넘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 방에는 아린 총관이 잠들어 있었다. 푹신한 요와 이불을 놓아두고 딱딱한 진원성의 침대에 와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진원성이 침대에 눕자, 습관처럼 아린총관은 진원성 위로 기어 올랐다. 그리고 머리맡에 있던 이상스럽게 생긴 배게를 찾아 베더니 좀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서 더웠는지 자기 옷을 모두 벗었다. 그리고 다시 한 동안 진원성 위에서 누워있다가, 너무도 뜨거워져서 견디지 못하고, 옷을 입고 자기 방으로 건너가고 말았다.

[그림 소산의 위치와 모양]

080소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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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2 金舶
    작성일
    15.06.20 16:05
    No. 1

    소산은 훗날 하늘의 천제님께 제사를 올리는 제단임이 밝혀지며, 이것은 제남땅이 황도(皇都)였다는 뜻이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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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절현(絶絃)의 고사(古事) 15.07.08 1,094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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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3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1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1 13 14쪽
93 <필독자료>과감한 추측 15.07.02 1,101 13 13쪽
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0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099 15 15쪽
90 호구(虎口)에 들어서다 15.06.30 970 14 14쪽
89 전쟁준비 +1 15.06.29 1,186 12 15쪽
88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15.06.28 973 17 12쪽
87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15.06.27 961 14 12쪽
86 기사회생(起死回生) +2 15.06.26 1,130 13 11쪽
85 포박그물에 잡히다 15.06.25 1,079 16 13쪽
84 분노의 수레바퀴 15.06.24 1,005 15 15쪽
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19 13 11쪽
82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4 14 9쪽
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5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6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59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29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8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8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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