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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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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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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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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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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9쪽

천가 둘째 공자

DUMMY

10 월 26 일 점심께 부터 찬바람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였다. 아직 강물은 얼지 않았으며, 미시경이 되자 제남 선착장에는 막 도착한 여객선에서 초피(貂皮) 털외투를 깨끗히 차려 입은 공자(公子) 한 사람이 세 명의 호위를 데리고 나오고 있었다. 이제 선착장은 한창 붐비는 시간이어서, 흑돈이 청구회의 흑돈 세 대와 흑응회의 흑돈 다섯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리고 공자 일행 4 명은 비룡방 선도(先導)의 손짓에 따라, 청구파의 흑돈 3 대와 흑응회의 흑돈 1 대에 나누어 타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공자가 흑응회의 흑돈에 타고, 세 무사는 청구회의 흑돈에 타게 되었다. 공자는 흑응회의 흑돈에게 물었다.


"제남부에서 제일 큰 반점이 어디냐? 그리로 가자구나."


"예, 제남 부성 안에 제영반점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게 흑응회 흑돈이 맞지? 내가 내일 흑응회주에게 볼 일이 있는데, 이 명첩을 흑응회주에게 전해줄 수 있느냐?"


"예, 전해 드리겠습니다."


"내일 사시에 찾아뵙겠다고 전해주어라."


흑응회 흑돈은 제영반점을 거쳐서, 다시 흑응장원의 서기에게 공자의 명첩을 말과 함께 전달해 주었다. 흑응서기는 명첩을 열어보았다. '임청(臨淸), 천가(千家), 차자(次子), 금조(錦組), 배상(拜上)' 이라 적혀 있었다. 임청의 천가라면 임청직예주의 거물 집안인 것을 흑응서기는 이미 알고 있었으며, 흑응회주에게 임향주의 둘째 딸과 혼약이 되었다가 연기가 되었으며, 결국 파혼이 되는 당사자라는 것을 설명해주었고 나름의 대답 거리를 서로 상의하여 두었다.


그 다음날 흑응회주는 서기와 함께, 시간을 맞추어 방문한 천금조 일행 4 명을 맞이하였다. 흑응회주가 맞아들이는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날이 찬데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일단 자리를 잡고앉자, 하녀가 내어온 차를 한 잔씩 앞에 두고, 회주가 말했다. 천공자를 따라온 무사 세 명은 두 세 걸음 뒤에 천공자를 호위하는듯 하며 서있었다.


"어제 명첩을 받고, 일단은 오실 줄은 알았으나,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요?"


"예,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제남 임향주의 둘째 여식과 혼인 말이 있었던 당사자입니다. 집안의 어르신들이 모두 연기하여야 된다고 말씀하셔서 일이 그렇게 되었지만, 당사자인 제가 보기에는 좀 납득이 안되는 점이 있어서 몇가지 물어보려고 하여 찾아뵈었습니다. 대형이라는 분을 한번 만나뵐 수 없는지요?"


"먼저 공자님의 일이 좋지 않게 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이 일에서 대형을 찾는 일은 좀 곤란한 일이군요. 대형은 이 일과 무관한 사람이고요, 소문에 관련되어 어떤 손해를 본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일에 굳이 사실이 아니라고 나서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라 잠자코 넘어왔던 것입니다."


"대형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그 분은 어디에서 기거를 하시는지요?"


"대형은 이 흑응장에 기거를 하고 있으나, 그 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달 들어서는 어쩌다 한번씩 들어오시는 편입니다. 못믿으실지 모르지만 대형은 산을 좋아하시는 지라, 제남부성 남쪽에 있는 천불산이나 역산 그 일대에서 주로 계시는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형이 문제의 어떤 실마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소문의 당사자인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소문은 소문일 뿐, 사실은 아닌 것이지요. 소문을 사실과 혼동하시면 안되지요.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트린 세력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추궁을 하려면 소문을 퍼트린 사람들을 찾아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어떻게 찾겠습니까?"


"소문은 듣는 사람만 있고 말한 사람은 없어서 소문(所聞)이라 한다지 않습니까?"


"저는 소문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입니다. 그리고 대형은 소문의 당사자이면서 소문에 피해를 본 사람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대형이 아마도 무슨 해결의 실마리나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번 만나게 해 주세요."


"흑응회에서는 이미 그 소문이 퍼지던 그 때에 회의를 하여, 조용히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려야 할 뿐, 무슨 행동도 하면 할수록 보탬이 되지 않고, 사건을 더욱 악화시킬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치 늪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면 댈수록 더욱 늪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지요. 어떤 의도로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하면 할수록 소문을 퍼트린 그들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혹시 흑응회에서는 소문을 퍼트린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추측이라도 하고 있는지요?"


"안타깝지만, 어떤 추측도 가능하고요, 또 추측만으로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결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혼사의 양측도 소문을 퍼트린 사람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고요, 또는 혼사의 양측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리 봅니다. 즉 임청의 천씨댁도 용의점이 아주 없다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허 허 참......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소이까?"


"그것은 저희 흑응회 역시 억울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음을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


"하지만, 그 다음에 어떤 말이 남아 있습니까?"


"하지만 혼사의 당사자 임향주님은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를 보셨을 것입니다. 임향주님이 제남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갖고 있는 힘으로 보아, 조만간 어떤 조치를 취하실 것입니다. 흑응회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모든 것이 밝혀진 다음에나 가능할 터이지요. 우리가 먼저 움직인다면 오히려 임향주님의 뜻에 어긋날 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임향주님의 힘으로 해결 못할 문제라면 우리가 나서도 역시 해결 못할 거란 생각을 해보는 것이지요."


"예, 흑응회주 님의 말씀하신 바는 잘 알았습니다. 우리도 자중하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하겠네요."


천금조 공자 일행은 흑응장을 떠나갔다. 그리고 흑응회주 초무량은 그때에서야 이게 뭐가 좀 이상하다는 그런 느낌을 가져보았다. 어찌보면 정혼녀에게 일어난 잡음 때문에 혼사가 파혼이 되었고, 그것에 어떤 의심(?) 또는 궁금함을 느낀 공자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같이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뿐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초무량 회주는 후일에 이 일을 생각해 보건데 천공자의 흑응장 방문은 어쩌면 하늘이 안타까워서 자기에게 어떤 경고를 한번 더 해준 것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 훗날의 때늦은 깨우침이었다. 그러나 당장에는 그저 - 무엇이 찜찜하네 - 하면서 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게으름을 피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당시에 흑응회의 움직임은 너무도 모든 것이 희망차고, 긍정적인 면만이 두드러지게 보여서 어떤 불행한 일이 있으리라는 예상은 하기 쉽지 않았으니, 이렇게 생각하면 초무량 흑응회주에게 닥친 사고는 본인의 부주의(不注意) 탓이 아닌 운명(運命)이라고 해야할까?


천금조 공자의 방문이 있은 날 밤에는 한 겨울의 폭설이 내렸다. 이렇게 되면 다음 날은 흑돈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날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흑응회원들은 눈 위에서 사용하는 덧신발의 덕을 톡톡히 보게 되었다. 덧신발 값은 공짜이며 나중에 반납하면 동전 열 문을 돌려준다고 한 것인데, 흑응회원들은 다음날 덧신발 값을 동전으로 다 치루었다. 빌려서 신는 것이 무언가 마음에 꺼림직하다는 뜻이었다. 또 어떤 회원들은 덧신발을 하나 더 여분으로 사두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회원들은 하나 더 사서 청구회에 있는 친구에게 주기도 하였다. 청구회원들이 신고 있는 덧신발은 왠지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이다.


10 월 마지막 날 흑응회에 청구회원들 40 여 명이 11 월 1 일 부로 재가입한다고 하였다. 이 사람들은 지난 7 월 청구회 창립 때에 청구회로 한꺼번에 간 사람 대부분이었으며, 흑응회에서는 그들을 반갑게 다시 맞아들였다. 이것은 흑응회주의 평소 생각에 따른 것이었으니, 떠나는 사람도 붙잡지 않으며, 돌아오는 사람도 거절하지 않은 것이었다. 재가입자들은 11 월 분 회비를 내었고, 필요한 사람들은 모자, 수갑, 덧신발을 사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흑응회원은 그 수가 다시 400 명, 청구회는 다시 50 여 명으로 재편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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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4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2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2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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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1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100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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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전쟁준비 +1 15.06.29 1,187 12 15쪽
88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15.06.28 973 17 12쪽
87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15.06.27 961 14 12쪽
86 기사회생(起死回生) +2 15.06.26 1,131 13 11쪽
85 포박그물에 잡히다 15.06.25 1,080 16 13쪽
84 분노의 수레바퀴 15.06.24 1,006 15 15쪽
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20 13 11쪽
»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5 14 9쪽
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6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7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60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30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9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9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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