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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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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70
추천수 :
2,174
글자수 :
58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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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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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DUMMY

흑응서기는 이어서 청구회의 서기에 대해서 말을 하였다. 청구회 서기는 비룡방에게는 배신자가 되었으며, 비룡방이 한 세력 떨치고 있는 제남 땅을 이제 마음 놓고 나다닐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진원성은 서기에게 의중을 물어보고 흑응회에 가입하겠다면 세가지를 지킨다는 맹세를 시키고, 가족들을 먼저 흑응장원으로 이사시킨 다음에, 서기보를 맡겨서 수지원 관련 일을 맡기라고 지시를 하였다. 그리고 수지원 일의 진행을 물었다. 아린총관과 서기가 번갈아가면 대답을 하였다.


"대형, 수지원 일은 먼저 번 말한 대로, 흑응회원들 중에서 삼십 명을 골라서 현재 이십삼 명의 어린 애들을 맡겼고요, 일곱 집은 어린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날이 풀리면, 수지원의 집을 지을려고, 대목(大木=큰 우두머리로 집을 짓는 공사의 총 책임자급)과 중목(中木=중간 우두머리로 집을 한채 씩 책임지는 중간 책임자급)을 만나서 상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목의 의견을 듣자니 지난 번에 선정한 위치가 좀 문제가 있어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건물은 연이어 지어나가야지 미리 저만큼 지어놓으면 그것이 나중에 걸림이 될 수도 있다하여, 이번에 본청의 동쪽으로 변경하였고요, 총 4 채의 건물을 지을 계획인데요, 지금 회의 상황이 이러니 자세한 상의도 드릴 게제가 못됩니다만, 좀 자세한 말씀 드릴까요?"


"아니 회주가 나을 동안은 서기가 회주몫 까지 일을 해주어야 하겠다. 저기 새로 올 서기보에게 흑돈일을 많이 맡기고, 서 서기는 수지원 건물 짓는 일에 차질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서기보는 아직 흑응회에 익숙하지도 않으니 ... "


"기왕에 흑룡회와 청구회에서 흑돈 서기일을 했었고, 또 일을 해가면서 익숙해지면 되니 큰 어려움은 없을 거 같은데."


"대형이 일단 서기보를 데려와 손을 한 번 잡아주세요. 그리고 하녀와 선이 아가씨도 손을 한 번 잡아주세요. 그래야 대형이 이 집에 있더라도 불편 없이 이 집을 드나들 수 있으니까요."


"아 참 내가 그 생각을 못하였네. 한동안 괜찮았었는데, 얼른 다들 데려와. 나는 새벽에 다시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올테니."


잠시 후에 선이가 들어와, 대형은 선이의 두 손 맥문을 잡고 기를 연결을 지어보았다. 그런데 이미 그 혼천기의 작용이 있었던 흔적이 있는 것이 조금 느껴졌다. 그래서 진원성은 절반 쯤은 혼잣말처럼 물어보았다.


"좀, 이상하구나. 선이가 어떻게 나의 공부를 몸에 갖고 있을까? 정말 이상한데 내가 한번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대형님, 그건 아마도, 제가 어느날 하녀가 대형님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상해서 뭘하나 하고 따라가 엿보았더니, 하녀가 대형님의 침대에 가서 누어서 잠을 자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하녀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한달이 한 번 경도(經度)가 있을 때에 몸이 아프면 이 침대에 누워 얼마동안 있으면 곧 몸이 가벼워진다고 그렇게 말을 하였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봤더니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 그 침대가 딱딱하지만 그래도 참 좋은 나무로 만든 침대인가봐요."


"응, 그렇구나. 자 손목을 다시 줘봐."


하녀와 선아는 그렇게 특별한 날만 대형의 침대를 특별한 용도로 활용하였던 것이었다. 진원성은 선아의 손목 맥문을 잡고 한동안 있었고, 선아는 옷을 모두 벗고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갔을 때에 느낀, 그런 느낌을 온 몸으로 겪게되었고, 얼마 후 들어온 하녀도 마찬가지로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다. 그 옆에는 아린 총관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진원성은 둘이 나가자 혹시나 하고 아린 총관에게 한마디를 하였다.


"총관에게는 이미 이런 건 필요없어요."


"아 참내, 저년들이 나만 들어갈 수 있는 대형의 침대에 내 허락도 없이 들어가서 잠을 자다니, 아, 이것은 뭔가 도둑을 맞은 기분이네요."


"내가 없을 때이니, 무슨 상관이야? 또 총관도 없었으니, 그리고 나쁜 맘으로 한 일도 아니니 괜찮은 일이지. 그렇지 않아?"


흑응서기 앞에서 밀인재(密人財)를 지키겠다는 맹세를 한 서기보가 서기에 이끌려서 들어오자, 흑대형이 말했다. 서기보는 초무량을 구해 온 그 날 이후로 흑응 서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미 흑응회라는 울타리가 아니면 제남부 안 어디에서도 맘편히 앉아있기 조차 힘들 신세였으니, 흑대형이 허락만 해준다면 흑응회에 들 맘을 먹고 있었기에 오히려 기꺼이 맹세를 하게 되었다.


"흑응회에 들어오게 된 것을 환영한다. 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기를 부탁하마."


서기의 안내로 청구회 서기가 오자 진원성과 첫대면을 하게 되었다. 전 흑룡회 서기였다가, 청구회 서기가 되었다가, 다시 이제 흑응회 서기보가 된 사람은 진원성과 처음 마주치자 왠지 숨이 탁 막힌듯 하고 마음이 쫄아들게 되었다. 특히 눈의 흰자위가 붉게 물들어 있는 그 눈빛이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아서 서기가 대형을 만나게 된다기에 마음 속에 준비해 두었던 몇 마디의 좋은 말도 다 까먹고 말았다. 이미 흑대형이 열다섯 살이라고 소문이 나있었고 (진원성은 열세 살이었으며, 이제 한 달을 지나면 열 네살이 된다.), 그래서 열 다섯 짜리 아이라면 하고 무시하던 맘도 있었기에 어떻게 하여 첫 대면에 그런 인상을 주면 안될 것이라며, 정중한 태도로 점수를 따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런 것 다 까먹고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무슨 대답이라도 해야할 터인데, 아무 말도 되어 나오지 않았다.


"예, 에 -- 에 --- "


"양 손을 내밀어 봐라."


서기보는 양 손을 내밀어 맥문을 진원성에게 맡기고, 한차례 뜨거운 목욕을 한 것 같은 행사를 갖었다. 그 때서야 서기보에게 진원성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하얀 얼굴에 검은 털이 많이 나서, 나이가 제 나이보다 서너 살 많아 보였고, 양 눈썹이 붙어서 된 일자 눈썹에, 구렛나루 수염이 굵은 털로 새까맣게 자리잡고 있었으며, 벌써 콧수염도 까맣게 자라고 있었다. 다만 붉은 빛이 감도는 눈 만은 바로 쳐다보기가 두려웠다. 이즈음 진원성의 눈은 흰자위가 붉게 물드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밤 깥이 분노하거나, 공부를 치열하게 하고 난 뒤는 더욱 붉게 물들게 되었다.


"서기보는 서기의 명령에 따라서 일을 하면 된다. 지금 회에 이런 저런 일들이 많으니 열심히 해주어야만 해. 부탁한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기보, 신상에 대해서 좀 말해봐라."


서기보는 서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하느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에 서익필 서기가 대신 말을 하였다.


"서기보는 산동성 등주부 사람 이고요, 이름은 마평중(馬平仲)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다섯이고요, 6 년 전에 결혼하여서, 가족은 처와 2남 1녀를 두었고요, 제남부성 밖에 세를 얻어 살고 있지요. 바로 오늘 장원 내에 방을 잡아 이사를 시키고, 봄이 되어 집을 지으면 따로 집을 내주겠습니다."


"음, 마 서기보, 서 서기를 형님처럼 잘 모시고, 잘 따라서 해봐라. 여기가 아린 총관이니 서로 인사들 나누고, 회의 여러 사정에 대해서도 차츰 알아가면 되겠다. 나가봐라."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평중은 이제야 흑대형과의 첫 면대가 끝났음을 알만큼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자기가 겪었던 일들이 마치 꿈속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 흑응 서기가 나이도 한참 어린 까만 돼지를 대형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 왠지 당연하다고 느껴졌으며, 자기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평중 서기보는 흑응회주가 뼈를 박살내는 망치질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때에 속으로 너무 안타까웠으며, 흑응회주가 얼른 서명을 하고 더이상 뼈골이 부숴지는 고통을 격지 말기를 바랐었다. 흑룡회에서 잠시나마 함께 생활하였으며,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차마 계속 눈을 뜨고 참혹한 일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얼른 굴복하고 서명을 하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흑응회주는 끝내 굴복하지 않았으며, 마평중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흑응회주는 흑대형을 배반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하지 못하였였을까? 자기라면 과연 서명을 끝내 하지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그러지 못할 것임을, 어떤 이유나 명분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초무량 흑응회주는 왜 끝까지 자기의 주장을, 고집을 지킬 수 있었을까, 마평중은 그것이 두고두고 궁금하였었다. 마평중이 초무량을 구출한 이유는 초무량이 당하는 폭행이 터무니 없는 일이며 뼈가 부서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였지만, 그 다음부터 이 궁금증은 마평중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던 것이다. 마평중이 살고있는 세상에서는 목숨을 내놓으면서 까지 지켜야할 의리는 없었다. 그러므로 망치로 손 발을 깨뜨리는 위협이 있다면 그것에 굴복하는 것이 나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초무량은 마평중의 세상에서 아주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으며,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마평중은 그 이유를 점점 더 알고 싶어졌던 것이다. 마평중은 초무량을 통해서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이제 흑응회의 사람이 되었으므로 초무량 회주가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거의 매일 같이 초무량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배반하지 않은 그 이유를 꼭 찾아보기로 하였다. 마평중은 이번 초무량을 통해서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초무량은 흑응회를 배신(背信)하지 않았는데, 자기는 청구회 아니 비룡방을 배신한 것일까? 배신이란 무엇일까? 마평중은 마음 속에 어떤 짐을 짊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 **


이날 부터 매일 진원성은 깜깜해지면 흑응장원에 돌아와 초무량을 한번 만져주고, 새벽에 다시 한번 초무량을 만져준 다음에 날이 밝기 전에 산 속으로 돌아갔다. 흑응회주 초무량은 다행스럽게 진원성의 손을 만난 후 오 일 만에 어떤 의식을 최초로 찾았으나, 주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미 잘려 버린 한 손과 한 발도 인식하지 못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된 의식이 아니었고 그 후로도 쉽게 차도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만큼 험난한 고비를 넘어왔던 것이었다. 초무량이 처음으로 오줌을 싼 것은 12 월 6 일이며, 물과 인삼탕과 미음을 먹고서 처음으로 똥을 싼 것은 12월 20일 이었다. 이것으로 신체와 내장의 기능이 어느 정도 정상화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옳은 의식을 찾은 것은 반달이나 지난 1 월 중순 무렵이었다. 그 동안 초무량을 돌보고, 똥 오줌 받아내는 것부터 먹는 것과 입히는 것 등 선아의 병 수발에서의 극진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후일에 가끔씩 웃자고 이야기 되었던 일이지만, 12 월 6 일 전후의 새벽에 선아가 초무량의 음경을 만지고 오줌을 쌌다고 좋아서 큰 소리로 웃은 것은 선아가 초무량을 어찌 생각하는가를 보여준 일이라 할 것이었다.


'오줌쌌다, 쌌어, 하 하 하 하 하'


그러나 선아는 그 때에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던 것이다. 이것으로 흑응회주가 살았다는 그 기쁨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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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절현(絶絃)의 고사(古事) 15.07.08 1,095 13 15쪽
97 그냥 덮어두어야 하는 이유 15.07.07 1,072 14 14쪽
96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4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2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2 13 14쪽
93 <필독자료>과감한 추측 15.07.02 1,101 13 13쪽
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1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100 15 15쪽
90 호구(虎口)에 들어서다 15.06.30 970 14 14쪽
89 전쟁준비 +1 15.06.29 1,187 12 15쪽
88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15.06.28 973 17 12쪽
»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15.06.27 962 14 12쪽
86 기사회생(起死回生) +2 15.06.26 1,131 13 11쪽
85 포박그물에 잡히다 15.06.25 1,080 16 13쪽
84 분노의 수레바퀴 15.06.24 1,006 15 15쪽
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20 13 11쪽
82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5 14 9쪽
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6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7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60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30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9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9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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