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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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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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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692

작성
15.06.2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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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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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DUMMY

명의 지방행정 모습을 짧게 설명해보면, 지방 행정관은 요령껏 정치를 하여 만성들이 큰 불만없이 다스려지면, 요령껏 세금을 걷어서 중앙에 올려보낼 세금은 먼저 올려보내고, 그 나머지는 행정관이 요령껏 운용하였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컨데 정4품인 제남지부의 관직 년례(= 요즘의 년봉)는 은자 백 량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부가 다시 자기 휘하 아문에 사용할 사인(使人 = 휘하에 부리는 사람들이며 당시 제남지부라면 이들의 인원수는 적어도 3 백 명은 되었을 것이다. 사인은 지방정부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지부 개인에게 고용된 셈이었다.)들 즉 아전과 세리와 다시 그 아래에 두어 부리는 관속 등을 지부가 년례를 주고 부려야만 하였으며, 사인들 년례로만 적어도 수천 량은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방관들은 법을 기준으로 하되 요령껏 운용해가는 수 밖에 없었으며, 지방행정의 첫걸음부터 어느 정도 부정부패의 유인을 만들어 두고 있는 셈이었다. 아무튼 어떤 지방행정관이나 두 개의 금고 즉 관고(官庫)와 내고(內庫)를 구분하여 두고 있었으며, 제남지부의 관고는 중앙정부와 제남부 산하의 주, 현과의 관계에 필요한 자금을 관리하는 데에 사용하며, 내고는 제남지부가 제남부의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관리하는 데에 사용하는 개인 금고였다.


제남지부는 비룡방이 흑응회의 사람을 납치해서 폭행을 하였으며, 납치하는 과정에서 비룡방의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추관으로 부터 듣게 되었다. 그러나 비룡방도 흑응회도 아문에 고소를 하지 않았으니, 그냥 지켜보기만 하였다. 민간의 소란이 국가체제나 지방행정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민간들의 이익 다툼일 경우, 고소가 없으면 지부의 행정력을 소모시키지 않았고, 양측이 알아서 잘 수습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즉 민간의 다툼에 생기는 것도 없이 개입하느니 가능하면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비룡방이라면 평소에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인지라 알아서 잘 해줄 것으로 믿을 수 있었음이다. 그러나 만일 잘못되어 관부가 개입하게 되면, 개입에 따라 소모되는 행정력의 비용까지, 개입을 초래한 민간에게 다 부담지우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것을 잘 알고있는 비룡방의 상향주도 관부가 개입하기 전에 이 일을 마무리 하려고 하였다. 12 월 중순이 되어 금년의 세밑 일처리도 대충 마무리 된 마당에, 비룡방의 상향주는 흑응회에 대한 문제를 상의하자고 녹수방의 정향주와 오지회의 임향주를 초대하였다. 임향주는 제남부의 지부 이하 관리들과 가장 친분이 많아서, 지금 관부에서 직접 개입은 하고 있지 않으나, 제남부 내에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분란은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정향주 역시 나름대로 제남부의 현 사태에 어떤 책임져야할 한 사람으로써 원치 않는 개입을 해야할 입장이었기에 상향주의 회의(會議) 초청에 응하게 되었다.


먼저 비룡방의 상향주가 운을 떼었다.


"이렇게 셋이서 만난 것은 꽤 오랫만이외다. 참 세월이 빨라서 금방 석 달이 지났소이다 그려."


"그렇군요. 상향주님. 정향주님. 그렇지 않아도 아문에서 근자의 소란에 대해서 말들이 좀 있었다 하여, 만나뵐 그런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상향주님, 먼저 복안을 말씀하여 주시면, 저와 임향주가 한번 들어보고 싶소이다."


"예, 금년이 가기 전에 조용하게 평정할려고 하였는데 ...... 그래서 지난 번 흑응회주를 잡아다가 좀 닥달하여 보았으나, 별로 성과가 없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흑응회주는 다행히 죽지 않고 목숨을 건졌다 합니다. 당시에 흑응회주에게 맞은 비룡방의 갑수 하나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요."


"그래, 죽었던 갑수의 장례는 잘 치루었는지요?"


"예, 장례비를 부족하지 않게 지불하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섭섭하지 않게 하였습니다."


"상향주님은 흑응회주에게 얼마간 보상을 하셨습니까?"


"제가 아니 비룡방이 왜 흑응회주에게 보상을 합니까? 흑응회주는 살고 비룡방 사람이 한 명 죽었는데, 오히려 흑응회가 우리에게 보상을 해야하지요."


"그것은 비룡방이 흑응회주를 습격하여 발단이 된 일인데, 모든 귀책 사유가 비룡방에 있는 것 아닙니까?"


"임향주님, 향주님은 어째서 흑응회 편을 들자 하십니까? 그날 먼저 정중히 모시고자 초대를 하였는데, 말을 듣지 않아 강제로 모시다가 보니 그리 된 것이지요."


"허 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누가 상향주님을 그리 모시겠다하면 상향주님은 좋다고 따라가겠는지요? 도대체 상향주님은 지금 일을 수습하자는 것입니까? 아니면 일을 벌리자는 것입니까?"


"임향주님, 그리고 정향주님, 다 떠나서 이 문제를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따져보기로 하십시다. 흑응회주나 흑대형이나 흑응회는 출처도 모르는 데에서 날라온 돌입니다. 그 돌이 박혀있는 돌을 무시한 채로 흑돈 사업을 벌려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우리들 기존에 박힌 돌들이 멀쩡하게 구경만 하고 있어서야, 이게 맞는 처세인가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인가요?"


"흑응회가 우리들에게 사업을 하는데에 보상을 해주어야 하지요. 터줏대감에게 자릿세를 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자릿세를 받아야 체면이 선다는 말씀입니다."


"정향주님도 한 말씀 해보시지요."


"상향주님, 흑돈 사업에서 자릿세는 도대체 얼마나 나올 걸로 보시는지요?"


"예, 지금 현재 흑돈들이 400 대가 가동되고 있고요. 그들이 관부에 내는 세금은 한 달에 은자 60 량 입니다. 즉 흑돈 1 대가 한 달에 동전 150 문을 세금으로 내지요. 그러니까 세금이 총액으로 매월 백은 60 량, 년간 720 량이지요. 그러니 흑돈 사업에서 매달 20 량 아니 30 량은 자릿세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상향주님, 일년 세금이 720 량이면 아문의 순검 한 명이 관리하는 금액입니다. 거기에서 무슨 자릿세를 뜯어낸다고 하십니까? 저자거리의 무뢰들이나 하는 짓을 ......"


"예, 작은 금액입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처음부터 두 분을 모셔다가 이걸 같이 하자고 말을 꺼낼 염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도 아시다시피 이것이 백호파, 청룡파 하면서 용호상박을 하고, 그 다음 보인 판매를 하고, 그러다가 포정사님이 새로 오시면서 무관들이 된 서리를 맞고, 그러다가 청룡무관이 다 망하게 되어, 흑돈 사업을 해보자고 흑룡회를 만들고 해서 이리 저리 흘러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


"청룡파가 임향주 님과는 직접 연결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였을 것이나, 비룡방은 청룡파와 처음부터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저는 청룡파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일에 끌려 들어갔고 ...... 하여튼 오늘에 이르러보니 흑돈사업의 최소한 절반은 비룡방에게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와서 꼬리를 말고, 흑응회 놈들에게 니네들 맘대로 해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방안도 솔직히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 분에게 좀 도와달라고 부탁드리자는 것입니다."


"그래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우리 비룡방에서 경비조 열 갑 중에서 세 갑을 풀어서, 흑대형을 잡아 없애버리면 다 수습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그렇게 혼자서, 그렇게 하시면 될 일을 왜 우리를 불러 부탁 하십니까?"


"그러나 다른 이들의 이목(耳目)도 있고 하니, 임향주 님도 한 갑만 빌려 주시고, 정 향주님도 한 갑만 빌려주셔서, 셋이 이 일을 도모한 것으로 보이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상향주님, 참 답답한 말씀입니다. 지금 흑응회는 어린 고아 들을 데려다가 보살피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서, 이미 일을 시작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흑응장 근처의 땅에다 시설을 대폭 지어서 고아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크게 하려한다고 아문에 계획서를 내고, 그것을 이미 지부님도 칭찬하시고 재가를 하셨다고 하며, 추관에게 특별히 흑응회의 일에 도움을 주도록 명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십니까?"


"그렇지만, 흑대형만 잡아서 없애버리고, 나머지 아래 일은 우리가 그대로 사업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일단 일이 그렇게 처결되고 나면, 지부님도 그 때는 다시 어쩔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참 답답하네요. 이자리에서 전 확실히 밝힙니다. 오지회는 이 일에 전혀 관계하지 않겠습니다. 그리 아시지요. 오늘 이런 말씀하려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예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 상향주님에게 실망입니다. 녹수방 정향주님의 말씀 한마디만 더 듣고 가겠습니다. 정향주님은 어찌 하시렵니까?"


"전 임향주님의 식견에 찬성합니다. 저도 이 일에 관계를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에는 이미 제남지부님이 지시를 하여 흑응회의 그 위치가 인정되었다 볼 수 있고요, 그래서 일이 잘 되었을 때에 얻을 이익은 적고, 일이 실패하였을 때에 부담은 너무 커서, 이렇게 기울어지는 일에 장사를 한다는 사람이 끼어 들겠습니까? 임향주님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날 회의는 같은 이야기를 두 세 차례 씩 서로 말하게 되었다. 상향주의 의견은 비룡방 경비무사들을 동원하여 흑대형을 잡아 처결을 할테니, 사후에 녹수방과 오지회에서 공동 작전으로 그 일을 했다는 명분만 빌려달라는 것이었으며, 정향주와 임향주가 상향주를 말리지는 못하고, 협조를 거절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었다. 정향주와 임향주는 회의 내용을 비밀유지 해주기로 약속한 후에, 무거운 심정이 되어 돌아갔다.


12 월 하순이 되면서, 천불산과 역산에는 매일 서너 명 씩의 사람들 두 세 조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칼바람이 부는 산 중이라 그들 모두 얼굴은 물론 머리통 전체를 꽁꽁 감싸고 있어서 두 눈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그들은 두 패거리였으나 서로 인사나 아는 체도 하지 않았으며, 항상 진시 쯤에 산에 올라서, 신시 쯤에는 산을 내려갔다. 그들은 자기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모르지만, 그들을 매일 지켜보는 진원성은 이미 그들이 임청 천가 공자가 보낸 탐색조와 비룡방 상향주가 보낸 정찰조 들인 것을 알수 있었다. 그들은 공동의 적 즉 흑대형을 잡아가려고 추운 산 중에 발길을 수놓고 있는 것이었다. 또 그들의 목적은 산세를 파악하여 진원성이라는 까만돼지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연구하는 것임을 진원성은 알게 되었다.


진원성은 잠시 그들을 피해 제남부 밖으로 도망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금방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이대로 도망을 치면 흑응회를 그냥 포기하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을 산속으로 끌어들이기만 하면 100 명 이내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잡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으나, 아니 백 명이 다 못되도 서 너 명이라도 해치우고 도망을 쳐야만 흑응회의 명분이 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리고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분노의 불꽃은 산에 탐색조들이 나타나 돌아다니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들을 모두 잡아죽이겠다는 증오심으로 더욱 세차게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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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15.07.09 1,280 7 17쪽
98 절현(絶絃)의 고사(古事) 15.07.08 1,094 13 15쪽
97 그냥 덮어두어야 하는 이유 15.07.07 1,072 14 14쪽
96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3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1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1 13 14쪽
93 <필독자료>과감한 추측 15.07.02 1,100 13 13쪽
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0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099 15 15쪽
90 호구(虎口)에 들어서다 15.06.30 970 14 14쪽
89 전쟁준비 +1 15.06.29 1,186 12 15쪽
»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15.06.28 973 17 12쪽
87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15.06.27 961 14 12쪽
86 기사회생(起死回生) +2 15.06.26 1,130 13 11쪽
85 포박그물에 잡히다 15.06.25 1,079 16 13쪽
84 분노의 수레바퀴 15.06.24 1,005 15 15쪽
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19 13 11쪽
82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4 14 9쪽
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8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5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6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59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29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8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8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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