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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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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56
추천수 :
2,174
글자수 :
584,692

작성
15.07.06 06:04
조회
793
추천
14
글자
12쪽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DUMMY

춘색이 무르익는 2 월 17 일, 병색이 완연한 흑응회주는 이제야 겨우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는데, 오늘은 오지회의 임향주가 만든 회담의 자리에 나가야 되었다. 자기 말고는 마땅히 누구를 내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흑돈에 앉아 회담 장소인 제영반점의 별실에 도착하자, 흑돈 둘이서 흑응회주를 떠메고, 회담 장소의 의자에 앉혀주었다. 무릎 아래로 없는 오른쪽 발과 팔꿈치 아래로 없는 왼손을 지녔으나, 두 눈만은 결코 다시 잡은 생명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임 향주가 먼저 입을 떼었다.


"불편하신 몸인데,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예, 여러가지로 힘을 써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여기는 아시겠지만 녹수방의 정 향주님이시고, 여기는 비룡방의 제남향 임시향주로 와 계신 원(元) 향주님이십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입시다."


"제가 원하여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 양쪽의 원하는 바를 조정하고, 빨리 평화를 가져오도록 중재 역을 맡았습니다. 왜냐하면 관이 개입하기 전에 빨리 마무리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 달간을 지부님에게 말씀드려서 여유(餘裕)로 얻었습니다. 그러니 양측이 모두 최선을 다하여, 한 달 내에 결말을 얻도록 부탁을 드립니다."


"......"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 달간을, 양측이 상대에게 어떤 공격도 하지 않겠다는 휴전(休戰)의 기간으로 받아들여주셔야만 하겠습니다. 비룡방 측은 어떤가요?"


"예, 비룡방은 찬성입니다. 회담의 진행 기간에는 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봅니다."


"흑응회는 어떠십니까?"


"저는 흑대형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편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따로 휴전 기간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전쟁을 시작한 비룡방이 공격을 중지하고, 그 다음은 세 가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은(贖罪銀) 일만 량을 내시면 되는 것이지요. 전번에 흑응반점에 비룡방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가 별 충돌이 없었고 그냥 돌아가셨다고 하였는데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비룡방에서 공격을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이것이 흑대형의 뜻입니다. 그 후로 흑대형이 하신 말씀은 우리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비룡방이 공격하면, 반격하지 말고 모두 당해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당한 것의 백 배로 비룡방에게 돌려줄 것이다 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저 흑응회주는 전쟁을 하는 당사자가 아니고, 우리는 흑대형의 지시를 받아 생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대형의 명령에 따를 뿐이지요. 전쟁은 대형이 전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비룡방의 인명 67 명이 손실을 입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흑대형이 말씀하시길 그것은 비룡방이 계란을 바위에 던져서, 계란 67 개가 깨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던진 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바위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으흠 ......"


"비룡방도 67 명이 그 산 속에 뭐하려고 들어왔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산 속으로 칼들고서 소풍을 온 것입니까?"


"비룡방이 잘못하였으니 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것으로 값을 치룬 것이지요."


"녹수방에서도 중원 전역에서 해마다 많은 사고를 겪고 있으며, 때로는 속죄은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속죄은을 받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비룡방 인원의 손실이 큰 경우에는 비룡방이 속죄은을 내기보다는 오히려 속죄은을 받는 것이 상례이고요, 그것을 어떤 말로 이유를 붙여서 무시한다면, 속죄은 없이 화해의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상례가 될 거라 그리 보입니다만."


"비룡방의 인명 손실에 비하여, 흑응회의 인력손실은 없지요. 아니 1 명에게...... 그러니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그리 생각합니다만. 손해입은 것의 백배를 갚아준다니 좀 터무니 없습니다."


"전쟁의 시작은 일방적으로 비룡방에서 하였으니, 끝내고자 한다면 역시 비룡방에서 일방적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입니까? 저는 조건을 바꿔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제안이 필요하다면 흑대형께서 다시 지시를 할 것입니다."


"흑대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요? 왜 숨어서 조종을 하는 것인지요?"


"흑대형이 어디에 계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숨어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대면(對面)하여 직접 지시를 하신 것입니다. 지난 번 서신으로 드린 내용 이후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아무 지시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은자 일만 량이라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


"왜, 아무 말 없습니까?"


"흑대형은 일만 량을 말하실 때에 과하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즉 적당하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커험, 비룡방이 성의를 표하면 적당히 성의를 서로 표하는 것이 상례(常例)이지 않습니까?"


"비룡방이 흑응회를 공격할 때에 상례를 따라 공격을 하였습니까?"


"......"


"편지에 써져 있는 좋은 일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불우한 만성(萬姓)들을 도와주는 일을 말합니다."


"그런 일은 관에서 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흑대형은 공덕(功德)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그 돈을 어찌 쓸것인가에는 관심을 두지 마시고, 비룡방은 낼 것인가 말 것인가만 정하십시요."


"그 은자로 흑응회에서 몰래 동원한 그 살인자들에게 당례를 지급하려는 게 아닌가요? 그 살인자들이 어디 있지요? 그놈들을 잡아서 치죄를 해야할 터인데, 오히려 비룡방에게 속죄은을 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지금 비룡방에서는 전쟁을 끝내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아문(衙門)에 고소(告訴)를 해서 군병을 동원해서 흑응회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입니까? 만일에 고소를 하실 생각이라면 오늘 이 자리는 만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은자 만 량이라니 이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막말로 아문의 군병들을 동원해도 은자 만 량이면 충분할 터인데, 너무 과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에서 양쪽을 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가급적 빨리 마무리 되길 바라는 것 밖에는 다른 뜻은 없다는 것을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은자 만 량은 물론 큰 돈입니다만, 비룡방이 만 량을 들여서 송사에 반드시 이길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정말 자신이 있는 것입니까?"


"......"


"이렇게 하시지요. 흑응회는 속죄은으로 받은 은자 일만 량을 빈민구제에만 사용하기로 약속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비룡방은 좀 과하지만 빈민구제에 동참하는 의미로 속죄은 일만 량을 내 주십시오. 어떻습니까?"


"흑응회가 은자 만 량을 빈민구제에 쓰기로 그렇게 문서에 써서 약속해준다면 비룡방은 일만 량을 내기로 하겠습니다. 즉 속죄은 일만 량은 다른 데에 쓸 수 없다는 말이지요."


비룡방의 원향주는 불원(不願 원하지 않음) 간에 속죄은을 내주게 되더라도, 그 은자 일만 량이 흑응회의 배후세력의 전력 강화에 사용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함을 이미 상부로 부터 지시 받은 바가 있었던 것이다.


"예, 좋은 일이란 빈민구제가 아니라 빈민을 포함한 어려운 만성들을 구조(救助)하는 것입니다. 비슷하지만 좀 다를 때도 있지요. 예, 좋습니다. 또 그 전에 흑대형께서 지적하였던 세 가지의 잘못을 인정하는 문구도 합의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자칫 잘못하여 비룡방 전체를 욕으로 덮는 그런 문구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것은 상향주가 독단으로 저지른 잘못이고, 그래서 상향주가 자기의 목숨을 바친 것이지요. 그래서 그 모든 죄는 상향주가 짊어지는 것으로 하고, 일부 비룡방의 책임질 일은 속죄은을 내어서 완전히 모든 것을 갚은 것으로 그렇게 문구를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 향주님, 정 향주님, 제가 말한 내용이 너무 과한 요구인가요?"


"아닙니다. 그것은 사실 그대로를 문구로 만들어 넣자는 말씀인데요, 뭘."


"제가 중재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우선 비룡방에서 흔쾌하게 속죄은 은자 일만 량을 수용(受庸)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흑응회주님, 비룡방에서 흔쾌하게 받아주신 점은 일단 좋게 생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문구에 대한 원향주님의 요구는 가납(加納)한 정도라 생각합니다만, 그것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비룡방의 서기와 흑응회의 서기가 만나서 합의하에 작성하도록 하십시다. 흑응회주님, 어떻습니까?"


"예, 좋습니다. 그런데 은자 일만 량의 지급일은 언제가 되겠습니까? 또 비룡방이 흑응회가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감독하겠다는 그런 말씀은 아니겠지요?"


"비룡방이 직접 돈 쓰는 것을 감독할 수는 없고요, 제가 중재자로써, 제남지부님께서 임명하신 분이 감독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하겠습니다. "


"지부님이 관여하신다면 흑응회는 더욱 좋습니다. 어차피 아문의 많은 도움이 있어야만 할 일이니까요. 지급 기일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낙양의 총당에서 허락을 해야 하는 일로써, 내일 중으로라도 합의문이 작성되면, 그것을 총당에 보고하고, 빠른 길로 왕복에 한 달은 소요 될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 여유를 두어 3 월 말일까지로 기일을 정한다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만일에 말입니다. 낙양의 총당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흑응회주님, 중재를 맡은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오늘 이 자리는 어떻게든 일을 벌이지 말고 수습을 해보자는 그런 취지로 하는 일입니다. 또 제남지부님도 이 사안을 엄밀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그러니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기다려 보십시다. 만일에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 때에는 다시 어떤 조치가 논의 되어야 하겠지요. 다만 흑응회주님은 흑대형에게 이런 진행과정 내용을 전하시고, 어떤 공격적인 행동도 3 월말까지는 자제하여 주시라고 꼭 전해 주십시요."


흑응회주는 사흘 전부터 오늘 회의를 위해 흑응 서기와 수 차례나 응답연습을 하며 대비를 하였는데, 다행히 잘 해낼 수가 있었고 만족하여 돌아왔다. 다음날에는 흑응서기를 보내 합의문을 작성하여, 쌍방이 날인하고, 임향주는 합의문 사본 한 부를 제남지부에게 제출하여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어 감을 보고하였다. 흑응회주는 흑대형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으나, 진행과정을 조용히 듣고 있던 흑응 총관은 이틀 전에 흥국선사에 불공을 드리려 갔다왔는데, 갑자기 내일 또 불공을 드리려 가봐야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불공을 드리고 온 날 저녁에는 평소와 다르게 좀 시무룩해 보였었다. 그것은 흑대형의 답신을 얻지 못한 때문이었다. 아린 총관은 주변의 감시가 아주 심하여서 그렇게 된 것으로만 생각하였다. 이 때에 진원성은 하남성(河南省) 하남부(河南府)의 낙양성(洛陽城)을 향해 가는 길이었으며, 아린 총관은 흑대형이 낙양성으로 가고 있는 것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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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15.07.09 1,280 7 17쪽
98 절현(絶絃)의 고사(古事) 15.07.08 1,095 13 15쪽
97 그냥 덮어두어야 하는 이유 15.07.07 1,072 14 14쪽
»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4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2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1 13 14쪽
93 <필독자료>과감한 추측 15.07.02 1,101 13 13쪽
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0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099 15 15쪽
90 호구(虎口)에 들어서다 15.06.30 970 14 14쪽
89 전쟁준비 +1 15.06.29 1,186 12 15쪽
88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15.06.28 973 17 12쪽
87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15.06.27 961 14 12쪽
86 기사회생(起死回生) +2 15.06.26 1,130 13 11쪽
85 포박그물에 잡히다 15.06.25 1,080 16 13쪽
84 분노의 수레바퀴 15.06.24 1,005 15 15쪽
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19 13 11쪽
82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4 14 9쪽
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6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6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59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30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8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8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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