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22,857
추천수 :
2,174
글자수 :
584,692

작성
15.06.26 06:38
조회
1,130
추천
13
글자
11쪽

기사회생(起死回生)

DUMMY

11 월 28 일 한 겨울의 맹추위도 소문이 나도는 것 만큼은 얼려버리지 못하였다. 며칠 전 천가 둘째 공자가 흑대형에게 맞아서 발목이 부러진 것으로 제남부성이 떠들썩 하였다가 잠잠해질 시간도 없이 다시 흑응회주가 비룡방 상향주에게 잡혀가서 왼 손과 오른 발을 잃고 흑응장원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으로 성안이 떠들썩 하였다. 흑돈들의 입에서 번져나온 소문의 구체적 내용은 상향주가 흑응회주를 납치하여, 고문하다가 병신을 만들었는데, 청구회 서기가 즉 전에 흑룡회에서 초무량의 서기로 있던 사람이 비룡방의 한 창고에서 흑응회주를 구해 흑응장원으로 옮겼왔다는 것이었다. 흑응회주는 잡혀간지 사 오 일 동안 아무것도 먹이질 않고 물만 겨우 먹인데다가, 심한 출혈과 추위에 상처도 덧나서 의식도 없이 반쯤 죽어 있는 그런 상태에서 아직도 거의 사경을 헤메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문으로 청구회의 흑돈들은 모두 영업을 포기하고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 추위에 흑돈 타려는 손님도 별로 없는데다가 흑응회의 흑돈들과 만나면 불상사를 당할 염려조차 있었던 것이다.


11 월 말일 저녁 술시 쯤 진원성은 다음 날 월례회의를 앞두고 오랫만에 밤고양이처럼 흑응장원의 담을 넘어서, 자기의 침실에 들어갔다. 그러자 자지않고 누워있던 아린 총관이 벌떡 일어나 앉아서 말했다.


"그 동안 어디에서 뭘했어? 지금 초 회주가 죽어가고 있어."


"뭐야? 무슨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해봐."


"지금 흑응회주 초무량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지금 어디있어, 초무량이 ..."


"저기 회주 방에 가봐."


진원성은 아린 총관을 데리고 흑응회주의 방으로 가보았다. 발소리를 들었는지, 문 앞에 서자 바로 문이 열렸다. 문 뒤로는 선아가 얼룩진 눈으로 진원성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잔불 아래에 누워있는 몸뚱이에는 죽은 사람의 푸르딩딩한 얼굴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생기라고는 한푼도 보이지 않았으며, 이게 초무량이 아니고 다른 사람인가 싶었다.


"대형님, 회주님 좀 살려주세요. 회주님이 죽어가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의원은 불러 보여봤어?"


진원성은 의원들 처럼 얼른 온전한 오른손의 맥문을 잡아서 맥박이 있는지 검사해보았다. 미약하게나마 맥박이 뛰고 있었다. 그 때에 아린총관이 말했다.


"의원을 세 명이나 불렀는데, 모두 어렵다고 그랬어. 손을 댈 수도 없대. 그래서 오른 발과 왼 손도 회복불능이라고 해서 그냥 놔두었어, 죽으면 시체라도 온전하게 해야 된다고 그래서 ......"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우선 내가 좀 해 볼 만큼 해 봐야겠어. 회주가 죽어서는 안돼. 왜냐하면 ...... 아직 장가도 못갔으니까."


옆에서 듣고 있는 아린 총관과 선아는 죽어서는 안돼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었으나 그 다음 말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누구나 남자가 성년이 되면 빨리 혼인을 하고 후손을 보는 것이 사람으로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였으나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진원성은 초무량이 자기와 함께 하였는데 이제 불행을 당하여 초무량의 가문에 대가 끊어지면 그것이 자기의 책임이라 그렇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진원성은 어떻게든 기를 초무량에게 집어넣으려 하였는데, 이제까지는 양손의 맥문을 잡고 기운용을 하였으나, 초무량의 왼손은 엉망이 되어 도저히 잡을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진원성은 자기가 혼천일기공을 닦으면서 경험하였던 열여섯 개의 자리 중에서 등 뒤의 세 번째의 자리에 기를 넣어볼 생각을 하였다. 그곳은 명문혈(命門穴= 하늘로 부터 받은 운명이 몸으로 들어오는 문이라는 뜻)이었으며, 부모로 부터 받은 선천(先天)의 기(氣)를 담고 있는 곳이나, 진원성은 그곳의 혈 이름도 또 그 기능도 모른 채, 그냥 위치만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과거 거기가 처음으로 기가 터져서 흘러갈 때에, 불에 달군 쇠꼬쟁이를 쑤셔넣는 것처럼 그렇게 아팠으므로 그곳의 위치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으며, 그 다음에 그 곳이 기가 좀 더 많이 모이고 유통이 되는듯,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진원성은 초무량을 들어서 엎드려서 눕혔다. 그 바람에 뼈가 박살이 난 왼손과 오른 발이 덜렁거리다가 형편없이 구부러졌으나, 진원성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 없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오른 손을 초무량의 엉덩이 윗쪽에 대고, 그 자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른 손에 기를 모은다고 생각한 다음에 그 자리 주변을 크게 문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초무량의 몸에서 오는 반응을 살펴보았다. 몸에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일다경 쯤이 지나서 부터였다. 진원성은 그 자리들 중에서 진원성의 기를 흡수해가는 곳을 알아내었으며 그곳이 대고 한식경 쯤을 가만히 기 운용을 해주었다. 한식경이 지나자 초무량이 갑자기 꿈틀 하더니, 입으로 검은 피를 반 주먹 쯤 되게 토해놓았다.


이것은 초무량의 분노가 피를 굳게 만들어서 쌓여있던 것이 터져나온 것이리라 진원성은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복부를 발에 심하게 채여서 내부 출혈이 있었고, 그것이 내부에서 뭉쳐서 배속 어디에 고였다가 기가 소통이 되면서 몸이 반사적으로 토해낸 것이었다. 왼손이 망가져서 오히려 옳바른 해결법에 착수하게 된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이것은 의술을 모르는 진원성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의학 상의 이치였으나, 주위에서 지켜보는 아린 총관과 선아는 내내 형편없이 구부러져 있는 왼손과 덜렁대는 오른발만 애처럽게 보고있다가, 죽은 것 같았는데 갑자기 피를 토하는 흑응회주를 대하니, 진원성이 살아있는 부처님처럼 그렇게 대단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흑응회주가 아직 죽지 않을 팔자여서 따라온 행운일테지만, 진원성 장래의 사업에 초무량이 기여한 점을 생각할 때에는 결국 진원성의 복이라고 해야할 것이었다.


진원성이 선아에게 말했다.


"선이는 물을 끓여서 조금 식으면, 숟가락으로 입에 좀 넣어줘봐, 그게 잘 안되면 물을 입에 머금고 입으로 먹여줘봐. 아 먼저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워서, 물이 잠 넘어가게 해줘야되니까, 좀 앉혀서 말이야, 등 뒤에 이불을 좀 많이 괴어주고서. 자 우선 물을 끓여 와, 어서."


선아가 허둥지둥 하며 나가자, 진원성이 아린 총관에게 말했다.


"날이 밝으면 의원을 불러와서, 오른 발과 왼 손을 잘라 내게 하고 잘 꿰메서, 아물게 해야겠어."


그리고 진원성은 어디에서 들었던 바가 생각이 나서 아린 총관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오줌이 나오면 절반 쯤 산 것이니까, 계속 자지 끝을 만져봐 봐. 오줌이 젖었나 보란 말이야. 그리고 내일부터는 인삼탕을 좀 끓여 놓았다가, 입으로 계속 넣어주도록 하고. 그리고 내가 아침, 저녁으로 좀 살펴주면, 좋아져야 할텐데...... 사 오 일 이내에만 의식이 찾아와주면 성공이야."


"초 회주를 이렇게 만든 ..."


"그 이야기는 나중이고, 우선 선아 한테 가보고, 선아를 재워. 그대로 놓아두면 초무량 대신에 선아가 죽겠어. 그리고 아린 총관이 선아와 교대로 흑응회주를 보살피고, 그렇게 해."


아린 총관은 한참 후에야 흑응회주의 간병은 자기가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한테 회주의 음경을 만져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자 그만 속이 편하지 않게 되었다. 진원성이 자기를 마누라는 아니더라도 어떤 자기의 소유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더라면 다른 남자의 음경을 만져보고 뭘하라는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하는, 그런 맘이 들자 왠지 서글퍼졌다. 그러다가 진원성이 아직은 어린 나이이며, 남녀 간의 일도 전혀 모르는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서운한 맘을 달래야만 하였다.


한편 진원성은 나름 응급조치가 끝나자 이제서야 참았던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초무량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이제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 하였다. 초 회주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찾아서 갚아줘야 하리라 생각을 하면서 자기 방에 와서 숨을 조정하고 있으려니까, 하녀가 와서 흑응 서기가 왔다는 말을 해서, 진원성은 흑응 서기를 만났다.


그리고 흑응회주를 비룡방의 창고에서 구출해서 데려온 청구회의 서기에게서, 흑응 서기가 들은 바 모든 과정, 즉 흑응회주의 납치에서 부터 합의문에 서명을 강요당한 일과 그 후에 있었던 망치질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청구회의 서기는 흑룡회의 서기로써 한 때 흑응회주와 같이 밥을 먹었다는 인연과 상향주의 폭거를 말리지 못하였다는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여, 흑응회주를 구해서 흑응장원으로 데려온 바를 전해 들었다. 진원성은 이 모든 일을 들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자기가 산 속에서 신선놀음을 하던 중에 벌어진 비룡방 상향주의 잔인한 행위는 정말 이가 갈리는 처사였으며, 진원성은 이 원한은 반드시 열 배로, 아니 백 배 그 이상으로 갚아주겠다고 내심으로 맹세를 하였다.


또 흑응 서기에게 제영반점에서 임청 천가의 공자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십여 명의 호위무사를 데리고, 산으로 자기를 잡으려 쳐들어 올 것이란 소식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리고 회주를 이지경으로 만든 비룡방에서 다시 그 어떤 무도한 일이라도 더 저지를 수 있음도 생각하여야만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비룡방이 정하는 폭행 목표는 회주에서 흑대형이라는 진원성 본인으로 변했을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비룡방 상향주가 이미 호랑이등에 올라탄 셈이니 이 정도로 멈출 리가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상향주가 흑응장원으로 비룡방 경비대원들을 보내서 습격해올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하였다. 진원성은 흑응서기와 흑응총관에게 자기가 장원에 들린 사실을 감추도록 하고, 자기는 천불산이나 역산에서 머물다가 어두워지면 내려와서 저녁에 한번, 새벽에 한번 회주를 보살펴주고, 다시 산으로 오를테니 회주가 회복할 때까지는 모든 일을 평상과 같이 하고, 밖으로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하였다. 상향주가 진원성 자기를 잡으려한다면 장원에 자기가 있다는 것은 독안의 쥐 꼴 되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응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흑응회는 적목단으로 이어집니다. 15.07.16 737 0 -
100 줄탁동시(茁琢同時) +3 15.07.09 1,020 17 17쪽
99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15.07.09 1,280 7 17쪽
98 절현(絶絃)의 고사(古事) 15.07.08 1,095 13 15쪽
97 그냥 덮어두어야 하는 이유 15.07.07 1,072 14 14쪽
96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4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2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1 13 14쪽
93 <필독자료>과감한 추측 15.07.02 1,101 13 13쪽
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0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099 15 15쪽
90 호구(虎口)에 들어서다 15.06.30 970 14 14쪽
89 전쟁준비 +1 15.06.29 1,186 12 15쪽
88 칼을 뽑으면 칼이 주인노릇한다 15.06.28 973 17 12쪽
87 배반하지 못하는 이유 15.06.27 961 14 12쪽
» 기사회생(起死回生) +2 15.06.26 1,131 13 11쪽
85 포박그물에 잡히다 15.06.25 1,080 16 13쪽
84 분노의 수레바퀴 15.06.24 1,005 15 15쪽
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19 13 11쪽
82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4 14 9쪽
81 선아의 눈물 15.06.22 1,129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6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6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59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30 15 14쪽
74 자릿세를 내라 15.06.15 938 15 16쪽
73 난정의 소풍(逍風) 15.06.13 1,228 18 15쪽
72 아기씨 받기 실패 15.06.13 692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