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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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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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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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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아의 눈물

DUMMY

10 월 24 일 저녁, 하루 일을 마치고 흑응 총관은 회원들 약 이십 여 명과 함께 흑응 반점에서 흑응장원으로 돌아왔다. 매일 흑응반점의 일이 끝나면 아린 총관은 흑돈을 타고 서너 명의 회원과 함께 흑응장원으로 돌아왔는데, 이 날은 일과를 끝낸 흑응회원들도 먼저 가지 않고 모여 기다리다가 같이 돌아왔던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흑응회원들 모두가 새로 얻은 모자와 수갑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그게 아주 맘에 들어 총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자는 뜻이었다.


털과 솜을 채워넣어서 두툼한 모자는 귀까지 덮어줄 수 있게 되어 있었으며, 수갑 역시 솜을 채워 넣은 것으로 손에 끼고 흑돈의 손잡이를 잡아보니 이번 겨울에 수갑 덕을 단단히 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또 흑돈의 한 구석 어디엔가 눈 올 날을 위해서 준비해둔 덧신발도 있을 것이었다.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도 오히려 시원하게만 느껴지는듯 모두들의 얼굴에는 새로 얻은 모자와 수갑, 덧신발에 만족한 상태였으며, 이 세가지를 동전 삼십 문에 얻었다는 생각은 흑응회비가 헛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총관에게 고맙다는 한마디라도 하려고 기다렸던 것이다.


흑응장에 돌아온 총관은 자기 방에 들어가려다,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다. 잠시 후에 이것이 선아의 울음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총관은 선아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선이, 너 무슨 일이 있었더냐? 왠 울음이냐?"


"예, 아무 것도 아니고, 그냥 좀 허전하다 싶어 앉아있는데, 갑자기 울음이 쏟아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너 혹시 회주님 한테서 야단 맞은 게로구나."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뭐가 아니란 말이냐? 그것이 아니면 네가 울 일이 뭐가 있으려고? 내가 회주님에게 가서 좀 따져봐야겠다. 모자랑 수갑이랑 만드는 일에 실컷 부려먹고는 뭐가 잘못이라고 널 야단친다는 말이냐?"


"총관님, 정말 아니에요. 전 그냥 혼자 ...... 혼자서 앉아 있다가 그냥 울고 말았답니다. 회주님 하고는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믿어주세요."


"이리와 나를 똑바로 보아라. 내가 오늘 모자와 수갑을 착용한 회원들에게 칭찬을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너를 또 같이 일하였던 침모들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할려고 맘먹고 돌아왔는데, 왠 눈물인가 말이다?"


"총관님, 정말 회원들이 모두 잘 만들었다고 말하던가요?"


선아는 어느 새 웃는 얼굴로 돌아와서, 보람을 느낀다는 뿌듯한 얼굴로 총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정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가 온전한 책임을 맡아서 일을 하는데 만일에 이것이 잘못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찌될 것인가 생각하니 그동안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회주가 직접 일이 잘되도록 거들어주는 것을 당하니 보니 더욱 부담이 되어졌다. 그러나 일이 잘되어서 회원들이 만족한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 속에 기쁨이 솟아났다.


모자와 수갑을 크고 작은 두 가지 규격으로 각 이백 조 씩 만들면서, 난생 처음으로 혹독하게 고생을 하였다. 모자를 만드는 과정은 속에 들어가는 털과 솜을 싸는 속싸게를 만들고, 다시 겉을 면포로 싼 다음, 그것을 각 여섯 개씩을 붙여서 모자뚜겅 하나를 만들고, 다시 귀를 덮도록 솜을 넣은 귀덮게를 양쪽에 붙여서 모자를 완성하였다. 수갑 역시 솜이 뭉치지 않게 바느질을 고루 하여 위아래 손 덥게를 만들고, 양 옆에 붙일 조각도 다시 솜을 넣어 만든 다음에 손목을 두텁게 쌀 수 있도록 하고 눈보라에서도 손목 안으로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묶을 수 있는 끈까지 붙여서 만들었다. 모자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면포 조각이 서른여섯 장이 들어가야 하고, 모자 사백 개면, 이게 가위질을 얼마나 많이 해야하는지, 또 수갑 하나를 만드는데 바느질이 적어도 이천 번 가까이 되어져야 하는데, 정말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침모 열 명이 가위질과 바느질을 하느라 손에 물집이 잡혀 까지고, 피까지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약속한 날짜에 이틀 늦게서야 사백 조 씩을 만들 수 있었다. 이번에야 선아도 처음 안 사실이지만 가위가 면포 열 조각 정도를 짜를 때는 불편한 줄을 모르지만 백(百)이나 천(千) 조각을 자르려면, 가위가 얼마나 말썽을 많이 부리는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바늘도 열 바늘 꿰멜 때는 아무 일 없던 것이 천 바늘 정도를 꿰멜려면 얼마나 말썽을 많이 부리는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아는 이 일을 하면서 가위가 손으로 잡기에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어졌는지 또 가위가 날 끝까지 날카롭게 위아래로 아귀가 맞아서 옷감을 꼭 잘라내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어서 애먹은 생각과 또 바늘은 얼마나 잘 부러지고, 구부러지는지 하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도 않고, 그저 물건만 회원들에게 전달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일이 끝났다는 허탈감이 겹쳐져서 선아는 처음에는 몇 방울 눈물을 흘리다가 그만 소리를 내어 울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총관에게 들켜버렸고, 그러다가 총관이 회원들 모두 만족한다는 말 한마디에 기분을 전환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아는 한마디를 하게 되었다.


"침모(針母)들 모두 손이 물집이 잡히고, 피까지 났답니다. 바늘은 또 왜 그리 잘 부러지고, 잘 구부러지는지, 일하다 말고 가위 날을 숫돌에 갈기도 하고, 일하다 말고 바늘을 사려고 성안에 갔다오기도 하며, 회주님도 심부름 하느라고 고생을 좀 하셨지요."


"회주님이 잘 도와 주셨던 모양이구나."


"예, 회주님도 대단한 분인 것 같아요. 그런 저런 잔 심부름도 마다 하지 않으시고 다 친절히 청을 들어주셨는데, 그보다 성안에 면포점에서 면포를 사는데요. 거기에도 같이 가주셨고요, 가서 흥정까지 대신해 주셨었어요. 깍아달라고도 안하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면포점에서 미리 알아서 좋은 값으로 잘 쳐 주었더라고요. 그리고 회주님이 침모들 일하는데도 가끔 오셔서 들여다 보시고, 군것질 할 것도 여러 차례 사다 주시고, 아무튼 침모들이 모두 회주님 오시는가 하고 기다리는 눈치였답니다. 회주님이 아직 결혼을 안한 총각이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요......"


"아참, 회주님 말이 나오니 이야기가 끝도 없이 길어지는구나. 이제보니 선아 네가 바로 회주님 오시기를 기다렸다는 말 아니더냐?"


"아니에요, 저는 아니에요. 다른 침모들이 다 기다렸다니까요?"


모자와 수갑의 본을 만드는 처음 몇 일간, 선아는 흑응회주의 머리와 손에 본을 만들어 씌우고 벗기기를 수 십 번을 하였다. 신체 접촉이 일어나면 그것에 따라 마음도 따라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며, 한쪽의 마음은 목석(木石) 같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다.


"아니기는 뭘 아니란 말이냐? 회주님 말할 때에 보니까 네 얼굴에 다 나타나는 걸. 침모들은 다 남편이 있는 아주머니들인데, 회주님을 기다리기는 뭘 기다려, 네가 회주님을 기다린 것이겠지."


"......"


"내 말이 맞는 게로구나."


"......"


"회주님이 일과 관련하여 너에게 잠시 친밀하게 대해 주셨다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이었을뿐, 선아 너는 그것을 별 다르게 생각하면 안된다. 괜히 맘 아픈 일이 될 뿐이다. 신분이 차이가 나서 아무리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국은 눈물만이 남게된단 말이다."


"......"


아무 말도 못하고 선아는 눈물을 주루륵 흘리고 있었다. 선아는 아린총관과는 동갑으로 아린총관이 일곱 살 때부터 사들여온 몸종으로 시중을 들어왔으며, 아린 총관이 결혼 때문에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흑돈장에서 함께 하였던 사이로 친밀함은 친자매간 못지않다 할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회원들의 모자와 수갑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선아는 회주와 같이 자주 행보를 하다가, 덜컥 회주를 연모(戀慕)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린 총관의 눈을 비켜가지 못하고 일찌감치 걸렸으니 망정이지, 오래 속에 넣어두고 끓이게 되었더라면 이것은 불치(不治)의 병이라 하는 상사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아, 아무래도 너 정신 차려야겠구나. 정말 정신 못차리면 ...... 나는 너를 다시 원주님 댁으로 보내는 수 밖에 없다."


"총관님,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저를 본가로 보내신다는 말씀만은 거두어 주십시요. 절대 회주님과의 일이 문제가 되지 않게 주의를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회주님을 쳐다보지도 않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래, 일찍 마음을 돌이키는 것만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다. 내가 너를 시집보내는 일을 좀 서둘러야겠다. 흑응회원들 중에 건실한 젊은이를 찾아보아야겠다. 그래도 너에게는 과분한 셈이니 그리 알거라."


"총관님, 저는 시집가지 않고서, 총관님의 곁에서 시중들면서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겠습니다. 시집가지 않고 살렵니다. 그러니 시집보내는 일은 그만 두세요. 부탁드릴께요. 정말 부탁드릴께요."


"그래, 아직 마음이 준비가 덜 되었다면, 좀 기다려보자. 그래도 조만간 시집을 가기는 가야 할 게다."


선아는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총관님, 이번에 일을 해보니, 가위와 바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이 일을 해야한다면, 미리 좋은 바늘과 가위를 준비해두었다가 일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대장간에 부탁하여 좀 좋은 바늘과 가위를 만들어 줄 수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응, 그건 네 말이 맞다. 그것을 미리 준비할려면, 그것은 회주님과 상의를 하여 허락을 얻고, 회주님이 대장간에 지시를 해두어야 하는 일일텐데, 내가 다음 회의 때에 말씀을 드려보마."


"예, 그렇게 하시고요, 오늘도 힘드셨을텐데, 어서 쉬세요. 씻을 물을 준비할까요?"


"그래, 우선 씻자구나."


이렇게 하여 선아는 얼른 자리를 피하고 오늘의 어려운 장면을 넘겨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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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고소(告訴) 보다는 협상(協商) 15.07.06 794 14 12쪽
95 아린총관 자리잡다 15.07.04 992 15 15쪽
94 비룡방의 보고서(報告書) 15.07.03 1,152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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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속죄은(贖罪銀)을 내시오 15.07.02 1,041 15 13쪽
91 거산(巨山)에서 일어난 참사(慘事) 15.07.01 1,100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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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흑응회 전토 500 무를 갖추다 15.06.23 1,120 13 11쪽
82 천가 둘째 공자 15.06.22 1,085 14 9쪽
» 선아의 눈물 15.06.22 1,130 16 11쪽
80 소산(小山)의 비밀(秘密) +1 15.06.20 1,229 17 10쪽
79 미필적 고의(故意) 15.06.20 866 15 10쪽
78 <필독자료>중원대륙에 있었던 고려제국 +2 15.06.18 1,457 14 16쪽
77 누르하치 딸을 시집보내다 15.06.18 1,192 13 16쪽
76 조선국(朝鮮國) 병탄을 상주(上奏)하다 15.06.17 1,160 17 16쪽
75 누명(陋名)을 쓰다 15.06.16 1,130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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