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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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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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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9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8.07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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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DUMMY

로투를 감시하던 병사들의 보고를 받은 팔라둔은 마차리, 마나폴로, 니아와 함께 전략을 구상했다. 기본적인 것은 숨어 있던 마나폴로와 니아가 마차리의 신호에 따라 로투를 공격하는 것, 기습의 방식과 역할 등은 쉽게 정해졌고 미리 술법을 짜놓는 다던가 함정을 설치하는 것 또한 거론 되었지만 정작 맞서야할 마차리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작은 술법은 괜찮겠지만 큰 건 아마 발각될 겁니다.”


뭔가 마음에 걸린다는 태도였지만 팔라둔으로썬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할 순 없지 않나.”

“예전에 다리 하나만 날릴 정도로 작은 위력을 술법을 지면에 불규칙적으로 배열해 사용하던 술사가 있었습니다.”

“니아 씨도 그런 걸 본적이 있다고 하네요.”


몇 번의 심의를 거쳐 바닥을 살짝 드러낸 뒤 그곳에 술법을 설치, 니아가 원격에서 발동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술법을 설치하고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도구를 제작하는 것은 알리샤의 몫이었기에 마차리는 길고 듣기 힘든 잔소리가 섞인 일방적인 대화를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데.”


다섯 번째 마지막이었다.


“제발 좀 귀찮게 하지 마.”


저녁 식사는 호화롭고 풍요로웠다. 쇠고기를 구운 것과 생선을 주 재료로 한 국, 먹으면 입안이 얼얼해지는 뿌리채소, 구운 파, 다른 종류의 고기구이, 건 과일이 들어간 빵, 돼지고기 찜, 닭 요리, 날고기, 생선 구이, 삶은 달걀, 고기구이, 버섯구이, 고기, 고기, 고기, 고기. 마차리도 좋아하는 요리들이었지만 잔소리를 들으면서 먹을 순 없었다. 반면 알리샤는 쓸데없는 것들을 잔뜩 토해내서인지 잔뜩 먹을 수 있었고 우파나히 역시 평소보다 많이 먹었으며 샤크티도 자기가 먹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이 먹고 있었다.

몇 입 먹지 못한 것은 마차리뿐. 식욕이 나지 않은 원인이 된 사람은 잔뜩 먹어 놓곤 식기도 개수대에 담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워버렸다.


우파나히는 샤크티에게 코코아 한 잔을 먹인 다음 재웠다. 그리고 음식이 없는 식기들을 깨끗이 씻었다. 식탁 위에 남은 음식은 다 차갑게 식은 상태였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마차리가 먹고 있었기 때문에 식탁을 닦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건 알리샤의 잔소리 때문만은 아닌 걸로 보였다.


긴장 때문에 위가 잔뜩 쪼그라들고 장이 수축해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그의 식사속도는 느렸다. 적은 양을 느릿느릿 입에 넣은 뒤 천천히 씹어 삼켰다.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껏 생사의 갈림길이라 부를 수 있는 일들을 몇 번이나 겪은 그였지만 이번엔 특히 심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모든 일이 잘 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하더라도 털끝만큼의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상대는 용의 칭호를 받은 자. 긴장하지 않으면 만나는 순간 목이 잘릴 판이었다.

우파나히는 잔뜩 털이 곤두서있는 그의 앞에 진정 작용이 있는 차를 한 잔 끓여 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식사.”

“예······알고 있습니다······빨리 먹을 게요.”

“상관없다.”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차가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로투가 사용했던 공격 방식을 모두 떠올린 뒤 최적의 수를 찾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보여준 것보단 보여주지 않은 것이 많을 것이 분명했기에 섣부른 상상을 하는 것만큼은 할 수 없었다.물론 지난 며칠 동안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나폴로나 니아와 대련을 하며 무뎌진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고 기술의 각도를 다양하게 수정했다.

칼로 베는 것, 찌르는 것, 단검을 던지는 것,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 독을 사용하는 것, 손가락, 발가락을 이용하는 것, 침을 뱉는 것, 실을 활용하는 것, 함정, 속임수 등등. 기본적으로 익혔던 것들을 상기하며 그것들 전부 조금씩 변화를 주고 최대한 활용하는 법을 머릿속에 그렸다.

어떤 사람들이 본다면 결투에서 함정이나 독을 쓰는 것을 치사하고 비겁한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마차리를 비롯한 많은 샤엘라들은 그것을 방법의 하나로 여기기에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었다. 오히려 죽는 쪽이 멍청하다고 판단하는 풍조가 있기에 어찌되었던 간에 이기는 것을 전제로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쪽이 현명하고 강하다고 판단하곤 한다.

꾸역꾸역 뱃속에 식사를 밀어 넣은 마차리가 사용할 단검에 자신이 만든 독을 바르는 행위도 그와 같은 현명하고 강인한 수단이었다. 강철 실을 감은 팔찌를 왼팔에 찬 뒤 그 위에 강철로 만든 보호대를 착용해 팔찌를 감췄다. 필요하면 쉽게 실을 풀어 사용할 수 있게 한 번 조정한 다음 단검 세 자루를 어깨와 허리 뒤쪽, 오른쪽 종아리에 달고 역시 위치를 한 번 조정했다.

재를 담은 주머니는 허리띠에 달았다. 자신의 시야도 가려진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적어도 위험한 순간엔 쓸 수 있을 물건이었다. 마름쇠나 산성 가루 같은 것도 잊지 않았다. 적당히 기른 손톱엔 독을 살짝 발라 긁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게 했다. 몸엔 사슬갑옷을 걸치고 그 위에 옷을 입어 갑옷이 보이지 않게 했다.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즉사는 막을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대략적인 준비는 이것으로 끝. 나머진 알리샤가 해줄 것이었다.


“준비 다 되었습니다!”


마차리가 마당에 나와 소리치자 완전 무장한 우파나히가 집안에서 나왔다. 온몸을 감싼 갑옷과 투구, 갑옷 위의 코트로 방어를 굳건히 하고 철퇴와 방패를 중심으로 한 부가적인 무장으로 공격의 형태를 갖췄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거워 보이고 마주하는 것으로 등 뒤에 식은땀이 절로 흐른다. 대련이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준비를 잘했다. 정말로 서로를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준비하지 않는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 마라.”


하지만 마차리가 진심인 만큼 우파나히도 같은 수준으로 무장을 할 뿐, 우파나히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그러기에 더욱 거칠게 나갈 수 있었다.

압도적인 방어와 힘을 이용한 돌진이 마차리를 습격했다. 방패를 앞세운 단순한 돌진. 마차리의 주된 무장은 피의 강이라 불리는 곡도, 양손으로 잡고 휘둘러 반격했지만 우파나히의 방패에 막힌 뒤 그대로 밀려 마차리의 어깨에 닿아서야 돌진을 저지할 수 있었다.

허리가 부러지고 무릎이 으스러질 것 같은 압박을 마차리의 힘으로 떨쳐낼 순 없었다. 힘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마차리가 돌진을 막자 우파나히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철퇴를 들어 마차리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마차리는 이를 우파나히의 왼쪽으로 피하며 피의 강을 왼손으로 잡은 뒤 오른손으로 등 뒤에 달아놓은 단검을 뽑아 우파나히의 등을 찔렀다. 하지만 코트와 갑옷에 막혀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충격을 받은 쪽은 마차리였다. 등을 찌르는 순간 방패를 눕혀 도끼처럼 휘둘렀다. 뒤로 껑충 뛰어 피했지만 갈비뼈 쪽에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왔다. 사슬 갑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맞았더라면 갈비뼈가 으스러져지며 심장을 찔렀을 위력이었다.

대련은 거기서 잠시 멈췄다.


“입지 마라.”

“하지만······! 아으으······”


결국 갈비뼈는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인지 말할 때마다 고통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느리다.”


상처가 회복되는 동안 우파나히는 기다려줬다. 마차리는 옷과 사슬갑옷을 벗고 손가락으로 더듬어 상처의 정도를 확인한 뒤 다시 옷을 입었다.


“힘으로 맞서지 마라.”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엔 그의 충고대로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방패를 앞세운 돌진을 피한 뒤 한 바퀴 빙글 돌며 양손의 칼로 우파나히의 무릎 뒤쪽을 노려 베었다. 잘리지 않은 코트 덕에 베이진 않았지만 무릎이 잠시 꺾일 정도의 위력은 있었기에 우파나히는 잠시 멈출 수밖엔 없었다.

이 틈을 노린 마차리가 신발을 벗은 뒤 오른손에 들려 있던 칼을 발가락으로 잡은 뒤 껑충 뛰어 올라 발가락의 칼로 우파나히의 목덜미 쪽을 찍어 내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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