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26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11 15:05
조회
162
추천
0
글자
7쪽

16

DUMMY

한참 목마를 태워준 후 샤크티가 입을 옷을 사고 근처 공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로 배를 채웠다.

빵 사이에 큼직한 소시지를 넣은 음식은 치즈와 버터, 소금을 적절하게 섞어 맛이 좋았다. 우파나히 본인은 식사의 맛엔 별로 관심 없었지만 샤크티는 알리샤를 닮아 맛에 민감하다.

물론 주면 주는 데로 먹긴 하지만 우파나히와는 달린 맛을 즐길 줄 알기에 뭔가를 먹을 때는 신경쓰곤 했다.


보석을 바꾼 돈에 여유가 있었기에 비싼 식당에 가려는 시도도 했었지만 둘이서만 갔다간 알리샤가 화를 낼게 분명했으니 가지 않았다.

두 번의 살인 사건으로 거리는 어수선했다. 몇 군데의 상점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문을 닫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건 살인 사건에 대한 것뿐이었다.

물론 경계가 강화되어 완전 무장을 한 병사들이나 무기 소지 허가증을 가진 자들이 돌아다녔지만 소득은 없어보였다.

상처자국은 우파나히도 본적 있었다. 두개골과 척추, 혀를 비롯한 내부 장기들 모두 지나치게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그럴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가진 샤엘라라고 할지라도 무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런 형태로 사람을 죽일 순 없다. 무기가 좋지 않으면 명치까지 자르기도 전에 상처의 단면이 일그러지거나 부러질게 분명하다.


우파나히에겐 더 이상 관여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가벼운 바람이 불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던 샤크티가 바람에 실려 온 어떤 냄새에 반응했다.


“아빠.”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피 냄새.”


불안한 듯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우파나히도 보통 사람들이 감지하기 힘든 수준의 옅은 냄새를 감지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공격해오면 방어할 뿐, 먼저 찾아내서 공격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알리샤와 약속했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신경 쓰지 마라.”

“하지만······”

“평범하게 살면 된다.”

“평범하다는 건 좋은 거야?”

“그래.”


바람에 흐트러진 샤크티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바로잡아 주었다.


“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가르치고 자장가를 불러줄 거다.”

“아빠 노래 못하잖아.”

“엄마가 있다.”

“응.”

“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평범하게 살거다.”

“난 멋진 아빠가 좋아. 평범한 건 싫어.”


도시에서 도시로 건너오는 며칠 동안 못 보여줄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린 딸의 말에 반응하듯 자리에서 일어난 우파나히는 졸린 듯 하품을 하는 샤크티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엔 식사 준비도 안 해놓고 갔다며 투덜거리는 알리샤와 낮잠으로 소일거리를 하는 마차리가 있었다.

잠든 샤크티를 알리샤에게 맡긴 뒤 전날 사온 식재료로 그녀가 만족할 만한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침 맛있는 냄새에 잠에서 깬 마차리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거리로 나갔다.


“뭐, 뭐에요! 저도 밥 좀······!”

“무기.”

“네? 그건 다 맡겨두셨잖아요! 그리고 샤마란 씨랑 약속······으악!”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관자놀이를 한 대 쥐어 팼다.


“무기.”

“아, 알았어요! 이거 좀 놓고!”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 대 더 쥐어 팼다.

노점에서 먹을 걸 사 마차리의 입안에 쑤셔 넣은 다음 목이 매여 한마디도 하기 힘들어하는 그에게서 무기소지 허가를 받는 법을 들었다.

조금이라도 대답이 늦으면 쥐어 팼기에 신고가 들어와 경찰들이 출동했지만 마차리가 돌려보냈다.


“근데 서류작업만 사흘은 걸릴 걸요. 제 경우엔 팔라둔이 보증을 해서 빨리 받은 거고요. 그리고 인성이라는 것도······”


때릴 줄 알고 잔뜩 움츠러든 채 각오했지만 의외로 때리진 않았다. 더 이상 마차리와 이야기해도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마차리 혼자 남겨 놓고 팔라둔이 있을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팔라둔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리에 앉아 보고를 받는 성향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잘 돌아 다닌다. 차라리 대로변에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 시간이나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큰 대로변부터 좁은 골목까지 살폈지만 팔라둔의 위치를 확인한 순 없었다.

생선가게가 몇 군데 있는 상가를 지나가던 차에 비린내와 썩은 내에 섞인 피 냄새가 우파나히의 코끝을 스쳤다. 가벼운 바람이라도 분다면 사라질 희미한 냄새, 우파나히는 냄새를 추적했지만 눈에 들어오는 시체 같은 것은 없었다. 냄새가 가장 진한 골목을 봤지만 막혀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아봤지만 그 골목에서 가장 진한 냄새가 났다. 냄새는 나지만 보이지 않는다. 어떤 장치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파나히는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생각대로 골목 안쪽으로 몇 발자국 걷지 않아 냄새의 근원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 찢어진 시체, 피는 이미 말라 있었지만 안쪽에 남은 피와 오물이 섞여 역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골목 밖에서는 안쪽의 시체가 안 보인다. 술법에 의한 눈속임. 골목 안에 있는 우파나히의 모습도 보이지 않겠지. 아래위로 사각형을 그리며 새겨진 술법을 찾아 없애니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다음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일부 사람들이 우파나히를 용의자라고 생각하곤 달려들어 포박하려 했지만 무지막지한 힘에 밀려나갔다. 하지만 그 다음은 없었다. 우파나히가 시체가 있는 골목을 지킬 뿐 움직이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가 도망치는 것만 막았고 곧 병사들이 와 그를 체포하려 했지만 힘에 밀려 나가떨어졌다.

상황이 정리된 것은 샤엘라들을 이끈 팔라둔이 왔을 때였다.


“자네가 발견한 건가?”

“그래.”

“이 녀석은 범인이 아니다. 단순히 시체를 발견했다고 해서 범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


샤엘라들을 호위로 삼기라도 한 것인지 팔라둔이 잠시 멈춰 있는 동안 그들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병사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냈지만 맡은 역할엔 충실했다.


“무기가 필요하다.”

“무기? 허가증 받고 싶으면 서류작업부터 해.”

“귀찮아.”

“법은 나보다 위에 있어. 신원보증까지는 하더라도 법을 어기는 걸 도울 순 없어. 아니면 맨손으로 싸우던가 식칼이라도 잡고 휘둘러.”


팔라둔의 강경한 태도에 우파나히는 잠시 생각하더니 “식칼은 멋있지 않지.” 라고 중얼거린 뒤 허가를 받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분홍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 17.08.02 114 1 8쪽
38 38 17.08.01 135 1 6쪽
37 37 +2 17.07.29 181 1 8쪽
36 36 17.07.28 117 0 8쪽
35 35 17.07.27 110 0 6쪽
34 34 17.07.26 299 0 6쪽
33 33 +2 17.07.25 156 0 7쪽
32 32 17.07.24 102 0 8쪽
31 31 17.07.23 215 0 7쪽
30 30 17.07.22 121 0 7쪽
29 29 17.07.22 912 0 7쪽
28 28 17.07.20 87 0 7쪽
27 27 17.07.17 352 0 6쪽
26 26 17.07.16 121 0 8쪽
25 25 17.07.16 120 0 8쪽
24 24 17.07.15 110 0 7쪽
23 23 17.07.15 128 0 7쪽
22 22 17.07.15 113 0 8쪽
21 21 +2 17.07.13 239 1 7쪽
20 20 17.07.13 168 0 8쪽
19 19 17.07.12 149 0 6쪽
18 18 17.07.12 746 0 8쪽
17 17 17.07.11 106 0 7쪽
» 16 17.07.11 162 0 7쪽
15 15 17.07.10 135 0 7쪽
14 14 17.07.09 193 0 6쪽
13 13 17.07.08 126 0 7쪽
12 12 17.07.07 168 1 10쪽
11 11 17.07.06 138 1 6쪽
10 10 17.07.04 152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