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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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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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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4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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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5

DUMMY

발견한 것은 이른 새벽, 신문을 배달하던 아이가 배달하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외진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이번에도 역시 정수리에서 가랑이까지 찢어서 두 동강 냈다. 이상하다면 모자까지 같은 형상으로 찢어져 있었다는 것. 상처의 단면은 매끄러웠고 도난당한 소지품도 없다. 그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은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무기소지자들이었다.


“쾌락살인으로 의심 받는 것만큼 역겨운 기분이 드는 게 없는 데요.”

“일단 조사는 해야 하니까요.”


마차리를 비롯한 무기소지 허가증을 발급 받은 이들의 수는 어림잡아 이백 명이 조금 넘는 숫자. 수만 명의 인구 중에서도 그 정도 숫자밖엔 되지 않는다. 조사하긴 편했지만 그 중에는 요리도구가 무기의 수준에 해당될 정도라 허가증을 받아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계속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도 있었으며, 외지에서 온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들이나 마차리 같은 떠돌이 샤엘라들도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뭐하고 계셨죠?”

“저녁엔 가족들이랑 있었습니다. 새벽엔 자고 있었고요.”

“무기 소지는 언제 허가받았나요?”

“엊그제입니다. 이 도시로 이사 오면서 허가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무기에 특별한 술법이 걸려있나요?”

“아뇨. 그냥 튼튼한 겁니다.”

“일단 무기를 수거하는 게 방침입니다만.”

“뭐?! 싫은데! 차라리 추방되고 말지!”


무기를 수거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낸다. 마차리를 포함한 모든 샤엘라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그들이 발을 붙이고 있는 나라인 저스의 훨씬 남쪽에 있는 산악국가인 에란에서 태어난 그들은 타고난 강함을 자랑하지만 그보다 더 강도 높고 혹독한 것이 교육이다.

그들은 걸음마를 할 때부터 무기를 다루는 법과 생존하는 법을 익힌다. 그런 교육이 없다면 진작 멸종했을 종족일거란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험준한 산맥의 천재지변과 위험한 짐승들, 그리고 교활한 시난들은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곤 한다. 그렇게 몇 천 년 동안 무기를 자신의 수족처럼 생각해온 샤엘라들에게 있어 무기를 몸에서 떨어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샤엘라의 그런 부분에 대한 기록이 있었고 스무 명 남짓한 인원 모두 한결 같은 반응이니 수사관들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뭐······샤엘라 분들은 성벽 밖에서도 특별한 지원 없이 생존하실 수 있으니······”

“젠장! 우린 쾌락살인 같은 건 하지 않아! 위대한 용들께선 욕망에 물든 자들은 수거하지 않으시니까!”


신을 믿는 이들은 드물지만 용이라는 존재들은 신을 믿는 자들을 제외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샤엘라들은 일곱 용들에게서 생명을 받고 죽음과 동시에 그 육신과 영혼을 다시 용들이 수거한다. 그런 기본적인 틀을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규율 등이 있긴 하지만 수사관이 그런 것 까지 신경 쓸 정도로 박식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문화와 전통은 존중합니다······하지······”

“닥쳐!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무기를 수거한다고! 차라리 내 발로 나가고 말지!”

“지, 진정하시고······!”


마차리는 어리고 유순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지만 수사관을 공격하거나 하진 않았다. 적과 아군을 철저히 구분해야지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존재를 얻을 수 있다는 교육 덕분이었다.


“라-슈 샤란 푸라쿠라!”

“뭐, 뭐라고요?!”


수천 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기에 그들은 독자적인 언어를 확립하고 있다. 모난 부분을 건드려 화가 난 상태이니 어릴 때부터 써온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 이상하진 않은 일이었다.

그에 동조하듯 다른 샤엘라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소릴 질러대기 시작했고 그 위압감은 매일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르며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들이 주눅들 정도였다.

그들만의 언어가 경찰서를 무너트릴 기세로 울렸고 이를 진정시킨 것은 가면과 갑옷으로 온몸을 감싼 팔라둔 필리오림이었다.


“다들 조용!”


그의 외침과 동시에 경찰서의 한쪽 벽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가볍게 휘두른 주먹질에 무너진 벽은 샤엘라들을 침묵시켰지만 팔라둔의 힘과 과격함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기에 손을 얹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사관, 샤엘라들은 내가 관리하겠다!”

“예? 필리오림께서 이런 일을 하실 필요는······”

“필리오림인 내가 상주하고 있는 땅에서 두 번에 걸친 살인이다! 이것 말고 더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인가!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단다면 필리오림의 권한으로 벌하겠다!”


팔라둔이 보인 위엄에 흥분해 있던 샤엘라들이 무기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샤엘라들은 고결한 정신을 가진 전사들이다!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불의에 참지 않는 그 정신으로 수사에 협조해줬으면 한다! 매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에겐 그 공로를 따져 따로 보상할 것이다! 함께 할 자들은 남아라!”


어리게 보이던, 나이 들어 보이던, 여자이던, 남자이던, 연인이건, 형제이건. 모든 샤엘라들이 팔라둔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사에 협조하는 거야?”


한바탕 소란을 벌이고 난 뒤 돌아온 집에서 의자에 기대 쭉 뻗어버린 마차리의 앞에 알리샤가 우려낸 차가 한 잔 놓였다.


“일단 돈이 필요하긴 하니까요. 내일부터 하기로 했어요.”

“이탈한 사람은 없었고?”

“없어요.”

“전부 무식하네······물론 마차리도.”

“종의 특성이 그런걸요. 범인을 발견하면 합법적으로 싸울 수도 있을 거고요. 으······이거 맛없는데요.”


빙긋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쳐서 마차리의 옷을 더럽혔다. 그냥 뚱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봐선 뜨겁진 않은 모양이었다.


“난 우파나히가 아니니까~”

“뭐······그렇죠······우파나히 씨는요?”

“샤크티랑 쇼핑~”


드문 일이었지만. 최소한 마차리가 본 적은 없지만 이사도 하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품고 그 모습을 상상하며 웃었다.


“아빠. 목마 태워줘.”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인 다음 샤크티의 작은 몸을 들어 목마를 태웠다. 높아진 시선과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샤크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몇 살이지.”

“나?”

“그래.”


그때까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인지 한참을 궁리하던 샤크티는 겨우 “몰라.”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다섯 살이다.”

“알았어. 나 다섯 살이야.”

“내년엔 여섯 살이다.”

“응.”

“목마는 일곱 살까지다.”

“응······”


조금은 아쉬운 듯 보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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