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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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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80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6.16 22:54
조회
846
추천
3
글자
6쪽

1

DUMMY

“언제 어떻게 생각해봐도 좋은 나라네요.”


스물 네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 통통한 여자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해가 중천에 뜬 더운 날이었지만 공기는 탁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북적거림에도 거리는 깨끗하다. 소매치기 같은 것도 없고 대낮부터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도 없다. 거기다 손에 달콤한 과자까지 들려 있으니 더 좋을 순 없다는 느낌의 표현이었다.

그녀의 곁에 있는 덩치 큰 남자는 “그래.” 라고 낮고 짧은 답을 한 뒤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짧은 옷을 입고 다니는 다른 사람들이 이상스럽게 볼 정도로 더워 보이는 검은 코트를 껴입고 등에 무거워 보이는 짐까지 지고 있었다. 여자가 더워 보이니 벗으라고 몇 번 이야기 하긴 했지만 듣진 않았다.


“이젠 다른 사람들한테 맞춰 살아야 한다고요.”

“그래.”


여자는 설교했지만 남자는 듣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주근깨가 가시지 않아 어린 티가 남은 여자에 비해 눈을 마주치면 겁을 먹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이다. 왼쪽 눈썹 끝에서부터 오른쪽 광대뼈까지 난 긴 칼자국 같은 게 그 효과를 더하고 있었지만 타고나기를 그런 얼굴로 타고난 것 같았다. 조금 거짓말을 더 하자면 그 얼굴에 손에 과도라도 들고 있다면 그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체포될 것 같았다.


“더워······”


남자가 짊어지고 있던 짐 꾸러미에서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고개를 내밀고 더운 숨을 내쉬었다. 얼굴엔 땀이 맺혀있었고 잿빛 머리칼은 땀과 버무려져 통통한 뺨과 이마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여자가 먹고 있던 과자를 조금 쪼개어 아이의 입에 물려줬지만 입에서 오물거리기만 할 뿐 삼키진 않았다.


“물······”

“아아아~! 그래그래! 알았어~! 물, 물, 물······중요하지 물······”


아이의 요청에 호들갑을 떨며 남자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물주머니를 꺼내 아이의 입에 물려주고 기울여주었다. 과자 부스러기가 보일 정도로 바짝 마른입 안으로 물이 들어가자 그제야 과자가 녹으며 목 아래로 넘어갔다. 그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단 것을 먹었음에도 아이의 표정은 시큰둥할 뿐이었다.

두 사람을 골고루 닮은 귀여운 아이였지만 아이답지 않은 시큰둥한 표정이 여자의 맘에 걸릴 뿐이었다.


“이제 괜찮아~?”

“응.”

“마차리.”


남자의 사람의 이름 같은 단어 다음의 내용은 더 나오지 않았지만 여자는 아주 잘 알아듣곤 감정 섞인 목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 그 바보는 지금 무기관리소에 간다고 했어요! 당신이랑 샤크티가 이것저것 사러간 틈에요! 칼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잠도 못자고 식사도 못한다나! 누가 훔쳐서 파는 것도 아니고 불시에 습격당할 일도 없는데 왜 그렇게 무기에 집착을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요!”


그래도 화가 덜 풀린 것인지 통통한 뺨에 바람과 과자를 잔뜩 집어넣곤 “나 화났어요!” 라는 형상을 취했다.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줄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여기서 산다.”

“아니······그러니까 집이 있어야 하잖아요. 샤크티도 슬슬 학교에 보내야하고...마차리도 얹혀 살 거니까 방도 많아야 할 거고요.”

“구했다.”

“나랑 상의도 없이요?”


마침 남자의 눈에 근처에 있는 분수공원이 들어왔다. 쀼루퉁해 있는 여자의 입에 과자를 하나 더 물려주곤 손을 잡고 공원의자에 앉힌 뒤 등에 있던 짐 꾸러미에서 아이와 둥글게 말린 큰 종이 하나를 꺼냈다.

아이를 의자 모서리에 앉힌 다음 남는 부분에 종이를 펼쳤다.

펼친 종이엔 집의 도면 같은 것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


“지하 일층 지상 이층집, 이층에 방이 셋에 목욕탕이 하나. 다용도실이 하나. 일층엔 주방과 거실, 방이 두 개 화장실은 일이층에 각 하나씩, 지하는 창고 겸 저장고. 마당이 조금. 마당엔 큰 나무가 한 그루, 창고 겸 사육시설이 하나, 창고가 하나. 담장과 대문은 기본사양. 질문은.”


상세하게 그린 그림이 잘 들어가 있는 집의 도면은 누군가가 덧칠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선의 굵기나 습관, 실력으로 보아 남자가 덧칠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런 집은 언제 구한 거예요?”

“한 달 전에.”


좀 더 긴대답을 듣고 싶은 것인지 여자는 잔뜩 뺨을 부풀린 채 상기된 얼굴로 남자를 쏘아봤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중 남자가 마지못해 “합법적으로.” 라는 걸로 조금 더 말을 이어갔고 그제야 마음에 드는 대답이 나온 것인지 여자의 입이 벌어졌다.


“아······그때 잠깐 어디 다녀온다고 했으면서 두 달 하고도 삼주나 집을 비웠었죠! 진짜! 그동안 집 알아보고 있었던 거였어요?! 나한테는 한마디도 상의 없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샤크티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쀼루퉁한 것은 여전했다. 오히려 자신과 상의 없이 일을 결정했다고 화를 내고 있었다.


“조사했다.”

“뭘······?”


집 주변의 편의시설과 혐오시설의 존재, 집의 건축일자, 건축물의 보수, 개조에 대한 법령, 세금, 물가, 주변 사람들의 평판 등등. 에 대한 것을 쭉 나열해 읊조렸다.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읊는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에 더는 높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여자 역시 탐탁치 않아하는 표정이면서도 수긍하고 있었다.


“청소는 해놨겠죠?”

“아니.”

“빨리 가서 해요! 난 안 할 테니까!”

“했을 거다.”

“누가요?”

“얼간이.”


여자의 머릿속에 칼을 찾기 위해 엄청난 서류작업과 세금내기를 하고 있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돈이야 문제없겠지만 수십장에 달하는 서류 작성이라니. 소문으로만 듣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었기에 무기라고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은 죄다 검문소에 맡기고 온 터였다.


“마차리가 했으면 문제는 없겠죠 뭐······빨리 가요 그럼.”

“그래.”


유독 그에게만 거친 표현을 쓰는 남자의 표정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작가의말

이리저리 일들이 많았네요...

전작들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고요.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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