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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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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91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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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35

DUMMY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이에 마나폴로가 격분했다. 그는 명백히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로투를 찾아낸 재주는 용하지만 그를 상대할 수 있다고, 막을 수 있다고 하며 곤경에 빠진 자신들을 놀리고 있다.


“금액에 따라 행동반경을 정한다.”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너무 화내지 말게.”

“하지만 필리오림! 필리오림께서도 용의 힘에 대해선 모르지 않습니까! 전 봤습니다! 산을 무너트려 평지로 만들고 큰 숲을 한 순간에 불태워버리는 힘의 덩어리입니다!”

“상관없다.”

“우릴 놀리는 거라면 내가 널 죽여주마!”


무지에서 비롯되는 용기. 마나폴로는 우파나히의 행동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우파나히는 정말로 별로 상관없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일이 처리되지 않을 것 같았기에 팔라둔은 우파나히를 내보냈다.


“음······일단 사람부터 모아주겠나? 최대한 입이 무겁고 솔직한 사람들로. 아, 거기 아가씨도 같이 가주게.”

“알았다.”


활잡이 여자도 고개를 끄덕인 뒤 우파나히의 뒤를 따라 나갔다.


“당장 필요한 것은 공격대뿐인가.”

“수비 병력에서 공격보조 병력을 차출해서 분홍신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적의 대장을 알 수 없으니 조금 힘들군.”


로투는 대장이 아니다. 그는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일 뿐 결코 대장으로써 군림하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서 들어오는 자료를 총합한 것을 읽은 팔라둔의 판단이었다.


“유품이라는 것을 줘버리면 어떨까요.”

“나쁘진 않겠지만 도시의 창고 목록엔 아무것도 없었어. 아마 적의 대장이 가지고 있겠지.”

“그걸 강탈해서 주면 로투도 알아서 물러날 겁니다.”

“대장이 누구인지와 유물의 종류부터 알아야겠군. 의심 가는 자들이 있나?”

“현재로썬 없습니다. 최근엔 불순한 세력들이 없었으니 아마 몇 년 치 기록을 다 뒤져야 할 겁니다. 기록보관소에······”


팔라둔은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한손에 턱을 괴고 남은 손으론 테이블을 두드리는 모양새가 딱 “거기엔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팔라둔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마나폴로의 의견에 동의했다.

마나폴로가 돌아온 뒤 지도를 꺼내 놓고 병력 배치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던 중 마나폴로가 보냈던 사람이 기록보관소에서 사람이 왔다고 전했다.


“잘난 필리오림께서 무슨 일로 날 부르셨나.”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그의 가면을 쏘아본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마나폴로를 한 번 보곤 자기 멋대로 자리에 앉아선 담배를 채워 넣은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라스코, 불은 안 붙였으면 좋겠군.”

“안 그래도 안 붙이고 있잖수.”


마흔 살 정도 되었을 까. 잔뜩 늘어진 다크서클과 며칠 감지 않아 기름진 머리카락이 그의 업무량과 게으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대충 짐작은 하겠는데. 왜 내가 필요한 건진 모르겠는데.”

“몇 년 사이에 있던 큰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많다. 알고 있는 것 있나.”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긁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잔뜩 건방을 떨기 시작했다.


“공손히 좀 해줄래?”

“사서장! 아는 것 좀 많다고 귀찮게 굴지 마라!”

“마나폴로!”

“거봐, 혼났잖아.”

“라스코, 자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내가 먼저 손을 내민 이상 자네가 얼마나 건방지게 굴던지 받아줄 용의가 있지만 마나폴로가 참아 줄진 모르겠군.”


마나폴로의 손엔 이미 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사서장 라스코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다음의 일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뭐······나도 죽긴 싫으니. 몇 년 치가 필요하신가······요?”

“최근 십 년 동안의 기록이 필요하네.”

“기다리시오.”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팔라둔이 가만히 있었기에 마나폴로도 그가 담뱃불을 붙인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도끼를 쥔 손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몇 모금의 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다음 타고 남은 담뱃가루를 휴대용 재떨이에 털어낸 라스코가 팔라둔이 주문했던 답을 내놓았다.


“사 년 전에 슈피치르의 사주를 받은 마냐프라는 죄인의 왕족 암살시도, 이 년 전에 국가전복을 노린 고귀한 시대라는 집단의 반란, 오 년 전에 해적들과 결탁한 해안 요새에서의 반란, 팔 년 전엔 국가 수뇌부 일부의 조직적인 비리, 십 년 전과 구 년 전에 신원불명의 죄인이 일으킨 연쇄살인 사건, 오 년 전엔 투란스카 유물 강탈사건 정도 있는데.”

“전부 상세히 기록해서 가져다주길 바라오.”

“종이와 잉크, 펜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대로 써줄 수 있지. 아, 술이랑 담배도 좋고. 뭐······아직 식사도 안했으니 식사도 같이 주면 좋고. 설마 여기서 전부 하라곤 안 하겠지?”


사람을 불러 원하는 것을 전부 주하고 한 뒤 라스코를 밖으로 내보냈다.


“신뢰할 순 있으니까 일엔 도움이 되겠지만 좀 짜증나네요.”

“그런 사람이니까.”


병력 배치에 관한 협의가 끝날 때 쯤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고 팔라둔과 마나폴로는 각각 다른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 식사를 끝낸 뒤 우파나히가 마차리를 끌고 와선 자리에 앉혔고 마차리는 마지못해 다시 일을 하겠다고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알리샤는 안 되나? 술사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애가 있다.”

“그렇긴 하군······우리 쪽에서 맡으면 되지 않을까? 유능한 보모를 알고 있는데.”

“혹시라도 인질로 잡히는 순간 당신들 머리가 사라질 걸요······”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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