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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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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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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6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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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7

DUMMY

어리둥절한 것은 남은 팔라둔이었다.

그는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샤크티가 아직 알리샤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필리오림으로 인정받은 지 얼마 안 된 때부터 함께 일을 해온 사이였다. 그들이 이 도시로 이사 온 것도 그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뭐 알고 있는 것 있나?”


샤엘라들 사이에 숨어 있던 마차리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우파나히에게 몇 대 얻어맞고 나니 옛날 생각이 나서 잔뜩 움츠러든 채 우파나히가 갈 때까지 벌벌 떨고 있었다.


“아뇨, 그보다 제가 일 시작하는 건 내일부터 인데요.”

“뭐······아이도 태어났고 하니 사람이 달라질 순 있는 거겠지. 자 그럼 순찰을 계속해볼까! 마차리 자네도 따라오게!”

“아니······제가 일하는 건 내일부터······! 으악!”


한손에 커다란 도끼를 들고 중무장을 한 샤엘라가 우악스러운 네 개의 손가락으로 마차리의 뒷덜미를 잡고 끌었다. 버둥거려 도망치려 했지만 우파나히와 비견될 정도의 힘에 굴복하고 말았다.


순찰은 큰 길을 중심으로 작은 골목들을 포위하듯 살펴보는 것을 비롯해 목격자가 있는지, 수상한 자나 그런 모양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 따위를 본적이 있는 지로 진행되었다.

경찰서 벽을 무너트린 팔라둔의 괴력으로 판단할 때 그에게 호위는 필요 없어보였지만 샤엘라들을 감독한다는 명목으로 몇몇의 샤엘라들이 그의 호위를 맡았다. 죄다 몸에 칼자국 몇 개씩을 훈장처럼 드러내고 든든한 근육을 자랑하는 숙련자들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장점이었다.


“좋은 도끼네요······뭐로 만든 거죠······?”


마차리를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었던 우락부락한 얼굴에 덩치가 큰 전사는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허리띠의 주머니에 있던 숫돌을 꺼냈다.


“여행자 철이다. 마차리라고 했나?”

“네. 도끼에 이름이 있나요?”

“난 마나폴로 타르안. 내 친구는 타넨 포폴트”


꺼낸 숫돌로 도끼날을 두어 번 때려 소릴 내 도끼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렸다.


“좋은 이름이네요.”


마차리가 떨떠름한 미소로 답하는 동안 샤엘라의 말로 불의 이빨이란 뜻을 지닌 도끼는 자신의 친구가 내민 숫돌로 자신의 엄니를 갈았다.


“그 칼은 이름이 있나?”

“네, 있긴 하지만······자랑할 만한 이름은 아닙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름이 있다는 건 좋은 거지. 평생을 함께할 전우니까.”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여행자이기에 작은 소년처럼 보이는 마차리의 실력은 누구보다도 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자에다가 무기에 이름까지 붙인 주제에 노련한 전사를 동경하는 소년인 마냥 굴고 있으니 마나폴로도 작은 웃음이 나오는 것은 참지 못한 모양이었다.


“일단 필리오림의 호위임무에 충실하자고. 저 사람이 죽으면 전부 끝장이니까.”

“네!”


몇 번 멈춰 수색을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시체도 더 나오지 않았고 수상한 자나 무기 같은 것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은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팔라둔도 말수가 적어졌다.

그럼에도 샤엘라 여행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나라면 이런 때 기습하겠는데.”


날이 큰 창을 든 샤엘라 여행자가 형제로 보이는 이에게 넌저시 던지듯 말을 걸자 같은 창과 같은 얼굴을 가진 그의 형제도 동의했다.


“누가 아니래, 우리도 저번에 이런 식으로 기습해서 많이 죽였잖아.”

“형이라고 불러, 여기 병사들은 실전경험이 부족한 것 같군.”

“푸른 바람도 아니니 신경 쓸 거 없잖아. 우린 할 일만 하고 돈이나 받으면 되지.”

“형이라고 하라니까. 아무튼 내가 위를 친다.”

“항상 그렇잖아. 내가 아래를 치고.”

“형이라고 하라니까.”

“내가 먼저 나올걸 그랬나.”

“젠장, 다 끝나고 한판 붙자!”

“좋지! 온 거리에 술이 바닥날 때까지 마셔 보자고!”


서로 투닥 거리면서도 잘 놀고 잘 경계하고 있었기에 팔라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의무복무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다가 주기적인 시난 토벌에 나서 경험을 쌓는 것은 몇 년 동안 간단한 임무를 통해 자신감을 키운 직업 병사들이다.

도시를 지키는 이들 중 그들의 비율은 매우 낮다. 성벽을 앞에 세우고 경계하는 것만으로, 화살 한 대 쏘지 않고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해하기 편하게 말하자면, 이런 흉악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인물을 상대하는 데엔 전혀 쓸모가 없다.

팔라둔이 그걸 계산하고 비싼 돈을 주고 샤엘라 여행자들을 끌어들인 것인데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태였다.


“더럽고 치사한 놈들이군. 정면에서 맞서질 않다니······!”

“적은 아마 소수이거나 개인 일겁니다. 그러니 필리오림께서 모습을 드러내도 달려들지 않는 거고요.”


젊고 혈기 왕성한 탓에 초조해하는 팔라둔에게 조언한 늙은 여행자는 지팡이처럼 만든 칼집을 꽉 잡은 채 몇 번 기침을 토해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런 식의 살인을 몇 번 더 해서 공포를 조성한 다음 공포를 쐐기로 삼아 한순간 혼란을 일으킬 겁니다.”

“맞선 적 있는가?”

“아뇨, 제가 그렇게 했죠.”


나이 든 샤엘라는 기상천외한 전술을 사용하거나 겪은 경험이 있다. 칼과 칼집을 지팡이로 삼아야 할 만큼 늙었지만 그만큼 오래 생존한 경험이 있기에 신뢰할 수 있었다.


“도시 밖에 주둔한 병력이 있거나 활동하지 않는 자들이 도시에 잠복해 있을 겁니다. 노리는 건 공포와 초조함입니다. 행여 섣부른 행동으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마십시오.”

“혹시 시난 중에 이런 일을 할 만한 존재가 있나.”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자는 몇 있지만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을 하진 않을 겁니다. 우선 병력들을 물리고 사복차림으로 수색을 진행시키십시오.”


타당한 의견이라 생각했지만 팔라둔의 머리엔 작은 의문이 떠올랐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나.”

“주제넘지만 필리오림께서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얼굴을 한 번 쯤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소문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두들 살인 사건이라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많은 병력을 동원하는 것에 안도감을 비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만큼의 병력을 이끌어야 할 만큼 대단한 적이 있다는 것에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리오림이었기에 그것 또한 수용해야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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