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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14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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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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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21

DUMMY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아직 죽어선 안 된다.

먹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싸우고 싶은 상대도, 이기고 싶은 상대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여기서 죽을 순 없다.

많은 생각들이 마차리의 뇌리를 스치며 생존에 대한 욕망을 낳았고 뒷덜미에 닿은 도끼날의 감촉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양 팔과 양 다리의 힘으로 내려쳐지는 도끼를 피해 뒤쪽으로 뛰었다. 타고난 신체적 강함이 없었다면, 이제껏 쌓아올린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한 수였지만 마차리가 발이 지면에 닿기도 전에 로투가 칼을 빼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로투의 칼은 지팡이로 쓰이는 목적도 있기에 곧다. 거기다 늙은이도 들고 다닐 수 있고 빠른 움직임을 위해 가볍게 만들어졌다. 베는 것 보단 찌르는 것에 특화된 형태이며 노인의 힘으로 휘둘러봤자 샤엘라의 단단한 뼈를 끊는 것도 어렵다.

로투도 그걸 알고 있기에 찌르는 자세로 돌격해 마차리의 배에 칼을 박았다.


“으······윽······”

“나도 늙었군······”


처음 뚫렸던 상처 근처에 칼날이 박혔다.

그의 전성기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다. 착지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노련한 샤엘라의 돌격을 막을 순 없었다. 깊숙하게 들어온 공격에 내장을 살짝 찔렸지만. 그 순간 칼날을 잡아 관통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칼을 휘둘러 로투를 떨쳐냈다. 잡힌 칼이 뽑히지 않자 칼을 버리고 단검을 던져 다리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분홍신을 신은 여자가 양손으로 도끼를 잡고서 두 사람을 날려버릴 기세로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 공격하려고 하지 마라. 분홍신.”


로투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듯 여자의 행동을 읽고 있었다. 주의 받은 여자는 가면으로 표정을 숨긴 채 행동을 멈추고 상황을 주시했다.


“힘을 쓰면 출혈 정도는 막을 수 있을 텐데.”

“칼에 독을 발라 놓고 무슨 헛소리를!”

“아. 미안하군, 깜빡하고 있었다네.”


잊은 물건이 생각났다는 투로 말하는 동안 마차리는 다리에 박힌 단검을 뽑았다. 상처가 회복되지 않고 피가 계속 흐르는 걸로 봐선 단검에도 독이 발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마차리 몰틴. 이름이 아깝지 않나?”


수다 떨기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대로 싸운다면 승률이 반반이라는 것을 로투도 알고 있었다. 독으로 상처의 회복을 막고 출혈을 유도해 죽인다. 그런 계획으로 보였다.


그 계획이 틀어진 건 번개가 떨어져 공원의 석상을 부순 때였다.

어떤 징조도 없이 날아온 번개에 굉음과 함께 석상이 부서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번개는 우연이 아니라는 듯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날아들어 상황을 관찰하고 있던 분홍신을 피격했다.

대기하고 있던 중무장을 한 남자와 조립하던 것을 끝낸 인형술사가 등을 맞대고 경계 하는 동안 번개를 맞고도 살아남은 분홍신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 규모와 효과를 가진 술법을 쓰면서 나한테 안 걸리길 바란 건 아니겠지?”


두 명의 술사가 공원으로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을 터였지만 가면을 쓴 그녀는 공원 입구를 통해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쪽은 피투성이네.”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적의 규모나 능력은 자신에게 상관없는 일이었고 술법이라는 것에 대해 말한 것을 봐선 단순한 짜증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로투에게 배신당했던 마차리로썬 그녀를 그대로 신뢰할 순 없었다.


“하, 하하······”


키가 작고 머리카락은 검었다. 수수해 보이는 옷은 바꿔 입을 수 있는 것이고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도와줄 거면 시간을 좀 벌어주십시오!”

“나도 네 명을 상대하는 건 힘들어.”


번개도 다루는 능력이 있으면서 속 좁게 구는 그녀에게 뭐라 할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인지 마차리는 잠자코 있었다.

마차리가 침묵을 유지하는 동안 공원의 바닥을 이루고 있던 벽돌들이 커다란 손의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인형술사와 중무장을 한 남자를 찍어 눌렀다. 동시에 세 번째 번개가 분홍신에게 날아들어 자신에게 향한 공격을 차단했다.

분홍신을 신으면 그 신체가 강철과 같아지기 때문이었을까. 번개를 두 번이나 맞고도 분홍신은 다시 일어서서 도끼를 양손으로 쥐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분홍신에게 향해 있는 사이 인형술사가 인형을 방패막이 삼아 중무장한 남자를 손의 압력에서 탈출시켰다. 왼손에 감긴 쇠사슬을 풀어 한번 빙글 돌린 다음 추를 던졌지만 슬쩍 피한 다음 쇠사슬에 번개를 쏴 남자를 감전시켰다.

로투는 마차리와 대치할 뿐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녀의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았다.


그녀가 벌어준 시간 동안 마차리의 체내에 있는 기관이 체내에 들어온 독을 해석하고 독에 대한 해독물질을 만들어 몸 전체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모든 독소와 질병에 면역이 있다. 라고 보고가 올라갈 정도로 강한 회복력을 가진 샤엘라만이 할 수 있는 시간으로써 독을 제거하는 법이었다.

같은 종이었기에 로투도 시간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독이 묻은 단검을 던졌지만 다리에서 뽑아낸 단검으로 쳐 떨어트렸다.

더 많은 단검을 던진다고 해서 맞출 자신도 없었고 독이 해독됨과 동시에 마차리의 상처가 낫고 있었다.


“이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도망치는 것은 가능하겠지.”


마차리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그의 발치에 머물러 있던 그림자가 해의 위치와 관계없이 길게 뻗어져 있었다. 로투의 그림자는 분홍신과 중무장을 한 남자, 인형술사의 아래에까지 뻗었고 재빠르게 그들의 몸을 타고 올라 그들을 집어 삼켜 어딘가로 이동시켰다.

상황을 파악한 가면 쓴 여자가 손끝에서 일어난 번개를 쐈지만 맞춘 것을 로투가 서 있었던 자리뿐이었다.


“실패네~”


여자는 상큼하게 좌절하며 가면을 벗었다. 예쁘지도 않고 못나지도 않았지만 마차리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공원을 차단하던 술사들도 퇴각한 듯 주변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여자는 귀찮다는 듯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이 부순 동상과 주변의 흔적들을 복원시키며 정리했고 핏자국 같은 것도 지워줬다. 엉망이 된 공원과 피투성이인 소년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경찰들이 왔을 땐 아무런 흔적도 없는 평범한 공원이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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