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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98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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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5

DUMMY

공격을 방패로 막고 밀어 넘어트린 뒤 으스러트려 끊어낸다. 공격 중에 공격이 들어온다고 해도 힘으로 맞선다. 숨어 있던 것까지 합해 다섯이나 되는 분홍신까지 도끼를 들고 달려들어 무차별적으로 찍어 눌렀지만 생채기 하나 없이 버티며 천천히 한 명씩 팔과 다리를 부러트린 다음 느긋하게 다리를 잘라 분홍신을 동체에서 떼어 냈다.

그 와중에도 도끼가 춤을 추며 우파나히를 찍어 댔지만 갑옷을 뚫기는커녕 코트조차 찢어지지 않았다. 당황한 분홍신들이 뒤로 물러서서 압도적인 방어력에 맞설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마차리가 몇몇의 뒤를 잡아 힘줄을 끊고 다리를 잘라냈다.


“아아아아! 힘들어!”


조명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도끼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 다음 정확히 급소를 공격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다리를 하나씩 잘라 분홍신을 떼어내는 일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 달리는 속도로 춤을 추듯 피하고 공격한다. 몸이 이상한 형태로 꺾일 때도 있었고 공중에 붕 떴다가 발을 제대로 디디지 못해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크게 구르거나 뒤로 허리를 틀어 피하는 등 곡예에 가까운 수준으로 움직여 하나하나 제거를 하니 잔뜩 먹고서 부풀어 올라 있던 몸은 조금씩 줄어들어갔고 움직이는 분홍신의 수가 한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땐 원래의 크기로 돌아와 있었다.


“배고파아아아!”

“시끄럽다.”

“아아아아! 옛날 생각나네요! 최근엔 적당한 상대가 없어! 서!”


나무 위에서 기습을 준비 중이던 분홍신이 뛰어올라 도끼로 찍어 내리는 것을 막고 칼날을 비틀어 날붙이의 대치를 피한 다음 목을 잘라냈다. 머리를 잘라봤자 잠시 멈추는 것 뿐 또다시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 일이라 분홍신이 넘어질 여유도 주지 않고 무릎 뒤쪽부터 잘라 분홍신을 동체에서 떨어트렸다.


“마침 적당한 운동이 되네요!”


마차리가 헐떡이며 다음 분홍신을 상대하는 동안 우파나히의 철퇴가 분홍신의 턱에 적중했고 그대로 바닥을 모루로 삼아 방패를 내리찍어 다리를 잘라냈다.

눈에 들어오는 남은 분홍신은 셋, 방패가 다리를 자르는 순간 마차리가 하나를 더 쓰러트려 둘만 남았다.


“운동.”

“네, 네! 운동 좋죠! 하나씩 맡을까요!”

“아니.”


관심 없다는 듯 우파나히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어느새 근처로 와 잘린 분홍신의 본체를 수거하는 이들이 있었다.

수거하는 쪽은 가느다란 팔들이 수십 개 달린 인형을 이끄는 인형술사, 그리고 우파나히와 대치한 것은 중무장을 한 남자였다.


“아아아아! 젠장! 또 저놈들인가!”


마차리의 시선이 잠시 그 두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분홍신이 둘 뿐이라면 잠시 시선을 돌리더라도 괜찮을 거란 무의식중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남은 분홍신 둘의 움직임은 다른 분홍신들과는 달랐다.

둘의 공격이 동시에 들어왔다. 아래위로 나뉜 첫 번째 공격이 맞지 않자 남은 손에 작은 도끼를 하나 더 만들어 좌우로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마차리는 이 역시 곡예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피했고 뒤쪽으로 크게 뛰어 거리를 벌렸지만 작은 도끼를 던지는 것엔 피의 강을 휘두를 수밖엔 없었다.


“쳇······!”


샤엘라는 기본적으로 방어를 위해 무기를 크게 휘두르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크게 휘두르게 되면 빈틈이 생기고 빈틈은 죽음이나 그에 준하는 상처로 남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피의 강을 휘둘러 도끼를 쳐낸 순간 생긴 작은 빈틈을 노린 공격이 들어왔고 이는 마차리의 배에 직격했다.


날아가듯 밀려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체중이 적다. 그것보다도 분홍신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바닥에 발을 붙인다면 얼마든지 흘려보내거나 피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공중에 뜬 상태나 착지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를 취하지 못했을 땐 그 압도적인 힘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겨우 저런 걸 상대로······.”


하지만 살아남았다. 분홍신의 공격보다 한 수 앞서 회수한 피의 강을 방패로 삼았기에 몸이 두동강 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분홍신들은 경이로운 반응속도에 감탄하며 다음 공격을 이어갔고 마차리는 잠깐의 빈틈을 노려 칼로 신발을 잘라 벗었다. 이어진 분홍신의 공격은 폭풍과도 같았다. 이리저리에서 휘몰아치는 공격은 그 궤도를 읽기 힘들 정도로 정밀했고 뼈를 부술 수 있을 위력이 있었다.

여태껏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던 마차리의 이마엔 땀이 비 오듯 맺혔고 옷은 이미 자신의 땀과 분홍신의 피로 끈적끈적하고 무거워져 있었다. 다섯 번째 연계 공격을 막아내는 중을 틈탄 마차리는 로투에게서 얻은 단검을 바닥에 떨어트린 뒤 발가락으로 그걸 잡았다.

발가락 또한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네 개 뿐이었지만 그만큼 굵고 단단했다.


“젠장······!”


단단한 발가락으로 단검을 잡았다. 우파나히와는 달리 갑옷이라고 할 만한 것을 입지 않았기에 몸이 가볍다. 그 덕에 사방에서 찍어 내리는 도끼들 사이를 자유로이 스쳐지나가며 그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차리는 신발을 벗고 발가락이라는 부분을 사용함으로써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은 기술을 쓸 여유가 되었다.


분홍신의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이전의 것과 같은 쌍둥이의 춤을 보는 것 마냥 같은 궤도로 들어오는 것 같이 보이는 공격은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있었고 분홍신들은 그 차이를 이용해 그의 방어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차리는 칼을 크게 휘두르거나 뒤로 물러서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피의 강의 등을 남는 팔에 붙여 지지대로 삼고 칼자루를 잡고 있는 손으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그대로 공격을 받아 넘겼다. 마치 소매에 붙은 벌레를 만지지 않고 털어내는 모양새로 도끼를 쳐냈다.

같은 방향에서의 공격은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있었지만 마차리의 방어는 그보다 빠르게 반응하여 둘의 공격 모두 양쪽으로 나누어 길을 만들었다. 분홍신들 또한 그 정도 속도의 방어에는 대처하지 못했고 겨우 한 명이 안전지대로 도망쳐 전열을 정비하고 있을 땐 이미 방어와 동시에 움직인 마차리의 다리가 한쪽 분홍신의 무릎에 단검을 박아 넣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잃음으로써 무너져 내린 분홍신은 사지가 찢어지며 처참히 쓰러졌다.


남은 분홍신은 한 명, 우파나히 역시 중무장한 남자의 투구를 내리찍어 그 안에 든 내용물을 사방에 흩날리는 중이었다.


덩치는 우파나히보다 컸고 무장은 더 두꺼웠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칼 역시 우파나히의 철퇴보다 컸다. 쇠사슬이 달린 추를 던져 우파나히의 허리를 감는 것까진 좋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힘이 덩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쇠사슬을 당겼지만 끌리는 것 또한 그였다. 심지어 우파나히는 쇠사슬을 잡고 끄는 행동을 일체 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행동에 무관심했다.

남자의 시선에서 볼 때 우파나히가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우파나히는 그냥 친구에게 다가가듯 천천히 다가와서 철퇴를 휘둘러 투구를 찌그러트렸고, 당연하게 투구 안에 있던 남자의 머리는 박살났다. 칼을 휘두르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는 압도적인 방어력과 힘. 남자의 머리가 찌그러지는 투구 속에서 우파나히를 해치울 기발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죽어버렸으니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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