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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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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397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8.01 04:23
조회
134
추천
1
글자
6쪽

38

DUMMY

“계획이 뭔가?”

“결투를 신청할 겁니다.”


마차리는 곧고 당당했지만 현재의 상황으로써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무슨 얘기야?”

“유품을 걸고 싸운다는 거죠.”

“애초에 그 유품이라는 게 우리 쪽에 없지 않나. 마나폴로의 작전에 반대하는 것 같았는데 아닌가?”


팔라둔 역시 마차리처럼 곧았지만 그게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다. 이에 마차리가 제대로 된 웃음을 띠며 설명을 이었다.


“거짓말을 할 겁니다.”

“뭐?”

“기만작전이라는 거네?”

“예. 우선 며칠 동안 강도 사건을 조작해주십시오.”


방식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당장 수백의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것보다야 나을 일이었다.


“계속하게.”

“도난 물품 중에 유품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겁니다.”

“로투를 부리고 있는 쪽에서 유품이 도난당했다는 것을 부정한다면?”

“로투는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부리는 입장에서도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일을 계획한 쪽에선 분명 어떤 방식으로라도 접촉해서 이를 해명해야 할 겁니다. 아니면 일을 계속 맡길 수 없겠죠.”

“군데군데 사복 병사들을 배치하고 수상한 자를 발견하면 미행하라고 하면 되겠군.”

“네. 맞습니다.”


팔라둔은 수긍했지만 알리샤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유품은 그렇다고 쳐도 큰 길 한복판에 결투장이라도 적어 붙여두자는 거야?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에란 문자로 쓰면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싸워서 이길 자신은 있어?”

“아뇨, 질 거 같은데요.”


곧고 당당하면서도 교활하고 솔직하다. 그에게 사기꾼의 기질은 없었다. 이에 우파나히가 반응했다.


“노력.”


테이블 위에 그의 주먹이 놓였다. 긍정적인 답변이 없다면 때려눕히겠다는 의사의 표현이기도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질 것 같은데요······두 명만 붙여주시면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마나폴로를 붙여주겠네.”


팔라둔이 화답하자 니아도 손을 들어 마차리를 돕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럼 사건 조작 부탁드릴게요. 팔라둔.”

“어감이 좋진 않군······.

“찬물 더운물 가릴 때는 아니니까~”

“난 이제 필리오림으로써 실격이로군······”

“너무 낙담하진 말고. 당신이 준 문제도 풀었으니까.”


낙서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종이를 글자가 보이게 잡고서 흔들었지만 그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거 무슨 문자에요?”

“리안 문자야. 몰라?”

“보통은 모르죠······아는 게 이상한 거예요.”

“테베스가 가끔 사용하는 거 보고 재미있어보여서 배웠어.”

“이상한 취······미는 아니네요.”


마차리는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우파나히의 손길을 느끼며 말을 다듬어 뱉었다. 보통은 악력보다 두개골의 강도가 높고 손이라는 기관도 머리를 쉽게 으스러트릴 구조가 되지 않기에 아무리 힘을 줘봤자 피부만 조금 아픈 장난밖엔 안 되지만 이 사람이라면 무른 과일을 짓뭉개듯 자신의 머리를 으스러트릴 수 있단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로투에게 일을 주선한 자는 누구지?”

“반란에 실패한 고귀한 시대의 생존자들. 아마도 수뇌부들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불이익을 받은 귀족들이 반란에 사용하기 위해 훔친 투란스카 유물 중에 우연히 영웅의 유품이 섞여 있었을 거야. 그걸 사용해서 반란을 시도했지만 실패, 십여 년 전쯤에 이 나라에 들어와서 유품을 수거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로투가 이걸 감지했겠지.”

“상상력이 좋은 건지 정보가 많은 건지 모르겠군.”


어째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정보나 비밀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 같았지만 아까 전처럼 ‘의뢰가 들어왔었다.’ 로 일관해버리면 추궁하기도 힘들었다.


“능력과 경험이 뛰어난 거라고 말해주면 좋은데~”

“그런 걸 보고 오만하다고 하는 거다.”

“나 정도 되면 오만한 것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걱정 말아.”

“계속 지켜보지. 그럼 일단 마차리의 계획을 시험해보자고. 잘 안 풀리면 책임을 물어 목을 칠 테니 각오하고!”

“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방법은 아니다. 그런 가능성에 기대를 건 팔라둔은 며칠 여유를 두고 강도 사건을 조작했다. 그 사이 정수리에서 가랑이까지 깔끔하게 잘린 시체도 계속 나왔고 그 수는 수십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

거리의 민심은 흉흉해졌고 몇 명이 모이던 간엔 즐거운 이야기라곤 하나 없이 도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강도 사건에 대한 이야기밖엔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밤거리를 거니는 사람도 적어져 살인사건이 없던 날도 있었지만 그 다음날 집에서 자고 있던 일가족이 모두 그 방식으로 죽어버리는 일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무능한 필리오림의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이 팔라둔의 관사로 모여들어 시위를 시작한 것도, 손에 낫과 괭이 따위를 들고 범인을 잡겠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돌아다닌 것도, 누군가가 던진 돌에 코를 맞은 병사가 코피를 줄줄 흘리며 치료를 받은 것도 그때였다.

팔라둔은 침묵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섣불리 대처하다간 모두 몰살이라 조언한 알리샤의 태도가 워낙 강경했기에 그 역할에 충실할 수밖엔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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