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18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20 22:34
조회
86
추천
0
글자
7쪽

28

DUMMY

마차리의 기억과 의식은 노래와 함께 들어가는 술의 도움을 받아 끊어졌고 마나폴로는 한심해하며 여자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들이키는 마나폴로와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여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밖으로 빠져나갔고 마나폴로는 화장실만 몇 번 다녀왔을 뿐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벌게진 얼굴로 계속 뱃속에 술과 안주를 쏟아 부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여자 두 명이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자 두 명을 직접 안아들고 밖으로 내보낸 다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술만 퍼마셨다.

그의 시선에 윗옷을 벗은 마차리의 몸이 들어왔다. 체구가 크진 않지만 잘 단련된 근육과 그에 새겨진 상처는 그가 여행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듯 했다. 회복된 지 얼마 안 되는 상처엔 아직 미량의 독이 남은 것인지 건은 핏줄이 여러 갈래로 나 있었다.

칼로 핏줄을 따라 그은 다음 술을 상처를 씻어냈다.


“응?”


샤엘라의 몸은 독소를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처를 수복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상처가 낫고 있었다. 실험대상으로 삼아 보려는 것인지 칼로 독을 빼낼 겸 상처가 회복하는 속도를 확인했다.

한번 슥 닦아내면 지혈되고 새살이 돋는 속도는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빠르다. 마나폴로는 마차리를 뒤집어 보곤

탄식했고 바지를 벗긴 뒤 다리에 남은 독을 제거했다.

그게 멈춘 건 군복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을 때였다.

린다는 자신의 상관이 어린 소년의 바지를 벗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고 소년은 벌건 얼굴인 채 잠들어 있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한 뒤 당황하는 상관의 눈과 마주했다.


“오해다!”

“남색입니까.”

“그런 취미는 없어!”

“기억해두겠습니다.”

“기억하지 마!”

“범죄입니다.”

“오해라니까!”


마나폴로는 중얼중얼 거리며 마차리의 옷을 입혔고 마차리는 죽음에 가까울 정도로 깊게 잠든 것인지 무슨 일을 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걸 전부 지켜보고 있던 린다는 감정 섞이지 않은 눈빛으로 한 번 더 그의 눈과 마주한 뒤 자리에 앉아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해라니까······”

“매주 가던 가게에 가니 안 계셔서 찾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냐.”

“예.”

“미안함에 건배!”


쓰지 않은 술잔 하나를 린다의 앞에 내밀어 술을 따라주곤 자기는 술병에 남은 술을 몽땅 들이켰다. 하지만 그녀는 술잔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쓰러져 자고 있는 마차리를 흘겨보곤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라시아 님께서······”

“시끄럽다.”


술병이 날아가 벽에 부딪치며 산산조각 났다. 린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난동부리시면 잡혀갑니다.”

“난 필리오림의 동행자다. 그 여자의 명령은 듣지 않아.”

“명령은 아닙니다. 그저 사건을 다 처리할 때까지 술은 자제해 달라 하시더군요.”

마나폴로가 코웃음 치며 술병을 찾았지만 다 마시고 쌓아놓은 것들만 덩그러니 있을 뿐 술이 든 병은 없었다.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선 한손엔 천으로 감싼 도끼를, 남은 한손엔 마차리의 뒷덜미를 잡고 등에 짚어졌다. 린다가 그걸 보고 “아는 사람입니까.” 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마나폴로는 그녀에겐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네가 업을 거 아니면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업는다곤 안했습니다.”

“귀찮아. 술도 안마시지, 담배도 안 피우지.”

“당신들 같은 종과 대등하게 있기 위해선 몸 관리는 필수입니다.”


마나폴로는 웃었다.


“열심히 해봐라. 목표가 높긴 하지만 이루지 못할 것도 아니야.”

“이번 주 주간 대련, 기대하겠습니다.”

“숙취일 거 같은데. 일도 많고.”


잠깐 걸었을 뿐인데 벌게져 있던 얼굴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단순히 독을 해석하고 해독물질을 내보낼 뿐일 기관은 알코올마저도 독으로 인식하고 분해하고 있었다. 린다는 그런 부분이 싫은 모양이었다.


“지는 게 무서우신 건가요?”

“그래, 지는 게 무서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으니 그때보다 특별히 더 마시고 오마.”


조롱이 섞여 있었지만 그 대화상대가 린다였기에 조금 더 의미 있는 내용이 되었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임관한 날부터 며칠 술만 마시고 일을 좀 소홀히 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린다가 굉장히 귀찮게 굴었었다. 하루는 떽떽 거리며 기어오르기에 적당히 손 좀 봐줄까 싶어 대련이라는 명목으로 그대로 온몸의 뼈란 뼈는 다 부러트렸었다.

온몸이 두 배는 부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 일이었는데 어느새 일선으로 복귀해선 다시 귀찮게 굴고 있었다.

한 마디로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라.” 라는 뜻이었지만 린다는 언제나 그렇듯 그를 귀찮게 하는 것엔 일가견이 있었다.


“그날은 술에 취하지 않으셨습니다.”

“너 좀 짜증나거든.”

“충직한 부하의 기억력을 무시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잊을 수 없는 패배이며 고통뿐이었을 기억을 그녀는 이겨내고 있었다. 마나폴로는 그녀의 그런 부분이 좋았다.


“좋다! 한 잔 더할까!”

“술은 자제 하십시오.”

“괜찮아, 괜찮아. 잔뜩 먹어놔야 힘을 낼 수 있는 거니까!”

“식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리오림의 경호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닙니까.”

“팔라둔은 충분히 강해.”


지나치게 보일 정도로 업무에 신경 쓰지 않는다. 린다는 그의 그런 부분이 싫었다.


“그리고 내가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 성가시다고 생각할걸?”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동행자로서 자격 미달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하하!”


어린아이처럼 구는 상관이었지만 그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 되면 온몸을 던져서라도 필리오림을 지킬 것이라. 그의 부관으로써 그것만큼은 신뢰할 수 있었다.


“아시는 거면 실천해주십시오.”

“네가 나한테 이기면 경호고 뭐고 성실하게 일하마.”

“기억해두겠습니다.”

“대신 내가 너한테 이기면 같이 술 한 잔 하는 거다!”

“부하를 그런 취급하면 등에 칼이 박힐 겁니다.”

“그럴 사람은 아니잖아.”


배시시 웃으며 관사 앞의 광장에 마차리를 앉혔다. 아직 의식은 없었지만 일어나면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찾을 수 있는 위치다. 다음 귀찮은 일은 린다에게 맡겨버리고서 마나폴로는 관사 안으로 들어갔다.

린다는 그를 아주 싫어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분홍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 17.08.02 114 1 8쪽
38 38 17.08.01 135 1 6쪽
37 37 +2 17.07.29 181 1 8쪽
36 36 17.07.28 117 0 8쪽
35 35 17.07.27 110 0 6쪽
34 34 17.07.26 299 0 6쪽
33 33 +2 17.07.25 156 0 7쪽
32 32 17.07.24 102 0 8쪽
31 31 17.07.23 215 0 7쪽
30 30 17.07.22 120 0 7쪽
29 29 17.07.22 912 0 7쪽
» 28 17.07.20 87 0 7쪽
27 27 17.07.17 352 0 6쪽
26 26 17.07.16 121 0 8쪽
25 25 17.07.16 120 0 8쪽
24 24 17.07.15 110 0 7쪽
23 23 17.07.15 128 0 7쪽
22 22 17.07.15 112 0 8쪽
21 21 +2 17.07.13 239 1 7쪽
20 20 17.07.13 168 0 8쪽
19 19 17.07.12 148 0 6쪽
18 18 17.07.12 746 0 8쪽
17 17 17.07.11 106 0 7쪽
16 16 17.07.11 162 0 7쪽
15 15 17.07.10 135 0 7쪽
14 14 17.07.09 192 0 6쪽
13 13 17.07.08 126 0 7쪽
12 12 17.07.07 168 1 10쪽
11 11 17.07.06 138 1 6쪽
10 10 17.07.04 152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