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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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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4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2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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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7

DUMMY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뜻이었다. 애초에 그녀와 같은 외부인에게 일을 맡긴다는 건 필리오림을 비롯한 국가 공권력의 존재 의미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의미가 있었다. 지금이야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곤 하지만 입소문이라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 동행자로써 그녀를 배제해야 했다.


“그래서 사건 해결은 누구 이름으로 할 거지?”

“당연히 팔라둔이죠.”

“말은 잘하는군.”

“마나폴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팔라둔이 마나폴로를 다독였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은 듯 아직 조금 남은 술병을 들고 회의실을 떠났다.


“동행자? 동행자치곤 성질이 못됐네.”

“좀 성격이 급하긴 해도 충직한 부관이니 너무 뭐라 하진 말게.”


보고서를 파악하는 일을 알리샤에게 맡긴 팔라둔은 니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치 자기 아이라도 되는 양 샤크티를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이상스러웠지만 마차리가 있을 때 물어봐야 할 것이 많았다.


“니아 라고 하나?”


고개를 끄덕였다. 팔라둔은 종이와 펜을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무샤트라는 사람이 부탁한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

“무샤트? 일곱 영웅이요?”


마차리가 되묻자 팔라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사람 부탁으로 영웅의 제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더군.”

“이미 죽고 없을 텐데 이상하네요······마지막 한 명도······”


마차리는 아차차, 하며 말을 줄였다. 팔라둔이 마지막 한 명에 대해 물어봤지만 마차리는 말하지 않았다. 대단치 않은 이유인 것 같았기에 팔라둔은 재차 니아에게 무샤트에 관해 적어달라고 청했고 니아는 샤크티를 끌어안은 상태에서 에란의 문자로 쭉쭉 적어 나갔고 마차리가 우파나히에게 한 대 얻어맞은 순간 펜을 놓았다.


“마차리, 읽어주게.”

“자, 잠시만요! 한쪽 눈이 이상하게 보이는데요!”

“치료할 수 있지 않나. 아까 전 보단 좋아 보이는데.”


완전히 이상한 곳을 보고 있는 한쪽 눈을 억지로 짜 맞춰 위치를 잡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보이자 그 눈을 가리고 니아가 쓴 글을 읽어 내렸다.


“하른달 사막과 에란의 경계에서 무샤트 라샤, 흩날리는 모래와 같은 용과 만남, 푸른 바람 슈슈폴 타르안, 베로니카 티린, 하논 슈펠텀이 증인, 법관 타란이 임무를 정식으로 부여. 이건 넘어가고······”

“전부 읽어주게.”

“예, 제자들을 추적, 대부분이 용의 칭호를 얻은 자들. 몇몇은 독으로 제압한 뒤 고향으로 돌려보냄. 용은 감당할 수 없음. 법관의 힘이 필요, 샤엘라의 시대 천 하나둘. 다섯째 달 아홉째 날. 칼리브 슈펠텀의 제자 물안개를 먹는 용 누루누하 슈펠텀, 법관 아칸소타의 도움을 받아 제압, 하샤에 용을 봉인. 육신은 고향으로 돌려보냄. 샤엘라의 시대 천 하나다섯, 여섯째 달 첫날. 라임 몰틴의 제자 유혹하는 꽃가루와 같은 용 라티소 몰틴을 제압, 용은 하샤에 봉인, 육신은 고향으로 돌려보냄. 샤엘라의 시대 천 하나여섯. 셋째 달 열여덟째 날. 라임 몰틴의 제자 곧은 가지와 같은 용 모라이카 몰틴을 제압, 용은 하샤에 봉인. 육신은 고향에 돌려보냄. 같은 시대 열째 달. 열하루날. 라슈틴 타르안의 제자 보이지 않는 열기와 같은 용 탈람토레 타르안을 제압, 용은 봉인 못함. 육신은 고향으로 돌려보냄. 제압하지 못한 용으로 인해 라크안과 슈피치르의 국경지대에 있는 숲이 전소, 아스카난 산의 만년설이 녹으며 홍수 발생. 라크안과 슈피치르 간의 소규모 전쟁 발발.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음. 추적 재개. 샤엘라의 시대 천 하나아홉, 다섯째 달 여섯째 날. 칼리브 슈펠텀의 제자 사철을 먹는 용 포칼 티린 발견. 추적 실패. 법관 이시라가 용을 제압, 이시라는 전사. 봉인한 용을 빼앗김. 법관 라소가 추적 중. 더 읽을까요?”

“잠시만.”


팔라둔은 마차리가 읽어준 내용을 찬찬히 되짚었다.


“용이라는 건 독립개체인가?”


이 부분은 마차리가 설명할 수 있었다.


“예, 그냥 힘의 덩어리이고 우리의 육신은 그 힘을 담는 그릇입니다. 막대한 힘의 덩어리지만 그릇이 없어서 움직일 수가 없죠. 우리는 움직일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하는 대신 그 힘을 받아서 사용할 권한을 얻습니다. 용으로써는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지고 우리들로썬 한계까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죠.”

“하샤라는 건 성인이 된 샤엘라의 증표라고 들었는데 용을 봉인하는 힘이 있는 건가?”


이 부분에 대해선 니아가 글을 썼고 마차리가 읽었다.


“자줏빛 철로 만든 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건 불가능합니다. 라네요.”

“법관의 도움을 받은 것과 아닌 걸로 나뉘는데 도움을 받지 않았을 땐 어떤 식으로 제압한 거지?”

“음······‘대부분의 용들은 하샤를 자줏빛 철로 만들어 사용. 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잠시 동안 용의 힘을 억제, 그 상태에서 육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냄.’ 라네요.”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게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죽였다는 거죠. 음? 음······‘용은 그릇이라고 할 만한 게 없으면 활성화된 하샤 속에서 잠듦.’ 이라네요.”

“거래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르겠군.”

“거래요?”


일을 사주한 자들에게서 영웅의 유품을 강탈해 로투와 거래한다. 라는 방안을 이야기 했지만 의사를 나타내는 사람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만족 못할 걸요? 니아 씨도 ‘불가능’이라고 하네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자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불필요한 모험을 할 필요가 있나 모르겠네.”


이에 팔라둔은 방금 조건이 충족된 차선책을 제시했다.


“용을 하샤에 봉인한다면 어떻게 되지? 로투의 힘이 억제 되는 건가?”

“대부분의 능력은 용과 함께 하샤 속에 잠들 거라네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용의 힘이 작용한 덕이니 용을 봉인하면 죽을 거랍니다.”

“위험부담이 크잖아?”

“용이 폭주하면 도시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니아 씨의 기록에도 숲이 전소하고 만년설이 녹아서 홍수가 났다고 하잖아요.”


맞는 말이었지만 팔라둔에겐 그저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툴툴 거리기만 할 거면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툴툴거리지 않을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줘~그리고 과자 좀 더 주고.”


빈 과자 그릇을 팔라둔 앞에 쭉 내밀었다. 이는 그를 무시하고 국가의 법을 무시하겠다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팔라둔은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어금니를 꽉 깨물어가며 모욕감을 참았다.


“······그러는 너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

“내가 가진 패도 모르는데 돈을 걸 정도로 무모하진 않아.”

“너, 나, 우파나히, 마차리, 니아, 마나폴로, 그 외의 병력 천오백 명. 이게 가용할 수 있는 숫자다.”

“흐음······그래?”


알리샤는 서류에 대해 쓰던 것을 살짝 밀어두곤 팔라둔의 가면과 마주했다.


“최선의 방법이라 한다면 마차리와 니아가 로투를 맡고 나랑 우파나히가 로투에게 일을 사주한 자를 쫓을 거야. 당신들은 분홍신 따위를 상대해줬으면 좋겠네.”

“분홍신 따위라······”

“단, 혹시라도 적들이 샤크티를 납치해서 인질로 쓸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 계획이 성공한다면 우린 당신을 죽일 수밖엔 없어.”


알리샤는 진심이었다.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었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담대함이 있었다. 필리오림을 죽여 수배를 받고 쫓기더라도 당당하게 살아갈 게 분명했다.


“저, 저기! 저한테 계획이 있는데요!”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마차리가 손을 번쩍 들며 소릴 질렀다. 날카로워진 눈들이 주시하는 통에 어정쩡한 웃음을 짓는 그였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얼버무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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