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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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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17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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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2

DUMMY

그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한 것은 마차리였다.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 한 뒤 핼쑥해져선 원망스러운 눈으로 마나폴로를 바라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읊어냈다.


“으······아······다시는 그 쪽이랑 술 안 마셔요······웁······!”


한 번 더 쏟아 낸 뒤 남은 음식들을 억지로 뱃속에 쑤셔 넣고 물을 잔뜩 마셨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번 더 위 아래로 쏟아낸 다음 물을 다시 잔뜩 마셨다. 그쯤 되니 팔라둔과 호위 병력을 비롯한 주변의 시민들 모두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낀 것일까.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한번 훑어본 뒤 반쯤 빈 컵을 완전히 다비우곤 실없는 소리만 내뱉었다.


“여긴 물이 깨끗해서 좋네요. 하······하하······”

“꼬맹이! 오늘은 우리랑 한잔 하자고!”

“못 일어 날 때까지 마실 테니까. 내일 일은 포기하고.”


쌍둥이들이 수척해진 마차리를 놀려댔지만 대꾸할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대신 이를 가만히 보고 있던 마나폴로가 내뱉은 말엔 격렬하게 반응했다.


“저 녀석들이 싫으면 나도 있다.”

“아뇨, 싫습니다. 다시는, 당신이랑 안 마십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달려들 기세였지만 순간 목이 이상하게 꺾이면서 힘의 방향대로 날아가 쓰러졌다. 적의 공격으로 인지한 마나폴로가 도끼를 드는 순간 쌍둥이들이 창을 내질러 적으로 보이는 이에 대한 선제공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쌍둥이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정확했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몸집이 큰 적은 창을 내지르는 것 보다 빠르게 파고들어 두 사람의 목을 낚아챘다. 창의 간격 안쪽으로 파고들었을 때 뽑은 단검은 그의 코트조차 뚫지 못한 채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으······!”

“칵······!”


샤엘라라고 할지라도 쉽게 떨쳐 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 쌍둥이의 목을 조르는 것과 동시에 몸을 들어올렸다. 쌍둥이의 공격이 막히자 그 뒤로 마나폴로가 그의 머리를 쪼갤 기세로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고함소리나 욕지거리 같은 적의 주의를 끄는 행동은 없었다.

어깨를 부술 생각으로 휘두른 깔끔한 공격이었지만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피한 뒤 쌍둥이들을 마나폴로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젠장!”


던져진 힘과 쌍둥이들의 무게가 상당했지만 다리와 허리힘으로 버텨 쓰러지진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얼떨결에 쌍둥이들을 받아 챙겼지만 다음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시야의 일부와 한쪽 손이 봉쇄되었고 쌍둥이들 역시 창을 손에서 떨어트린 채였다. 다음 공격을 막을 순 없다.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팔라둔을 지킬 뿐이었다.

그 자리에 멈춰 자신의 뒤쪽에 앉아 있는 팔라둔의 방패가 되었다. 쌍둥이들도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방패로써의 부속품이 되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몇 분이 지나도 다음 공격은 없었다.

쌍둥이들이 서로의 눈과 수신호로 안전을 확보한 뒤 바닥에 발을 붙였고 세 명은 서로의 등을 붙여 간단한 진형을 짠 뒤 적의 위치와 다음 행동에 대해 파악했다.


“고기.”


우파나히는 먹을 것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앉은 한쪽으로 무게를 실으니 의자 다리가 부러지면서 바닥에 넘어졌다. 점원이 곤란해 했지만 의자 값을 쥐어주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팔라둔은 우파나히의 앞으로 자리를 옮겨 그와 똑같이 바닥에 앉았다.


“밤새 돌아다닌 꼴인데. 성과는 좀 있었나?”

“아니.”


부러진 의자 다리를 한번 보더니 의자에 앉는 것은 포기한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음식을 기다렸다.

그 사이 목이 이상하게 꺾였던 마차리가 억지로 목뼈를 제자리로 돌린 다음 칼을 뽑아들고 반쯤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야이! 목뼈 나갈 뻔 했잖아요! 미쳤어요! 아무리 나라도 목이 잘리면 죽는단 말입니다!”


우파나히가 가볍게 휘두른 철퇴에 발이 걸려 넘어진 뒤 한 대 얻어맞곤 조용해졌지만 그걸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던 시모네가 “목이 잘리고도 살아 있는 게 비정상이잖아.” 라며 딴죽을 걸었다.

우파나히가 난장판을 만드는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마치 그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행동, 그녀는 먹던 것을 마저 삼킨 뒤 혀를 굴려 입안에 남은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서 입을 열었다.


“그쪽은 ‘상처 난 얼굴’이지? 하른달에선 신세 좀 졌어. 이름이 뭐였더라······”


시모네는 우파나히를 알고 있는 듯 행동했지만 우파나히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른다알...이요?”


뺨이 바닥에 달라붙어서 발음도 잘 되지 않는 마차리가 웅얼거리듯 말하자 시모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붕위로 수신호를 줬다. 음식점 지붕 위엔 어느새 활잡이 여자가 올라가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래, 거기서 난 반대쪽에 있었거든.”

“아······.그땐 죄송하게 됐습니다.”

“용병이었으니까. 원한 같은 것도 없고. 흐음······”


눈높이를 맞추며 우파나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겁도 없이 얼굴에 난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이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던 우파나히가 상처를 쓸어내리는 것엔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혔다. 마주 앉아 있던 팔라둔은 우파나히의 민감한 반응에 그와 그녀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얼굴이었구나. 투구를 쓴 거밖엔 못 봐서.”

“버릇없다.”


때리진 않았지만 언제 주먹질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에 시모네는 “미안~”이라며 짧게 사과하곤 일찌감치 물러났다.

그녀가 물러나고 나온 요리를 받은 우파나히는 축 늘어진 마차리를 식탁으로 삼아 식사를 시작했다.


“진짜 상처 난 얼굴이네?”

“멍청아, 얼굴에 상처 있는 용병이 얼마나 많은데.”

“멍청이라고 부르지 마!”

“형이라고 불러라!”


시모네의 말을 들은 쌍둥이들이 진형을 풀고 우파나히의 얼굴을 확인했다. 항상 그렇듯 신경 거슬리는 말만 툭툭 뱉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제하는 감각이 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실력 있는 녀석이라지? 별것 아닌 상처로 별명이 붙을 정도니까.”

“나도 소문은 들었지만 음······생각대로 꽤 흉악하게 생겼는데? 그리고 형이라고 불러.”


우파나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팔라둔 역시 말릴 생각이 없었고 그들이 뭘 하던 간에 아무런 제제를 하지 않았다. 우파나히에게있어 시모네와 쌍둥이들의 차이라곤 조금 덜 성가시다 정도로 쌍둥이들은 시모네 같이 쿡쿡 찌르는 행동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마나폴로 혼자뿐이었다.


“상처 난 얼굴이라는 게 대단한 녀석인가?”


우파나히라는 사람은 팔라둔에게 들어 이름만 알지 그 별명이나 업적까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팔라둔이 신뢰하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마당에 갑자기 쳐들어 와선 난장판이 되기 직전까지 날뛰어 놓고는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마나폴로에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쌍둥이들은 그가 누군지 모르는 그의 태도를 비웃을 뿐이었다.


“직접 물어보지 그래?”

“본인한테 듣는 게 제일 좋지.”


힘에 있어서는 뛰어난 것 같았지만 필리오림의 동행자로써 그의 안하무인 한 행동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다.


“너 대단한 놈이냐.”

“아니.”


도끼는 내리고 있었지만 마나폴로의 눈빛은 그의 머리를 쪼갤 기세였다. 그 눈빛을 보지도 않고 자신이 별 것 아니라는 뜻을 드러낸 우파나히는 그가 뭘 하던 간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은 뒤 추가 주문을 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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