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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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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03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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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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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34

DUMMY

두 사람이 침울해하고 있을 때 활잡이 여자가 수화로 뭔가 말하려 했지만 수화를 알지 못하는 것인지 그녀의 작은 손짓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인지 그녀의 손짓을 읽는 사람은 없었다.


“전략을 다시 짜자고 한다.”


우파나히가 수화를 읽어내는 것에 활잡이 여자가 놀라 반응하며 우파나히에게 수화로 뭐라 하니 “알고 있다.” 라고 답해줬다. 팔라둔은 웃음소리를 숨기지 않은 채 기뻐하며 그들을 관사로 이끌었다. 관사까지 가는 도중에 상인들이나 시민들이 팔라둔에게 인사를 했고 팔라둔은 그걸 일일이 다 받아주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관사에 위치한 회의실은 조용했다. 수행원들을 통해 샤엘라 여행자들을 소집한 뒤 그들에게 로투의 능력과 칭호를 이야기 하자 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계약을 취소했다.

남은 두 명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어 팔라둔은 그들을 돌려보낸 뒤 천천히 생각하라 일렀다.


북적북적하던 여행자들이 모두 나가고 나니 회의실은 조용했다. 마나폴로와 우파나히는 말이 없었고 활잡이 여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을 의자에 앉힌 팔라둔이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이 몇몇 있으니 사람부터 모아야겠군.”

“샤엘라들은 아마 안 될 겁니다. 남은 두 명도 망설이는 것 같긴 했지만 죽고 싶진 않겠죠.”

“큰 전력이지만 쓸 수 없으면 제외시켜야겠지. 우파나히,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모아주게. 그리고 적의 전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

“정보에 의하면 로투와 분홍신 군대, 인형술사가 한 명 남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용이라는 존재는 강합니다. 전부 큰 전투에서 죽긴 했지만 일곱 영웅들도 모두 각각의 칭호를 가진 용이었습니다.”


잠시 좌절했었지만 팔라둔이 희망을 잃지 않은 만큼 마나폴로는 동행자로써의 긍지와 자부심을 잊지 않고 있었다. 팔라둔이 도시에 남아 있는 한 그도 도시에 남아 팔라둔을 지킬 것이었다.


“지금도 살아 있는 자가 한 명 있다고 한다.”

“뭐?”


마나폴로가 놀라며 우파나히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시선이 활잡이 여자의 손에 있는 우파나히는 활잡이 여자가 수화로 일러주는 것을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바꿔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흩날리는 모래와 같은 용 무샤트의 부탁을 받아 왔다고 한다.”

“영웅의 제자인가?!”


활잡이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은 뒤 우파나히에게 수화로 그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넘겼다.


“우연히 만나 부탁받았다고 한다.”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나폴로가 손에 도끼를 쥐고 힘을 밀어 넣고 있었다. 이미 로나리나의 제자인 로투의 배신을 경험한 그로써는 영웅의 부탁이라는 것을 받은 그녀의 말을 신뢰하기 힘들었다.


“제자들을 전부 제압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전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자는 다시 손짓했다.


“결혼하자고 한다.”


눈치 없이 구는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지만 우파나히는 아픈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게 더 마음에 드는지 그녀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팔라둔은 크게 웃으며 활잡이 여자를 응원하듯, 다독이듯 어깨를 두드렸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하! 우파나히는 이미 결혼했다! 좋은 사람이지만 이미 늦었어!”


활잡이 여자는 이해하지 못한 듯 우파나히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뿐이었다.


“의견을 조율하면 된다고 한다.”

“가능한 건가? 법률적으론 불가능하다만.”

“샤엘라는 일부다처제입니다.”

“그거······참 부럽군······!”


필리오림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양육하지 못하기에 아쉬워하며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결혼한 남자들의 불행에 관해서는 익히 들은 터라 그 지식을 가지고 놀리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들이 워낙 많이 죽는데다가 여자들의 출생률도 높습니다. 제가 에란에서 나올 땐 성비가 다섯 배 정도는 차이 났었습니다.”

“어지간하면 결혼 못하고 죽는 이는 없겠군.”

“그것도 아닙니다······”


팔라둔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일단 이 일을 다 처리하면 느긋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조금 아쉬워 하는 것 같았지만 일의 경중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팔라둔이었다.


“분홍신이 증식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절대적인 숫자가 불어나는 일은 없겠지만 본체가 남아 있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살인병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본체를 없앨 방법은 극히 드무니 처치한 다음 수거하는 방식으로 한자리에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형술사는 어떤가?”

“샬엔 전하께 알리는 편에 실어 정보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팔이 여러 개 달린 인형을 쓴다. 유곽 쪽에서 놓쳤다.”

“이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 일이 되질 않아!”


마나폴로가 화를 냈지만 우파나히는 항상 그렇듯 필요한 것이 필요해지는 때에 뱉어낼 뿐이었다.


“우리 측 병력은 경찰까지 해서 약 삼천 명으로 숫자는 압도적이지만 수비군이 이천 오백 명이라 적의 능력과 힘의 수준을 생각할 때 남은 병력으론 순찰 이상의 일을 하긴 힘듭니다.”

“음······”

“공격대가 필요합니다.”

“흐름을 바꿀 힘이 필요하군.”

“적어도 로투만 막을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팔라둔은 한참을 고심하다 우파나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파나히, 막을 수 있나?”


농담은 아니었다.


“돈.”


우파나히 역시 그랬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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