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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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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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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5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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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0

DUMMY

눈을 자극하는 아침 햇살에 회복이 끝난 몸이 반응했다. 독은 전부 해독되었고 뼈나 근육도 나쁜 감각이 남지 않았다. 그 누구라도 부러워할만한 정도의 경이로운 회복, 하지만 상황을 이해하기엔 마차리의 머리에 알코올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각 여행자들은 조장들의 부관으로써 임무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이상!”


팔라둔이 집결되어 있던 샤엘라 여행자들을 두 명씩 짝지어 사복 순찰조에 편입시킨 뒤 거리로 투입시켰다.

이는 적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었다.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경험 많고 다양한 지식을 쌓은 자의 의견이었고 팔라둔은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개량했다.

사복을 입은 순찰조엔 대여섯 명 정도씩 샤엘라 여행자의 옷을 입혔다. 쌓은 역사가 다르고 신체적인 능력이 다르기에 입는 옷도 다르다. 더위와 추위에 강한 덕에 춥던 덥던 간에 죄다 움직이기에 편리한 반팔 반바지만 입고 다니는데다가 옷감에 그들만의 문양을 새겨 넣곤 해서 티가 날 수 밖엔 없다. 손가락 역시 장갑을 착용하는 것으로 숨겼다. 로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들을 구별할 방법은 드물었다.

물론 여행자들이 웅성거렸지만 대의를 위한다는 말 한마디로 조용해졌다.


“여~넌 나랑 이쪽이다!”

“우아아아악!”


순찰조로 편성되지 않은 몇 명은 필리오림의 호위병이 되었다. 호위엔 전날과 동일하게 마나폴로와 마차리, 쌍둥이 창잡이. 그리고 큰 칼과 창을 든 쪽 활과 단검으로 무장한 쪽, 여자 여행자 두 명이 붙었다.


그 외의 병력은 인솔하지 않았다. 마나폴로는 경솔하다고 판단했지만 필리오림의 결정이었기에 아무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좀 산뜻하네! 역시 여자는 동족이 최고지!”


창이 날아들어 마나폴로의 입속으로 들어가 말을 잘라냈다. 손가락 한 마디라도 더 밀어 넣었다면 목젖을 찔렀을 정도로 깊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기도 했다.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그 따위 소리 안했으면 좋겠는데.”

“아······으음······”


자루를 잡고 살짝 밀어 입안에서 날을 끄집어냈다. 피 홈에 독으로 보이는 덩어리가 붙어 있었지만 마나폴로의 눈은 그녀의 허리춤에 뭔가 달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뿐이었다.


“뭘 어떠냐. 결혼도 안 해놓곤. 일 끝나고 한잔 할까?”

“일이나 하시지! 남편감 찾으려고 여행자가 된 게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예예. 받들어 모시죠~”


성질 괴팍한 여자는 칼을 뽑으려 했고 마나폴로도 천으로 싼 도끼를 꺼내 들었다. 쌍둥이 창잡이나 활을 든 여자는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고 팔라둔도 팔짱만 낀 채 방관했다.


“우리끼리 싸우면 어떻게 합니까!”

“싸우는 거 아니다! 그냥 좀 장난치는 거다!”

“슈슈토 마이레 투카! 파쿠 푸라쿠라. 라라하하!”


발정 난 짐승과는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뒤엔 웃음이 섞인 조롱이었다. 쌍둥이 창잡이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크게 웃었고 한껏 무시당한 마나폴로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곤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꺾어 도끼로 내려치려는 자세를 잡았다.


“그, 그만하······! 윽!”


동시에 여자 또한 그의 심장을 향해 창날을 세웠지만 마차리는 말리지 못하고 마나폴로의 힘에 튕겨나갔다. 몇 초간 그 자세를 유지하니 누군가 한 명 죽지 않으면 일이 끝나지 않을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중재자는 따로 있었다.


“탓푸.”

“탓푸.”


몇 초 정도 자세만 유지한 뒤 서로 무기를 내리고 손을 뗐다. 그리곤 서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돌아서선 표정만 오만상 찡그린 채 툴툴 거렸다. 당장 누구 하나라도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분위기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는 이상한 광경에 팔라둔이 “샤엘라끼리의 싸움은 대개 이런 식인가?” 라고 물을 정도였다.


“우리말로 ‘탓푸’ 라는 건 별것 없는 어린애 싸움이나 결과 없는 시비를 이르는 말입니다. 저 멍청이들은 그걸 한 것뿐입니다. 근데 저 녀석은 그것도 모르고 있네요.”


창잡이 형이 뭔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마차리를 흘겨봤다. 바닥에 엎어져 있다가 일어나선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툴툴 거릴 뿐이었다.


“예전에는 사소하게 시비만 걸려도 둘 중 둘이 죽었다지만 요즘엔 동족끼리 죽이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동족끼리 서로 죽이는 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엄청난 손해니까요.”

“그렇군.”

“기간 동안 일도 제대로 할 겁니다. 어차피 어린애 싸움이니까요.”


창잡이 형의 말 그대로였다.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본 적이 없다는 듯 두 사람은 일에 있어서는 협조적이었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더라도 잘 받아줬다.


“라달소렌 님을 찾는 게 내 여행의 목표야.”

“여행엔 목적이 있는 게 좋지.”


여자는 어깨와 수평이 되게 세운 팔의 팔꿈치 위에 자루 끝을 대고 창을 허공에 세우며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마나폴로는 침착하고 냉정해져 있었다. 시선도 마주하지 않은 채 주변을 경계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여자는 무시당했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일에 집중하는 것은 마나폴로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지만 갑자기 변한 그의 태도에 낯설어 하는 이는 많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네. 난 시모네.”

“마나폴로 타르안이다. 이쪽은 타넨 폴포트.”


남는 손으로 도끼를 두드려 자신의 친구임을 증명했다. 그녀도 등에 맨 큰 칼의 자루를 두드리며 “팜 루크.” 라며 친구의 이름을 밝혔다.


“타르안?”

“왜.”

“아니, 여행자 치곤 신기해서.”


자신을 시모네라고 밝힌 여자는 마나폴로의 도끼를 잠시 바라보았다.


“여행자 철이야?”

“그래.”


시모네의 눈이 마나폴로의 허리춤으로 갔다. 주머니가 몇 개 달린 벨트와 짧은 바지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결혼도 안하고 뭐했데?”

“즐겁게 살았지. 일단 일에 집중하자. 필리오림이 죽으면 보수고 뭐고 없으니까.”

“저 애가 있으니까 괜찮아.”


눈짓으로 지붕 위에 올라가 필리오림을 지키고 있는 활을 든 여자를 가리켰다. 당기지 않은 시위에 홈에 독을 바른 화살을 걸고 있는 그녀는 사방을 경계하면서 간간히 반대쪽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마차리와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석궁 따위에 대한 대비책으로 팔라둔이 정한 것일 터였지만 그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마나폴로는 그때부터 순찰이 끝날 때까지 입을 꾹 다물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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