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떡 본 김에 제사
#002. 떡 본 김에 제사
“어머, 깜짝이야.”
접수원이 데스크 앞에선 기훈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랐다.
“각성자 등록하러 왔습니다.”
“네? 아네. 여기 성함이랑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적어주신 후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고 계세요. 주민등록증은 가져오셨죠?”
“네. 여기.”
접수원이 내민 서류에 인적사항을 적고 검사실 앞으로 이동한 기훈. 그 외에도 몇 명이 더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 순번 따라 차례차례 검사실로 들어서는 사람들. 이후 세 명이 더 왔을 때 기훈 차례가 왔다.
“안기훈 씨.”
직원의 호출에 기훈이 일어섰다.
옆 사람이 흠칫 놀라는 게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며 검사실로 향했다. 집 밖으로 나오고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었기에.
검사는 MRI 기기 같은 곳에 누워있기만 하면 끝난다.
각성자를 분별하는 기준은 마력. 일반인도 마력이 있긴 하지만, 각성자의 마력은 온몸을 순환하고, 일반인은 단전이나 심장 부근에 모여있다고 한다. 그것을 촬영하는 장비가 지금 기훈의 몸을 스캔하는 기기였다.
“검사 끝났습니다. 내려오셔도 됩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잠시 앉아 있으니, 다른 직원이 그를 호출 했다.
“안기훈 씨.”
“네.”
“아, 거기 계셨군요. 기척을 못 느껴서 가신 줄 알았네요.”
직원은 멋쩍게 웃으며 신분증을 내줬다. 각성자는 주민등록증에 특수 코팅을 해서 준다.
각성자 신분증 실물은 처음 만져보기에 잠시 관찰하던 기훈이 직원에게 물었다.
“헌터 시험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 헌터 시험 바로 보시게요? 지하 1층에 가시면 됩니다. 우선 접수창구로 헌터 시험 접수하세요.”
기훈은 검사실에서 나와 접수창구로 향했다.
각성한 사람들은 보통 신고한 후에 곧바로 헌터 등록을 하지 않는다. 처음 받는 헌터 등급을 올리기 위해 마력을 좀 더 끌어 올리거나, 실력을 키워 시험을 치른다.
‘난 헌터 활동할 것도 아닌데 뭐.’
강성자 등록이나 헌터 등록 모두 헌터 협회 본 건물에서 이루어지기에 오늘 다 등록하려는 것이다. 탑과 던전에 들어갈 생각도 없으면서 왜 헌터 등록하는가 하면, 여러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신분증 주시고요. 지하 1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계단과 승강기는 우측에 있습니다.”
각성자 검사와는 달리 헌터 시험을 치르는 사람은 없었다.
헌터 시험은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누지 않는다. 단지 등급 심사일 뿐이었다.
“안기훈 씨.”
“예.”
“여기 트레이닝복장으로 갈아입으시고요. 1번 체력검사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직원이 건넨 옷은 특수처리가 된 첨단 장비였다. 착용자의 움직임과 마력 움직임을 수치화해준다.
검사는 러닝머신에서 달리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근력 측정 등등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해. 검술이나 궁술, 마법을 이용한 표적 깨기 등의 능력테스트로 끝이 난다.
기훈은 당연하게도 F등급이었다.
“안기훈 씨. 여기 신분증과 헌터증입니다. 승급 심사는 매달 1일과 15일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직원이 건네는 신분증과 카드를 받아 곧바로 협회 건물에서 나왔다.
“······.”
기훈은 20층짜리 협회 건물을 올려보다, 건물과 연결된 거대한 문을 봤다.
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
“웅장하네.”
재질을 알 수 없는 하얀 물체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
이것은 처음엔 지옥문이라 불렸다.
13년 전 지구는 소행성 충돌의 위기에 놓이지만, 강대국들의 협동으로 소행성을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지구 곳곳에 운석 파편이 떨어져 거대한 싱크홀을 만들었다.
파편 중 다섯 개가 한반도에 떨어졌고, 그중 하나가 지금 헌터 협회 서울 본부가 자리한 곳이었다.
운석 파편이 떨어진 후, 지구에 이변이 시작됐다.
돌연변이나 판타지에 나올법한 괴물들이 출몰하고, 운석이 떨어진 지옥문에서도 몬스터라 불리는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대 무기로도 상대하기 버거운 몬스터. 인류는 절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에 맞서 인류의 희망인 108명의 각성자가 나타났다. 그들을 인류는 ‘선구자’라 불렀다.
선구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며 몬스터를 토벌하고, 한날한시 세계 각지의 지옥문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생긴 것이 게이트였다.
사람들은 기적처럼 등장한 게이트가 신의 힘이라 여겼다.
49일 후, 지옥문을 막은 게이트에서 12명의 선구자가 돌아왔다. 그들은 어떠한 말도 없었고, 그들에게 감히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은 돌아온 12명의 선구자를 ‘사도’라 불렀다.
12 사도는 게이트에서 나온 후, 잠적하거나 각자 나라로 돌아가 헌터 협회를 만들었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도 사도가 한 명 있었다.
별칭 ‘염라’ 현재 헌터 협회장으로 있는 ‘염옥수’였다.
염옥수는 자신의 업적과 힘을 이용해 정부와 손을 잡고 헌터 협회를 만들었다. 그 시기에 전국 아니, 세계에서 각성자들이 나왔다.
그 후에 세계는 또다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
“와아아!”
“우와!”
남자아이 둘이 전자제품 전문매장 앞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녀석들이 소리치는 이유는 유리 벽 너머 전시된 커다란 UHD 텔레비전 화면 때문이었다.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괴물을 불꽃에 휘감긴 검으로 양단하는 남자. 남자아이들에겐 영웅이었고, 우상인 바로 헌터의 몬스터 사냥 모습.
화면에 멋지게 잡히는 헌터는 불의 검을 다루는 ‘불의 심판자’였다. 협회장의 ‘염라’와 마찬가지로 별칭이자 그가 영상을 올리는 아이디.
‘음··· 나도 각성자니까 영상을 올릴 수 있지.’
기훈은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기둥에 기대어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어플 중 ‘탑뷰’를 클릭하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영상사이트가 나왔다.
탑뷰.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라면 어떤 것에서든 시청이 가능한 동영상 사이트였다. 12 사도가 게이트에서 돌아온 이후 각성자가 속출하면서 등장한 사이트.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나타나, 인간의 힘으로 해킹도 안 됐다.
모든 사람이 시청과 구독, 핸드폰이나 PC로 댓글이나 채팅 참여는 할 수 있지만,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은 정해져 있다.
바로 각성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기훈은 탑뷰에 아이디를 등록했다. 그의 별칭은 ‘투명인간’. 은신 중 개방되지 않은 능력에 투명해지는 것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아침에 아이디를 만들었지만, 영상을 찍거나 올린 것은 없었다.
‘어? 구독자?’
‘MY’ 메뉴에 들어가자 구독자가 100여 명이 생긴 것을 발견한 기훈이 당황했다.
‘영상도 없는데 뭔 구독자?’
구독자가 생긴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방명록]
탑뷰어: 앗! 신규 은신 계열 각성자?
각성자지망생: 오오오! 투명인간이라니 우선, 선 구독! 후 감상! 어서 영상을 올려주세요!
영혈애청자: 제발 아이디만 투명인간이 아니고 능력까지 투명인간이길!
훔쳐보기: 여탕 찍어주세요! 투명인간이면 그럴 수 있잖아! 포인트 팍팍 쏩니다!
탑뷰어: 어서 투명인간의 능력을 보여줘요!
나그네9: 별칭 보고 구독 신청!
관심종: 기대감에 우선 포인트 쏘고 봅니다.
······: ······.
······.
단지 ‘투명인간’이라는 아이디만으로 구독자가 생긴 것이었다.
“포인트라니··· 상태 확인.”
포인트: 223.7
어제만 해도 ‘24.0’이었던 포인트가 증가해 있었다. 단지 아이디만 등록했을 뿐인데.
포인트를 확인한 기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상태 창에 떡 하니 있는 ‘포인트’ 이것은 각성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각성자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혜택 ‘포인트 상점’.
신체 능력과 마력 수치를 올릴 수 있는 물약에서부터 특수 기능을 가진 장비까지 다양한 것을 판매하는 ‘포인트 상점’ 그곳에서 물건 구매에 필요한 것이 포인트였다.
포인트를 올리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탑뷰에서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 처음 구독자 한 명당 1포인트가 주어지며, 매일 방문자 수에 따라 0.1씩 오른다.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로도 0.1포인트씩 오른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포인트는 하루 24. 처음 각성했을 때 주어지는 24포인트가 그것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그 24포인트가 탑뷰를 보면서 소모되는 것이다.
‘9일 후에나 이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포인트 후원 등을 통해 실험한 결과, 포인트를 소모하던 소모 않던 자정이 되면 포인트는 24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각성자는 포인트가 하루하루 축적됐다.
‘포인트 상점, 오픈!’
기훈이 시동 어를 말하자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물약] [소모성]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기타]
메뉴 중 물약을 선택해 그중 마력을 올려주는 물약을 샀다. 가격은 200포인트.
스륵-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판P린 병처럼 생긴 물약 병. 기훈은 허겁지겁 떨어지는 병을 받아냈다.
병 라벨엔 ‘하급 마력증가 물약’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친절한 설명까지.
<하급 마력증가 물약>
각성자가 처음 마시면 마력이 10 증가합니다. 이후엔 한 병당 마력이 0.1씩 증가합니다.
일반인이 처음 마시면 마력이 0.1 증가합니다. 이후엔 한 병당 마력이 0.01씩 증가합니다.
*102회 복용부터 훈련을 통한 마력증가에만 영향을 미치며, 지속 기간은 한 시간입니다. 효과는 중첩이 안 됩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기훈은 병따개를 돌려 씁쓸한 맛이 나는 물약을 마셨다. 그러자 미약하게 몸속에 돌던 마력이 대폭 증가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음성.
<고유능력 ‘은신’의 두 번째 능력이 개방됩니다.>
기훈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개방된 능력을 확인했다.
[기척 숨김.]
움직이면서도 기척을 숨길 수 있다.
-10초당 마나 1 소모
“아··· 투명화를 바랐건만. 200포인트면 돈으로 얼만데···”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마력을 올리면 나중엔 투명화 능력도 얻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기훈이 핸드폰을 든다.
“이렇게 하면 되려나?”
탑뷰의 MY 메뉴에서 동영상 촬영을 클릭하자 핸드폰 화면에 전면도로가 나왔다. 화면 우측 위엔 빨란 LIVE 아이콘이 보였다. 그리고, 10초나 지났을까?
[탑뷰어님이 입장했습니다.]
[나그네9님이 입장했습니다.]
[관심종님이 입장했습니다.]
[투명드래곤님이 ······.]
[······.]
시청자들이 채널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탑뷰어: 우왓! 라이브다!]
[관심종: bbbbbb]
[양반김씨: 에이, 그냥 도로잖아.]
[노상방뇨: 여탕으로 갑시다! 투명인간님!]
[나그네9: 여탕! 여탕! 여탕!]
[탑뷰어님이 동영상을 좋아합니다.]
[탑뷰어님이 포인트 5를 후원했습니다.]
[노상방뇨님이 포인트 6.9를 후원했습니다.]
[투명드래곤님이 동영상을 좋아합니다.]
[······.]
[······.]
“아···, 난감하게 됐네.”
- 작가의말
19금이 아니니, 야한 걸 생각하는 분은 없겠지...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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