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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치 님의 서재입니다.

은신해서 LIVE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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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희치
작품등록일 :
2018.09.26 07:59
최근연재일 :
2019.01.2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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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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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2. 십이 사도 (2)

DUMMY

#062. 십이 사도 (2)



“시, 시간이 없네. 어, 어서 날 죽이게.”


미국 헌터 협회 협회장 론 안드레스의 몸은 초췌했으나,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주, 죽이라니 무슨 그런 망발을···’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꺼려지는데, 무려 12 사도다.

거기다 이곳은 보는 눈도 많았다.

론 안드레스처럼 마력이 봉인 당한 것인지, 미약한 마력을 가진 각성자들이 포박당해 있었고, 그들을 해하려 했던 각성자들은 생기를 빨려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지만 살아는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이곳을 좀 정리하고 들을 필요가 있었다.


“모두 각성자 한 명씩 들고 돌아가자!”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무나 수풀로 위장한 넝쿨 인형들이 각성자들을 들어 안았다.

은신처를 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기에 눈을 넝쿨을 생성해 가렸다.


“이, 이럴 시간이 없네! 기훈 헌터! 크으으···”


론 안드레스가 갑자기 고함쳤다가, 이를 악물고 괴로워했다.


“론 협회장님!”


기훈은 급히 다가가 그를 포박한 사슬을 끊어내려 했다.

그러나 사슬에 손이 닿자마자 몸에서 마력이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큭! 신음과 함께 손을 뗐고, 다행히 마력은 돌아왔다.


“크으으···, 죽일 수 없다면 도, 도망치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도대체 무슨···”


순간 론 안드레스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그리고, 온몸에 초록색 핏줄이 돋아났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론 안드레스. 그 소리를 뚫고, 그의 입에서 이질적인 음성이 나왔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찾았다!


목소리에 담긴 마력에 기훈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고작 목소리뿐이지만 마력은 염옥수의 마력마저 뛰어넘을 것 같았다.

그 마력은 곧 론 안드레스에게 흘러 들어갔다.

순간 치솟았던 마력은 쇠사슬에 의해 다시 사그라졌다.


-크크큭, 재밌는 물건이로고.

“기훈 헌터··· 도, 도망치게. 아, 아직 늦지 않았네.”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전혀 다른 목소리. 이질적인 음성은 육성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듯했다.

쿠구구구구···

론 안드레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탑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뚜둑, 뚝.

론 안드레스를 휘감은 사슬에 균열이 가고,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력을 봉인하는 사슬에 반응했다면···’


기훈은 도망치는 대신 <오의 건틀렛>에 마력을 주입했다.

건틀렛을 타고 흐른 마력은 <가이아의 눈물>과 <가이아의 혈>로 흘러 들어가 진청색에 붉은 혈관이 있는 넝쿨을 생성했다.


‘생기 흡수로 막아주마!’


넝쿨은 론 안드레스를 포박한 사슬이 없는 부위를 휘감았다.

우우우우웅!

넝쿨을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에너지에 주변 공기가 진동했다.


‘뭐, 뭐야···’


에너지는 넝쿨 인형을 생성하느라 내구도가 깎긴 가이아의 눈물을 회복시켰고, 나머지는 마력으로 전환돼 기훈에게 전해졌다.


“마, 말도 안 돼···”


생기를 빨아들이고 있는데도 론 안드레스의 피부는 오히려 생기가 돋고 있었다.

그리고, 기훈의 몸에 들어오는 마력은 적어도 초당 0.01씩 증가하는 것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생기를 빨리는 론 안드레스의 마력이 더 거대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 무슨···”

-으음···, 네놈은 뭐지?


당황하는 기훈에게 론 안드레스의 몸에 있는 미지의 존재가 물었다.

기훈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론 안드레스가 말했다.


“크으으···. 기훈 헌터···, 소용없는 짓이야. 자네가 마력을 빨아들이는 속도보다, 놈이 내 몸을 잠식하는 게 빠를 거야.”

“도,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마, 막을 방법은 없어요?”


기훈의 물음에 대답은 미지의 존재가 했다.


-크크크, 이 인간의 몸 위치가 발각된 순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순 없다. 잔재주를 부리는 꼬마야, 조금만 기다려라. 크크킄


이제는 론 안드레스의 몸도 미지의 존재가 서서히 통제하는 것 같았다. 그저 고통을 참아내고 있던 론 안드레스가 몸에 힘을 줘 사슬을 끊어내려는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


<조건이 충족돼 ‘은신’의 새로운 능력이 개방됩니다.>


반가운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그리고, 기훈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몇 가지가 있었다.


‘놈은 론 협회장의 위치가 발각됐다고 했어. 그리고, 어딘가에서 몸을 잠식해 오고 있는 것 같아···.’


이전에 개방된 은신의 또 다른 능력이 생각났다.


[그룹 숨김]

접촉한 대상들의 모습과 기척을 숨길 수 있다.

-초당 마나 1 소모.

-인원수에 따라 마나 소모량 증가.


첫 번째 고유능력 ‘은신’은 신조차 찾을 수 없는 막강한 능력이다.

론 안드레스의 몸을 잠식하려는 놈이 설사 신이라 할지라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한 기훈은 넝쿨 대신 직접 론 안드레스의 몸에 손을 댔다.


“크으윽! 기훈 헌터! 뭐, 뭐 하는 짓인가!”

“잠시만요. 그룹 숨김!”


능력 이름을 외치자 론 안드레스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다른 이들은 론 안드레스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순간 론 안드레스의 몸을 구속했던 사슬이 끊어졌다.

기훈과 론 안드레스 모두 당황했다.

다행히 론 안드레스는 기훈을 공격하지 않았다.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


‘······.’


론 안드레스가 입을 뻐끔거렸다. 소리마저 지운 효과였다.

기훈은 조심스럽게 그를 살폈다.

자신에게 반투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그의 마력도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은 자신보다 높았지만, 조금 전까지 뿜어내던 무시무시한 마력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는 주변을 살폈다.

다른 각성자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론 안드레스가 사라지며 그에게서 퍼져 나오던 마력도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크아아앙!

-컹, 컹!


멀찍이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들의 기척도 느껴졌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모르니까.’


기훈은 론 안드레스를 넝쿨로 휘감았다. 그는 당황했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넝쿨 인형들과 품에 안긴 각성자들을 하나하나 은신처로 보냈다.

이윽고 기훈 자신과 론 안드레스만 남았다.


‘은신처도 위치를 찾지 못할 거야.’


[그룹 숨김] 전에 은신처로 바로 피신시키는 것도 생각했지만, 너무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룹 숨김으로 미지의 존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으니, 은신처에서도 론 안드레스를 찾지 못할 것이다.


기훈은 론 안드레스를 안아서 은신처로 돌아갔다.


*


“그럼, 바로 대기해 주세요.”

-“······.”


핸드폰 너머로 기태호 팀장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탑 8층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사라진 미국 협회장을 구했다는 말에 그도 할 말을 잃은 것이다.

기훈은 전화를 끊고, 포박당한 각성자들을 봤다.

그들은 넝쿨 대신 천으로 눈을 가린 상태였다.


“사슬은 한국 헌터 협회 사람들이 풀어줄 것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기훈 헌터님.”

“감사합니다. 투명인간님.”


그들은 모두 미국 협회 소속 헌터들이었다. 물론 옆에 미라처럼 변해버린 각성자들도.

기훈이 넝쿨 인형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넝쿨 인형들이 조심스레 각성자들을 안아 협회 지정문을 열어 내려놨다.

잠시 후 모두가 사라지고, 은신처엔 넝쿨 인형들과 론 안드레스, 기훈만 남았다.


“이제 괜찮은 거 맞으시죠?”


기훈이 조심스레 론 안드레스에게 물었다.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


여전히 넝쿨에 휘감긴 채인 론 안드레스가 중후한 음성으로 말했다. ‘진안’ 스킬로 확인한 바로 그는 분명 론 안드레스였다.

기훈은 조심스럽게 넝쿨을 회수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건 뭐였습니까?”

“나도 정확히는 모르네. 단지 신과 비교해도 될 존재지.”

“그게 무슨···.”

“미안한데, 마실 것 좀 없나? 목이 타는군.”

“잠시만요. 포인트 상점.”


기훈은 포인트 상점에서 물과 몇 가지 음료를 구매했다.

그 모습에 론 안드레스도 포인트 상점을 열어봤지만, 열 수 없었다.


“이곳은 자네의 능력이 만들어 낸 공간인가 보군.”

“뭐, 그렇다고 해두죠.”


론 안드레스는 생수 한 병을 다 들이키고, 긴 숨을 내쉬었다.

기훈은 그가 말하길 조용히 기다렸다.


“이건 지옥문에서 돌아온 열두 명 외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네.”

“그런 이야길 제가 들어도 되겠습니까?”

“언젠가는 밝혀질 일. 자네의 행보를 보자면 알아도 좋을듯싶군.”


막상 들으려니 갑자기 부담스러워졌다.

그래도, 듣고 싶었다.


“아니, 아무래도 한국 협회장과 같이 말하는 게 좋겠군. 지금 보니 협회로 가는 문 같은데···”

“그, 그냥 여기서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니야. 생각해 보니 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아.”


아무리 말해도 론 안드레스는 꺾이지 않을 것 같았다.

기훈은 이전의 일 때문에 염옥수가 좀 꺼려졌다.


‘그, 그럼 가기 전에 개방된 능력이나 확인하자.’


[실체 숨김]

시각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실체 자체를 숨길 수 있다.

-몸과 착용 장비만 가능.

-일부분 실체화 가능.

-초당 마나 1 소모.


“대, 대박!”


론 안드레스가 놀라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기훈은 능력 설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뭐 사기, 사기! 개 사기 능력이었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두 개는 도대체 뭐야.’


왠지 기대감 뒤에 두려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설마 지구라도 숨겨버리는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론 안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크흠···, 그럼 염옥수 협회장님 뵈러 가시죠.”


사기 캐릭터가 됐으니, 다른 사기 캐릭터는 겁나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아직 설정하지 않은 지정문으로 가서, 대한민국 헌터 협회 건물 최상층의 협회장실 문을 만들었다.


“이, 이게 무슨···. 설마 협회장실로 바로 갈 수 있는 건가?”

“네, 자 가시죠.”


이런 비밀 아무렇지 않게 밝히고, 자신 있게 론 안드레스를 먼저 들여보냈다.

론 안드레스가 문을 나서자 거대한 마력 폭풍이 휘몰아쳤다.


“크으윽! 여, 염옥수 협회장! 나, 론 안드레스요!”

“론? 안기훈 헌터에게 구출됐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어떻게.”

“크흠. 기훈 헌터. 그만 나오지.”


기훈은 론 안드레스의 불편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문을 나섰다.

그리고, 염옥수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염옥수 협회장님.”

“하, 하하. 자네 능력이었군. 그렇게들 서 있지 말고 앉지.”

“가시죠, 론 안드레스 협회장님.”


기훈이 멋쩍게 웃자 론 안드레스는 곧 너털웃음을 지으며 함께 소파로 향했다.

염옥수는 우선 기훈의 활약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온 목적을 물었다.


“이렇게 둘이 바로 온 걸 보니···”

“맞습니다. 기훈 헌터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닐지.”

“후···.”


염옥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기훈은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염옥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직 때가 이르긴 하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일.”


그리고, 13년 전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운석 파편으로 세계 곳곳에 생긴 거대 싱크홀, 일명 지옥문이라 불리는 곳으로 신탁을 받아 뛰어든 108명의 선구자는 그곳의 괴물들에게 절망하고 그저 도망쳐 나온 것에 불과했다.


“아니, 도망친 것은 우리 열두 명인 셈이지. 사실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우릴 영웅이며 십이 사도라 칭송했지.”

“염옥수 협회장,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습니까.”


108명의 선구자는 지옥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그곳에서 괴물들을 처리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미약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곧 격이 다른 존재를 만나 패퇴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선구자들이 선택한 것은 지옥문을 막는 결계를 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능력과 목숨을 희생해 탑을 만든 것이다.


“우리는 몸속에 놈들의 힘 일부가 깃들어 영웅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네.”

“그리고, 또 다른 신탁을 받아 재앙에 대비해야 했지.”


그렇게 염옥수와 론 안드레스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털어놨지만, 기훈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자, 잠깐만요. 저, 정리가 필요하겠어요.”


작가의말

기훈이 정리하는 동안... 미령은 굶고 있는데...

.

.

ps. 강버럭님 후원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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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탑의 끝에서(3) +3 18.12.17 1,168 39 12쪽
72 #72. 탑의 끝에서(2) +22 18.12.13 1,198 46 12쪽
71 #71. 탑의 끝에서(1) +7 18.12.11 1,170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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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 아프리카 전투(2) +8 18.12.05 1,274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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