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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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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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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3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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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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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0쪽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DUMMY

나는 미친 듯이, 초아에게 생명 에너지를 부어넣었으나 그녀의 죽음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미세하게 남아 있던 그녀의 숨결이 완전히 끊어지려는 찰나에, 내 왼손에 묶인 탐식의 몸체가 빛났다.


'이.. 이건..'


초아의 마나가 내 왼팔로 빨려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탐식이 그녀의 정신지배 스킬을 먹고 있는 것이다. 탐식이 식사를 마치자, 이제 초아에게는 조금의 생명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었구나..'


머릿속에 초아가 어린 소녀 답게 장난을 치던 모습이 멤돌았다. 그러더니 심장 한 켠이 저릿 하게 아파온다.


'박아연은.. 박아연은 살려야해..'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박아연에게 다가갔다. 박아연은 아까 뚱보에게 겁탈을 당해 하의가 벗겨진 채로 의식을 잃고 있었다. 뚱보가 응급처치를 해서 두 다리에 피가 더 이상 흐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 워낙 출혈이 심해서 생사가 위험해 보였다.


'당신은 살아야해..'


그녀의 두 다리에 흐르는 혈관과 신경이 날카로운 마나로 찢어져 있었다.


'다행이다. 피를 많이 흘린 것 말고, 상처 자체가 그리 크진 않아..'


나는 재생 스킬을 사용하며, 박아연의 두 다리를 복원시켰다. 뜯겨져 나간 신경과 끊긴 혈관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치료를 하자, 그녀의 상처는 회복되었다. 상처가 회복 된 후, 나는 그녀의 옷을 입히고, 그녀의 몸을 흔들어깨웠다.


"일어나요! 어서요!"


내가 한 참을 흔들자, 박아연은 부시시 눈을 뜨며 일어났다.


"괜찮아요?"

"어.. 어떻게 사.. 살아있죠?"

"다행히.. 살았어요.."


박아연은 뚱보에게 당한 끔찍한 일이 생각났는지, 머리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그녀를 위로할 시간이 없었다.


"빨리 벗어나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박아연도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두 사람은 함께 간신히 동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나를 포함해 3명에게 재생스킬을 사용하느라, 체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였다.


"이걸 드세요."


박아연이 품에서 붉은 알약을 꺼내 내게 건냈다. 그리고 박아연도 그걸 하나 먹었다. 각성자들의 체력과 마나를 복원해주는 약이다. 이게 박아연이 숨긴 한 수 였나 보다. 이강수가 숨긴 한수에 비하면, 턱없이 약한 것이었다.


그래도 체력이 회복되고 나니, 이제 강화신체를 이용해 빠르게 달릴 수 있데 되었다. 나는 박아연을 등에 업고, 빠르게 달려 레기온의 서식지를 벗어났다.


굳거나 얼어붙은 레기온의 서식지에, 큼직한 발자국들이 한 줄로 길게 나 있었다. 이건 이강수가 남긴 발자국이 틀림 없다. 이제 성의의 효과가 떨어질 때가 되었다. 나는 두 사람이 제발 아직 게이트를 탈출 하지 않기를 빌었다.


아직 가능성은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가 몇 일 동안 쌓아둔 마정석을 보관해둔 캠프에 먼저 들릴 것이다. 그리고 캠프에서 게이트가 열리는 시작점으로 가는 데 시간이 또 꽤 걸린다. 그 사이에 이강수의 체력이 떨어진다면, 우리가 따라잡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레기온의 서식지를 빠져나오면서, 남은 워커와 가디언들이 나를 추적하려 했지만 가속도가 붙은 나는 저들보다 훨씬 빨랐기에 피해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린 끝에야 레기온의 서식지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캠프는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것 저것 보관해둔 짐은 모두 파헤쳐져 있었고, 두 조폭이 마정석을 모두 챙기고 난 후였다. 강화신체로 달리는 이강수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녀석들과 싸울 거에요. 괜찮겠어요?"

"싸울 수 있어요."


박아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이강수의 발자국을 따라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그러자, 어느 순간이 되자, 발자국이 한 줄이 아니라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 끊겼다.. 그런데 발자국은 왜 이렇게 난 거지?'


나는 등에 업은 박아연을 내려줬다. 박아연은 몇 개의 알약을 먹고 어느정도 체력이 어느정도 회복 되어있었지만,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이라 할 수는 없었다.


"저 혼자 싸워도 되요."

"아니에요. 제가 같이 싸우면, 분명 힘이 되요."


박아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어지럽게 나 있는 발자국을 따라 갔다. 그러자 발자국이 끊긴 숲속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날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끼이잉~"


그리고 곧 숲이 화염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젠장!!"


주변이 불타오르자 당황한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행님요.. 차분히 하이소.. 행님이 이깁니다!"

"어! 동생. 숲으로 들어오니 귀찮네!"


강한 마나의 부딪침이 공기 중에 이상한 공명 같은 것을 일으켰다. 우리는 그 공명이 일어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숲 속에서 뚱보가, 거대한 괴조와 함께 싸우고 있었다.


'기란이구나..'


초아에게 정신지배를 당한 기란이, 죽기 전 초아의 강한 사념에 영향을 받아 복수를 한다고 두 사람의 뒤를 쫓은 것이다.


거세게 뚱보를 공격하던 기란이, 나를 발견하고는 공격을 풀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와 박아연을 발견한 조폭 2인조의 얼굴에 경악이 서려 있었다. 땅에 쓰러져 있는 멀대가 소리를 쳤다.


"니들 안죽었엇나!!"


내게 재생 스킬이 있다는 걸 몰랐던 조폭들의 패착이었다.


"운이 좋았어."

"씨발!! 아악!! 씨발!!"


나를 보며 비명을 지르는 듯 고함을 치는 이강수를 보니, 안심이 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경계가 되었다.


'저 놈은 뭔가 있다..'


나는 박아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이강수를 주의해요. 녀석이 뭔가 수를 쓰려면, 얼려버리세요."


박아연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천천히 뚱보에게 다가갔다. 뚱보 또한 마나를 증폭시켜주는 아이템을 차고 있어서, 전 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이 새끼들이, 이제서야 가진 걸 다 토해내다니..'


뚱보에게 갑자기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뚱보는 어느때 보다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차피 놈들이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그런데도 뚱보가 이렇게 긴장하며, 싸움을 포기 하지 않는 걸 보면 멀대에게 숨겨진 한 수가 분명히 남았다.


나와 뚱보가 서로를 향해 대치하고 있을 때, 기란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뚱보에게 불을 뿜었다. 기란도 생각하고 있었던 뚱보는 황급히 몸을 피했고, 그 틈을 타 나는 뚱보에게 달려들어 강력한 펀치를 한 방 날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이강수의 손이 움직였다.


'주문서..'


강력한 화염 스킬이 담긴 주문서였다. 내가 생각한 몇 가지 수 중에 하나가, 주문서였는데 예측 범위 안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강수가 주문서를 던지는 동시에, 박아연이 그의 팔을 주문서와 함께 통째로 얼려버렸다.


"제.. 젠장!!"


이강수가 체념한 듯한 소리를 냈다. 그 사이 빈틈을 노려, 나는 돼지 조폭의 내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가 입고 있던 갑옷에 의해 충격력이 어느정도 상쇄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미지를 모두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내 주먹을 맞고 멀리 튕겨져 나간 뚱보를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여, 쓰러진 그의 팔다리를 모두 부러뜨려버렸다.


"끄아아아악!"


피투성이가 된 뚱보를 끌고오는 사이, 박아연은 이강수의 두 다리를 모두 얼려버렸다. 이제 두 조폭은 거의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사.. 살려주세여.."


이제서야 목숨을 구걸하는 뚱보 조폭.


"어떻게 할래요?"

"이강수는 못살려요."


박아연은 단호했다. 이강수는 재생 스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살려만 주면 시간을 들여 회복 할 수 있고, 박아연보다 강한 이강수를 살려두면 앞으로 현실에서든 이면세계에서든 위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강수는 한 팔과 두 다리가 얼면서, 거의 체념 한 듯 넋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사지가 부러진 뚱보 돼지는 그저 살려만 달라고 빌고 있었다. 그런 뚱보를 보며, 박아연이 그의 머리를 발로 쎄게 걷어차버렸다.


"쓰레기 같은 새끼가!"


박아연은 뚱보의 얼굴을 짖이기듯 구타했다. 그녀의 옷이 뚱보가 흘린 피로 물들어갈 때 즈음, 더 이상 하면 뚱보가 죽어 버릴 것 같아 박아연을 말렸다.


"죽일게 아니면 그만 해요."


박아연은 일어나면서 이강수에게 침을 뱉었다.


"너! 쓰레기 새끼. 살아나면 나를 꼭 찾아와! 그때 내가 정정당당하게 죽여 줄 테니까! 알았어!"


하지만 뚱보 조폭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어차피 죽일 거면, 고통 없이 보내는 게 낫겠다 싶어 나는 이강수의 목을 가볍게 비틀어 생명을 앗아갔다.


이강수마저 처리하자, 박아연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하하~"


약간 실성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탐식이 먹은 정신지배 때문인지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내게 약간은 전해져왔다.


그 감정은 슬픔과 분노, 짜증과 허탈함, 그리고 막막함 등.. 갖가지 감정이 뒤섞인 것이었다. 차마 울지 못하고 터트린 웃음이다.


우리는 이강수 무리가 챙긴 마정석을 챙겨,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왔고, 버틀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걸렸군.."

"어려운 미션이었잖아.."


나는 여왕 개미의 마정석을 버틀러에게 건냈고, 그러자 포탈이 다시 열렸다.


박아연은 아까부터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각성자 경험에서도, 이번 레이드는 하그코어였던 것 같다. 그런 그녀를 차마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워리어의 마정석 2개를 뺀 후, 마정석을 담은 가죽 보자기를 그녀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난 그녀에게 마정석 보따리를 그대로 밀어버리곤, 지옥 같았던 곳을 빠져나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참 힘든 레기온 둥지 레이드가 끝이 났습니다. 

이로써 연참대전도 모두 마무리가 되었네요. 


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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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5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4 46 10쪽
»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1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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