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70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30 05:37
조회
2,803
추천
42
글자
19쪽

레기온 둥지 레이드 (7)

DUMMY

얼려서 동작을 멈추고, 친다. 박아연과 팀플에서 알게 된 전략이었는데, 이것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단, 윤형이가 사용하는 빙결 스킬의 위력은 박아연과 차원이 달랐다. 윤형이의 오른손에서 번뜩이는 팔찌에서 푸른 빛이 나더니, 사방을 모두 꽝꽝 얼려버린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백 미터가 훌쩍 넘는 가디언과 빌더를 그 자리에서 얼려버리면, 그 곳에 거대한 얼음산이 생긴 것 같다. 우리를 향해 꾸역꾸역 밀려오는 워커들을 얼려버리면, 워커들의 시신으로 얼음벽이 생겨버린다.


"와.. 진짜 괴물 같은 새끼!!"


박아연도 혀를 내둘렀다. 일단 윤형이가 얼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분주해진다. 나와 초아가 벌어붙은 가디언에게 덤벼들어, 신체를 하나씩 확실하게 파괴한다. 우리가 한 마리를 잡을 동안 윤형이는 다시 폭발 스킬로 두 마리 정도의 가디언을 잡아버린다.


박아연이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녀도 이강수와 뚱보 초폭 처럼, 잔챙이 레기온 워커를 처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사실 이제 레기온 서식지 공략은 윤형이 혼자서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저게 탐식의 힘이지.'


탐식은 스킬을 먹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윤형이를 초반에 부담스러워 했던 이유는 그가 누군가의 기술을 먹어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형이는 처음부터 B급 각성자들의 스킬은 아무 관심도 업었던 것 같다. 그가 콜드 바실리스크의 스킬을 먹어버리자, 그제서야 사람들이 안심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탐식은 아티팩터가 아니다. 저것은 하나의 생물이다. 자기가 주인으로 인식한 사람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생물. 내가 상위 각성자로 갈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윤형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빌더를 처리하고 우리에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손짓한다. 그렇게 우리는 반나절 만에 다섯 개의 빌더를 처리하고, 마침내 여왕 레기온의 둥지까지 다가갔다.


여왕레기온의 둥지는 4개의 빌더가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사이에 원형으로 크게 파인 구덩이 속에 있었다. 끈적거리는 레기온의 검은 점막이이 원형 구덩이로 흘러내리는 모습은 토 나올 정도로 징그러웠다.


"초아야. 저 아래 있는거지?"

"응. 저기서 제일 강한 사념이 흘러나와."

"그럼 다들 갈까요?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죠?"


무려 5일간의 사냥 끝에, 우리는 마침내 여왕게미의 둥지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원형 구덩이 아래에는 점액이 지하수처럼 흘러 들어가는 동굴이 여기저기에 패여 있었다. 동굴 앞에 서자, 초아가 말한다.


"여긴 아냐.."


초아의 정신지배 스킬은 정말 유용했다. 그녀는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과의 교감을 통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지시하고 일러줬다.


"응. 여기인 것 같아."


10여개의 동굴 들 중에, 우리는 초아가 짚어준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좁았기 때문에, 거대한 비행 괴수인 기란은 함께 올 수 없었다. 하지만 불을 뿜는 도마뱀은 우리와 함께 걸어갔다. 초아의 전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초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윤형이를 믿는 거겠지.'


이강수는 동굴로 들어오기 전, 워커의 시체를 하나 해부해서, 긴 다리 벼에 워커의 가죽을 돌돌 말아 휍불을 만들어 두었다. 워커의 가죽은 불타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바닥에 강처럼 흐르는 점액질은 불에 꽤 잘 타는 성질이었다.


이강수는 전투에는 도움이 안되도, 이렇게 잡기술로 도움을 많이 줬다. 그리고 누가 다틸 때 마다, 재생 스킬로 회복을 시켜줬으니 은근 팀에 활력을 주는 캐릭터였다.


"여긴 내가 얼릴게."

"제가 할 수 있어요."

"됐어. 넌 체력이나 아껴.."


박아연은 윤형이를 만류 하며, 바닥에 콸콸 흐르는 점액질을 얼렸다. 듬성 듬성 바위 밖에 없었던 동굴 안이 꽝꽝 얼면서 얼음길이 생겼다.


"히야.. 우리 팀 증말 편한 것 같슴다. 진짜 죽이네예'


이강수는 주절주절 거리며, 휏불을 들고 앞장서서 걸었다.


"조심히 천천히 걸어가요. 뭐가 나올 지 모르니까.."


윤형의 말에 모두가 긴장을 한다. 그때 초아가 온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조.. 조심해.. 앞에 뭔가 있어.."


초아의 말에 이강수가 걸음을 멈췄다.


"찌지지지지지직~"


얼음깨지던 소리가 들리더니, 바닥에서 무언가 검은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뒤로 물러섯!"


윤형이가 이강수에게 외쳤다.


"흐이이이익~"


이강수는 시겁 하며, 뒤로 물러섰다. 윤형이와 대치한 검은 생명체는 만만치 않은 음산한 기운을 뿜어냈다. 윤형이 또한 녀석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녀석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했다.


'워.. 워리어를 까먹고 있었다니..'


레기온 서식지를 침공 할 때, 나 같은 하위 각성자는 기껏해야 워커들을 상대 하는 게 전부였다. 레기온 대응 매뉴얼에서 여왕의 근처를 지키는 인간형 괴수인 워리어라는 레기온이 있다는 걸 까마득하게 있고 있었다. 워리어는 모든 레기온 개체들 중에 가장 강하다.


"또,., 또 있어.."


초아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두 마리의 워리어. 윤형이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렸다.


"선생님. 모두와 함께, 이 녀석을 막아주세요. 제가 빨리 한 마리 잡고 합류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최소 A-등급의 괴수로 보였다. 우리 모두가 덤빈다고 해도,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윤형이가 이길 때 까지, 버티는 거다.'


나는 강화신체를 끌어올렸다. 그 동안 내 강화신체는 공격에 최적화 되어있었는데, 이번 레기온 서식지 공략 기간 중 처음으로 방어에 집중한 강화신체를 올렸다.


"내가 막고 있을테니까, 다들 공격해서 신경을 분산시켜!"


내 말에 다른 팀원들이 모두 공격태세를 갖췄다.


"콰앙!!"


윤형이는 폭발공격으로 워리어와 전투를 시작했다. 현란하게 터지는 폭발로 인해, 어두운 동굴이 일순간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폭발을 틈타, 다른 워리어 한 마리가 내게 직선으로 날아왔다.


'막는다..'


옴 몸이 검은 털에 뒤덥혀 있는 이 인간형 괴수는 단순하게 육체의 힘을 이용해 싸웠다. 그런데 그 육체의 힘이 말도 안되게 강했다.


"까앙!!"


마나가 단단하게 응출된 녀석의 주먹이, 마찬가지로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린 내 마나의 창에 부딪쳤다.


"크윽!!"


튕겨져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지만, 이 한 번의 공격으로 창이 움푹 휘어 들어가버렸다.


"공격해!!"


박아연의 말에 초아와 박아연, 그리고 뚱보 조폭이 일제히 레기온 워리에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녀석은 이 공격을 능숙하게 피했고, 간혹 적중하는 공격이 있더라도 별 피해를 주지 못했다.


내 눈은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의 동작을 캐치하고 있었다. 녀석의 모든 공격을 내 몸으로 받아낼 생각이었다.


'이 쪽이다..'


이제 나도 마나의 운영이 꽤 능숙해졌기에, 빠른 시간 안에 속도와 방어력을 전환 할 수 있었다. 녀석의 움직임을 간신히 따라잡아, 공격을 마나 창으로 방어했다. 이번에도 창은 움푹 파여들어갔다.


"까앙~"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강렬한 소리가 날카롭게 동굴 안에 울려퍼졌다.


"꺄악!!"


이런 젠장.. 새어나간 마나에 누군가 다친 것 같다. 그러니까 몇일 전 내가 호숫가에서 마나의 힘으로 호수의 수면을 절단 한 것 처럼, 방어에만 집중한 내 마나에 의해 튕겨져 나간 워리어의 응축된 마나에 누군가가 맞은 것이다.


"언니! 괜찮아?"


박아연이다. 나는 그녀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녀석은 세 번째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엔 목표가 나였다.


'버텨라!!!!'


나는 젓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창으로 녀석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내 창은 완전히 두동강 나버렸고, 나는 충격을 이기지 못해 벽쪽으로 쳐박혀 버렸다.


"오... 오지마!!"


박아연은 다리를 다친 듯 했다. 땅에 쓰러진 그녀가 미친듯이 워리어에게 냉기를 퍼부었지만, 그 냉기는 괴수의 동작을 조금도 멈추게 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파지직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뚱보와 초아 또한 전기와 화염공격을 쉴새 없이 퍼부었지만, 단단한 마나로 보호받은 워리어의 몸에 상처를 내진 못했다.


'온 몸의 뼈가 작살 난 것 같군..'


나는 다급하게 재생스킬을 써서, 부러진 뼈와 다친 신경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몸이 회복되는 시간은 워리어가 팀원들을 공격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퍼억!!"

"끼와와아아앙"


초아의 도마뱀에게 워리어의 주먹이 꽂혔다. 한 망에 굉음을 내며, 몬스터는 즉사 해버렸다.


"저.. 저리가!!"


무기를 잃은 초아는 더듬더듬 뒤로 물러났지만, 몬스터는 그런 초아에게 조금도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


'아.. 안되..'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워리어의 공격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워리어의 공격은 초아의 가슴에 적중했고, 초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나는 쉴 새 없이 재생 스킬을 써서, 몸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나는 몸을 충분히 움직일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때 거대한 폭발 소리가 나며, 윤형이가 워리어 한 마리를 제압하는데 성공 한 듯 했다. 워리어의 눈이 윤형이를 향했다. 윤형이는 빠르게 움직여, 워리어의 동작을 막았다.


"이 새끼가!!"


친하게 지낸 초아가 죽은 것을 안 윤형이의 눈에서 번개가 튀는 것 같았다.


"유.. 윤형아.. 침착해!"


나는 윤형이를 향해 목청 껏 소리쳤다. 강적이다. 평정심을 잃으면 위험한 것은 윤형이일지도 모른다. 윤형이는 내 말을 듣더니,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눈 앞의 강적을 마주했다.


그때, 두 다리가 잘려 바닥에 쓰러진 박아연이 남은 모든 힘을 다 쏟아서 워리어에게 냉기 공격을 날렸다. 파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워리어의 주변이 얼어붙는 듯 했지만, 그걸로 워리어의 동작을 멈추거나 하진 못했다. 그녀가 한 것은, 잠시 워리어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형이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하앗!"


강렬한 기합과 함께, 윤형이가 폭발을 시도했다, 원래는 녀석의 머리를 향했지만, 워리어는 순간적인 반사신경으로 치명타를 피했다. 윤형의 폭발은 워리어의 어깨에 터졌다. 그 순간 윤형이가 콜드바실리스크의 냉기 공격을 사용했다.


"파지지지직!!"


박아연의 공격과는 달랐다. 워리어의 근처에서 깨져버린 박아연의 냉기와 달리, 윤형이의 냉기는 워리어의 다리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몸 전체를 얼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마나 대결..'


얼리려 하는 쪽과 저항하려 하는 쪽의 치열한 사투가 펼쳐졌다. 하지만 두 마리라면 모를까. 한 마리의 워리어 보다는 윤형이의 마나가 우세한 듯 했다. 결국 윤형이의 파죽지세를 감당하지 못한, 워리어의 몸이 허벅지를 지나 허리까지 얼어붙어버렸다.


"죽여버렷!"


박아연이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윤형이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던 순간이었다. 어두운 동굴 안이 순간적으로 붉게 번득이며, 한 줄기 번개가 내리쳤다.


"콰르릉!"


벼락 소리와 함께 내리친 그 번개는 윤형이의 머리에 꽂혀버렸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윤형이는 워리어에 대한 공격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빠지지지직!"


워리어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고, 녀석의 몸을 감싸던 얼음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아앗!"


윤형이는 방어태세를 갖추려 했으나, 워리어의 공격이 더욱 빨랐다. 녀석의 주먹은 윤형이의 가슴을 관통했고, 심장을 포함한 가슴 부위가 통째로 뚫려나가면서 윤형이는 즉사했다.


'이.. 이럴수가.. '


급작스러운 상황에, 나와 박아연은 모두 넋이 나가버릴 정도였다.


"하이고야.. 이제서야 정리가 됐뿐네.."


저벅 저벅 소리를 내며, 워리어 앞으로 걸어나오는 녀석은 멀대 같은 놈 이강수다. 녀석은 가슴에 은은하게 푸른 빛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이번에는 성의냐..'


성의는 착용자의 공격력을 일순간 몇 단계나 높여주는 전설의 무기다. 단 일회용이고, 사용 후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말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잘 착용하지 않는 무기로 알려져 있었다.


이강수는 성의를 착용하고, 워리어 앞에 섰다. 워리어는 직감적으로 이강수가 자신보다 강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 이강수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A+등급을 상회하고 있었다.


'너도 강화신체였나..'


이강수는 나와 같은 스킬을 가진 각성자였다. 재생능력만이 아니라, 강화신체도 갖고 있었던 것. 그는 자신보다 강한 윤형이를 철저하게 경계하며,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


"이제 피곤타. 그만 가자!"


이강수의 무기는 너클이었고, 그는 마나로 강화된 몸을 활용해 타격을 중심으로 하는 격투기를 사용했다.


압도적인 힘이었다. 성의. 성스러운 옷이란 뜻이다. 성의로 힘을 몇 배로 끌어올린 이강수의 무위는 워리어를 짖이겨 버릴 정도였다.


"크와아아악!'

"이 새끼가, 깝치노."


워리어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무력화 시킨 이강수는, 그대로 심장에 손을 뻗어넣어 마정석을 빼버렸다. 마정석을 빼앗긴 워리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대로 즉사 해버렸다.


"후아.. 이게 이노마는 잡았고.."


워리어를 잡은 이강수가 이마에 땀을 닦고 있을 때, 뚱보 조폭이 윤형이가 잡은 워리어의 마정석을 채집했다.


"어이 동생!! 이것도 채집했어!"

"예이. 행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애초에 저 둘의 관계는 이강수가 갑이고, 뚱보 조폭이 꼬붕인 관계였다. 그걸 미리 읽지 못했다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기분이었다.


"행님! 저는 여왕 레기온 마정석을 채집하러 다녀 오겠슴다."

"어. 동생! 빨리 다녀와!"


이강수는 동굴 더 깊숙 한 곳으로 들어갔고, 뚱보 조폭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리에 부상을 입은 박아연에게 다가갔다.


"어이.. 건방진 기집애.. 아직도 눈깔에 힘을 주고 있나.."


피를 많이 흘려, 움직일 힘도 없어보이는 박아연이었지만 표정만은 표독스럽게 이강수를 노려봤다.


"읏차! 아가씨가 이렇게 널부러져 있는 건 매너가 아니지!"


녀석은 박아연을 어깨에 이고, 내가 보이지 않는 으쓱 한 곳으로 이동했다.


"놔! 이 더러운 새끼야! 놔!!"


박아연은 저항했지만, 뚱보 돼지는 껄껄 웃음만 터트렸다.


"너 같은 년을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짜릿하다니까.."

"미친 새끼야! 널 처음부터 죽여버렸어야 했어!"

"허허~ 어른한테 어디 건방진 말투를!"


이강수가 박아연의 엉덩이를 팡팡 때리는 소리가 들렷다.


"씨발!! 죽어버릴거야!! 다 죽여 버릴거야!!"

"그건 안되지!!"


그리곤 가벼운 구타 소리가 들렸다. 박아연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을 가능한 빨리 재생하기 위해 안갖힘을 쓰는 수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선 끊어진 신경을 회복했고, 그 다음에는 부러진 뼈를 붙였다.


'빨리 붙어라..'


정말 온갖 힘을 다 써서, 회복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그때, 뭔가 차갑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왼팔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나는 고개를 돌려 내 왼팔을 보았다.


'타.. 탐식..'


탐식은 작은 뱀과 같은 모양이었다. 내 왼쪽 팔목으로 기어들어온 녀석은 팔목을 감싸더니, 꼬리를 물어 작은 원형 고리를 만들어버렸다.


'이.. 녀석이 나를 선택한 건가?'


윤형이가 가장 친밀하게 생각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내 왼팔목에 단단하게 또아리를 튼 탐식은, 그대로 굳어버려 팔찌 같이 단단하게 번해버렸다.


'탐식이든.. 뭐든.. 죽어버리면 끝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재생 스킬에 집중했다.


"행님! 어딨습니까?"


그때 여왕 레기온의 마정석을 채집하러 떠난 이강수가 돌아왔다.


"어! 나 여깄네!"

"행님. 뭐 하셨는교."

"잠시 시간이 있어서, 음식 좀 먹었지. 자네도 먹을란가?"


이강수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는 뚱보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행님. 지는 예 상한 음식은 관심 없습니다."

"몇 일 동안 참았을텐데, 자네도 참을성이 대단해."

"그보다 빨리 나가지예. 저 시간 없는 거 아시잖아예."

"그래! 빨리 가세. 빨리 가서 내가 자네를 지켜줘야지!"

"잠깐만예.."


이강수는 윤형이의 시체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그의 팔목을 한 참동안 살펴본다.


"하이고야.. 금마 팔찌가 없어졌네예."

"팔찌라면?"

"와 능력 흡수하는 팔찌 안있슴니꺼."

"아.. 그거.. 그게 왜 없지?'

"행님 모르십니까?"


이강수가 뚱보를 바라보자, 뚱보가 온 몸을 소스라치듯 떨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내가 자네한테 말하지도 않고 뭘 챙기는 걸 본 적 있나?"

"하기사. 행님은 그럴 분이 아니지예."

"그럼~"

"그라면 어디가뿠지? 그거 작살나게 비싼 거라든데.."

"아까 녀석이 당하면서 같이 날아갔겠지.."

"제 성의보다 더 비싼 거라던데 윽수 아깝네예.."


말을 마친 이강수는 포기를 한 듯 뚱보와 함께 동굴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행히 녀석들은 내가 곧 죽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그 보다, 이강수가 입은 성의가 오랜 시간 사용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마무리 하고 나가려는 생각이었겠지.


녀석들이 나가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겨우 부러진 팔다리를 붙일 수 있었다. 한 팔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두 다리는 쓸만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머릿 속으로 오만 생각이 다 떠올랐다.


'뭐 이따위...'


이겼다고 생각한 싸움이 순식간에 이꼴로 파토가 나버렸다.


'미치겠구나..'


일단 박아연은 험한 꼴을 당하긴 했지만, 살아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려 하는데, 어디선가 미세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초아!'


죽은 줄 알았던 초아가 쓰러진 채, 미세한 신음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죽은 게 아니었다.'


나는 초아를 향해 있는 힘껏, 재생 스킬을 사용했다. 그녀의 몸으로 생명을 회복하는 마나의 에너지가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뱉어내는 죽음의 에너지가 더욱 강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고은이의 수련 (1) 17.04.07 610 8 8쪽
61 TS 컴퍼니 (2) +3 16.12.26 1,313 33 7쪽
60 TS 컴퍼니 (1) +2 16.12.26 1,415 22 8쪽
59 알비노 (albino) (4) +3 16.12.23 1,477 30 10쪽
58 알비노 (albino) (3) +4 16.12.21 1,504 30 8쪽
57 알비노 (albino) (2) +2 16.12.21 1,410 24 7쪽
56 알비노 (albino) (1) +1 16.12.21 1,604 26 8쪽
55 프랜차이즈로~ (5) +1 16.12.20 1,742 29 11쪽
54 프랜차이즈로~ (4) +5 16.12.20 1,677 27 8쪽
53 프랜차이즈로~ (3) +3 16.12.20 1,685 26 9쪽
52 프랜차이즈로~ (2) +6 16.12.08 2,375 42 9쪽
51 프랜차이즈로~ (1) +2 16.12.07 2,111 38 9쪽
50 윗잔다리 살인사건(5) +1 16.12.07 2,164 46 7쪽
49 윗잔다리 살인사건(4) +2 16.12.06 2,195 40 8쪽
48 윗잔다리 살인사건(3) +1 16.12.06 2,073 38 7쪽
47 윗잔다리 살인사건(2) +1 16.12.06 2,063 38 9쪽
46 윗잔다리 살인사건(1) +7 16.12.05 2,289 41 7쪽
45 각성자도 주말 알바 합니다. +3 16.12.05 2,478 39 9쪽
44 균열에서 +3 16.12.05 2,669 49 11쪽
43 무너지다. +5 16.12.04 2,684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6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9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4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2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6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6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1 4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