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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14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2.20 19:17
조회
1,683
추천
26
글자
9쪽

프랜차이즈로~ (3)

DUMMY

최철민의 디자인은 정말 훌륭했다.


"인테리어만 치면 이건 국내 최고야."


수연 선배도 최철민이 혼신의 힘을 다한 디자인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코피스라는 컨셉이 좋았어요. 모처럼 재미있게 작업을 했네요."


최철민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어머! 최대표님. 왜 이게 끝인 것 같이 말하는 걸로 들릴까요?"

"하하~ 그럴 리가 있나요. '타임스페이스'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겠습니다."

"주연아! 너 이말 녹음했어?"


주연선배는 아직 최철민 대표가 어렵게 느껴지는 듯 했다. 사회적 지위가 다르다고 생각한걸까.


"아.. 아니, 녹음해야 하는 거였어?"

"얘는.. 무슨 농담을 못하게 하냐?"


주연선배의 얼굴이 빨개졌고,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드디어 내일이 오픈이네요. 타임스페이스의 건승을 빌겠습니다."


최철민은 인사를 하고 까페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그를 문 앞까지 배웅한 후, 다시 까페로 돌아왔다.


주연선배는 며칠 전부터 분주했다. 매장 2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버거웠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늦게까지 집에 돌아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여자 친구가 고생하는 꼴을 못 보겠는지, 이제 까페 운영에서 슬슬 손을 떼고 있던 형규 선배도 다시 실무에 깊게 인벌브를 했다.


"형규 선배. 같이 식사 하러 가요."

"응~ 식자재 차트만 정리하고.."


주연선배는 자신의 일을 도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형규 선배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봤다.


"너 나한테 잘해."

"머.. 뭐머.. 내가 언제 못한 적 있냐?"

"잘 생각 해봐~"

"으이그~ 오빠! 잘 하다가 맨날 이런 사소한 걸로 점수 잃을래?"

"큭큭~ 사람이 완벽하면 못쓰는 법이야. 의도된 약점! 이런 거 몰라?"

"흥! 오빠는 완벽이랑 거리가 엄청 먼 사람이거든?"

"아닐걸~"


마지막 차트를 체크하고 서류를 탁! 닫은 형규 선배는 웃으며 주연선배의 손을 잡았다.


"밥 먹으러 가자! 우리 사장님이 쏘신단다!"

"흥~ 담에 나도 맛있는 거 살게!"

"당연하지~ 그냥 넘어가려 했냐!"

"어휴~ 밉상아~"


주연선배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형규 선배의 팔을 잡고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어랏! 너희들 공식적으로 사귀기로 한거냐?"

"언니는 뭘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해요!"

"얼~ 진짜? 너희들은 컨셉이 미녀와 야수지?"

"누,.. 누가 야수야!"


형규 선배가 버럭 하는 걸 보고 수연 선배가 생글거린다.


"어쩐지 잘 어울린다니까. 가자~ 밥 먹으러!"


수연 선배가 문을 열고 나가자, 형규 선배가 씩씩 거렸다.


"어쩐지라는 말이 뉘앙스가 이상한데?"

"신경 쓰지 마 오빠. 저 언니 진지하게 상대하면 손해야."

"하긴! 모쏠이 연애 감정에 대해 뭘 알겠어!"


투덜거리는 소리가 무슨 만담을 듣는 것 같다. 나 역시 큭큭 웃으며, 그들 뒤를 따라갔다.


"드디어 내일이네."


오늘은 중국집에 들어왔다. 독한 뺴갈 한잔을 넘기며, 양 볼이 빨갛게 변한 형규 선배가 감회가 새롭다는 듯 말한다.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2호점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오빠. 솔직히 다정이가 처음 사업제안 할 때 프랜차이즈 할 것 같지 않았어?"

"그렇긴 했지만.. 실제로 될 줄은 몰랐지."

"에이. 선배! 이제 2호점이에요. 아직 된 것도 없는데 무슨."


내 말에 수연 선배가 불쑥 껴들었다.


"야야! 내가 들어온 이상, 1년 내로 스타벅스 따라잡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오~ 언니 패기 쩔어!"

"흥! 자신감이야."


수연 선배 역시 빼갈 한잔이 담긴 잔을 홀짝였다. 모델 급 미녀와 독한 빼갈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런 불협화음도 그녀에게 걸리면 화보처럼 변한다.


"그런데 언니! 최철민 대표님은 3호점까지 하실 생각이 있으시데?"

"최대표에게 계속 맡기면 비용이 너무 비싸서 안 돼."

"그럼 어떻게 해? 3호점부터는 일반 업자들에게 맡기나?"


주연 선배의 말에 수연 선배가 나를 힐끔 쳐다본다.


"아.. 선배. 이제 시험하는 듯이 말하지 좀 마요. 우리 이제 서로 간보는 시기는 지난 거 아니에요?"

"헤헤~ 사장 쏘리~ 습관이 되다보니.."


수연선배는 매콤하게 볶은 달고기 요리를 한 점 집어먹으며 말했다.


"2호점 실적 평가 하고, 디자인 브랜드를 구입해야지."

"저작권 이야기하는 거야?"

"응. 브랜드의 저작권을 아예 우리가 소유 하는 거야."

"비싸지 않을까?"

"사실 인테리어 디자인 저작권은 인정이 잘 안되긴 하는데.. 우리 꼬마 사장님은 확실하게 마무리 하고 싶어 하시네."

"아아~ 그래?"


형규 선배가 빼갈을 한 잔 들이켜 마시고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럼 저작권을 사고, 인테리어는 인력을 따로 고용 할 생각인거냐?"

"그렇죠. 기본 컨셉디자인과 실시도면이 있으니까, 이걸 건물마다 변형하는 거예요."

"디자인은 한 명이면 충분하겠지?"

"시공 팀도 내부에서 꾸려볼 생각이긴 해요."


내 말에 수연 선배가 놀라며 말했다.


"그건 너무 실무 부담이 크지 않아?"

"하지만 비용은 훨씬 절감되죠."

"햐.. 인테리어 팀 운영은 나도 못해본거야!"

"전문가 고용하면 되요. 별거 아니에요."


수연 선배는 '뉘에~ 뉘에~' 라는 표정을 지으며 빼갈 한 잔을 더 들이켜 마셨다.


"우리 사장님이 어련하시겠어."

"그래도 일단 2호점이 성공하고 나야, 팀을 만들든 뭐를 만들든 하겠죠?"

"주연아 들었지? 이제 다른 건 다 끝났고, 너만 잘하면 되는 거야!"

"언니 나 한테 왜 그래.. 엉엉"


주연 선배가 우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저렇게 우는 소리를 해도, 주연선배가 일을 배우는 속도는 남다르게 빨랐다. 형규 선배의 조력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2개 매장을 혼자서도 넉넉하게 운영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레인지가 된 상태였다.


"어랏.. 후배들이랑 웃고 떠들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수연 선배는 시계를 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술도 곧잘 마시던 양반이 오늘따라 삼십 분 동안 빼갈 한잔을 만지작 거리더니, 기어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주연아. 내일은 나도 도울 테니까, 매장에서 보자."

"응. 언니~ 조심히 들어가요."

"오늘 취하게 마시지 말고. 컨디션 관리 잘해~"

"내가 무슨 어린애야. 그런 것도 모를 줄 알고~"

"우리 주연이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언니!"


수연 선배가 먼저 자리를 떴고, 우리는 1호점으로 돌아와 차를 한 잔 더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진짜 우리 동방에서 시작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호점이구나."


주연 선배는 자신의 힘으로 일궈 놓은 사업의 성과물을 보며 감동 한 눈빛으로 매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다정아. 네 덕에 진짜 좋은 경험 했다. 고마워."

"뭘요. 제가 선배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에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하하. 자식. 아무튼 난 이쯤에서 물러나지만, 필요한 일 있으면 무조건 부르고."

"네. 선배. 감사해요. 저희 자주 뵈야죠."


두 사람 또한 함께 까페를 떠났고, 나는 혼자 텅빈 까페에 남아 구석 구석을 둘러봤다. 그 동안 이면세게를 겪으며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획한 것 보다 빠르게 기반을 만들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감정을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혼자 이렇게 가게에 남아 있으니 울컥한 감상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까페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어? 너 아직 안갔어?"

"수연선배! 여긴 왠일로?"

"지나가다가. 불이 켜 있길래 들어와봤지."


그녀가 문을 닫고 내게 다가왔다.


"지금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나?"

"그래요. 안 될 게 뭐 있겠어요."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뽑았다. 조용한 까페에 커피 머신이 시끄럽게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이라 그런지, 에스프레소의 독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수연 선배는 오디오로 다가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감미로운 재즈 음악을 틀었다. 그리곤 다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뽑는 나를 바라본다.


그녀는 언제나 돌직구다. 도발적이고 자신 만만한 눈빛. 자신에게 뒤란 없다는 듯이, 과감하게 앞으로 용기 있게 돌진하는 저 눈빛에 어쩐지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혹사에 시달리다 모처럼 돌아왔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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