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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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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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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3,041

작성
16.12.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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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1쪽

프랜차이즈로~ (5)

DUMMY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오래된 트로트 노래의 가사를 중얼거린다.


'아마 나이가 들어 감각이 둔해졌기에, 실연마저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21살의 어린 몸으로 겪는 실연은 결코 달콤하지도, 추억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아프고 어렵고 복잡했다. 수연선배는 내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나는 고은이를 무척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달콤하다. 이것 또한 사랑의 한 종류일 것이다. 하지만 수연 선배는 뭔가 달랐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내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위험한 감정이다.


'그래도 살아온 연륜이 있다고, 참을성이 있는 건가..'


수연 선배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그녀는 나를 단순하게 사무적으로 대했고, 나 역시 그런 그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가끔씩 내가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수연 선배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의도적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1개월 동안 매출 실적표입니다."


바쁘게 지내는 사이, 수연 선배와의 관계도 서서히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2호점의 첫 달 실적은 8천만 원이었다. 하루 평균 700잔 가량을 판매한 것이다.


"2호점 입지는 하루 평균 500잔정도 매출이 예상되는 곳이데, 추가 200은 인테리어와 커피의 맛, 그리고 인터넷 입소문의 영향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배영섭 팀장님이 합류하시면,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도하게 되겠네요."

"네. 며칠 전에 BBC 치킨을 정리하셨고, 지금은 퇴사 휴가 중이라 시네요. 이전 미팅에서 3~4명 정도 가맹점주 후보가 있다고 했으니,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 시작 될 겁니다."

"좋네요.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겠네요."


나는 서류를 다시 수연 선배에게 넘겼다. 수연 선배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사무적인 미소였다.


우리는 홍대 근처 상수동에 30평 규모의 사무실을 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되는 것이다.


1호점과 2호점의 한 달 매출은 1.5억 가량 되었다. 1호점이 입지에 비해 상당히 선전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이 대성공했고, 이 드라마가 월드컵과 함께 일본에까지 퍼져 한류가 일어나면서 까페 '가을동화'는 관광명소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가을동화 까페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타임스페이스'로 흘러들어왔다. 수연선배도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은 초반이라 지출이 많아.'


배영섭 팀장, 주연선배, 수연 선배, 그리고 직원만 2개 지점에 6명이다. 여기에 1호점 매출의 20%를 주연선배와 형규 선배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한이 2개월 남았기에, 인건비만 해도 지출이 엄청났다. 여기에 매장 임대료와 사무실 보증금, 임대료까지 내야 하며, 아직 식자재 생산공정이 갖춰지지 않아 높은 원두 값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아직은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나는 다시 한 번 굳게 마음을 먹었다.


--


드디어 타임스페이스 본사 사무실이 생겼다.


"와.. 여기가 우리 사무실이야? 다정아! 대박이야 진짜!"


주연 선배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 말에 수연 선배가 호통을 친다.


"이주연 과장님!! 호칭정리 안하시나요?"

"아. 언니. 미안해요!"

"이제부터 일은 장난이 아니에요. 주의 해주세요!"


수연 선배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사무실에서는 앞으로 모두가 존댓말을 사용하기로 했고, 수연 선배는 주연 선배에게 앞으로 내게 공적 자리에서 대표님이란 호칭을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주연선배는 아직 그게 잘 적응이 안되는지, 실수를 하곤 했는데 사무실에 입주 하는 날 수연 선배가 호되게 혼낸 것이다.


"미안해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주연선배의 얼굴이 납빛으로 변했다. 그 사이 배영섭 팀장이 밝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배영섭 팀장은 기본적으로 유쾌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룰루랄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상을 정리했다.


"이제 시작이라 그런지, 정리 할 게 하나도 없네요! 하하하"


주연선배는 아직 쭈볏거렸지만, 수연 선배는 능숙하게 배영섭 팀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ㅎㅎ 영업팀은 원래 별거 없는 거 아녀요?"

"에이~ 섭섭하게 왜 그러십니까? 저희는 거래 장부 하나가, 다른 팀 문서 보다 열배는 무겁지 않습니까."

"어휴. 그 서류 참 궁금하네요. ㅎㅎ 오늘 회의 때 꼭 볼 수 있죠?"

"단단하게 챙겨 가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하하하~"


배영섭 팀장은 웃으며 회의 준비를 했다.


회사의 체제를 정비한 후 첫 번째 회의!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수연 선배의 회의 준비는 완벽했다.


"이미 사업은 시작되었고, 사이클이 돌아가고 있으니 우리는 다소 애자일(Agile)한 방식으로 진행 할 것입니다."


애자일 방법론은 원래 소프트웨어에서 시작되어, 2020년 경이 되면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기민하고 신속한 조직 경영 방식이다. 이 방법론을 2000년대 초반에 시도하는 건 아무래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연 선배는 단계별 목표 수립, 당면과제, 중기과제, 장기비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가능한 정확하고, 측정가능한 방식으로, 그리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정리를 했다. SMART 목표수립 방식이 완전히 사고 방식에 배여 있는 것 같았다.


"와. 역시 일류 컨설팅 회사 출신이라 다르긴 다르네요. 하하~"

'에이. 뭘 이런 걸 갖구요. 구체적으로 실적 올리는 영업팀이 더 중요하죠."

"말씀이라도 감사하네요. 이거 참 분발해야겠어요."


나 역시 수연 선배가 진검을 꺼내든 것은 처음 겪었기에, 그녀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주연 선배는 수연 선배가 하는 말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속기록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조직구조는 스타벅스 방식으로 구성하되, 반복적인 회고를 통해서 저희들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디벨롭 해나갈 계획입니다. 일단 영업팀은 배영섭 팀장님이, 그리고 지금은 슈퍼바이저를 맡고 있지만 이주연 과장님은 홍보팀으로 이전하실 계획이에요."

"흠. 매장관리팀, 식자재관리팀, 제품개발팀, 디자인팀. 이렇게 4개 팀을 새롭게 만들어야겠네요?"

"네. 알아보고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네요. 배영섭 팀장님 말고는 인재가 없네요."

"하하~ 김이사님. 정말 못당하겠어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수연 선배가 나를 바라봤다. 내 피드백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배영섭 팀장과 주연선배의 시선도 내게 집중되었다.


"김이사님 준비 하신 내용 잘 들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력 고용일텐데요. 김이사님께서 가이드를 잘 잡으시겠지만, 초반에는 문서처리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중용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팀장급 인력은 학습능력이 뛰어나신 분으로 모셔야 할 것이구요."


내 말에 수연 선배가 웃으며(사무적인 미소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배영섭 팀장은 약간 난색을 표하는 표정이었다.


"대표님. 저야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문서로 일하는게 편하긴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에 행정에 능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배영섭 팀장의 말을 수연 선배가 가로챘다.


"이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고, 저희는 굉장히 체계적으로 관리 할 겁니다. 대표님은 제게 제가 컨설팅 한 스타벅스 수준의 조직 구조를 요구하셨어요. 연봉을 좀 높이더라도, 여기에 맞는 인력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배팀장님께서도 사람들 고르실 때 유의해주셔야 할 부분이에요."


그 말을 내가 다시 한 번 더 받았다.


"관리자 급 채용이 중요합니다. 경력과 우리가 원하는 실무능력을 두루 갖춘 분을 주의해서 구해주세요. 그리고 그 아래 매니저들은 경력보다는 역량과 학습능력 중심으로 고용해 주시구요,"


배영섭 팀장은 약간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볼펜을 탁 하고 책상에 두며 말했다.


"좋습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열심히 두 분 쫓아가보겠습니다."


참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영업맨이다. 어떻게 첫 직장으로 공무원을 할 생각을 했을까. (그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 한 것은 IMF 이전으로 경쟁률이 높지 않을 때였다.)


회의를 마치니 점심 시간이었다. 우리는 회사 근처의 식당으로 가서 생선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이과장님~ 많이 드세요."

"아. 네네. 이사님. 감사합니다."


아직은 수연선배를 공식호칭으로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주연선배가 어색하게 답했다.


"이주연 과장도 조만간 팀장으로 승진하실 예정이니, 미리 팀장님이라 불러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아이고. 배팀장님. 그러지 마세요. 전 따라잡는 것도 어색한데요."

"처음이시라면서, 매장 2개 관리하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능력 있으신거에요."

"어휴. 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수연 선배 때문에 주눅이 들어있던 주연 선배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번졌다.


"학습능력이 정말 좋아요. 이과장님 같은 사람만 들어오면 좋을텐데.."

"옥석을 잘 가려 낼 수 있을 겁니다. 이이사님의 매의 눈을 누가 피해가겠어요?"

"매의 눈? 제가 그렇게 날카롭게 생겼나요?"


수연 선배가 배팀장을 흘겨봤다. 그 눈빛에 배팀장이 뜨끔하는 것 같았다.


"저.. 좀 무.. 섭긴 하죠. 이사님이."


주연선배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여 목소리가 줄어든다.


"어머! 이과장님!!"


수연 선배의 즉각적인 반응!


"전 아무말 안했습니다.!"

"몰라요. 오늘 점심은 배팀장님이 사세요."

"왜.. 왜죠?"

"타이밍이 안좋네요."

"푸.. 웃.."


수연 선배의 말에 난처해 하는 배영섭 팀장을 보며 주연 선배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일단 시작은 좋다. 물론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되면,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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