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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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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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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2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2.0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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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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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1쪽

까페를 개업하다.

DUMMY

형규형과 나는 미리 이야기를 마친 공인중개사와 함께 까페 입지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는 형규형에게 알려준 장소 말고도, 더 많은 매물들을 보여줬다. 하지만 딱히 쓸만한 장소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가능한 많은 장소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겨울동화>의 세트장이 만들어지는 골목은 거의 이 잡듯이 샅샅히 뒤져버렸다.


"아.. 독하네 진짜.."


거의 3시간 동안 나온 매물이란 매물은 모조리 뒤지고 다니는 나를 보며, 형규 선배가 혀를 끌끌 찼다.


의견을 내지도 않고 꼼꼼하게 건물만 바라보는 내게 부동산 주인도 드디어 지친 모양이었다. 대략 볼 만한 매물은 거의 다 본 것 같아, 나는 형규 선배와 함께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갔다.


"나도 미친 놈이란 소리 많이 듣지만, 너도 진짜 독하다."

"뭐 원래 미친 놈들이 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그래. 큭큭~"


뭔가 형규 선배와는 통하는 게 많았다. 내 눈에 딱 들어오는 건물은 사실 하나 밖에 없었다. 그 보다 더 나은 매물이 있을까봐 열심히 찾아본 것인데, 아무리 찾아도 더 좋은 매물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땀흘리며 돌아다니고 난 후에는, 짭조롬한 제육 볶음이 최고다. 맛있는 백반집에서 푸짐하게 제육볶음을 시켜 먹으면서, 나는 내가 생각한 입지를 형규 선배에게 말했다.


"2층으로 연결된 거기? 거기는 목은 좋지만, 1층 규모가 작아서, 만만치 않을텐데?"

"2층까지 모두 계약하면, 보증금은 그대로고 월세만 40만원 더 달라고 했죠?"

"설마! 2층까지 계약하려고? 인테리어비만 3000천 정도 더 들텐데?"

"그래도 2층은 권리금이 없잖아요. 그 정도 여유 자금은 있어요."


형규형은 머리를 토닥 토닥 굴린다.


"확실히 2층까지 모두 계약하면 낫긴 하겠다."

"평당 200이라는 견적은, 시설비 까지 포함된 거에요. 2층은 그냥 테이블만 놓을 거기 때문에 견적을 따로 받아야죠."

"흠.. 그건 네고가 가능하겠네."

"1층과 컨셉과 가구 스펙 유지하면서, 2층은 평당 100만원이면 충분 할 거에요."

"그럼 실제로는 1500 정도 추가 되는 걸로 보는거야?"

"네. 그리고 1층 공사도 쥐어 짤 수 있는 게 있으면 쥐어 짜봐야죠."

"하아.. 독한 새끼.. 너 혹시 시장에서 자럈냐? 왜 이리 능숙해?"

"뭐.. 평범한 학창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하하`~"


형규 선배가 고개를 절레 저으면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한다.


"좋아. 20평 짜리가 35평으로 늘었네."

"네. 운영계획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거에요. 2층으로 나눠지면 확실히 관리가 복잡하니까요."

"뭐. 일단 비슷하게 운영한 레퍼런스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례 조사 하면 금방 나올 것 같은데?"


정답이다. 역시나 유능한 사람이다.


"스타벅스가 복층을 매장으로 만들고, 1층만 관리하는 걸로 유명해요."

"그래. 스타벅스 운영 방식은 주연이가 잘 정리해뒀더라. 참고할게."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덧 식사를 모두 마쳤다.


"역시 제육이 최고야."

"고기가 진리죠."

"큭큭~ 너 뭘 좀 아는구나."


우리는 밖으로 나오며, 아까 부동산을 다시 들렸다. 부동산 아저씨는 내게 고생을 하도 많이 했는지, 겁 먹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지만 내가 복층을 모두 계약하겠다고 가계약금을 걸겠다고 하자 활짝웃으며 호들갑스럽게 녹차 한잔 마시라고 1회용 컵에 차를 따랐다.


보증금 3000만원에 권리금 2000만원. 그리고 월세 150만원에 복층 계약을 하기로 가계약을 걸어둔 후, 형규 선배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헤어졌다.


----------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미팅은 주연 선배가 주도를 했다.


"여기! 디자이너스의 박수범 대표님이셔. 여긴, 이번 까페의 사장이신 정다정 사정님입니다. 그리고 저 분은 저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협력하고 있는 김형규 씨구요."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박수범이라는 사람은 내가 위아래를 스캔하듯이 바라봤다. 그러더니, 대뜸 하는 말이..


"사업비는 얼만지 아시죠?"


이 놈 봐라. 그러니까 나이도 어린데,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명품도 아니니 깔보는 듯 말하는 것이다 업계 사람들이 자주 하는 기싸움 같은 건데, 이 도발에 형규형이 발끈 했다. 주연누나가 형규선배를 손짓으로 저어하곤, 차분하게 박수범에게 설명한다.


"네. 저희들은 20평 까페를 평당 200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이요? 하아.. 그걸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을텐데.."

"저희가 견적을 드렸잖아요."


박수범이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나이가 어려보이니, 대충 후려치고 남길 만큼 남기겠다는 속셈인데 녀석의 말을 주연 누나가 능숙하게 받아쳤다.


"견적이야 뭐.. 변 할 수 있는 건데요. 그런데 자금 확보는 확실한가요?"

"네. 확실해요. 사업비는 1억을 확보했고, 그 중에서 5천은 매장 구하는데 사용할 계획이고 4천은 인테리어에요."

"흠... 장소는 구하셨어요?"

"홍대에 장소 파악을 마쳤고, 이번 주에 계약 할 계획이에요."

"오.. 본격적이네.."


애들 장난이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는 듯, 박수범이 조금은 더 진지하게 말한다.


"이게 시설비도 포함된 거잖아요. 20평 기준이면 싱크대, 냉장고, 커피머신, 그리고 애어컨까지 포함 된건데, 이걸 빼면 실제로는 2500 밖에 안남아요"


박수범이 이야기하는 설비 비용은 상당히 부풀려져있다.


"그럼 실제로는 평당 125만원이 되는데, 할 수 있는 인테리어는 상당히 제한 될 겁니다. 전화로 이야기하신 컨셉의 인테리어를 하시려면, 평당 1000만원은 더 필요할 거에요."


형규선배가 약간 흥분 한 듯 대답했다.


"저기 저희들이 알아본 바로는 설비비용이 업체 마진 빼고도 1000만원이면 충분한데요?"

"그건 진짜 스펙 낮은 거 쓰는 업체들이에요."

"업체 단가가 아니라, 실제 설비 견적 다 뽑아봤습니다."


형규 선배가 단호하게 말하자. 박수범은 한 걸음 물러서는 듯 말한다. 그래도 여전히 능글거린다.


"저희가 알아본 단가와 다른 것 같네요. 어쨌든 좋은 인테리어를 뽑으려면 이 정도 투자는 필요하다는 거죠."


그리곤 박수범이 나를 바라본다.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좀 거 검토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박수범은 몇 마디 말을 주절 주절 더 이었다.


"진짜 원하시는 컨셉이 규현 하기 어려운 거라서 비용이 들어요. 다른데보다 싼 거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주연선배가 나섰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박수범이 나가자 나는 바로 주연선배에게 피드백을 줬다.


"박수범의 이야기는, 그러니까 우리가 여유 운영비 1000으로 잡아둔 것 중에 500 정도를 더 내놓으라는 이야기에요."

"아. 그런거야?"

"네. 박수범도 우리가 긴가민가해서 찔러본 거겠지만, 제가 볼 때 저 정도 사무실은 시설 포함해서 4000이면 충분하고도 남아요. 이거 충분히 여유 있는 겁니다."

"그래. 신뢰를 준다고 사업비를 말 한게 실수였구나."

"네. 그런 걸 알면, 물어뜯으려 하니까요."


내 말에 형규 선배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진짜 잡아먹으려 드는구나."

"뭐 저 정도야, 별것도 아니에요."


주연선배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듯, 약간 독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로 들어온 회사는 박수범처럼 능구렁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와 달리, 실제로 만나보니 디자이너의 실력이 썩 좋은 것 같지 않았다.


"혹시 기존 디자이너가 일을 그만두신건가요?"

"네.. 한 달 전에 관뒀는데, 새로 온 디자이너 실력도 상당히 좋습니다."


사장의 말에 형규 선배가 화를 냈다.


"아니, 그러면 포트폴리오가 입증이 안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이건 저희 회사 역량으로 만든 거라서.."

"좀 어렵겠는데요?"


형규 선배는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업체 사장의 표정이 굳더니, 생각해 봐 달라면서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 이런 경우 자칫 잘못하면 적을 만들기가 쉬운데..


확실히 서류를 준비 할 때, 완벽에 가까웠던 두 사람이지만 사람을 만나고 실무에 들어가니 약점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매니저 역할로는 저돌적인 형규 선배 보단, 부드럽게 접근하는 주연선배에게 더 강점이 있는 것 같았다.


"후아!! 다시 해야겠네.."


주연선배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이후 주연선배는 나와 형규 선배가 장소 계약을 준비하는 동안 발로 뛰어다니며 30여개 이상의 디자인 회사를 직접 방문하여, 계약을 검토했다


그리고 1주일 안에 5개 업체로 줄여서, 나와 형규 선배가 포함된 테이블을 다시 만들었다.


"우와! 주연이 너 회의 주도 진짜 많이 늘었다."

"오빠는 미팅 할 때, 사람들 몰아 붙이지 좀 마."

"내가 그랬어?"

"어~ 우리 후배들 한테나 그러는 거지, 업체 미팅 할 때 내가 좀 난감해."

"흠.. 그런가?"


주연선배가 시행착오를 거쳐 선정한 다섯 업체는 모두 비즈니스 매너가 좋았고, 말이 잘 통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 2곳과 현장을 방문 한 후 다시 미팅을 가졌다.


나는 형규 선배에게 약속한 대로, 2층 공사를 평당 100만원으로 협상 하려 했지만, 인테리어 업체에서 계속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바람에 평당 150으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 최종 계약을 하게 된 업체는 워낙 실력도 좋고, 의지도 넘쳐났기 때문에 비용을 쥐어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가능한 선에서 그들의 디자인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길 정도였다.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데 3주가 걸렸다. 그 사이에 형규 선배와 주연 선배는 운영계획을 완벽하게 짜왔고, 메뉴와 서비스도 결정되었다. 오픈 하루 전날, 나는 인테리어가 마무리 된 까페를 혼자 찾아 한 번 둘러보았다.


화이트 페인트로 벽의 외부를 색칠하고, 실내는 주로 블랙 계통의 색과 노출콘크리트로 차갑고 세련된 느낌을 만들었다. 회의를 할 수 있게 4인용 넓은 테이블도 있었지만, 혼자 와서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도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10년이 지나면 이런 인테리어는 여기저기에 넘치고 넘치지만, 지금은 작업이 가능한 까페는 많이 없었다.


'이건 된다.'


나는 확신 할 수 있었다. 내일 새로 오픈 할 까페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려서인지, 오늘은 수련도 못하고 그냥 잠에 빠져들어버렸다.


드디어 내일 오픈식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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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5 4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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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5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4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0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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