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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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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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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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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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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3,041

작성
16.12.0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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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9쪽

윗잔다리 살인사건(2)

DUMMY

예상대로 <가을동화>는 시청률 대박을 쳤다. 첫 달 평균 시청률이 30%로, 아무리 주말 드라마라고 해도 역대급 시청률을 갈아치울 기세를 보였다. 그 결과 까페 '가을동화' 또한 사람들로 붐벼 자리 잡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그 결과 '타임스페이스'는 낙수효과를 독특히 누리게 되었다.


커피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가을동화'보다, '타임스페이스'가 인테리어적으로나 커피 맛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하지만 마니아들의 평이 좋다고 '가을동화'를 넘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넘을 필요도 없다.


가을동화를 찾는 사람들은 자리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곳 까페를 찾았다. 그게 우리 '타임스페이스' 이었으며, 이 골목에서 타임스페이스는 분위기와 커피 맛이 독보적으로 좋았다. 아니, 워낙 실력있는 예술가들이 좋은 동네이기 때문에 분위기 좋은 까페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커피 맛은 우리를 따라오는 곳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 까페는 눈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와.. 뭐가 이렇게 바빠?"


손님들이 꽉 찬 걸 보고, 형규 선배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오빠! 일 좀 도와! 바빠 죽겠어!"

"안 돼. 나 웹 마케팅 일 보러 온 거야!"

"아.. 진짜.. 바쁠 때 도움이 안 돼!"


이제 피크 타임 때는 2명의 직원으로는 버거울 정도가 되었다. 매출도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첫 달 평일에 5~60만원 찍던 매출이 7~80까지 치솟아 오르게 되었다. 주말에는 150까지 찍는 일도 생겼다.


주말 정산을 하는 날, 매니저로써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뛴 주연누나는 엄청난 실무 때문에 녹초가 되었다.


"누나, 알바생 한 명 더 고용하세요. 그리고 지금 일하는 친구 1명은 정직원으로 올리구요."

"벌써 그렇게 인건비 비중을 높이게?"

"누나가 정신없이 바쁜 것 보단 나아요. 다른 중요한 일 하셔야죠."


형규 선배의 작업 덕분에 인터넷에서는 '가을동화'와 '타임스페이스'를 비교하는 갑론 을박이 한참이었다. 매니아 층 사이에서는 타임스페이스가 우위에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드라마 후광 때문에 가을동화를 훨씬 선호했다. 이 평가는 드라마가 끝나고 2~3년 후에 바뀌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여기 매장을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아르바이트 생 한 명을 더 고용 하면서, 주연선배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손님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이 돌았기에 테이크 아웃을 해가는 손님들도 점점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을동화'에 들어가려고 긴 줄을 서는 사람들이 점점 '타임스페이스'로 옮겨왔는데, 이제는 '타임스페이스' 앞에서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선 긴 줄이 생겼다.


2개월 차에는 2500만원의 매출을 찍었다. 이 중 이익은 1500만 원가량이 남았다.


"와..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300밖에 못벌어?"


첫 달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주연 선배는 투덜거렸다.


"기업 기준으로 치면, 신입사원 연봉이 3600인건데. 중소기업 정도 되겠네."

"그래서 제가 주연 누나에게 일을 줄이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흠. 그러네.. 그런데 내가 손을 안보면, 불안해서.."


2002년까지만 해도,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들의 대기업 취업률이 아주 나빠진 건 아니었다. 주연 선배는 2달 째가 되자, 근무량과 직장으로써 페이를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형규 선배가 주연선배에게 잔소리를 한다.


"리더십 이론에서 팀장이 자신의 권한을 부하 직원에게 위임하는 걸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 하거든. 주연이 너는 일을 혼자 다 하려 하는데, 그러면 큰일을 못해. 일을 나눠주면서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지."

"이씨! 나도 안다고, 그 정도는. 근데 잘 안 돼는 걸 어떡해!"

"경험 부족이지 뭐."


난데없는 팩트 폭력에 주연선배가 약이 올랐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형규 선배의 어깨를 톡톡 쳤다.


"올~ 형규. 많이 늘었네~"


수연선배다.


"언니!"

"그래. 주연이. 잘 지냈어?"

"네. 아씨. 오빠한테 뭐라 좀 해요. 자꾸 사람 신경을 건드려.."

"주연아. 남자들은 원래 여자를 가르치는 걸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그런 소리 안 들으려면, 네가 두 배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


수연 선배의 말에 주연선배가 형규 선배를 노려봤다.


"두고 봐~"


형규 선배가 어깨를 으쓱 거린다.


"그런데 누나는 웬일이세요?"

"너희 사장님이 불러서 왔는데?"

"응? 웬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감사 인사도 하고,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형규 선배가 좀 의아하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지만, 곧 자기 알바 아니라는 듯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오늘 할 이야기는 끝났지? 난 간다?"


말리는 수연 선배.


"야. 더 놀다가."

"퍽이나 노시겠어요!"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형규 선배를 보며 주연선배가 킥킥 웃는다.


"오빠는 언니만 오면 도망간다니까요."


주연선배도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오빠~ 같이가~"


두 사람이 함께 빠져나가는 걸 본 수연선배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쟤네 둘이 뭐 있지?"

"그런가봐요. ㅋㅋ"

"와. 주연이 저 새침때기 기집애가 형규같이 거친 애를 만날 줄이야.."

"왜요. 형규 선배 매력 있잖아요."

"섬세함이 떨어지잖아. 콩깍지가 쓰였군.."


수연 선배는 1층에서 들고 온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우리 샌님 사장님께서 나를 왜 부르셨을까아?"


자극적인 눈으로 내 눈을 응시하는 수연 선배. 나는 선배에게 매출 현황이 담긴 재무자료를 보여줬다.


"흠.. 이거 주연이가 만든거지? 야무지게도 만들었다."


자료를 넘기던 선배는 약간 놀란 듯 물었다.


"와. 벌써 매출 2500이 넘었어?"

"네. 다음 달에는 3500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자료를 내려놓은 수연선배에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 가게 매각 할 거예요."


수연 선배가 한방 먹었다는 듯 한 표정을 짓는다.


'아.. 정말 매력적이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고 선배에게 말했다.


"4억 정도면 팔리겠죠?"

"사겠다는 사람 널렸겠지."

"그리고 2개점을 더 낼거에요."


수연 선배가 잠시 눈을 허공으로 돌린 후, 생각에 빠졌다. 정신없이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 운영은 네가 해야겠네?"

"네. 당연하죠."

"생각보다 빠르네."

"누나랑 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겠다 싶었거든요."


수연 선배가 피식 웃었다.


"2개 지점 더 만들면, 저랑 일 해요."

"나 몸 값 비싸."

"알아요."


흐음.. 수연 선배는 커피를 연신 들이킨다.


"나 회사 2개월 후에 그만 둘거야. 그리고 다음 학기에는 서울대에서 MBA를 할거고."


한 호흡을 가다듬은 선배는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세리(삼성경제연구소)에서 ERP 연구 들어갔어. 비선(비공식라인)으로 내가 그 연구 프로젝트 실무책임을 맡았거든. 대학원에서 이 연구를 책임지고 진행하게 될 거야. 이미 교수님들과도 협의를 마쳤고."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커리어 설계였다.


'이 사람은 각성을 했어도 S급 각성자가 되었겠지.'


그 동안 간을 보던 수연 선배가 처음으로 내게 뚜렷하게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했다.


"프렌차이즈가 되게 해줄게. 대신 여기에 ERP 프로토타입을 실험할거야. 그리고 결과물은 논문으로 활용될 거고. 이 조건이 괜찮으면 같이 일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전략 이사로 와 주세요. 지분을 20% 드릴게요."

"와. 너 샌님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화끈하네."

"지금이 승부처니까."


수연 선배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귀여운 맛은 없어도, 이것도 나름 매력 있다니까."


심장이 다시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잘 해봐. 사장. 앞으로 잘 부탁할게."


수연 선배가 만든 거센 폭풍에 내 의지로 말을 들여놓는 기분이었다.


'이 맛에 사업을 포기 못하는 거지..'


중요한 이야기가 끝나자,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선배는 내게 대학은 안 끝낼 거냐, 부모님은 잘 계시냐. 등 일상적인 것들을 물었고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응? 근데 저거 김진도 아냐?"


수연 선배가 문득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 저 쓰레기 새끼가, 아직 얼쩡거리네."


선배 또한 김진도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 같다. 선배의 말 대로, 김진도가 우리 까페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걸음걸이나 표정이 이상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가을동화' 까페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뭐지? 저 녀석 실성이라도 한 건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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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무너지다. +5 16.12.04 2,684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6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7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2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0 4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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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5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5 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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