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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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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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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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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3,041

작성
16.12.20 21:34
조회
1,675
추천
27
글자
8쪽

프랜차이즈로~ (4)

DUMMY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한 일주일은 잠도 자지 않고 일을 한 것 같다. 제법 강한 각성자라,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 몰랐다. 하지만 박아연들과 함께 균열을 막을 때, 피로가 몸에 쌓인 게 티가 났다.


"유다정! 오늘 왜 그래!"


별거 없는 상대에게 두 번이나 치명상을 입을 뻔한 내게 추성수가 소리를 쳤다. 성격이 급한 박성하가 내 멱살을 잡는다.


"야! 너 하기 싫으면 꺼져!"


내가 잘 한 건 없지만, 오늘 같은 날 박성하의 성격은 정말 질색이다. 나는 박성하의 손목을 잡고 힘을 줬다. 강화신체의 능력은 내가 더 뛰어났기에, 박성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통증을 참았다. 창을 들고 있는 그의 왼 손이 푸른 마나의 빛으로 감싸이는 게 보였다.


"그만!"


추성수가 벼락같은 목소리로 우리를 만류했다.


"다정씨. 손 놔요."


박아연이 내게 다가와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나는 팔에서 힘을 뺐고, 추성수는 박성하를 만류했다.


나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균열을 막았다. 오늘은 뒤풀이를 갈 기분이 영 아니었지만, 추성수가 나를 질질 끌고 고기 집으로 향했다.


박성하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박아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추성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기를 먹고 독한 소주를 들이켰다.


"이 새끼가, 실연이라도 당했나.."


박성하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그러다가 문득, 진짜 그런 거냐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귀찮아..'


내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박성하가 진짜 그런 거냐면서 박아연의 눈치를 봤다. 박아연은 박성하에게 묻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고 그 사인을 개똥으로 들은 박성하는 지가 소주를 벌컥 벌컥 마시더니 내게 쏘맥을 한 잔 말아 건넸다.


"얌마! 힘든 일 있음 형한테 말을 했어야지! 마셔 임마!"


평소 술도 잘 못 마시는 녀석이, 꼴에 형이라고 날 위한답시고 저렇게 오버를 한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정씨.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오늘 너무 피곤해 보인다. 요즘 바쁜 건 아는데, 쉬는 날도 있어야해. 알잖아."


박아연의 부드러운 위로가 마음을 파고들었다.


'상처를 받은 건가?'


분명 그런 것 같다. 그날 밤 수연 선배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내게 고백을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와 같은 방식으로 거절을 했다. 우리는 미소를 띤 얼굴로 차를 마셨고, 수연 선배가 먼저 일어났다. 까페의 문을 열 때 그녀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왜일까?'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다. 비록 60년을 살았다고는 하나, 지금 나는 생명력이 가득한 새로운 신체에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과 비슷한 감정을 수십 년 전에 느껴본 것 같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내가 도저히 기억 할 수 없는 감정이었고, 젊어진 몸에는 면역력이 없었다.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도 있었잖아."


혼자 연거푸 소주를 마시던 추성수가 말한다.


"얌마! 세상에 여자가 어디 한 둘이야? 그런 걸로 인생 버리는 바보 같은 놈들이 있는데, 형이 아는 우리 다정이는 절대 그런 덜떨어진 놈이 아니야. 그렇지?"


박성하의 말에 이제 박아연도 에라 모르겠다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제 멋대로 지껄이는 박성하의 말이 어쩐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는 말없이 술을 더 마셨다.


회귀를 한 이후 처음으로 술에 취했다. 박성하가 2차를 가자, 3차를 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 추성수가 나를 붙잡고 한 마디 했다.


"다음 헌팅에는 빠져. 정신 수습하면, 먼저 연락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균열을 처리하는 각성자는 작은 방심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적어도 오늘 나는 실격이었다. 추성수는 괜찮다는 듯,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런 나를 박아연이 걱정스럽다는 듯 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괜찮아요. 좀 쉬다 올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박아연. 나는 느린 걸음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수연 선배는 내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만남은 공식적인 업무를 보는 자리로 제한되었고, 주로 사무적인 말들만 주고받았다. 이게 편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찢어지는 것처럼 아픈 걸까?'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정신없이 뒹굴다가, 흙투성이가 되어 그대로 땅에 대자로 뻗어 누워버렸다. 울컥 눈물이 흘렀다.


그녀를 거절하긴 했지만,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꽤나 깊었던 것 같다. 갈피 없이 흔들리는 마음이 무척이나 쓰리다.


--


"밥은 먹었어?"

'응. 넌?"

"거짓말 하지 말고. 밥은 먹었냐고."

"먹었다니까."


고은이가 나를 노려본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난 안 먹었어. 같이 먹으러 가."

"난 먹었다니까. 혼자 먹고 와. 지금 일 해야 해."

"같이 가자니까!!!"


고은이가 소리를 쳤다. 내게 이렇게 화를 낸 건 처음이다.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주연 선배가 내게 다가와 눈짓으로 함께 나가라고 말한다. 고은이는 내 팔목을 잡고 까페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냐가 나를 데려 간 곳은 동남 대학교 앞의 작은 밥집이었다. 먼 기억을 더듬어보니, 조미료도 많이 쓰지 않고 집밥 같은 밥을 내어왔기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고은이는 생선구이를 2인분 시켰다.


그녀는 젓가락질이 서툴러 뼈를 발라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낑낑거리며 뼈를 발라내는걸 보며, 나는 대신 생선을 발라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젓가락으로 내 젓가락을 툭~ 하고 쳤다.


한참 동안 생선을 다 발라낸 후, 두툼한 고등어 살을 내 밥 위에 얹었다.


"먹어.."


그녀의 눈빛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계속 내게 생선과 반찬을 올려줬다.


"내가 먹을게."

"싫어."


나는 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그제야 고은이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말없이 골목을 걸었다.


"작년에 말야.."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


"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나서 너랑 저 백반집에서 생선구이를 먹었잖아. 그때 내가 젓가락질 못한다고 네가 생선뼈를 대신 발라줬는데.. 이름처럼 참 다정하다 싶기도 했는데. 네 표정이 참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고."


그녀의 목소리가 반쯤 잠겼다.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눈에서 맑은 눈물이 그령이고 있다.


"그땐 너 참 얼빠졌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실컷 놀려주자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표정이 무너질 것 같았다. 나는 고은이를 안았다. 그러자 고은이가 내 품에서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얼빠졌다고 생각했는데.. 흑흑~"


그녀가 주먹을 쥐고 내 가슴을 때렸다. 각성자의 힘은 조금도 들어가 있지 않은 가녀린 소녀의 주먹이다. 조금도 아프지 않았지만, 마음 속 한 켠에 또 다른 상처가 파고들었다.


"너 같은 게 왜.. 흑흑~ 정말 싫어.. 싫다구.."

"미안해.."


고은이는 나를 한참 동안 때리더니, 양 팔로 허리를 감싸 꼭 끌어안았다.


'유다정. 이게 무슨 사치냐. 정신차려.'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떨리는 그녀의 몸을 한 손으로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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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bluesun
    작성일
    16.12.20 23:04
    No. 1

    이게 이해가 안되는건 나뿐인가? 자기가 거절하고 실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허란
    작성일
    16.12.20 23:20
    No. 2

    아. 주인공 유다정이 김수연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는 여러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연애를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김수연은 그걸 담담하게 어른스럽게 담담히 받아들인 설정입니다. 그래서 거절을 하고도 유다정이 실연을 당한 것 처럼 마음이 복잡하고 아픈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 표현이 부족했나봅니다. 모처럼 연참 욕심이 글을 연이어 내질렀더니, 충분히 신경쓰지 못한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쇼핑중독자
    작성일
    16.12.21 11:03
    No. 3

    저도 이해가 안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허란
    작성일
    16.12.21 11:19
    No. 4

    흠.. 이 부분 좀 보완해봐야겠네요.
    의견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17.02.05 21:20
    No. 5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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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윗잔다리 살인사건(3) +1 16.12.06 2,073 38 7쪽
47 윗잔다리 살인사건(2) +1 16.12.06 2,062 38 9쪽
46 윗잔다리 살인사건(1) +7 16.12.05 2,288 4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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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균열에서 +3 16.12.05 2,668 49 11쪽
43 무너지다. +5 16.12.04 2,684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6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8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3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1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6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5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1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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