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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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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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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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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41

작성
16.12.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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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0쪽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DUMMY

김진도는 그날 이후 까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게도 망하는 건 아니었다. 딱 목에 적합한 만큼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잘 되지도 않고, 크게 망하지도 않을. 우리 가게와 비교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타임 스페이스>는 순항이었다. 스니저 집단을 적절하게 공략하는데 성공했고, 웹툰을 통해 광범위한 홍보 효과를 올리면서 까페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 여기저기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주말에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 이상 찍혔고, 평일에도 50만원 선을 오갔다.


계산기를 톡톡 두드리는 주연 누나. 첫달 매출은 1500만원 가량을 찍었다.


"꺄악!!! 우리 장난 아냐!!"


주연누나가 활짝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에 월세빼고, 인건비 빼고, 관리비 빼고, 자재비 빼면.. 남은 이익이.. 800만원 정도네.. 흠. 그럼 오빠랑 나는 160만원씩이야. 맞지?"


주연 누나의 볼이 발그랗게 변했다. 160만원이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 그 가치는 다르다.


"두 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형규 선배도 씨익 미소지었다.


"와. 이거 처음 해본 건데, 장난 아니긴 하다."

"그래도 오빠. 재미있었지?"

"끝내줬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지 손가락을 척 세우는 형규 선배. 두 사람이 없었다면, 까페가 여기까지 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까페 운영을 위한 실무는 대략 정리가 되었다. 이제 나는 보고만 받으면 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실무가 단순해지면, 사장은 사업을 어떻게 더 키울지를 궁리한다. 이제 나는 서서히 프렌차이즈를 생각 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프렌차이즈 준비는 당분간 나 혼자 해야 했다. 이제 1개월 지난 까페 영업장 하나로 프렌차이즈를 말하는 건, 남들이 보기에 허황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일 수록, 낯선 환경에 거부감을 심하게 보이는 법이다. 형규 선배와 주연 누나는 단순한 사업계획서의 로직 만으로 프렌차이즈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을 만큼 경력이 풍부하지 못했다.


나는 하루 2시간을 저녁에 남아 프렌차이즈 구상에 힘썼다. 까페와 관련된 실무는 형규 선배와 주연누나가 처리를 했기 때문에, 나는 보고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남는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은 프렌차이즈 구상에 투자 할 수 있었다.


'흠.. 역시 원두의 질을 높이니, 원가가 만만치 않구나.'


나는 지금은 원두를 대학로의 커피 원두 전문점에서 사서 쓰는데, 사업이 확장 될 수록 원두 관리를 직접 해야했다. 로스팅 공장을 만들고, 품질을 균일하게 만들지 않으면 이는 향후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컸다.


'지금 처럼 외부에서 구입해 쓸 수 있는 건 맥시멈 5호점까지다. 그 이후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너무 커.'


비용과 시간과 필요한 각종 자원들을 정리하며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어이. 유사장. 장사는 잘 되?"


아.. 수연 선배다. 의외의 방문객이다.


"뭘 그리 놀래."


선배는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내 앞에 앉았다.


"흠..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원두 관리는 어떻게 하는거야?"

"관리 잘 하는 곳에서 사서 쓰고 있어요."

"이야. 그거 비쌀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고민의 핵심으로 치고 들어왔다. 역시 흥미로운 사람이다. 나는 사업계획서를 쓰던 노트북을 접고,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로진 컨설팅에서 선배는 1년 간 프렌차이즈 컨설팅을 했고, 2년 동안은 경영 전략 컨설팅을 하며 대기업들을 관리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커리어 패쓰를 위해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실력도 없는 놈이 남자란 이유로 나보다 승진이 빠르더라구. 한계를 본 거지."


매혹적인 눈이다. 자신감이 가득찬 얼굴로 나를 가늠하듯이 바라보는 미소. 결국 내가 졌다.


"여긴 2호점을 내려 하고 있어요."

"알아. 빠르면 앞으로 1개월, 늦으면 반년 정도 걸리겠지."

"지금 제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지 아시겠어요?"


유치한 질문이다. 내가 미소를 짓자, 수연 선배가 썩소를 날리며 말한다.


"어디서 어린이 코스프레를 하고있어."


과자를 하나 집어 먹는 수연 선배는 한 호흡을 고르고, 내게 말했다.


"지금 생산관리가 제일 약하지? 커피는 신선한 생두를 쓰는데 생산시설이 없잖아."

"네. 맞아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너 처럼 품질에 집착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는 컨셉으로 먹고 들어가는 사업체지, 품질 중심이 아니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벅스랑 비교하면 생산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네가 2배는 높을껄? 커피 값은 별 차이가 안나는데 말이지. 그리고 관리가 엉켰을 때, 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 리스크도 크고."


이번에는 수연누나가 내 눈을 바라본다. 자신이 제기한 물음에 대답 해 보라는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스타벅스랑 비교하면 그래요. 하지만 치킨 프렌차이즈와 비교하면, 생산원가가 30% 밖에 안되죠."


내 말에 수연 선배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이 신선 식품을 공급할 때 하루 3번 제품이 들어가요. 거점을 잡아서 영업점을 확장시키면, 물류 비용은 줄이고 신선도는 유지 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원가가 스타벅스에 비하면 비싼 건 맞아요. 하지만 이 사업의 주요 수익원은 커피 판매가 아니에요."


수연누나가 빈 커피잣을 들었다가, 잔에 입을 대기만 했다.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 모델이야?"

"네. 가맹점입니다."

"와꾸는 맞네. 여기 인테리어가 좋으니, 인테리어 비용에서 많이 남길 수 있을 거야."

"맞아요."

"그래도 생산 관리가 불안한데?"

"맞아요. 생두가 제일 좋은 시기가 로스팅 하고 15일이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어려울거에요."

"스타벅스에서는 원두 관리를 어떻게 하는 지 알아?"

"3년 전에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도입했죠?"


수연선배가 드디어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겼다. 짜릿한 승리감이 등 뒤를 관통해 흘렀다.


"미친..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름 서치를 열심히 해요."

"내가 로진에서 스타벅스랑 ERP 개발한 담당자였던 건 알고 있었어?"

"아뇨. 처음 들었어요."


수연 선배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ERP 시스템은 기업에서 분화된 각 영역을 하나의 통합된 관리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인사, 재무, 생산이 각각 독립해서 운영되면, 상호 소통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 될 수 밖에 없다. ERP는 이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만든다.


프렌차이즈에서도 ERP가 중요한데, 원산지에서부터 가공과 유통, 그리고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것이 분산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발견하기도,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 해결 과정을 거처야 한다. ERP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 모든 과정이 한 큐에 해결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믄제는 ERP가 한국에 도입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거리긴 한데, 국내에서는 삼성이 제일 처음으로 ERP 시스템을 확립했고 그게 월드컵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연선배가 로진에서 ERP를 해봤다는 건, 삼성전자보다 더 빨랐다는 것을 뜻한다.


"아악! 이거 왠지 내가 기빨리는 느낌인데.."


수연 선배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랑 일해볼래?"


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렇게 감미로운 제안은 처음 들어봤다. 물론 그녀가 연애인 뺨치게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도 지금 내 감정을 만드는 데 한 몫 한 것 같다.


"누나가 하시기에 스케일이 너무 작아요."

"키우면 되지."

"확신은 못해요."

"샌님~ 진짜."


진짜 과감한 사람이다.


"우리팀 팀장 보다 더하다니까."


수연 선배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박성권 기자님! 안녕하세요. 저 이수연이에요! 통화 괜찮으세요?"

"아. 괜찮죠. 무슨 일이세요!"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핸드폰 사이로 흘러나왔다.


"지난 번에 IT 분야 이외의 청년 사업가를 소개 해달라고 하셨잖아요."

"아. 그런 사람이 있나요?"

"네. 최근에 홍대에서 까페를 개업한 친군데요. 이제 나이가 21살이에요. 앙트레프레너십(사업가정신)이 장난 아니에요."

"오~ 괜찮겠네요. 이수연 매니저님 추천인데, 괜찮겠지요."

"네. 그럼 제가 연락처 드릴테니, 연락 한 번 해보세요."


전화를 끊은 수연 선배는 나를 보며 말한다.


"중앙일보 경제부 박성권 기자야. 청년사업가 특집을 만들고 있는데, 너 인터뷰 가능하지?"

"어? 제가 아직 그런 곳에 나갈 군번이 안될텐데요?"

"당연히 안되지."


수연 선배가 짐을 싸며 일어날 채비를 했다. 마지막까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3대 일간지 기자를 내게 꽂아줬다고 시위 하는 중이다.


"나 이만 간다~"


뭔가 폭풍우가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박성권기자인데요. 유다정씨 핸드폰 맞습니까? 이수연씨 소개로 전화드렸습니다."


아니, 폭풍우가 몰려 오는 중인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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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각성자도 주말 알바 합니다. +3 16.12.05 2,477 39 9쪽
44 균열에서 +3 16.12.05 2,667 49 11쪽
43 무너지다. +5 16.12.04 2,683 50 7쪽
»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5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5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7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2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0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1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5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4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0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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