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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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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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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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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2.0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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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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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9쪽

각성자도 주말 알바 합니다.

DUMMY

이카론을 잡은 우리는 다시 헬기를 타고 각성자 관리국이 있는 동대문으로 내려갔다. 전투로 엉망이 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보수를 받았다.


"유다정씨는 C급 각성자로 등록되어 있으니.."


내 보수를 C급 각성자 몫인 500만원으로 퉁치려 하자, 박아연이 반박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거에욧. 이번에 유다정 각성자가 없었으면, 몰살 당했을 수도 있다구요."

"하지만 규정이.."


공무원 새끼들이 하는 짓이 늘 똑같다. 보다 못한 추성수가 나선다.


"에이. 감시국 차장님 바꿔봐."


전화를 건 추성수가 거센 목소리로 항의를 한다. 예외조항과 태업까지 선언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공무원이 저래도 되나..'


빡세게 항의하는 추성수의 모습은 전혀 공무원스럽지 않았다. 다시 보수를 지급하는 공무원이 전화를 받고, 간단하게 내 강성능력 테스트가 있었다. 그제서야 B급 각성자 급여인 1500만원이 지급되었다.


"하.. 새끼들, 일 한 번 복잡하게 만드네.. 귀찮게 시리.."


지켜보고 있던 박성하가 꿍시렁 거린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보수 지급을 마무리 하고, 근처에 있는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고깃집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는데, 절반이 각성자로 보였다.


'시발.. 여긴 뭐 하는 곳이지?'


심지어 사장님조차 만만치 않은 각성자로 보이는 고깃집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내가 각성자 부대로 되돌아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셔! 오늘 고마웠는데, 막판에 스트레스 받았지?"

"선배님이 잘 해결해주셨는데, 스트레스랄게 있나요."

"하! 말 참 곱게 하네. 마음에 들어!"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진, 돼지 껍데기가 포함된 오겹살을 한 점 입에 넣었다. 쫄깃쫄깃하고, 부드럽고 담백한 오겹살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와! 고기 진짜 맛있네요."

"큭큭큭. 여기 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놈들이 오는 것이야!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고기 쓸걸? 아마?"


그러니까 여기는 중세 유럽이나 판타지 세계로 치면 용병들이 오는 술집 같은 셈이다. 많은 돈을 벌지만, 목숨을 걸고 일하기 때문에. 전투 후에 돈 걱정 없이 맘껏 퍼먹으면서 긴장을 푸는 곳 같은 거 말이다.


"야. 근데 넌 몇 살인데, 벌써 B+를 찍은거냐?"

"이제 21살이에요."

"각성자 시작한 지 몇년 됐는데?"

"2년이요. 이면세계 각성자였어요."

"하.. 2년 만에 B+? 이 놈도 미친 놈이구만.."


사실은 반년 조금 더 걸린 시간이었지만, 박아연은 내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위화감을 조성 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는 2년 정도로 말하는 게 좋을 것이라 충고를 했었다. 내가 대충 둘러대자, 박아연이 박성하에게 시비를 걸며 화제를 돌린다.


"야! 성하 너! 원샷 안한거야? 이 츤데레 같은 놈이!"

"아. 누나. 그냥 마셔~ 왜 귀찮게 이래."

"내가 어딜 봐서 니 누나야. 액면가를 봐바. 우리 좀 양심적으로 살자."

"내 액면가가 어때서!"


액면가 이야기가 나오니 박성하가 발끈한다. 그런데 발끈 할 만 하다. 나는 중년 탤런트 오재명 아저씨가 툭 튀어나온 줄 알았으니.


"큭큭~ 귀엽다고 임마!"

"아 쫌"


박성하가 남은 술을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좋아! 성하도 마셨으니 우리 모두 건배!"

"아씨! 나 방금 원샷했잖아!"

"어. 그러니까 또 하라고!"


추성수가 다시 술 한잔 따르니, 박성하가 또 술 한 잔 들이켰다. 박아연이 키득 키득 웃고, 추성수도 웃기다는 듯 박성하를 바라봤다.


"박성하 이놈이 아연이한테는 못당한다니까."

"오빠. 누가 들으면 내가 애 잡아먹는 줄 알겠어?"


재미있는 조합이었다. 박성하는 또 고기 한 점 집어 먹으며, 씩씩거렸다. 박성하는 화염공격과 강화신체, 2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각성자였다. 그가 사용하는 창술은 굉장히 독특했는데, 강화신체와 화염공격. 모두 B0정도 되는 능력이었지만, 이 2가지 스킬이 창술로 결합을 하면 A- 등급의 위력을 냈다.


"나도 처음에는 강화신체로 격투술을 하려 했거든. 그런데 나한테 맞는 창술을 발견했고, 그 다음에는 딴 생각 안하고 그것만 집중했어."


박성하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는 10년 전에 각성했고, 2년 만에 화염창 기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계속 화염창만 연마했다고,


'수련법도 꽤 다양하게 있구나.'


박성하는 제법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겉으로 보면 좀 까칠하긴 하지만, 정이 많고 투박하고 올곧다. 박아연은 이들과 5년 째 교류를 하고 있지만, 그 동안은 자신의 능력이 너무 약해서 팀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제는 뭐 나도 제법 하니까."


그녀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B- 등급이면, 어딜가도 부족하지 않은 각성자다. 각성자 세계는 피라미드와 같아서, 상위로 갈 수록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B급 각성자가 은근 할 일이 제일 많다.


"이제 아연이도 팔자 폈지."

"치. 피긴 뭘 펴. 각성자 생활이라는 게, 언제 모가지 날아갈 지 모르는 건데."


박아연이 또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균열이 많이 생기지?"


박성하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놀러 다니지도 못하고 매일 경계태세야."

"얌마. 일 많으면 우리야 좋지. 요즘 월에 1억 넘게 벌지 않아?"

"클럽 갈 시간 버려가며 일 하면 뭐 합니까? 아재요?"

"이 새끼가 까불기는.."


추성수가 박성하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니, 박성수가 씩씩 거리며 추성수를 째려보다가, 추성수가 '뭐 임마~'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니 꼬리를 내리고 소주 한 잔을 더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며 박아연이 쿡쿡 거린다.


"애라니까. 애야."


뭐랄까.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걸고 싸우기만 했던 내겐, 이런 각성자들의 유대가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분명 게이트 시대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요즘 균열이 많아졌나봐요? 사실 오늘도 좀 위험해 보였는데.."


오늘 전투는 전력상으로는 각성자 팀이 우위였지만, 그래도 전투 상황에 따라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전투였다. 내가 알기로, 균열관리의 전력 기준은 승리가 아니라 부상자 발생 여부다. 그러니까 이기는 건 당연한 거고,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전력을 여유롭게 구축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 전투는 만약 내가 참전하지 않았다면, 부상여부는 둘째 치고 승리도 아슬 아슬 할 수 있었다.


"요즘 장난 아니긴 해요. 평소 일이 없는 S급 각성자들도 비상이 걸려 A급 균열을 쓸고 다닌다던데요?"

"갑자기 왜 그런거죠?"


박아연이 어깨를 으쓱이자, 추성수가 말한다.


"10년에 한 번 주기로 몬스터 웨이브가 있긴 한데, 이번에는 그 주기가 2년 이상 앞당겨 졌고 웨이브 수치도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


추성우가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면서 말한다.


"대신 뭔 일인지, 요즘에 각성자 숫자가 많이 늘어나서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긴 한데 아슬아슬 한가봐. 균열 대응한다고, 다정이 처럼 관리가 안되는 경우도 많고."


이번엔 잘 구워진 고기를 한 점 상추에 싸서, 마늘과 쌈장을 올려 입에 넣는다. 박성하가 추성수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 살인사건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게 각관(각성자 관리국)으로 넘어왔나봐."

"응? 살인사건이 왜?"

"그게, 레이더에는 안잡히는데 사건 현장에 이능력 흔적이 계속 발견되는 것 같더라구. 여하튼 이래저래 각관이 비상이야."

"왠일이야.."


추성수가 내게 술을 한잔 따랐다.


"다정아. 너 우리 팀이랑 같이 한 번 일해보지 않을래? 이번 웨이브에 꽤 짭짤하게 벌 수 있어."


솔직히 각성자를 관리하면서 버는 돈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균열은 조금 관심이 있었고, 이 팀과는 교류를 좀 하고 싶긴 했다. 혼자 고립되어 있으면, 정보나 트렌드 같은 것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되요. 다정씨 바빠요."


박아연이 막아준다. 그녀의 말대로 시간이 제일 고민이었다.


"아이씨. 그럼 주말 알바만 하던가. 우리도 평일에는 너보다 쎈 파트너 있거든."


박성하, 시발놈이.. 말 참 곱게 한다. 박아연이 내게 말했다.


"흠. 주말에 열리는 균열만 참여하는 건 어때요? 저희와 함께 하는 파트너가 주말에는 부모님 때문에 레이드를 할 수 없어서, 전력에 공백이 좀 있어요."


각성자가 주말알바라니. 이거 괜찮은데?


"주말에만 하는 거는 괜찮네요. 제가 아직 잘 몰라서, 폐를 안끼칠 지 모르겠어요."


나는 21살 젊은 청년 답게, 아주 예의바르게 대답을 했다.


"빼기는. 시발놈이. 마셔 그럼."


하아.. 박성하 이 새끼. 나쁜 놈이 아닌 건 알겠는데, 나랑 좀 안맞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의기투합을 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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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프랜차이즈로~ (4) +5 16.12.20 1,676 27 8쪽
53 프랜차이즈로~ (3) +3 16.12.20 1,684 26 9쪽
52 프랜차이즈로~ (2) +6 16.12.08 2,375 42 9쪽
51 프랜차이즈로~ (1) +2 16.12.07 2,111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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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윗잔다리 살인사건(4) +2 16.12.06 2,194 40 8쪽
48 윗잔다리 살인사건(3) +1 16.12.06 2,073 38 7쪽
47 윗잔다리 살인사건(2) +1 16.12.06 2,062 38 9쪽
46 윗잔다리 살인사건(1) +7 16.12.05 2,288 41 7쪽
» 각성자도 주말 알바 합니다. +3 16.12.05 2,478 39 9쪽
44 균열에서 +3 16.12.05 2,668 49 11쪽
43 무너지다. +5 16.12.04 2,684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6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8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3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1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6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5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1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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