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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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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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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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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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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의 도발

DUMMY

내가 섭외한 웹툰 작가는 슬로우 캣과 파페로테 메모리였다. 이미 웹툰 만이 아니라, 출판에서도 흥행 대박을 터트린 두 작가는 각기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참 유행에 민감한 주연누나였기에, 두 사람을 바로 알아본 것이었다.


둘 모두 서정적이고 잔잔한 웹툰을 그리기 때문에, 우리 가게와 컨셉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의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은 하루 10만명이 넘었다. 내가 원한 노출량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아직 웹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마케팅 비용은 저렴했다. 회당 50만원씩, 4회씩을 계약했다. 2개월에 거쳐 총 8회. 400만원의 지출이 나갔다. 이 모든 일은 주연누나가 주도를 했다. 주연누나는 작가와 미팅을 할 때면, 언제나 룰루 랄라 콧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형규 선배가 그렇게 좋냐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주연누나. 다음 주 부터 웹툰 연재 시작하는 거죠?"

"응. 슬로우 캣이 먼저 시작 할 거고, 그 다음 주가 파레로테 메모리야."

"저희 블로그에 연동은 하는 거죠?"

"응. 야. 그런데 너 진짜 이런 로그 형식의 홈페이지는 어떻게 생각해낸거야?"

"요즘 미국은 블로그가 대세에요."

"진짜 이런 거 서치 하는 거 보면 놀랍다니까."


누나는 특유의 집중력으로 스토리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신경써갔다. 광고 웹툰이라는 게 쉬워보이지만 은근히 독자들에게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주연누나는 이걸 줄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만드는데 골몰했다. 그녀의 노력을 작가들도 높이 산 것 같았다. 덕분에 결과로 나온 작품들은 광고 웹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았다.


슬로우캣에 연재가 시작된 이후, 블로그의 방문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루 2~30명이 찾아온 블로그가 5만명 이상이 방문해 서버가 다운 될 뻔 했으니 말이다. 블로그 개발을 맡은 형규형이 난색을 표했다.


"미안 미안. 이렇게 많이 몰려 올 줄은 상상도 못했네."


저 완벽주의자 형규형이 예상을 못했을 정도로, 슬로우 캣의 파급력은 강했다. 사람들은 슬로우캣에서 우리 <타임스페이스>에 대한 정보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커피 매니아들 사이에 퍼진 정보를 살펴봤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매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까페니, 데이트를 하기 위해 한 번 즈음 와봐야 하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다정 임마가 진짜 소름 돋는게 뭔지 알아? 주연아?"

"뭔데?"

"주력 상품이 에스프레소라는거야. 난 처음에 에스프레소 하길래 한국에서 누가 먹냐 싶었거든."

"나도 그 생각 했었어. 에스프레소 우리 나라 사람들 인식이 별로 안좋잖아."

"그니까. 그게 틈새시장이었던거야. 다정이는 에스프레소를 팔려고 한 게 아니라, 에스프레소를 미끼로 쓴 거거든."


정답이다. 나는 형규형의 분석을 들으며 씨익 웃었다.


"와. 우리 사장님 웃는다. 오빠 이야기가 맞나봐. 계속 해봐."

"그러니까, 커피의 질을 올리는 게 이게 생각보다 힘들거든. 핸드드립 같은 건 완전 장인정신 없으면 못한단 말야. 아르바이트생이 핸드드립 하는 곳은 백프로 맛이 없어. 그런데 에스프레소는 관리만 잘 하면 충분히 맛잇거든."

"아.. 그러니까, 에스프레소가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었다는 거네?"

"그래. 에스프레소 아니었으면, 절대 스니저를 움직일 상품을 우리가 개발 할 수 없었을거야. 안그래 유다정?"


나는 형규형 선배에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줬다.


"오빠. 솔직히 다정이가 준 자료들 보면서 진짜 공부 많이 한다니까? 다니엘 핑크라는 사람은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도 않은 사람인데, 얘가 나한테 원서를 넘기는 거야. 스니저라는 말 오빠도 처음 듣지? 그리고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국내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있었나?"

"너 이자식! 도대체 정체가 뭐야!"


두 사람은 신기해 하면서도, 사업판에는 가끔씩 괴물 같은 캐릭터들이 몇 년에 한 번씩 나타나기 때문에 나를 그런 존재로 인지하는 것 같았다.


"아.. 진짜. 두 분이 다 만드신 거에 저는 숟가락만 올린 거잖아요."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임마"


형규형은 이렇게 웃지만, 아직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드라마 <겨울동화>가 시작하고, 그 이후 이 골목은 전체가 <겨울동화> 특수를 누리게 된다. 그때가 되면 진짜 까페에 몰리는 사람들이 폭발 할지도 모른다.


"아. 그런데, 우리 까페 도로 건너에 또 다른 까페가 생기더라? 오빠, 그거 봤어?"

"아.. 그거? 하유,.."


형규 선배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거 김진도가 하는 거야. 나보고 매니저 할 생각 없냐고 연락왔더라."

"뭐? 진도선배가? 대체 왜?"

"몰라. 여기 까페 연 거 보고 자극 받았나봐."

"근데 오빠 왜 안갔어?"

"내가 미쳤냐? 까페 매니저 하려고 이 프로젝트에 껴든 거 아니잖아. 그리고 벌써 프랜차이즈 경력자들 잔뜩 데리고, 판 다 짜놔서 내가 할 일도 없어."

"와.. 그런데 좀 그렇다. 우리랑 경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에이. 바보 같은 놈. 업자들한테 속아가지고. 입지도 개판이고 그래. 돈만 날릴 거 같아."


형규형은 반건조 오징어 안주를 좋아한다. 몸통을 한줄기 주욱 찢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며 우물우물 씹었다.


"야. 거기 인테리어 누가 하는 줄 알아? 디자이너스래. 박수범 기억나?"

"아.. 그 꼰대? 왠일이야!"

"진도 아버지랑 아는 사이였나봐. 우리한테 그렇게 뻣뻣하게 대하더니, 진도한테는 완전 굽신거리는게 보고 있기 역겨워서.."

"와.. 갑자기 진짜 짜증난다."


주연선배도 화가 나서 그런지, 두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근데 원래 진도 선배 이런 까페 같은거 관심 없지 않았나?"

"에휴.. 다정이가 김진도 자존심을 좀 건드린 것 같다."

"왜? 고은이 때문에 그래? 웃겨 진짜! 진지하게 만날 것도 아니면서. 진짜 재수 없다!"


형규 선배가 다시 술을 벌컥 벌컥 마셨다.


"여하튼 난 솔직히 진도랑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고, 다정이 너도 좋고 그래."


형규 선배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김진도는 재력가고, 그와 거리를 둘 이유는 누구에게도 없다. 불편해지기 싫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규 선배는 기획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거의 다 했다. 형이 내게 지켜야 할 예의는 김진도에게 노하우를 전하지 않는 것 정도 일 것이다.


"네. 이제 선배는 하실 일 거의 다 하셨어요. 서서히 물러나셔도 되요."


하지만 난 이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이제 대충 프로젝트도 어레인지 되었으니까, 괜찮을거야. 그리고 앞으로 남은 5개월간 필요할 때 에프터 서비스는 확실히 할 거니까."

"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해요."


나는 형규 선배애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


"다정사장님! 저는 좀 더 하고 싶어요. 홍보도 재미있고, PM은 아직 할 일이 많은 거 같아요."

"아. 좀 존댓말 좀 하지 마세요."

"뭐 어때! 멋진 사장님인데.. 키키~"


형규 형이 주연누나의 말을 받았다.


"나는 까페나 프렌차이즈나 내가 하려는 일이 아니라서, 이번에 경험삼아 한 거지만. 주연이는 조금 더 해도 좋을 것 같긴 해. 그런데 다정이 너가 급여 부분은 좀 조절 해주야 할 거다."

"네. 까페 사정 누구보다 더 잘 아시니까, 주연 선배 하시고 싶으신 일이랑 관련해서 생각하시는 적정 급여 제게 말씀해주세요. 조금 더 도와주시면 저야 좋죠."

"진짜? 나 과외 하던 거 이제 다 접고 알바는 이것 만 하면 되겠네!"


주연선배가 환호성을 질렀다.


---


김진도가 까페 오픈을 준비하는 이야기는 나 역시 알고 있었다. 우리 까페 바로 도로 건너편에서 까페 공사를 하고 있는데 내가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하지만 나 역시 형규 선배와 똑같은 판단을 하고 있었다.


까페의 입지라는 건 도로 하나 건너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도로를 마주하고 있다고 같은 목이 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김진도의 까페는 다음 달 부터 시작될 <겨울동화> 특수를 누리지도 못할 지역이었다.


'내가 자존심을 건드리긴 했나보군.'


과거 내 약혼녀를 빼앗길 때도 그랬다. 김진도는 그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짓이기려 했다. 너무 오래 지난 일이지만, 그때 일은 여전히 내게 더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2층 까페에 앉아, 김진도의 까페를 바라보았다. 인테리어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꽤 화려한 조명을 반짝이는 까페에,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내가 익숙한 사람이 한 명 보였다.


'고,.. 고은아..'


까페 안에서 김진도가 고은이의 팔을 잡고 실갱이를 하는 장면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녀석의 까페로 튀어나가버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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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5 43 10쪽
»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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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2 4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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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5 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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