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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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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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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6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2.05 08:06
조회
2,667
추천
49
글자
11쪽

균열에서

DUMMY

몸의 변화를 느낀 나는 수련실로 내려갔다. 차가운 수련실 바닥에 앉아서 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마나에 정신을 집중했다.


'역시 B급을 상회하는 마나..'


나는 일어나서, 허공에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전력을 다 한 일격이었다. 내 주먹은 공기에 벽 처럼 부딪쳐, 공간을 깨는 듯한 타격음을 만들었다. 강력한 마나가 내 주위에 공기를 때려, 일순간 그것이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면세계에서 마나가 실린 검으로 호수가 베엿듯, 공기 덩어리가 조각나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쿠르르르릉~"


내 일격은 건물에도 충격을 준 것 같았다. 전에는 아무리 충격을 줘도 꿈쩍없었던 결계가 휘태롭게 흔들렸다.


'벽을 때리면, 이 정도 결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구나..'


아마 내가 애써 구입한 집도 함께 무너져버릴 것이다.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아침을 먹을 생각이 안들어, 달콤한 주스 한 잔을 마시고 까페로 출근을 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박아연이었다.


"다정씨.. 이상해요. 제가 이면세계에서 처럼 강해졌어요."

"저도 그래요."

"그래요? 대..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우.. 우리 만나서 이야기해요."


박아연이 홍대로 오기로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녀가 도착 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난 꿈에서 본 이야기를 박아연에게 해도 되는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 정도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신뢰는 있는 것 같았다.


"말도 안되. 어떻게 버틀러가.."

"저도 믿기지 않았어요."


나는 버틀러의 진면목을 본 적이 없으나 (불길해서 그의 말을 거역 한 적이 없었다.) 박아연은 지난 몇 년간 이면세계의 각성자로 지내면서 버틀러의 말도 안되는 능력을 몇 차례 목격했다고 한다. 가끔씩 반항하는 각성자를 짓이기는데, 그 강력함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대체 누가 버틀러를 잡아간걸까요?"

"그냥 꿈일지도 몰라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우리 몸에 변화가 생긴 건 확실하구요."


박아연이 마시고 있는 커피 잔 위 허공에 흰 소용돌이가 생기는 듯 했다. 소용돌이에서 곱게 갈린 얼음이 나와 그녀의 커피잔 위에 놓였다. 그녀는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말한다.


"이제 저는 B급 각성자가 된 거고, 각성자 세계에서도 제법 강한 편이 되었어요. 이건 기회에요. 각성자 관리 본부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죠."


나는 박아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면세계 각성자들에게 이면세계는 어느 곳 보다 죽음이 가까운 수라도였다. 그래서 이 곳에 예측불가능한 일이 생긴다면, 당연히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게 된다. 박아연의 경우도 현실에서 강한 힘을 얻었지만,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있을까봐 두려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꿈에서 본 버트러의 이야기를 듣자, 약간 안심을 한 것 같았다.


"다정씨는 해볼 생각 없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일은 그 곳에 있는 게 아닌 듯 하다. 박아연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 여기 진짜 멋지네요. 다정씨가 여기 사장이라구요?"

"네. 커피 한 잔 더 드실래요? 여긴 에스프레소가 좋아요."

"좋요. 한 잔 줘요. 진짜 어떻게 이런 가게를 만들 생각을.. 재주도 좋아.."


박아연은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마시며 맛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후 돌아갔다.


B급 각성자가 된 이후에도 내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나는 수련을 했고, 까페에서 일을 했으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며 지냈다. 그렇게 1주일 정도 지난, 어느 일요일. 박아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다정씨. 여기 균열이 생겼는데, 사람이 부족해요. 좀 도와 줄 수 있을까요?"


박아연이 내게 연락을 한 곳은 신촌 뒤에 있는 안산의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난 정부에 소속된 각성자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균열에는 관심이 많았다. 이면세계가 사라진 이후 균열이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는지 궁금했기에, 박아연의 수락에 응했다.


B등급의 강화신체로 인해 내가 달리는 속도는 자동차와 맞먹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백주 대낮에 사람이 그렇게 뛰고 있으면, 소란이 일어날 게 뻔했다. 박아연은 내게 홍익대학교의 운동장에 헬기가 대기 하고 있을 거라 말했다.


빠르게 그 곳으로 날아가자, 헬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낯선 요원이 내 신분을 확인 하고는, 급하게 헬리콥터를 태워 목적지로 향했다.


"다정씨!"


내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듯 했다. 박아연을 포함해 6 각성자가 모여있었고, 내가 다섯 번째였다. 군인 복장을 한 40대 남성이 리더로 보였다. 그는 내게 악수를 하며 말했다.


"추성수 입니다."

"유다정입니다. 반갑습니다."

"강화신체를 쓴다고 들었는데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그의 말에 나는 강화신체를 끌어올렸다. 내 몸에 소용돌이 치는 마나를 보며, 추성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시네요."

"과찬입니다."


추성수는 한 명 한 명 능력을 소개해주었다. C~B급 사이의 각성자들로 구성된 팀이었고, 추성수는 B+를 상회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나와 같은 강화신체를 쓰는 C급 각성자가 3명, 추성수는 불을 다뤘고 박아연은 냉기를 다룬다. 그리고 한 사람은 마나가 실린 창을 들고 있었다. 이름은 박성하라 했다.


"우리끼리 충분한데 뭐 하러 쓸데 없는 짓을.."

"어허~ 조용히 안해?"


박성하의 투덜거림에 추성수가 화를 냈다. 그러자 박성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와줘서 고마워요."


박아연이 내게 비타민 음료를 건냈다.


"균열은 저 곳에서 생기고 있나요?"

"네. 갈라지고 있는 틈이 보이시나요?"

"네. 세어 나오는 마나가 굉장히 이질적이고 불안하네요."


박아연은 내게 화면이 스마트폰 이상 큰 핸드폰 같은 걸 보여줬다. 두께가 너무 두꺼운 게 스마트폰과 결정적으로 달랐다.


화면에는 지도 같은 게 있었다.


"여기가 서울시의 지도에요. 그리고 이렇게 표시된 색이 마나의 흐름이죠."


그녀는 붉게 표시된 지역을 짚으며 말했다.


"여기가 우리가 있는 곳이에요. 이 색이 붉게 변할 수록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이 수치가 넘으면 각성자들이 파견되는 거에요."


그런데 서울시에 생각보다 많은 곳의 마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불안 한 곳이 많죠?"

"그래서 일손이 부족해 다정씨를 부른 거에요. 마침 제가 이 곳으로 파견되기도 했구요."


균열을 감지 할 수 있는 레이더의 개발 이후, 균열은 급속도로 통제되기 시작했다는 정보는 패러럴 웹에서 습득한 바가 있었다. 요원들에게 이렇게 소형 레이더가 지급되기 시작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아연의 말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 균열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추성수는 균열 인근에 결계를 쳤다. 결계가 만들어지자, 주위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튀어 나올 겁니다. 위치에서 대기하세요."


추성수의 말에 우리들은 위치를 잡고, 괴수의 등장을 대비했다. 마나의 흐름이 극심하게 불안전 해졌으며, 주위에 공기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와요."


어느 순간 허공이 찢어졌다. 그리곤 그 안에 흉측한 괴수가 빠져나왔다. 드디어 실체가 드러난 녀석은 이카론이었다. 인간형이지만, 한 발로 서고, 마름모꼴에 각종 마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괴수. 예전에 이면세계에서 노랑머리와 싸울 때, 내가 목숨 걸고 불러낸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A-급 몬스터로 분류된다.


"막아!"


괴수가 나오자 마자, 박아연이 빙결 스킬을 사용했다. 괴수의 몸이 빠지직 얼어붙었으나, 확실하게 제어하진 못하는 듯 했다.


"파지지지직!"


박아연이 얼린 얼음이 깨져버렸다. 괴수는 성큼성큼 우리에게로 걸어나왔다. 그러자 추성수가 한 번 더 공격을 했다. 추성수의 화염 공격은 허공에 괴수가 뱉은 공격과 상쇠되면서, 사라졌다.


"퍼어엉!"


폭발이 일어났다. 나와 박성하는 그 폭발을 틈타, 가볍게 녀석에게 돌진했다. B급 각성자가 된 이후로, 내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콰직!"


강력한 스킬을 사용한 후 몸이 휘청거리고 있는 녀석의 배에 너클로 보호 받는 내 주먹이 작렬했다. 이번 공격은 타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다시 박성하의 창이 찔렀으나, 이카론은 뒤로 훌쩍 물러난 후였다.


"쿠웨에에엑!"


이카론이 휘청거리며 미친 듯이 주문을 퍼부었다.


"위험해!"


이카론의 공격이 박성하에게 작렬하려는 순간, 나는 모처럼 온 몸의 마나를 보호에만 집중해 몸으로 이카론의 공격을 막았다.


'젠장. 오랫만에 탱커군.'


강화신체로 간신히 막아내긴 했지만, 타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박성하는 휘청거리는 내 몸을 끌고 뒤로 물러났다. 다시 추성수와 박아연의 주문이 이카론에게 작렬하기 시작했다.


추성수가 없었다면, 굉장히 위험할 뻔 했다. 박아연은 무리한 기술 운용으로 입술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추성수가 외쳤다.


"결계! 결계를 지켜라!"


그렇지 않아도, C등급 각성자들은 스킬의 충돌이 결계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결계도구들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쓸데 없는 짓을.."


박성하가 또 투덜거리며, 앞으로 저벅 저벅 걸어나갔다.


'이 새끼는 쓸데 없다는 말이 입버릇인가.'


나중에 한 대 쥐어박더라도, 지금은 일단 적에게 집중해야 한다. 박성하가 제법 현란하게 창을 휘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아름다운 원을 그리고 돌아가는 창 끝에서 강렬한 화염이 일어났다.


"새끼. 느려터져가지고."


추성수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박성하의 창끝에서 화염이 일어나자, 아카론은 위험을 감지했는지, 그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추성수와 박아연이 그 앞을 막았다. 빈틈을 노려 박성하의 공격이 아카론에게 작렬했다.


"크웨아아악!!"


박성하의 공격을 맞은 아카론이 괴성을 질렀다. 아카론의 몸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고, 창에 갈린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런데 그 피 또한, 땅에 떨어지기 전에 화염에 불타 재로 변해버렸다.


"별 것도 아닌 새끼가.."


박성하고 폼을 잡고 물러 서려 하는데, 그 순간 아카론의 몸짓이 살짝 변했다.


'아직 안끝났어.'


나는 본능적으로 아카론에게 몸을 날렸다. 내 직감대로, 아카론은 온 몸이 불타오르면서도 박성하에게 마지막 치명상을 날리기 위해 돌진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카론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콰직!"


내 공격에 당한 아카론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화염이 녀석의 온 몸을 감싸며, 서서히 재로 변해갔다.


"헤헤~ 너 제법이네?"


2차례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더니, 그제야 얼굴을 푸는 박성하다. 악수를 하기 위해 내미는 손을 잡았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나쁜 놈 같지는 않아보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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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무너지다. +5 16.12.04 2,683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5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5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7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2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0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5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4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1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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