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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33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2.23 17:58
조회
1,476
추천
30
글자
10쪽

알비노 (albino) (4)

DUMMY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삼겹살을 상추에 보기 좋게 쌈을 해서 앞에 앉은 남자에게 먹여주는 여인.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 쫌! 내가 먹는다고!"

"어쭈! 이게 어디서 앙탈이야!"

"왜 이렇게 친한 척이야~"

"닥치고 먹지?"


여인은 박아연이고, 앙탈을 부리는 남자는 박성하다. 박성하는 오만상을 다 쓰며, 박아연이 준 삼겹살 쌈을 받아먹었다.


"아이고! 얼마나 예뻐! 우리 A급 각성자님!"


오늘은 박성하가 A급 각성자 인증을 받은 날이다. 그래서 균열 헌팅도 없는데, 모두가 모여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아! 뭐 대단한 거라고.. 쓸데없이.."

"하. 이놈이 세상사는 법을 모른다니까. 정말!"


투덜거리면서도 박아연이 시키는 대로 박성하는 다 따라했다. 추성수도 기분 좋다는 듯, 연거푸 소주를 마셨다.


"이놈이 아슬아슬하더니. 이제 나를 훌쩍 추월해버렸네."

"오라범을 추월 한 지는 꽤 되지 않았나?"

"무슨 소리.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내가.."

"에이~ 허세는~"

"지.. 진짜야!"


박아연이 혀를 날름거리자, 이번에 추성수는 쓰린 표정으로 소주를 원샷으로 넘겼다.


"큭큭~ 오라범도 귀엽다니까."

"이게! 놀리고 있어."


박아연도 소주를 한 잔 원샷했다.


"캬~ 술맛 좋다!"


바싹 구운 삼겹살 한 점 집어 먹으며, 박아연은 생긋 웃었다.


"네가 각관 특수대로 안가고, 우리랑 사냥한다고 했을 때 놀랐다니까."

"아. 난 걔들 싫어."

"나도 싫지. 그래도 권력의 핵심 아냐."

"난 거기 가면 피 말라 죽을 거야."

"큭큭~ 그건 그래~ 네 성격이."


추성수가 박아연에게 말했다.


"너한테는 마냥 좋은 일은 아냐. 이제 우리가 담당할 균열이 더 확장되었으니, 못 따라 오면 점점 위험해질 거야."

"나도 알아. 내가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아?"


박아연이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이거 이거. 이거 뭐야?"


박아연이 만지작거리는 목걸이를 보며 박성하가 소리쳤다.


"야! 너 카타라의 목걸이 질렀어?"

"응~ 난 누구처럼 성장이 빠르지 않으니, 돈으로라도 질러야지."

"햐.. 이거 비쌀 텐데.."

"뭐 이제 A급 균열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하면, 또 벌 텐데 뭐."


카타라의 목걸이는 카타라라는 괴수의 마정석으로 만든 마정석이다. 거북과 비슷하게 생긴 카타라는 A급 괴수 중에서도 최고의 방어력을 가진 괴수로 유명하다. 아마 저 목걸이를 사기 위해 박아연은 현금으로 10억 이상 지급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다정이 넌 앞으로 반 년 동안 헌팅 참여 못해서 아쉬워 어쩌지?"

"전 좀 쉬고 있을게요. 세 분이 자리 잘 닦아 놓으면 무임승차 하죠. 뭐."

"어휴.. 빌어먹을 각관 놈들. 내가 이래서 저기 들어가기 싫다니까."


박성하가 답답한 듯 소주 한 잔을 쭈욱 들이켰다. 추성수도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젊은 혈기에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잘 했다. 넌 옳은 일 한 거니까, 주눅 들지 말고."

"어머! 오빠! 다정씨가 어딜 봐서 주눅들 어보여!"

"그래도 아직 어려! 너희가 잘 좀 챙겨줘!"


추성수의 말에 박아연은 동의 못하겠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더 따지진 않았다.


나는 제주도에서의 일 때문에, 각관에서 징계를 받았다. 내가 받은 징계는 6개월 동안 각성자의 능력을 억제 하는 것이다.


'징벌의 반지라.. 정말 추억의 아이템이구나.'


징벌의 반지는 초기 게이트 시대에 각성능력만 믿고 미쳐 날뛰는 각성자들을 징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템이었다. A급 이하의 각성자는 징벌의 반지를 차고 있는 동안, 각성능력을 잃게 된다.


'워낙 파훼법이 많아서, 나중에는 D급 각성자에게도 소용없어졌지만..'


가장 일반적인 파훼법은 반지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와 착용자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진동을 맞추는 것이다. 두 진동이 합일되면, 성악가들의 노래에 유리컵이 깨지듯 착용자를 구속한 반지의 마법이 깨어지게 된다.


이것 말고도 손쉽게 징벌의 반지를 파훼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각관은 아직 그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지가 훼손되면, 각관에서 더 큰 징계를 내릴지도 모르니..'


균열 사냥에 참여 할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나 역시 각관의 여러 일 처리가 피곤해진 참이었다. 당분간은 쉬면서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박성하의 환영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은이에게 전화가 왔다.


"다정아! 알비노가 없어졌어."

"응? 어디 갔는지 안보여?"

"안보여. 분명 내 방에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왜 그렇지?"


고은이는 햄스터에게 알비노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네가 와서 찾아주면 안 돼?"

"너희 집에 가도 돼?"

"응. 지금 집에 아무도 없어."

"그래. 그럼 알았어."


나는 신촌에 있는 고은이의 집으로 갔다. 고은이는 편안한 복장으로 나를 맞이했다.


"분명 느낌은 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신수는 귀속을 맺은 각성자와 마나를 공유하기 때문에, 각성자들은 가까운 곳에 신수가 있을 때 그 특유의 마나를 느낄 수 있다.


"대체 어디 갔을까?"


그래도 며칠 동안 정이 들었다고, 고은이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했다. 나도 이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방법이 묘연했다.


"그나저나 다정이 너, 각관에서 징계 받았다며?"

"응."


난 징벌의 반지를 보여줬다.


"이걸 끼고 있으면 한 달 동안 각성능력을 쓸 수 없어."

"엇? 그럼 이제 내가 널 지켜줘야 하는 거야?"

"흠.. 그럴지도?"

"헤헤~ 좋다. 나한테 맡겨! 내가 보디가드 해줄게."


고은이가 남자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뭐래. ㅋㅋㅋ"

"왜~ 내 연약한 남자친구는 내가 직접 지켜줘야 한다구~"


고은이의 손에서 전기가 파지직 거렸다.


"너너~ 내가 아무리 아프게 하려 해도, 안통 할 때 얼마나 얄미웠는지 알아?"


고은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따끔한 전기 충격이 느껴졌다.


"야야. 하지 마. 나 지금 그거 맞으면 죽을지도 몰라."

"헤헤~ 내가 널 왜 죽이냐. 근데 재미있다 이거."

"아야야~ 아프다니까!"

"아~ 미안~"


그녀가 스킬을 푼 순간,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껴안고 침대에 같이 누워버렸다.


"어머 어머! 얘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잠시만 이대로 있자."

"뭐.. 머머..."


여러 가지 속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 고은이를 품에 안고 있으면, 그런 고민들이 정말 눈 녹듯이 사라지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고은이가 뭔가를 느끼곤 비명을 질렀다.


"꺄악! 뭐가 내 팔뚝으로 지나갔어!"

"뭐..? 뭐가?"

"모.. 몰라! 디게 징그러운 느낌이야."


고은이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침대의 이불을 뒤집으며 한 동안 난리가 났다. 그러자 손바닥 길이만한 작은 뱀이 침대에서 튕겨져 날아와 유리창에 부딪쳤다.


"저.. 저게 뭐야? 징그러.."


탐식이었다. 내 마나가 징벌의 반지로 구속되자, 일시적으로 내 몸에 터를 내리고 있는 탐식이 풀려난 것일 것이다.


"아.. 이건 탐식이야. 내게 귀속된 신수.."


나는 탐식을 잡아 손바닥 위에 올렸다. 녀석은 검은 몸에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면 나름 귀엽게 생긴 것 같았다.


"귀엽지?"

"평소 네가 팔에 차고 다니던 그거야?"

"응."

"몰랐어. 이렇게 생겼을 줄은.."


고은이는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탐식을 바라봤다. 그 순간 허공에서 마나가 출렁이더니, 급속도로 작은 균열이 만들어졌다.


"이.. 이게 뭐지?"


신기한 일이었다. 균열 안에는 괴수도 없었고, 그저 허공에 빛이 울렁이기만 했다.


"끼리릭~"


그 순간 균열에서 하얗고 조그만 생명체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알비노!"


고은이가 그토록 찾던 알비노였다. 알비노는 내게 귀속이 풀려난 탐식에게 달려가서, 녀석의 머리를 이빨로 쪼았다. 탐식은 알비노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려 했지만, 알비노가 조금 더 빨랐고 알비노의 공격을 받은 탐식은 괴롭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취이익~"


고은이가 급하게 알비노를 잡았다.


"알비노! 왜 오빠의 식이를 괴롭혀?"


알비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은이를 바라봤다.


"다정아! 식이는 괜찮아?"

"응. 괜찮아. 다치진 않은 것 같아."


내게 도망쳐 온 탐식을 보니, 크게 다친 건 아닌 듯 했다. 알비노는 탐식에게 이긴 게 기쁜지, 고은이의 손을 빠져나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환호를 하는 듯 했다. 그리곤 다시 녀석의 입에서 빛이 울렁이기 시작하더니, 허공에 균열이 생겨났다.


'게.. 게이트 키퍼였나?'


스킬의 가치만으로 S급으로 인정받는 스킬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게이트 키퍼다. 게이트 키퍼는 균열과 이면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아가! 이거 네가 연 거야?"


고은이의 말에 알비노는 세차게 고기를 끄덕인다. 의구심 가던 물음이 풀렸다.


'제주도의 균열도 이 녀석 작품이었나 보구나,.'


그녀는 게이트키퍼를 신수로 가졌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알비노와 장난을 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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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TS 컴퍼니 (1) +2 16.12.26 1,415 22 8쪽
» 알비노 (albino) (4) +3 16.12.23 1,477 30 10쪽
58 알비노 (albino) (3) +4 16.12.21 1,503 30 8쪽
57 알비노 (albino) (2) +2 16.12.21 1,409 24 7쪽
56 알비노 (albino) (1) +1 16.12.21 1,603 26 8쪽
55 프랜차이즈로~ (5) +1 16.12.20 1,741 29 11쪽
54 프랜차이즈로~ (4) +5 16.12.20 1,675 27 8쪽
53 프랜차이즈로~ (3) +3 16.12.20 1,684 26 9쪽
52 프랜차이즈로~ (2) +6 16.12.08 2,374 42 9쪽
51 프랜차이즈로~ (1) +2 16.12.07 2,111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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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윗잔다리 살인사건(4) +2 16.12.06 2,194 40 8쪽
48 윗잔다리 살인사건(3) +1 16.12.06 2,073 38 7쪽
47 윗잔다리 살인사건(2) +1 16.12.06 2,062 38 9쪽
46 윗잔다리 살인사건(1) +7 16.12.05 2,288 41 7쪽
45 각성자도 주말 알바 합니다. +3 16.12.05 2,477 39 9쪽
44 균열에서 +3 16.12.05 2,668 49 11쪽
43 무너지다. +5 16.12.04 2,684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6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7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3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1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6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5 46 10쪽
33 레기온 둥지 레이드 (8) +4 16.11.30 2,801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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